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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아 불임 클리닉의 부활
가이도 다케루 지음, 김소연 옮김 / 은행나무 / 2008년 10월
평점 :
품절
‘생명의 기본 비트는 3박자. 즉, 왈츠인 것이다.’
관료들과 같은 의학에는 초보자들에 의해 지역의료붕괴가 이루어지는 그 안에 이제 곧 문을 닫을 마리아불임클리닉이 있다. 그리고 마지막 환자 임부 다섯명과 아픈 마리아 원장을 대신한 소네자키 리에와 묘코. 그리고 대리모 의혹이 퍼진다.
나는 어두운 면을 다루고 있을 때 나는 기어코 공감을 하고 말았다.
티비에서 보면서 안타까움과 정부의 각성과 같은 여러 생각을 낳았던 방송들이 내 머릿속을 다시 헤집었다. 지금 의료현실에서 문제만이 아니라고 나는 말하고 싶다. 방송프로에서 나는 두 이야기를 말해보려 한다.
우리나라에서 부족한 소방관을 채운답시고 회사를 다니던 사람들을 대신 보내었다. 아무런 지식이 없는 회사원이 졸지에 소방서 쪽으로 직장을 옮기고 입장이 난처한 것은 양쪽 모두였다. 정부는 말이 없다. 관료들에 의해 내려진 대단한 오판.
국과수 문제 또한 볼 수 있다고 본다. 기술에 비해 턱없이 적은 국과수직원들. 한 명이 지키던 곳마저 혼자서는 너무 벅차서 아무도 찾지 않는 빈 곳이 되기도 하는 지방에 세워진 국과수. 국과수를 책임지는 기관은 다소 엉뚱하다고 볼 수 있다. 경찰 쪽이 아닌 것이다. 경찰 쪽 기관이 국과수에 대한 현실적 지원을 해줄 수 있지만 국과수의 책임 기관이 옮겨지지 않는다. 말이 없다.
이뿐만이 아닐지도 모른다. 너무나 많을 것이다. 그리고 생명을 다루는 산부인과의 붕괴까지 초래하는 모습이 소설에서까지도 소재로 쓰였다. 어디까지가 사실인지는 모르지만 분명한 것은 사실을 토대로 한 소설이자 비판의 소설이다라는 것이다.
알면서도 침묵하는 다수에 의해 침묵하려 않는 소수들마저 설득을 당하고 있다. 혹은 저지당하고 있고 설령 그것이 알려지더라도 소수들의 목소리는 묵살당하기 십상이다. 그래서 이 소설은 끝나지 않았다고 본다. 마리아불임클리닉의 부활. 그리고 그것을 저지하려할 위에 높으신 분들. 리에의 역할이 아직 끝나지 않은 것이다. 냉철하기 때문에 붙어진 얼음마녀라는 변명까지 붙은 리에의 소설에서 다 쓰지 못한 활약상이 있기를 바란다.
의료현실에 대한 처절한 비판 속에서 생명이란 경이로움까지 다스리고 가히 신적이고 광적인 소설이라고 말하고 싶다. 의료현실 앞에서 한숨 짖게 만들다가도 결국에 그런 나조차도 하는 것이 없다는 것에 더 큰 한숨을 내쉰다. 그래서 이 소설이 더욱 소중한 것이다. 일본과 바다를 건너 우리들에까지 소설에 빗댄 채 건너왔다. 그러나 한숨이 멈칫 하는 것은 역시나 새 생명의 탄생일 것이다. 비록 소설 후반부에 등장하지만 너무 멋진 장면이었다!
곧 죽을 것만 같이 쇠약해진 마리아가 두 발로 서서 새 생명을 받아내었다. 경이롭다! 생명이 꺼져가는 사람과 이제 갓 두 눈으로 생명을 인정받은 두 숨 쉬는 것의 만남.
권력싸움에 휘말려 10년간 봉사해온 의사는 당연한 죽음 때문에 수갑을 찬다. 또다시 한숨을 쉬겠다. 이런 모습을 당연 의료계에서의 얘기라고는 생각 안 할 것이다. 생명의 탄생의 장면으로도 다 용서 못할 모습들이 너무나 적절하게 용해되었다. 리에의 그 냉철한 계획에 의한 충격적 반전 이 또한 놓칠 수 없는 이 소설의 묘미다.
가이도 다케루의 이전 소설과 다르게 강력한 소재가 쓰이지 않았음에도 나는 이 책을 보는 동안 푹 빠져들었다. 의료현실은 더 처절해져 있었다. 생명을 더 처절하게 그려져 있었다. 그것이 단순한 의미를 가지 않기를 바란다.
꺼져가는 마리아불임클리닉의 다시 숨통을 트고 세상을 마시는 그 모습이 이제 우리 전체의 모습이기를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