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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능은 없다 - 투명인간, 순간이동, 우주횡단, 시간여행은 반드시 이루어진다!
미치오 가쿠 지음, 박병철 옮김 / 김영사 / 2010년 4월
평점 :
디스커버리 채널 등의 프로그램을 본 사람이라면 많이들 알고 계실 미치오 카쿠의 최신작이 나왔다. 과학의 대중화에 관심을 기울이는 일본계 과학자 미치오 카쿠는 전작인 '평행우주'에서 현대 우주론을 알기쉽고 재밌게 설명하는데 성공하여 큰 인기를 끌기도 했다. 개인적으로도 워낙 재미있게 읽었었기 때문에 후속작에 대한 기대가 컸는데 드디어 출간이 되어서 반가운 마음이 앞섰다.
상당히 두툼한 이 책은 그러나 예측하지 못했던 소재를 다루어 나를 당혹케 했다. 투명인간, 순간이동, 우주횡단. 시간여행이라니.. 이런 소재들은 대부분 '영화 속의 비과학' 등등의 책에서 비합리적 미신으로 소개되는 단골들이 아닌가.. 그런데 그런 것에 대해서 과학적으로 접근하다니? 그러나 이런 의구심은 저자의 서문을 읽으면 바로 해결되게 된다.
P.15 물론 현대의 과학으로는 이와 같은 것들을 만들 수 없다 ... 그렇다고 해서, 앞으로 몇백 년 후나 몇천 년 후, 또는 수백만 년 후에도 여전히 불가능한 채로 남아있을까? ... 150년 전의 과학자들이 "절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기술들 중 상당수는 지금 우리 생활의 일부가 되어있다.
저자는 진정 과학적인 태도는 불가능이 증명되지 않은 것의 가능성은 열어놓는 태도라고 말하고 있다. 그리고 이처럼 불가능을 집요하게 파고듦으로써 과학의 새로운 지평이 허다했음을 지적한다. 열물리학이나 양자론의 예를 보면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 없는 말이다. 어쩌면 제대로 알지 못하는 대상을 섣불리 미신이라 단정짓는 태도야말로 가장 비과학적인 태도가 아니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을지도 모를 일말의 의심을 일소하기 위해, 저자는 불가능의 과학을 세 가지로 나누는 철두철미함을 보인다. 즉, 당장은 불가능하나 물리학 법칙에 위배되지는 않는 영역, 물리법칙의 위배 여부가 불명확한 영역, 그리고 물리학 법칙에 위배됨이 확정된 영역의 세 가지이다. 그리고 각각의 영역에 속하는 '불가능성'을 하나하나 고찰해나간다.
이러한 고찰 과정은 전작에서 보여준 작가의 역량이 유감없이 발휘되어, 흥미진진하고 유머러스하면서도 진지하고 철두철미하다. 그리고 각 주제마다 상당히 넓은 범위를 포괄해내고 있음이 눈에 띈다, 예컨대 에너지빔에 대해 논의하면서 스타워즈의 데스스타, 양자역학, 핵융합을 아울러 살펴보고 있으며, 광속으로 비행하는 우주선에 대해 논하면서 상대성 이론, 블랙홀, 플랑크 에너지 등을 두루 고찰하는 식이다. 그래서 읽다보면 (누구나 꿈꾸었을) 어릴 적의 환상(?)을 떠올리며 가슴 설레게 되고, 동시에 그것을 실현해낼 수 있는 현실적인 지평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된다. 균형감각이 뛰어난 책이라 할만하다.
어릴 적 과학자를 꿈꾸어 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로봇태권V의 남박사처럼 거대로봇을 만들기를 꿈꾸어보기도 하고, 광속우주선을 타고 우주를 여행하는 모습을 꿈꾸어보기도 하고 말이다. 하지만 성장하면서 이런 것들은 과학이 아니라 공상으로 치부됨을 알게 되고, 마침내 유년시절의 추억 안으로 구겨 넣어버리게 마련이다. 그러나 이 책을 읽다 보면 그 뚜껑을 열고 다시 어린 시절의 꿈을 꺼내들게 된다. 과학이라고 꿈과 등지고 있을 이유가 없다는 것을, 오히려 꿈이야말로 과학이 발전하고 인간이 진보하는 가장 큰 원동력이 된다는 것을 떠올리게 되면서 말이다. 여러모로 기대 이상의 것을 보여준 반가운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