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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주 - 구효서 장편소설
구효서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1년 10월
평점 :
친구가 '윤동주'관련 영화를 감명깊게 봤다고 하여 어느 일요일 오후 인터넷으로
다운 받아 보았다.그때의 잔잔한 감동으로 인해 이번엔 구효서의 동주 라는 책을 찾게 되었다.
학교다닐 적 문학수업시간에 윤동주의 시를 시의 갈래상 '저항시'라고
배웠다. 하지만 난 늘 궁금했다. 윤동주의 시에는 저항시라 할 만한 표현이
거의 없었고..그의 행적중에도 독립운동에 가담한 적도 없는 것 같은데..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바닷물 주사를 맞는 생체실험 도중에 돌아가셔서
그런 표현을 하나..싶기도 하고 말이다.
그러나 모국어가 박해받던 식민지치하에서 모국어로 시를 쓴다는 것 자체가
독립운동이었던 것을 나는 몰랐었다
이 책을 읽으며..
윤동주에 대한 새로운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그는 보편적인 인류애를 다룬 시인 이라는 것을.
교토 시모가모 경찰서에서 사상을 검증한다는 구실로
자기가 쓴 시를 일본어로 번역하도록 강압당하는 능욕을 겪었고..
시인에게서 시인의 언어를 빼앗는 그 순간 시인으로서의 생명이 마감되었다는
작가의 말에 큰 공감.
윤동주가 살았던 간도는
여러 세계의 사이에 놓일 수 밖에 없었다.
유교와 기독교, 자유주의와 공산주의, 국제주의와 제국주의....
게다가 항일무장투쟁조직의 조선인들끼리 서로 모함하여 오백여 명을 살해하는
민생단 사건을 목격하고.. 그 사건으로 평생의 벗인 '명준'을 잃기도...(작가의 말 참조)
전쟁이라는게..공포에 휩싸이면..
종국엔 적군도 아군도 구별 안하고..
전혀 이유가 되지 않는 것도 이유가 되어 동료를 죽여버린다.
그 처참한 환경을 목격한 윤동주의 입장에서..
조선이 옳다..일본이 옳다...판단하는게 별 의미가 없었을 듯.
누가 옳고의 문제를 떠나 전쟁이라는 그 자체에 환멸감을 느꼈을 것이다.
그의 시에 드러났던 외로움, 망설임, 부끄러움..등이 조금 이해가 될 듯.
윤동주가 친구 명준이 시를 좋아하여 백석의 시집 두 권을 필사하여 둘이 나눠 갖기를 원했지만.. 친구가 민생단에게 죽임을 당하는 바람에 결국 주지 못했다.고 한다.
나도 오랫만에 백석의 시를 다시 찾아봐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