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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임당이 난설헌에게 - 조선시대를 뜨겁게 살았던 센 언니들의 열띤 수다!
박경남 지음 / 리드리드출판(한국능률협회) / 2017년 2월
평점 :
어린시절 오죽헌으로 견학을 가면 신사임당의 그림을 구경하곤 했는데 초충도 속 벌레를 보며 매우 놀랐다.
여자가 어찌 벌레를 관찰하고 그걸 그려낼 생각을 할 수 있는걸까... 나는 벌레를 무서워한다. 내 주변의 많은 여자들이 벌레라면 기겁을 하는데 신사임당의 그림에서 벌레를 보며 그녀가 어떤 여성인지 궁금했던것 같다.
그녀는 모든걸 포용할 수 있는 사랑 많은 사람이었다.
비록 흉측한 미물일 지라도 세상에 어느하나 본받지 않을게 없다고 여기는 그녀... 그녀가 그렇게 자랄 수 있었던 이유는 친정식구들과의 끈끈한 사랑과 무한한 신뢰에서부터 오는 세상에 대한 믿음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그녀의 작품이 현세에까지 남아 현대인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었던 것은 그의 아들 율곡의 공이 컷으리라.
시를 짓고 그림은 그리는데에는 가족들의 도움과 가르침이 있었지만 그결과물이 돋보이고 가치있는 물건이 되어 현세까지 전해져 온 것에는 율곡 이이의 명성과 그것을 이용하려는 자들이 없었다면 힘들었을 것이다.
사임당이 온실 속 화초같은 삶을 살았다면 허난설헌은 완전 반대다.
사대부의 집안에 시집가서 고된 시집살이와 가문의 몰락, 자식을 먼저 앞세우고 27살의 나이에 요절했다.
불행한 현실에서 선계로 도망치려는 것이었는지 그녀는 마치 우화등선 할 것만 같은 싯구에 능했다. 유언으로 본인의 작품을 모두 없애달라고 청하였지만 허균의 노력으로 중국과 일본에서 인정받아 현세까지 그 작품이 남게 되었다.
허균이 없었다면 허난설헌이라는 문인도 없었을 것이다.
이 둘의 이야기속에서 우리는 여성권리와 인권에 대한 당시의 분위기를 읽을 수 있다.
조선시대 황진이, 홍랑, 이매창, 문정황후, 소혜왕후 등 많은 여자들의 이야기, 근대에 와서는 독립운동을 하던 남자현, 여성 예술가이자 최초의 이혼녀 나혜석의 이야기까지 조선시대부터 일제강점기까지 그 시대의 여성에 관한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다.
빙허각과 윤지당 등 당대 조선 여성 선비나 문인들은 당시 여성이 넘을 수 없는 문턱을 뛰어넘기 위해 남성 선비 못지 않게 노력하지만 결국 후대에 까지 이르지 못하고 역사의 숨은 주인이 되었다. 남성의 권위에 도전하는 것을 금기시 여긴 사회 분위기 탓에 여성들의 역사는 숨은 역사가 되었다.
이 책은 신사임당과 허난설헌에 국한된 위인전 같은 이야기가 아니다.
조선부터 시행된 공자의 유교사상에 입각한 여성탄압에 관한 이야기이다.
같은 잘못을 저질러도 남성은 대충 넘어가는 반면 여성에게는 잔혹한 잣대를 들이밀어 다른 여성들에게 그 본보기가 되게 하였고 겁을 먹은 여성들은 남성들이 원하는대로 움직이지 않으면 목숨을 부지하기 힘들다고 생각하게 하여 탄압하고 남성우월주의가 팽배한 사회를 만들었다.
씁쓸하고 불편한 이야기가 많다.
여성문제에 관심이 많다면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웃기는 이야기지만 현대 여성들도 조선시대의 굴레에서 그다지 많이 벗어나진 못한 것 같다.
어찌되었건 지금은 조선시대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