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으로 배우는 파동의 법칙 - 삼각함수와 미적분을 마스터하다 법칙 시리즈 1
Transnational College of Lex 지음, 이경민 옮김 / Gbrain(지브레인)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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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과학을 조금이라도 깊게 파고들어가면 언제나 맞딱드리게 되는 것이 수학의 벽이다. 수학의 근관념은 좋아하지만 수식은 좋아하지 않는 나는 물리학 도서를 선택할 때 그 책이 얼마나 효과적으로 이 수학의 벽을 우회하여 개념에 접근하고 있는지를 관건으로 삼곤 한다. 결국 늦건 빠르건 수학의 벽에 부딪치게 마련이지만 그래도 가능하면 그 벽이 낮아져있기를 바라게 되고 마련이다. 그런 면에서 이 책 '수학으로 배우는 파동의 법칙'은 수학의 벽을 최대한 낮추어낸 푸리에 급수 입문서라 할 만하다. 

아무리 복잡한 파동이라도 간단한 파동의 합으로 나타낼 수 있다는 것이 푸리에 급수이다. 현재 물리학에서 파동 개념이 얼마나 넓고 깊게 쓰이는가를 감안해보면 푸리에 급수의 중요성과 유용성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파동 그래프의 형태만 봐도 알 수 있듯이 삼각함수와 미적분을 이해하지 못하고서는 푸리에 급수에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것! 이 책은 대화체, 우화, 삽화, 만화, 도표, 그래프 등 온갖 수단을 사용하면서 최대한 부담없이 삼각함수와 미적분의 개념을 설명하고 있다. 일반 단행본에 비해 사이즈도 크고 두께도 600쪽에 육박할 정도로 녹록치 않아 보이지만, 분량의 대부분은 이처럼 쉬운 설명을 위해 할당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는 해도 수학을 전혀 모르는 사람이 보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이고 최소 중학수학까지 터득한 사람에게 권할만하지 않은가 생각된다. 물론 아무리 재미있게 서술했다고는 해도 연필과 연습장, 그리고 상당량의 끈기를 준비해두어야 할 터^^; 

일본의 과학, 수학 교양서를 보면 항상 대중화에 상당히 신경을 쓰고 있다는 인상을 받게 된다. 미국의 과학, 수학 교양서도 재미있는 것은 많지만 꼼꼼함이라던가, 친절함에 있어서는 일본의 그것을 따라잡지 못할 것 같다. 기초과학의 중요성에 목소리를 높이면서도 실상 적절하게 균형잡힌 대중 입문서는 만들어내지 않는(혹은 못하는) 우리의 현실과 비교해보면, 일본의 저력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 아닌가 한다. 이 책이 20년도 전에 만들어졌으며 지금에 이르기까지 꾸준히 개정출판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부러울 따름이다.  

[덧] 머릿말을 보니 이 책을 만든 Transnational College of LEX가 '양자역학의 모험'이라는 책도 펴냈다고 한다. 요즘 양자역학의 애매모호함(?)에 반한 터라 즉시 검색을 해보았더니 과학과 문화사의 책으로 올라와있었다. 조만간 구매 확정! 그런데 두 책이 왜 같은 출판사에서 출간되지 않았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긴다.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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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능은 없다 - 투명인간, 순간이동, 우주횡단, 시간여행은 반드시 이루어진다!
미치오 가쿠 지음, 박병철 옮김 / 김영사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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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커버리 채널 등의 프로그램을 본 사람이라면 많이들 알고 계실 미치오 카쿠의 최신작이 나왔다. 과학의 대중화에 관심을 기울이는 일본계 과학자 미치오 카쿠는 전작인 '평행우주'에서 현대 우주론을 알기쉽고 재밌게 설명하는데 성공하여 큰 인기를 끌기도 했다. 개인적으로도 워낙 재미있게 읽었었기 때문에 후속작에 대한 기대가 컸는데 드디어 출간이 되어서 반가운 마음이 앞섰다.

상당히 두툼한 이 책은 그러나 예측하지 못했던 소재를 다루어 나를 당혹케 했다. 투명인간, 순간이동, 우주횡단. 시간여행이라니.. 이런 소재들은 대부분 '영화 속의 비과학' 등등의 책에서 비합리적 미신으로 소개되는 단골들이 아닌가.. 그런데 그런 것에 대해서 과학적으로 접근하다니? 그러나 이런 의구심은 저자의 서문을 읽으면 바로 해결되게 된다.

P.15 물론 현대의 과학으로는 이와 같은 것들을 만들 수 없다 ... 그렇다고 해서, 앞으로 몇백 년 후나 몇천 년 후, 또는 수백만 년 후에도 여전히 불가능한 채로 남아있을까? ... 150년 전의 과학자들이 "절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기술들 중 상당수는 지금 우리 생활의 일부가 되어있다. 

저자는 진정 과학적인 태도는 불가능이 증명되지 않은 것의 가능성은 열어놓는 태도라고 말하고 있다. 그리고 이처럼 불가능을 집요하게 파고듦으로써 과학의 새로운 지평이 허다했음을 지적한다. 열물리학이나 양자론의 예를 보면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 없는 말이다. 어쩌면 제대로 알지 못하는 대상을 섣불리 미신이라 단정짓는 태도야말로 가장 비과학적인 태도가 아니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을지도 모를 일말의 의심을 일소하기 위해, 저자는 불가능의 과학을 세 가지로 나누는 철두철미함을 보인다. 즉, 당장은 불가능하나 물리학 법칙에 위배되지는 않는 영역, 물리법칙의 위배 여부가 불명확한 영역, 그리고 물리학 법칙에 위배됨이 확정된 영역의 세 가지이다. 그리고 각각의 영역에 속하는 '불가능성'을 하나하나 고찰해나간다.

이러한 고찰 과정은 전작에서 보여준 작가의 역량이 유감없이 발휘되어, 흥미진진하고 유머러스하면서도 진지하고 철두철미하다. 그리고 각 주제마다 상당히 넓은 범위를 포괄해내고 있음이 눈에 띈다, 예컨대 에너지빔에 대해 논의하면서 스타워즈의 데스스타, 양자역학, 핵융합을 아울러 살펴보고 있으며, 광속으로 비행하는 우주선에 대해 논하면서 상대성 이론, 블랙홀, 플랑크 에너지 등을 두루 고찰하는 식이다. 그래서 읽다보면 (누구나 꿈꾸었을) 어릴 적의 환상(?)을 떠올리며 가슴 설레게 되고, 동시에 그것을 실현해낼 수 있는 현실적인 지평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된다. 균형감각이 뛰어난 책이라 할만하다.

어릴 적 과학자를 꿈꾸어 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로봇태권V의 남박사처럼 거대로봇을 만들기를 꿈꾸어보기도 하고, 광속우주선을 타고 우주를 여행하는 모습을 꿈꾸어보기도 하고 말이다. 하지만 성장하면서 이런 것들은 과학이 아니라 공상으로 치부됨을 알게 되고, 마침내 유년시절의 추억 안으로 구겨 넣어버리게 마련이다. 그러나 이 책을 읽다 보면 그 뚜껑을 열고 다시 어린 시절의 꿈을 꺼내들게 된다. 과학이라고 꿈과 등지고 있을 이유가 없다는 것을, 오히려 꿈이야말로 과학이 발전하고 인간이 진보하는 가장 큰 원동력이 된다는 것을 떠올리게 되면서 말이다. 여러모로 기대 이상의 것을 보여준 반가운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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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에서 리더를 만나다 - 한비자, 처칠부터 이나모리 가즈오까지, 역사적인 리더 11인의 리더십 카운슬링
유필화 지음 / 흐름출판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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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상 많은 인물들이 결정적인 순간에 인류에게 결정적인 방향성을 부여해왔다. 그리고 시대가 변하고 장소가 변해도 그러한 인물들의 역할, 즉 리더로써의 역할에 대한 요구는 변화하지 않는다. 리더가 된다는 것은 자부심을 가질만한 일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엄청난 책임감을 부여하는 일이기도 하다. 때문에 자부심과 책임감의 밸런스를 잡지 못하여 스스로의 파멸은 물론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위험에 처하게 한, 실패한 리더 역시 우리는 많이 보아왔다. 이 책은 역사상 뛰어난 리더라 할만한 인물 11명을 꼽아 그들의 리더십을 유형별로 분류하고 현대적으로 어떤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지 분석하고 있다. 

아무래도 리더십을 필요로 하는 인물은 사회적 지휘가 보장되어 있는 인물이게 마련이다. 스스로를 특별하다고 느껴지 않고서는 리더가 될 수 없는 법, 때문에 그에 대해서 어필할 수 있기 위해서인지 책이 아주 고급스럽다는 점이 눈에 띈다. 양장본의 정장은 아니지만 종이의 질부터 시작해서 끌씨색의 사용법, 삽화의 구성, 통계자료의 활용 등에 상당히 공을 들였음을 알 수 있다. 'CEO, 고전에서 답을 찾다'라는 베스트셀러를 탄생시킨 경험이 있는 저자 답다고 할까? 

아무리 겉보기가 좋아도 내용이 부실하면 곤란한 일. 이 책은 인간 불신의 리더십, 인간 신뢰의 리더십, 의지의 리더십, 자비의 리더십의 네 개의 파트로 나누어 리더십의 요소들을 분석하며 살펴본다. 예컨대 냉철함과 현실성으로 유명한 한비자, 마키아벨리, 비스마르크를 살펴보면서 그들에게서 인간 불신의 리더십을 구성해내고, 처칠, 이순신처럼 불굴의 의지를 지닌 인물들을 통해서 의지의 리더십을 고찰하는 식이다. 아무래도 역사서와 자기개발서의 중간 지점에 위치하는 구성방식을 택해야 하므로 역사적 사실이 리더십 개발을 잘 뒷받침할 수 있도록 밸런스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되는데, 그런 면에서 이 책의 균형감각은 뛰어난 편이다. 적절하게 역사적 일화와 통계자료를 끌어들여 심리학적, 경영학적인 분석을 거친 후 매끈하게 결론을 도출해내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편의성이나 실용성 면에서 각주를 하단에 배치하는 대신 양 옆에 위치시키면서 많은 양의 정보를 담아낸 점에 좋은 점수를 주고 싶다. 

글의 마지막에는 책의 내용을 요약하면서 책의 주타겟이라 할 기업 경영인에게 당부의 말들을 남기고 있다. 당연하다면 당연하게도 상당히 현실적인 결론을 내리고 있는데, 예컨대 단기적 성과를 거두는데는 강인하고 거친 리더십이 효과적일 수 있으며, 분권화보다는 중도의 경영이 미래 조직을 특징짓게 될 것이라는 내용이다. 다층적인 면에서 보면 상당히 복잡한 뉘앙스가 담길 수 밖에 없는 결론이다. 하지만 작가의 말대로 리더십에는 확실히 신비로운 현상이라는 측면이 있으며, 신비로움은 불가해함을 동반하게 마련이다. 미래를 예지해낼 수 없는 인간이 다수 인간의 성향과 시류의 흐름을 간파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으리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역할을 의무로 짊어져야 하는 것이 리더일 터이다. 책을 덮으며 리더로써의 자질을 배워나간다는 것의 의미는 무엇일지, 리더로써 스스로의 역할을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 어떤 무게를 가질지 다시 한번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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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화를 그리는 화가
아르투로 페레스 레베르테 지음, 김수진 옮김 / 시공사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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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투로 페레스 레베르테 하면 90년작 [플랑드르의 그림]과 93년작 [뒤마클럽]으로 국내에서도 잘 알려진 작가이다. 움베르토 에코의 작품 외에 그다지 알려진 팩션소설이 없었던 90년대, 다빈치 코드가 이끌어낸 팩션소설의 열풍이 몰아치기 이전의 그 시기에 이 두 작품으로 큰 사랑을 받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상대적으로 그 후의 작품활동은 잘 알려지지 않았던 것 같은 인상이 있는데, 그렇기에 이 소설 '전쟁화를 그리는 화가'가 더 반갑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의 전작들이 일종의 장르소설이라 할 수 있었기 때문에 이번작도 그렇지 않을까 생각했었는데, 의외로 이번작은 순수문학에 가깝다. 뒤마 클럽 이후의 작품들도 다수 출간된 모양이지만 접해본적이 없던 내게 이런 변화는 다소 놀랍게 느껴지기도 했다. 책표지에 인용된 작품평들을 봐도 예측에서 벗어난 행보인 것은 확실해 보인다. 하지만 전작에서 보여주었던 그림과 역사에 대한 깊은 지식과 작가 자신의 사진기자로써의 경험이 녹아들어있다는 점에서 볼 때 이 작품은 하나의 수렴점으로 생각하는 것이 옳을 것으로 생각된다. 

스페인 아라에스 협곡 벼랑 위에 망루가 하나 있다. 오랫동안 버려졌던 이 망루의 내벽에 한 화가가 벽화를 그리고 있다. 화가 '파울케스'는 꽤 유명했던 전직 사진기자였으나 1년 전에 은퇴를 한 후 전쟁화를 그리는 작업에 몰두하고 있었던 것이다. 사람의 발이 닿지 않는 그곳에서 홀로 작업해오던 그에게 어느 날 한 남자가 방문한다. 자신을 '마르코비츠'라고 소개한 그 남자는 자신의 방문 목적을 밝힌다. 자신은 '파울케스', 당신을 죽이기 위해 이곳에 왔노라고..

의외의 방문으로 시작되는 이 이야기는 두 인물이 며칠에 걸쳐 나누게 되는 대화를 따라간다. 대화를 나누면서 '파울케스'는 전장을 누비면서 자신이 보아온 것을 반추해본다. 무엇보다 그의 옆에 함께 했던 여인 '올비도'에 대한 추억을 회상하며 인간의 본성과 우주의 법칙에 대한 사유를 계속한다. 서사적인 진행보다는 인물들의 가치관과 사유의 틀, 철학적인 세계관이 중심이 되는 소설에 가까운만큼 난해한 면이 있다. 관념적이고 추상적인 표현이 대부분이고 인물도 중층적이기 때문에 이런 인물이다. 저런 인물이다 단정지을 수 없다. 그만큼 읽기 쉬운 소설은 아니라고 할 것이다. 그 복잡한 다층 중 한 층만을 떼어놓고 보자면 화자 '파울케스'는 언제나 객관적인 관찰자로서의 삶을 살고자 했던 인물이다. 그는 세계의 법칙성과 그 법칙성의 무자비함을 믿었기에 전쟁터를 누비며 자신의 사진 안에 그 법칙과 무자비성을 담아내왔다. 그랬던 그가 어느날 사진을 버리고 전쟁화를 그리기 시작한다. 사진을 찍으려면 프레임 안에 세계를 담아내기 위해 프레임 밖의 것을 잘라내버려야 한다. 반면에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는 세계를 일단 자신 안에 수렴하고 자신의 붓을 통해 화폭 안에 재탄생시켜야한다. 이러한 변화의 방아쇠가 된 것은 사랑하는 여인 '올비도'의 죽음이다. 파울케스는 올비도의 죽음에서 무엇을 보았는지 감추려하고, 그것을 눈치챈 마르코비츠는 그것을 스스로의 입으로 밝혀주도록 종용한다. 파울케스가 말하기를 꺼려하는 그 사실이 이 소설의 폭발점이 된다고 할 것이다.

여러모로 한번 읽었다고 모든 층위를 잡아낼 수 있는 소설은 아니다. 그렇기에 좋은 소설의 요건 중 한가지는 갖추고 있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천천히 반복해서 읽어가며 삶과 우주의 의미, 혹은 무의미에 대해 사유할 수 있는 책이라고 소개하고 싶다. 더불어 작가의 새로운 도전이 어떤 작품으로 이어져갈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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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10분에 세 번 거짓말한다 - 속고 배신당하고 뒤통수 맞는 세상에서 살아남기
로버트 펠드먼 지음, 이재경 옮김 / 예담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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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미국 드라마를 즐겨 시청하는 편이다. 스릴러나 미스테리를 특히 즐겨보는데, 근래 재미있게 보았던 드라마로 'Lie to me'와 'Mentalist'라는 드라마가 있었다. 둘 다 일종의 심리전문가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데, Lie to me의 주인공은 정부의 의뢰를 받아 특정인물이 거짓말을 하는지 여부를 판단해주는 것을 업으로 삼는 사람이다. 이 사람은 대상의 신체신호를 감지함으로써 거짓말 여부를 판단해낸다. 눈을 찌푸린다던가, 고개를 갸우뚱거린다던가 하는 것을 보고 대상의 감정을 알아내고 거기에 기반하여 거짓말인지 여부를 알아내는 것이다. Mentalist의 주인공은 한술 더 뜬다. 그는 그냥 상대편의 심리를 '안다'. 정황상 표정이나 행동으로 눈치채는구나 싶지만 드라마상에서 설명을 생략해버리고 있기 때문에 여러모로 귀신같은 '독심술사'로밖에 생각되지 않는다. 특이한 소재지만 아무런 부담없이 재미있게 봤다. 간혹 의심스런 부분도 있었지만, 거짓말을 하는 사람은 어떤 식으로든 신체신호를 발생시키기 마련이며 그런 신호에 민감한 사람들이 있다고 믿어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책 '우리는 10분에 세 번 거짓말한다'는 그런 나에게 "정말 그럴까? 우리 주변에 얼마나 거짓말이 횡행하고 있는지, 얼마나 거짓말을 눈치채지 못하고 살아가는지 보여줄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이 책의 원제는 "The Liar in Your Life" 즉 "당신 삶 속의 거짓말쟁이"이다. 이 제목은 내용을 아주 적절히 반영한다고 생각되는데, 왜냐면 작가는 이 책에서 우리 삶의 주체와 객체, 즉 우리 자신과 우리가 대하는 모든 사람들이 거짓말쟁이임을 증명하고자 하는데 목표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당신 삶 안에는 당신이 하는 거짓말과 당신 주변의 사람들이 하는 거짓말이 가득 담겨있음을 중의적으로 표현해주고 있는 제목인 셈이다. 

이 책은 우선 거짓말이 성행할 수 있는 배경으로 거짓말쟁이의 어드밴티지를 설명하면서 책을 연다. 거짓말은 정확한 신체신호를 발생시키지 않기 때문에 통념과 달리 수사관이나 심리학자조차 알아채기 어렵고 거짓말 탐지기의 신뢰도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특히 생물학적으로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감소시키기 위해 모든 사람은 타인의 말을 믿는 진실편향을 가지고 태어나게 된다. 심지어 속는 사람은 대부분 감정적 이득을 얻기 때문에 속이는 사람과 감정적인 공조관계를 이루기도 한다. 그렇다고 그런 거짓말을 알아채는 능력을 훈련으로 기를 수 있느냐면 거짓말을 하고 그것을 알리는 사람은 없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훈련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사실이다. 이처럼 암울한 축포(?)로 시작된 책은 아이들의 거짓말, 동물의 거짓말, 외도와 거짓말, 자기기만, 겉치레 속임수, 악의의 거짓말, 대중 매체의 부정직함, 직장내 속임수, 인터넷 거짓말을 하나하나 파헤쳐가며 이 세상 거짓 없는 곳이 없음을 보여준다. 

당위적으로 암울한 결론이 나올 수 밖에 없는 책이지만 워낙 재미있는 사례와 다양한 통계자료를 들어주고 있기 때문에 읽는 재미는 상당히 쏠쏠하다. 거짓에 홀랑 넘어가는 다양한 군상들을 파노라마처럼 보고 있노라면 반전과 관음의 재미를 동시에 느끼게 되는 것이다. 특히 미국 도서의 특징이라고 할만한 미국식 유머가 곳곳에 가미되어 있어, 책장 넘기는 속도를 빠르게 했다는 점도 말해두고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위적으로 나오는 암울한 결론'은 가슴아플 뿐... 작가는 맺는 글로 거짓말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방안을 제시한다. AHA 자세라는 것인데 요약하자면 평상시에 방심하지 말고 상대방의 말을 에누리해서 듣는 법을 몸에 익혀두라는 것이다. 그리고 속임을 당하더라도 인간에 대한 불신을 잃는 것은 도움이 안되므로 설사 속았더라도 불신에 빠지지 않을 수 있는 능력을 함양하라고 조언한다(!) 

이 책은 거짓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갑작스런 전화판매원의 연락, 방문판매원의 접근, 가족이 사고를 당했으니 입금하라는 문자 등등-에서 거짓을 판별하는 능력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하지 않는 편이다. 내용의 전개로 보나, 결론으로 보나 그러한 상황에서의 거짓말 판별 능력은 인정하고 있지만 책의 주제상 서술을 배제한 것으로 보인다. 일상생활에서 마음의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 상태로 거짓말과 맞닥뜨리게 되면 그것이 참인지 거짓인지 판별해낼 수 있는 확률은 동전던지기의 앞뒷면을 맞출 확률보다도 낮다는 점을 상대적으로 부각시키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책을 덮고 나면 대책없는 질타를 들은 것 같아 왠지 불공정하다(?)는 인상도 받게 되지만... 어쨌든 작가가 하고 싶은 말 하나는 확실하다. [맘먹고 속이려 들면 속지 않을 사람 없다]는 것.. 

거짓말아, 너를 어쩌면 좋으냐?? 

<뱀발> 번역서의 경우, 특히 비소설 분야의 책들은 원제 대신 독자적으로 자극적인 제목을 만들어 쓰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유감스러운 것은 많은 경우, 원제보다 번역제목이 더 센스있게 책의 내용을 드러내주는 경우가 없다는 점이다. 그러다보니 개인적으로는 언제부턴가 습관적으로 원제부터 확인하게 된다. 출판사의 고충이야 알고도 남음이 있지만 독자의 입장에서는 아쉽게 느껴지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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