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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마라 ㅣ 세계문학의 천재들 5
에바 킬피 지음, 성귀수 옮김 / 들녘 / 2016년 8월
평점 :
처음엔 외설적 이야기가 짙게 드리워진 '로리타'같은 책을 기대했다.
하지만 생각했던 거와는 달리 그런 육감적인 장면들은 찾기가 어려웠다.
물론 그런 단어나 내용이 전혀 없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있다 하더라도 이야기 속에서 흥분제로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라 평가적인 용어로 사용하고 있어서 본연의 은밀한 쾌감은 디카페인 커피처럼 걸러져 버린다.
표현방식에 있어서도 말초신경을 자극할 만한 습한 어휘 구사는 배제되고 건조한 양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하지만 1930년대 유럽 사회에서 이정도의 성적 관련 묘사는 이미 수위를 넘은 것인지도 모른다.
어쨌든 노골적인 성적표현이 편만해진 현시대에 노출된 성감대로는 이책을 통해 에로티시즘적 욕망을 채우려는 시도는 하지 않는 편이 좋을성 싶다.
이 책은 남녀간의 애정을 다루는 소설이지만 작가의 인생관이나 가치관이 잘 드러난 철학책 같은 느낌이 든다. 작가는 여성이지만 글을 쓰는 아바타는 남성이다. 성과 관련된 여성의 권리를 남성의 시선으로 묘사함으로서 객관성을 보증 받으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특이했던 점은 자연을 묘사하는 장면이다. 애정 소설에 걸맞지 않게 장황하게 펼치고 있는 자연예찬은 마치 소로우의 월든을 읽는 느낌이다. 여기에도 월든 호수와 똑 같진 않지만 호수가 등장하고 소로우가 그려내는 방식과 비슷하게 호수 주변의 풍경과 분위기를 담담하게 그려낸다.
이 대목은 등장인물들이 겪고 있는 갈등의 세계에 함께 함몰되어 있는 독자들이 잠시나마 쉴만한 공감을 마련해 준다.
이 책에 부제목으로 달려있는'불가능한 사랑' 어떤 의미일까.
이 책의 남자 주인공이 시도하는 언어적 오르가즘은 불가능하다는 뜻일까
아니면 타마라가 좀 특이한 여성이기 때문에 그녀에게 있어 한 남자와 지속적인 사랑은 불가능하다는 의미일까 아니면 그런 개인적 요소 보다는 보편적 인간에게 있어 정신적인 사랑과 육체적인 사랑을 아우르는 일은 불가능하다라는 의미(이 책에서 타마라는 결혼에 대해서는 아무런 관심이 없다. 결혼을 떠나서 순수한 성애적 욕망을 추구한다.
그녀는 소설속 1인칭 주인공과 체크무늬 남자 사이에서 정신적 사랑과 육체적 사랑을 모두 누리고 싶어하지만 쉽지는 않다)로 받아드려야 하는가는 저자의 의도와 관계없이 독자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인간은 다른 동물과 달리 성적 본능에 정신적 사랑을 버무려놓아 복잡한 양상을 띤다.
이책은 인간 심리의 구석진 골짜기로 여행다니며 색다른 경험을 원하는 독자들에게 충분한 흥미거리를 제공할 것이라 믿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