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분 - 움직이는 드로잉 노트, 플립북
성립 지음 / 지콜론북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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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책은 작고 귀여운 소책자 3개로 이루어져 있다.
하드한 두께의 케이스 안에 각각 6시 43분, 7시 9분, 7시 56분의 일과가 그려진 그림책이 들어있다.
러프한 스케치의 그림은 마치 한붓으로 그려낸 것 같다.

6시 43분을 시계바늘이 가리키자 여자가 침대에서 물을 마시며 정신을 차린다.
여자는 허공을 한참 바라보는 것 같다.
한장한장 넘기면 그 짧은 몇분이 영검의 세월처럼 느껴질 것 같다.
아무리 빨리 넘겨도 물 한컵을 마시고 멍때리는 여성은 쉬이 일어나지 않는다.

7시 9분
여자는 세면대로 가서 머리를 대충 올려묶고 양치질을 하고 세수를 한다.
거울을 대충닦는 그녀의 손이 천천히 움직인다. 거울속 자신의 얼굴을 자세히 보는건가...
양치질과 세수는 생동감있게 느껴진다.

7시 45분
창문의 커튼을 열어재끼고 외투를 입고 가방을 들고 밖으로 나가는 그녀.
가방을 챙겨 사라진 후 긴 여운이 남는다.
아마도 몇장 안남은 플립북이 천천히 넘겨져서 였으리라.

한장 한장 넘기면 각기 다른 그림들인데 촤르르르 손끝으로 빠르게 넘겨보면 짧은 찰나의 순간이다.
무심한 낙서처럼 휘갈겨진 그림이지만 연결되어 애니메이션이 된 찰나의 순간은 일상의 큰 의미를 담는듯 하다.
예술가의 손 끝에서 태어난 일상에 연필의 무게가 더해진다. 아침에 일어나 세수하고 나가는 이과정이 무엇이길래 성립작가는 이런 작품을 남긴것일까.
그냥 지나칠 수 있는 작은 순간에도 생각이 담긴다.
이 작품에 대한 감상을 남기자면 출근하기 싫은 여자의 마음, 밤새 내 얼굴에 새로운 뾰루지가 나진 않았는지 살피는 모습, 아침 창문의 커튼을 열어재끼며 화이팅 하는 굳은 결심, 가방을 들고 떠난 후 남은 공간의 황량함 정도 되겠다.
그림책의 찰나가 나의 일상도 다시 생각하게 하니 참 오묘한 책이라고도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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