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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의 은밀한 감정 - Les émotions cachées des plantes
디디에 반 코뵐라르트 지음, 백선희 옮김 / 연금술사 / 2022년 5월
평점 :
식물에 관한 나의 인식은 학교에서 배운 생물 분류표에 따라 동물과 구별되는 대상으로 단지 외적인 형태와 구조에 집중되었다.
특이한 식물이라고 해봤자 벌레잡는 움직이는 식물이었지만 그것도 그저 기계적인 현상이고 생각과 감정을 갖는 다는 것은 아예 생각도 못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처음에는 단지 어떤 상상이나 가정된 이야기로 생각했지만 차차 구체적인 실험내용이나 연구자들이 확인되면서 모든 것이 실재로 벌어지고 있는 현상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책에는 식물들의 경이로운 삶을 다양하게 보여주고 있는데 그 중에서 인상깊었던 몇가지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먼저 그들은 개체적 특성을 고려하여 서로의 상황에 따라 양분을 주고 받으며, 연대하여 공동의 적에게 복수를 하기도하고, 공격자의 포식자에게 말을 걸어 공격자를 없애도록 유도하기도 한다.
또한 어떤 식물들은 곤충들과 거래도하며, 이 나무에서 저 나무로 양분과 정보를 전하며 자기 번식에 필요한 중개료를 선취(p116) 하기도 한다.
이쯤되면 인간과 다를 바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더욱 놀라운 것은 식물들이 자기들의 의견을 인간에게 보내어 자신들의 의지를 실현하고자 한다는 사실이다. 좀 더 기술적인 차원에서 지원이 된다면 인간은 식물들과 소통이 되고 자연에 대한 그들의 지혜를 얻을 수도 있을 것이다.
이렇게 식물이 인간과 비슷한 의식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은 그동안에 내가 생각하고 있던 생물 세계에 대한 기본 인식의 변화를 가져왔다.
인간과 침팬지의 DNA 구조가 98.8% 같다는 연구결과로 이미 존재의 추락을 맛 본 사피엔스는 식물의 진정한 모습 앞에 또 한번의 충격을 피할순 없을 것으로 보인다.
주목할 만한 사실은 식물들의 타자에 대한 배려이다.
이 행성에서 움직이는 생물들은 대체로 적자생존의 토대위에 이기적 존재로 살아간다.
반면 식물들의 생존방식은 전체의 이익을 위해 서로 협력하며 배려한다는 것이다.
식물들의 도덕적 수준은 인간을 뛰어넘는 것 같다.
그들은 인간과 협력하여 이 행성에 유익한 방식으로 생태계를 재편성하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제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라는 말은 폐기해야 할 것이다.
인간은 식물을 통해 그 품격을 배우고 업그레이드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저자의 말대로 식물은 인간의 미래다.
옮긴이의 말대로 이제부터는 식물을 바라보는 태도가 달라질 것 같다.
거실에 놓여있는 화초들이 인격적 대상으로 느껴질 것 같고,
길가 돌 틈 사이에 핀 풀 한포기도 그냥 지나치기가 어려울 것 같다.
이 책은 이야기 자체가 흥미롭기 때문에 가독성이 높다. 단순한 재미 뿐 만 아니라 인류에게 시사하는 바도 크다.
또한 우리의 존재를 다시금 돌아보게하고 자연과 생명에 대해 깊은 성찰을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철학적인 영감을 준다.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아 주관적인 입장에서 자율적으로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