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에서 보낸 한 시간 - 성폭행과 그 이후의 삶을 그린 실화
칼린 L. 프리드먼 지음, 이민정 옮김 / 내인생의책 / 2017년 2월
평점 :
절판


우리는 세상을 충분히 안전한 곳이라고 인식하고 서로를 속여가는 중인지도 모른다.
세상은 안전하다. 힘이 있는 자에게는... 하지만 어떤 경우 약한 자들에게는 야만적일 정도로 위험하다.
그 어떤 경우란 어디에서든 누구에게든 어떻게든 생겨날지 모를 우연에 기인한 비극의 경우이다.

힘의 원리에 의해 나쁜 일을 당한 이에게 '이 세상은 안전한 곳인데 니가 잘못하여 그런일을 당했다'고 이야기 하지 않아야 한다는데 이책에 동의한다. 매체들은 여성상위시대라는 둥, 애처가니 공처가니 여성에게 매너 좋은 남자들의 이야기나 성공한 여성의 이야기를 떠들어대지만 원시적 힘의 원리로 여성은 남성을 절대 이길 수 없다. 범죄를 저지르려는 남자를 여자의 힘으로 막기란 불가능하다는 이야기다.

세상을 염세적으로 생각하며 모든 남자를 경계하며 살아갈 필요는 없지만 그렇다고 모든 것이 안전하다고 믿는 일은 없어야 할 것 같다.
이건 인간애와 동떨어진 이야기다. 얼마전 여성 행위예술가가 무슬림은 위험하지 않다는걸 증명하겠다며 중동을 히치하이킹으로 횡단하겠다고 여행을 시작하여 터키를 벗어나기도 전에 윤간을 당하고 토막난 시체가 되었더라는 인터넷 기사를 보았다. 남자가 힘으로 여자를 눌러 그 생명을 빼앗거나 성폭행을 가하는건 비단 어느 나라만의 문제는 아니다. 어디에나 어느시대에서 있어왔고 지금도 우리 주변에서 흔히 일어나고 있다.

이 책의 저자는 한번의 성폭행 경험이 그 이후의 삶까지 송두리째 바꿔버리고 남자를 보는 인식에도 큰 변화를 가져왔다고 말한다. 그는 용기를 내서 그 트라우마로 부터 벗어나려 한다. 파리를 다시 방문하고 공판에서 강간범을 직접 보는 것에 용기를 내고 혼자만의 여행을 다시 시작하고 자신을 사랑해주는 남자를 만나 성폭행 사실도 감싸줄 정도의 사랑을 받는다. 하지만 수치심에 성폭행을 당했다는 사실을 주변 사람들에게 숨긴 것이 끝끝내 큰 문제가 되어 그를 괴롭힌다.
그것은 바로 성폭행을 당한 자신과 평소 자신을 분리하는것... 해리성 장애의 조짐이다. 우등으로 철학과를 졸업하고 석사과정을 이수하고 강의를 나가는 등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고 그에 상응하는 생활을 하지만 혼자 있는 시간에는 술이나 약에 의존하지 않으면 과거의 기억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자신의 생활은 물론 정신상태까지 분리가 되자 그의 삶은 말할 수 없이 초췌해진다.
그는 마침내 10년에 가까운 시간을 고통받다가 상담사 아닉의 도움를 받아 수치심을 이유로 감춰왔던 자신의 성폭행 사실을 남에게 말함으로서 트라우마를 완전히 극복할 수 있게 된다. 성폭행을 당했다고해서 한 인간이 달라지는건 아니다. 그런 일을 당했던 사람이라는 사실을 알고도 인정받고 사랑받게 되자 그는 비로소 자신의 존재감을 되찾고 과거 기억으로부터 자유로와진다.

1999년이 되어서야 그 일에서 자유로워진 그는 범세계적인 성폭력 문제에 관심을 기울인다.
콩고의 여성 파괴로 인한 사회적 체제혼란 현장에서 피해자들에게 성폭행 사실을 숨기지 않고 이야기 하게 함으로서 그들을 치유하는 프로그램에 대해 연구하며 그는 아프리카로 떠나 자신이 경험한 바 대로 보츠와나의 여성들에게 그룹상담을 시도하고 그들에게 도움을 준다.돌아와서 집필을 결심하고 각종 프로젝트를 참여하며 약 20년이 흐른 후 그는 파리의 범죄현장을 다시 찾음으로서 완전한 자유를 만끽한다.

성폭력 문제는 가부장적인 사회체제를 조명하고 나서야 해결될 수 있다는데에 동의한다.
가부장적인 사회체제 내에서 여성의 성폭행 사실은 동정이나 연민을 떠나 더럽혀졌다, 남성에게 선택받을 수 없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지고 이는 사회적 구성원으로서 미달을 뜻하므로 사람들은 터부시 하고 성폭행당한 피해자들을 오히려 배척하는 결과로 이어지는 것 같다. 난 어릴때 a라는 친구가 성폭행을 당했다는 말을 b라는 친구로부터 들은 적이 있다. a가 성폭행을 당했다는 것이 사실인지는 모른다. a가 불쌍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고 b라는 친구가 한심해 보였다. a는 분명 b를 믿었을 것이고 위로받고 싶었을 것인데 b가 여기저기 말을 퍼 뜨리고 결국 a는 스스로의 입으로 해명도 못한채 여자아이들 사이에서 왕따를 당해야했던 기억이 난다.
가부장적 사회체제 안에서는 한 인간이 성적으로 더렵혀졌다는 이유만으로 남성들의 평가에 의해 회복하려는 노력조차 무시당해야한다는데에 이해가 가지 않았다. 한 인간의 살아보려는 몸부림 아닌가..!
우리나라는 조선시대부터 가부장적 사회체제에 길들여진 탓에 목숨보다 정절을 중시하며 피해당한 본인을 추스릴 겨를도 없이 남에게 핍박을 당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지경이었으니 말할 필요도 없다. 동남아나 아프리카에서 요즘 강간범과 피해여성을 결혼시키는 법안이 통과되려 하고 있어 주목이 되고 있다. 이게 정상인가? 자신을 죽이려던 살인자와 평생 함께 산다고 생각해보라.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


요즘 페미니즘의 연구와 관심으로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많이 높아졌다고는 하나 아직 멀었다.

누구든 읽어야 할 책이다.

성적 학대의 치유는 범사회적인 변화의 바람과 함께 시작될 것이기 때문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