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퍼즐
기모토 신지 지음, 송희진 옮김 / 지식여행 / 2008년 9월
평점 :
절판



열등생 와타누키. 이 주인공을 보면서 동질감을 느꼈다. 호미즈는 천재다! 와타누키가 호미즈의 말을 제대로 알아듣지 못한 것처럼 나도 호미즈의 말을 알아듣지 못했다. 와타누키가 조금이라도 아는 기색이 보이면 괜히 약간의 배신감마저 느꼈다. 그러나 이런 이유 때문에 내가 소설을 즐기지 못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주인공과 더 교감이 통하는 것 같은 사이가 되었다고 생각한다(내 생각이지만). 그리고 과학이란 게 수없이 많은 이론으로 접근을 해서 의문을 푸는 멋진 학문이라는 거라는 생각되었다. 쉬이 알기 어려운 이론들이 바로 과학을 만든다. 그 이론이 한순간에 발칵 뒤집힐지라도 의문을 가졌다는 점에서는 일단 가산점이 부여되지 않을까 싶다.

우리는 의문을 갖는지 궁금하다. 누군가 가르쳐주면 우리는 거기서 끝인 것처럼 의문을 뱉는 사람은 없다.

나는 의문을 갖기는 했지만 포기했다. 알 수 없으니까. 그리고 밀려드는 허무감에 나를 맡기기에 나는 너무 젊다! 우주가 아주 적은 먼지덩어리에서 폭발을 일으켜 만들어졌다는 말을 듣고 그 먼지가 있었던 공간을 뭘까라고 생각한 적이 있다. 그것이 이 책에서 끊임없이 나오는 무(無)였다고 생각한다. 무에서 탄생한 우주를 무에서 탄생한 인간이 만든다는 독특한 발상을 이 소설을 담고 있다. 그리고 해결되려는 찰나..

이 소설에는 가속기가 등장한다. 인간이 만들어낸. 무한이란 가속기가 있다. 그리고 그것은 훗날 우주를 자멸시킬지도 모르는 또 하나의 문명의 이기였다. 그런 것을 보면서 우리가 의문을 갖는다는 것 자체가 잘하는 일인지 모르겠다. 궁금해 하지 않았다면 산업화 따위는 이루어지지 않았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것이 당연한 순서였을 것이다. 책에서 본 구절이 기억이 난다. 에디슨이 전구를 발명하지 않아도 벨이 전화를 발명하지 않아도 누군가는 발명했을 거라고.

그런 의미에서 벼농사는 무슨 의미일까? 무한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만들어질 때 무한이 내려다보고 있는 땅에서는 벼들이 자란다. 아무것도 아닌 듯이 사는 할머니의 손에 그리고 와타누키 그리고 모두에게. 상반되는 두 이미지가 왠지 꿈을 꾸고 있는 기분이었다.

내가 이 소설을 보면서 아쉽게 느낀 점이 있다. 와타누키의 역할이 상대적으로 적어보였다. 결정적인 힌트를 제공하라며 호미즈가 와타누키를 부추겨서 힌트를 몇몇 얻게 되지만 결정적인 순간에서도 그리고 힌트를 제공하는 순간에도 뭔가 빠진 것 같은 기분이었다. 오히려 그 은은한 느낌이 바라던 것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다소 허무감으로 버무려져있는 소설이었다. 소설이 허무하기보다 허무감 그 자체를 이 소설에서 느낄 수 있다. 우주가 팽창하든 않든 우주보다 작은 게 인간이고 무에서 태어난 우주에서 태어난 존재니까.

인공수정으로 태어난 천재 호미즈. 인간의 솜씨가 이 정도라면 어느 날 우주가 정말로 만들어져 있지 않을까 하고 문득 생각해본다. 혹은 자멸. 허무하게 생각 말고 그 존재 자체가 신비로운 우주에서 산다는 그 자체만으로 의의 있는 일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

하지만 때로는 겸손할 줄도 알아야 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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