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카메라 - 아주 특별한 365일 간의 기록
한국영화아카데미 장편영화 제작연구과정 1기 지음, 피소현 엮음 / 씨네21북스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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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애 첫 장편영화. 나는 그 설렘을 알지 못한다. 아마도 떨릴 것이다. 그리고 ‘첫’ 즉 처음이라는 말이 붙었기 때문에 부담도 될 것이다. 그래서 그들의 현장에서 실수도 있고 프로 같은 면모, 서로 다른 것만 같은 이 두 가지 모습이 보였다. 잘 알지 못했고 현장경험이 부족했기 때문에 실수를 하기도 한다. 하지만 오히려 그런 실수들은 나에게 중요한 가르침이 되었다. 처음이기 때문에 저지르는 실수들을 말하고 독자는 특히 영화에 관련된 직업에 종사하고픈 그런 독자들은 실수하는 부분에서 실수하지 않는 노하우를 얻는다. 실수마저 생생한 제작 노하우를 담은 책인 것이다. 프로 같다고 했다. 그들은 자신의 실수를 안다. 실수 후에 실수라는 것을 알게 되지만 그들은 조금씩 프로에 다가가고 있는 것이다. 아직 프로 같다고 하기에 이를지 모르지만 자신의 영화에 대해 고민하고 잘못을 인정하는 그들의 모습은 프로라고 할 만하다고 나는 생각했다.

촬영의 회차에 맞게 메모처럼 간략하게 말하기도 하고 역할을 맡은 배우의 이야기 감독 외에 다른 영화를 만들기 위한 힘쓴 사람들의 이야기 등 촬영에 대한 기록임을 넘어서서 생애 첫 도전을 하는 사람들의 도전기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이 책에 나오는 영화들 중에 아는 영화는 없지만 그들은 처음임에도 불구하고 흥미로운 영화를 내놓은 것 같았다. 그것도 초저예산이라고 할 만한 극히 적은 돈을 들이고 꽤나 완성도 있는 영화를 만들어졌을 거라고 나는 짐작해본다. 생생하게 전해져오는 노력들. 배우들, 감독, 그 외에 여러 명의 사람들. 그 모든 사람들의 땀방울이 바로 전해져오는 듯 했다. 거르지 않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이 책을 보면 영화 한 편이 탄생하기까지 얼마만큼 힘이 들고 많은 노력들이 들어가는지 실감하게 되었다. 그로 인해서 영화를 보면서 갖는 애정이 더 크게 될 것 같다. 그들의 모습에서 수고를 보고 오히려 역효과를 낼지도 모른다. 하지만 볼수록 그들의 모습은 멋있다. 자신의 영화를 만들고 실수 속에서도 완성한 그들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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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엽감는 여자
박경화 지음 / 책나무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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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지만 그래도 더디게 천천히 읽어나갔다. 빠르고 숨 가쁘게 읽어나간다면 아마 작가의 하나라도 더 간직하고 싶은 표현을 휙 하고 지나갈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표현을 간직하고 싶다는 의미. 그 의미는 놓치고 싶지 않은 붙잡음이라고 할 수 있다. 붙잡고 싶고 간직하고 싶은 표현들은 이 소설을 읽는 내내 내게 특별한 의미가 되었다. 솔직한 고백으로 표현들에 감탄한 소설을 열거하라고 한다면 ‘태엽 감는 여자’ 혼자이지는 않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의의는 내게 특별한 책으로 기억되리라는 것이다.

그 이유 첫 번째. ‘가을 몽정’으로 시작한 책 읽음은 처음 내 느낌을 솔직히 표현하자면 가을 몽정 그것이었다. 그런데 그 단편 이후로 계속되는 단편 속에서 등장하는 인물들이 내 눈에는 위태로워 보이는 존재들로 비춰졌다. ‘가을 몽정’ 속 화자가 되는 그녀 또한. 그들이 아무리 현실이 아닌 공간의 사람이라고 해도 한심스럽고 때로는 무섭고 두렵기도 하고 답답하기도 했다. 그러다 내가 문득 깨달은 것은 그 감정들이 모두 나를 향한 것이 아닐까 하는 한 가지 의문이었다. 그 존재들은 사실은 내 안의 어딘가의 우연하거나 필연적인 어둡고 위태로운 부분이라고 말이다. 그런 빗댐이 기억에 우선 남기 때문이다.

그 이유 두 번째. 각자 다른 제목을 가지고 겉으로 보이기에 공백을 두고 뚝 떨어뜨려놓은 소설들이지만 그 서로가 연결되어있다는 내가 특별히 좋아하는 그 느낌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여러 편의 작품 모두가 연결되어있지 않지만 나는 때로는 모두 연결되어 있는 것 같다고 느꼈다. ‘가을 몽정’에서는 책의 표지와 닮은 인물을 볼 수 있다. 색한지, 여자. ‘딤섬’에서는 랑이란 이름을 가진 고양이. 그리고 서로가 연결되어 있는 연결고리들. 여자, 아픈 과거, 미친 듯한. 난 일부러라도 묶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그 이유 마지막이자 세 번째 이유. 여운. 자학. ‘어항’에서 어항이 깨졌을 때 간만의 정적을 깨고 나는 당장 나가버리라는 소리침, “어항이 깨져버렸어!”와 같은 소리침을 더 기대했다. 그러나 거기서 끝이다, 여운. “통증이 배인 손가락 하나를” 빗속으로 내몰고 “아프다, 아파” 라고 말하는 자학. 내가 단편을 읽을 때 곧잘 말하는 말이 여운이 길다라는 말이다. 자학은 처음 하는 말이지만 이 소설집과 꽤 잘 어울리는 단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을 읽고 “평화로워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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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타비안 낫싱, 검은 반역자 1 - 천연두파티
M. T. 앤더슨 지음, 이한중 옮김 / 양철북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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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인과 흑인. 색깔의 희고 검은 차이지만 단순한 그 차이가 역사 속에서 내가 느끼기에 억울해 보이는 일들이 많이 보였다. 그리고 아직도 그런 차이가 존재하고 있다고 나는 평소 생각해왔다. 바로 그러한 미묘한 차이로 자신을 우월하다고 믿은 미국인들은 흑인을 대상으로 한 교육실험을 한다. 실재했던 역사를 바탕으로 이 소설은 쓰여지고 있다.

옥타비안이 살고 있는 이상한 집안의 이야기가 옥타비안의 입을 통해서 먼저 이야기되고 있다. 그 이상한 분위기를 풍기는 옥타비안이 사는 저택은 거기서 일어나는 일마저도 괴상해 보인다. 사실 그 저택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소설을 보는 독자들은 대충이지만 감을 잡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체적인 집안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읽고 있는 것만으로도 왠지 불안하고 겁이 나는 이야기들이었다. 어느새 옥타비안의 처지에서 상황을 보고 느끼며 동화되게 하는 흡인력을 발휘하기도 했다. 조금은 천천히 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지만 그 느린 속도 속에서 보여진 교육실험이 쉬지않고 진행되는 전개는 손 뗄 수 없이 즐겁게 했다.

그리고 또한 나는 그 분위기에 압도되었다. 옥타비안이 소풍을 가서 놀이를 하던 그 날을 말하며 “혼자 라틴어를 중얼거리며 보내던 수많은 날엔 느낄 수 없었던 건강과 활력이(본문 p.29)” 있었다는 말을 한다. 그리고 그 놀이를 하는 그 순간에도 학자들은 실험과 그 실험을 위한 관찰을 멈추지 않았다. 비인간적인 실험, 그것을 보고 있는 나조차도 인간에 대해 실망감을 감출 수가 없었다. 그 날 옥타비안의 자세처럼 네 발 달린 동물보다도 못할 것 같다.

왜 그들은 자신의 실험이 잘못 되었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 자신의 머리들은 그런 곳에 써야만 했을까? 옥타비안이 우연히 민병대에 가게 된 그 우연이 문득문득 다행이라고 여기기도 많이 여겼지만 탈출한 옥타비안이 다시 잡혔을 때 한 장이라도 더 빨리 넘기고 싶은 마음마저 들었다.

검은 반역자 옥타비안의 앞으로의 이야기가 궁금하다. 이 책은 재미도 있지만 의미도 깊은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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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고 있다고, 하루키가 고백했다 - 말의 권위자 다카시가 들여다본 일본 소설 속 사랑 언어
사이토 다카시 지음, 이윤정 옮김 / 글담출판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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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에게 한 가지 허점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허구라는 사실이다. 하지만 한 가지 허점이 아닌 게 있다면 허구라서 그 표현의 자유와 아름다움은 손끝에서 아무런 제약 없이 마음껏 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소설을 읽을 때 한 문장의 표현에 하다못해 문장 안에 들어가기로 선택된 단어 하나에도 감탄해 마지않을 때가 있다. 소설은 그토록 주옥같은 표현을 가지고 있지만 한 번 보면 안녕을 고하곤 하는 나에게 그 표현들은 한 순간이다. 그래서 아쉬워할 때도 많지만 쓰다보면 책 한 권에 책 한 권이 나오겠다면 포기한 때도 많다. 사랑의 언어를 담을 뿐이지만 그 한정적인 주제를 담아낸 책에도 너무나 고맙고 즐겁게 보았다는 말을 하지도 않아도 알 일이다.

사랑은 나는 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내가 본 사랑은 책이나 티비, 인터넷 같은 공간에서다. 가끔씩 부모님에게서도 그런 눈치를 받긴 하지만 소설의 사랑에 대한 언어만큼 강렬한 것 같지 않다. 이 책에서는 사랑의 언어를 세 주제로 나누었다. 쿨한 사랑, 나쁜 사랑, 보통 사랑. 세상의 사랑이 이렇게 세 부분으로 나뉜다고는 장담은 하지 못한다. 하지만 하여간에 너무 자세하게 들어가지도 너무 겉돌기만 하지도 않은 적정한 깊이로 파고든 소설 속 사랑의 언어. 사랑을 세 부분으로 나눈 것도 쿨하다.

이 책의 제목에서 볼 수 있듯이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속 사랑 언어가 제일 먼저 다루어지고 있다. 그의 사랑 언어의 주제는 쿨한 사랑. 세 편의 작품 모두가 ‘쿨한 사랑’이라는 주제 아래 하루키의 작품을 다루고 있다. 나에게 그 세 편 모두는 낯선 작품들이었고 또 그토록 매력적이면서도 현실적이지 못한 매력을 담고 있다는 것 또한 단 한 편의 작품으로 무라카미 하루키를 접한 나로서는 낯선 것이었다. 하지만 그 안에 숨겨진 사랑 언어를 알게 되고 그 말이 얼마나 감미로운지를 깨닫는 것, 그리고 무라카미 하루키의 ‘쥐’를 알게 된다는 것, 그 모두가 기쁨이었다.

그 뒤의 사랑 주제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이 아닌 다른 작가들의 작품도 포함하고 있다. 내가 그 중에 읽은 책이란 역시나 없었다. 아쉽고 내 자신을 향한 약간의 원망 섞인 한숨을 내쉴 때 내 눈에 들어오는 사랑 언어란 얼마나 감미롭고 위안이 되겠는가! 그리고 새롭다. 사랑을 보는 시각으로 소설의 언어를 다시 본다는 것은. 만약 내가 이 안에 담긴 책들 중에 한 권이라도 읽은 책이 있다면 더 새롭게 느껴졌을 텐데, 아쉽기만 하다. 하지만 지금도 새롭고 책에서 다루는 사랑 언어가 끝났음에도 굶주리기만 하다. 끝났음이 또 아쉽다.

사랑 언어를 말하고 있는 소설의 부분을 직접 데려와 이 책에 실었다. 한 권의 소설을 보지는 못하지만 그 언어를 직접 보는 느낌은 생동감 있다. 일본소설에 국한되어 다양한 나라의 소설의 사랑 언어를 보지 못하지만 이것도 그 나름대로의 재미가 있다. ‘겐지 이야기’도 담는 이 책을 쓴 작가는 시대만큼은 국한하지 않았다.

“육십 억 인류가 다 한다는 사랑은 육십 억 종류의 모습으로, 육십 억 사람에게 다가가니, 그것만큼 오묘한 게 있을까?”-본문 p239

소설의 언어를 사랑을 보는 오묘하고도 감미로운 시선에 한 번 빠져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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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석구석 찾아낸 서울의 숨은 역사 이야기 1 - 무서워서 피하나? 더러워서 피하지 - 피맛골 맛있는 역사 1
권영택 글, 김건 그림 / 책먹는아이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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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다룬 책들은 정말로 많다! 그 범위도 나뉜 범위도 지구의 역사만큼을 따라잡기에 어림없을지라도 인간이 시간을 기록한 이야기가 그토록 많다는 건 언제나 내겐 놀라움이자 흥미로움이었다. 범위가 넓은 만큼 책은 역사를 다루는 데 있어서 내용을 빼야만 할 것이다. 그러면 당연히 남는 아쉬움은 다루어지는 역사만 매번 다루어지고 다루어지지 못한 역사들은 야사라든지 혹은 이 책처럼 숨은 역사이야기라는 타이틀로 혹은 아직까지 다루어지지 않았을 수도 있다. 나는 역사를 좋아하지만 특히 그런 역사를 많이 다루어지지 않은 역사를 좋아한다.

서울의 숨은 역사 이야기. 서울은 한강을 끼고 있다. 한강은 옛날부터 참 중요한 역할을 맡았기 때문에 삼국이 한 번씩은 차지하고 마지막에 차지했던 신라가 통일신라라는 이름을 얻을 수 있던 만큼 예로부터 한강을 끼고 그 곳은 참으로 중요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런 한강을 끼고 있던, 지금으로 말하자면 서울에 숨겨진 역사 이야기는 참 많을 것 같다. 이 책에서 다루는 역사는 전쟁의 역사처럼 장대하지 않다. 피맛골의 이야기를 보면 바로 감이 잡힐 것이다. 지체 높은 어르신들이 지나가면 말을 타고 있어도 길을 걷다가도 꼭 인사를 해야 되는 길이 있다고 한다. 좁지만 빠른 길. 일반 백성과 같은 사람들은 그 길을 선택해서 다녔고 피맛골이 되었다고 한다. 사소한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아직도 계급이 남아 있는 것 같은 이 시대에 왠지 공감이 가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지금 그 피맛골이 없어진다. 내가 그 곳에 가보기도 전에 사라진다니 아쉬움도 들었다.

전혀 생각지 못했던 장작 상인에 대한 이야기도, 김옥균과 삼일천하만 알았지만 그 이야기 속에 김옥균에게 은혜를 갚으며 세상을 떠난 고대수의 이야기도 모두 내가 그 이야기를 모르는 이상으로 관심 있고 또 재미있게 역사의 작은 부분들을 보았다.

구석구석 찾아낸 역사들이 결코 잡다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내가 좋아하는 역사를 볼 수 있어서 그리고 사람들이 재밌고 유용하게 생각할 역사여서 좋았다.

사진이나 이해를 위한 그림들은 이 책을 보는 재미를 더욱 높였다. 조금 더 사실적인 느낌이고 이해가 더 잘 되는 느낌이다. ‘역사확대경’이란 코너는 책에서 다룬 역사에서 그 범위를 더 넓혀 다루고 있어 배경지식 같은 그 외의 지식들을 습득하기 좋은 코너였다. 자료를 찾기 위한 목록까지, 독자를 위한 배려까지 잊지 않은 책이었다.

어린 아이들에게도 재미있게 느낄 구성과 이야기이기 때문에 추천하고 싶다. 역사를 보다 재밌고 구석구석의 역사까지 다룬 이 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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