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페이지 안되는 짧은 책에, 중간에 자꾸 장을 나눠 결코 길지 않은 책인데, 다 읽어'치우는'데 좀 걸렸다. 

바쁜 핑계도 들 수 있을 테지만, 조금 느리다. 아마 익숙하지 않아서 그렇겠지만. 

그래서 '모렐의 발명'La Invencion De Morel이란 제목에 혹해서 잡히는 대로 읽은 작가, 이해를 돕기 위해 아돌포 비오이 카사레스의 궂긴뉴스를 찾아 읽어보았더니, 


돼지 전쟁 일기 Diario De La Guerra Del Cerdo 1969

플라타에서 겪은 어느 사진가의 모험 Aventura De Un Fotografo En La Plata 1985


그의 대표작으로 소개를 해놓았는데, 빠져 있는 걸 보니 대표작에는 들지는 않는 모양이다. 

모렐-은 환타지 속의 리얼리티, 평행 세계의 구축하며 시간을 묘하게 비틀어대는 재주가 탁월하여 믿기지 않더라고 독자들을 자의적으로 그 세계로 발을 들이게 만든다고 한다고 하던데. 


여기서도 좀 느리지만 그런 비슷하게 묽힌 마테 맛을 느낄 수 있다. 

200여 페이지 조금 더 되는 1978년 발표작, 뒤의 이분 책이 그랫다고 하니 정치적인 색채로 한 세발 건너 둘러놓기도 한 것 같기도 하고, 일타3피로 적절하지 않았을까, 달랑 책 하나 읽고 짐작해본다. 


느릿하다. 그렇다고 아주 깊이 들어가거나, 한없는 주절거리며 뱅뱅이만 도는 미친 책은 아니라 자근자근 밟아 가는데, 흘러가는 문장 주워들고, 이게 꿈이냐, 생시냐, 환타지냐 현실이냐 실랑이하며 갸우뚱거리며, 어디에 종지부를 찍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그 모양새에 참고 읽다 못해, 괜히 딴 길을 새었더랬는데 


'책에서 사랑해 마지 않는/사랑하는지 모르는 그의 안사람' 

실비나 오캄포 단편 선집이다. 실비나 오캄포 아르헨티나 문학사에 또 다른 한 자리 매김하며 카사레스/보르헤스 그룹과 교류하던 오캄포 자매들 중의 한 명이란다. 













선집 형태라 그렇가도 하겠지만 세월을 잇느라, 여러 실험적 문체에서 다방면/하지만 한정적 주제를 다 걸치느라 질게 만든 메밀 국수처럼 자꾸 끊기는 느낌이라 한번 끊고.  


중간으로 돌아가 내처 읽었다. 끝판이라, 더군다나  밝은 낮에 햇빛을 받으며 읽는지라 진도가 훅 빠진다. 


그리고, ----스포일러-----환타지를 환타지로 만드는 말도 안 되는/이제야 말이 되는 결말을 확인하여 여기 도장을 박아본다. 땡. 느낌은 뛰어난 솜씨에도-글쎄-다른 일로 바쁜 지라-모르겠지만-시원텁텁한 맛의 아이스커피, 그것도 생콩을 덜 볶은 맛이다. 환타지가 일상으로 스크린에 차고 넘치는 이렇게 뒤늦게 읽은 탓, 동시대에 접했더라면 상찬한 마떼 맛을 즐길 수 있으려나 모르겠다. 

조금 쉬었다가 유칼립투스 접이탁자에 커피 한잔 다시 놓고, (그렇게 유다른) 오캄포 여사님께 다시 돌아가 봐야지. 한쪽 도로에 차 지나는 소리에 다른 귀에 시끄러운 매미소리, 얼마만에 쉬는 날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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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를 건너 있던/없던 자리로 돌아와 새 일을 시작하며 이것저것 읽다 버리기 일쑤인 나날이다. 

그 중의 한 작가, 페터 한트케는 아는 것이 없음을 불현듯 깨닫고 작가의 책을 몇 권 깨작거려 보았다. 


어쩐지 제목이 내 현재와 맞을까 싶어 읽기 '시작'했던 책이 










<느린 귀향>이다. 





무지하게 느리게 진행하는 말간 책인데, 한참을 읽어도 이야기가 곁가지에서 본가지로 빠지지를 않는다. 게다가 막 놓았던 일을, 아주 다부지게 해치우겠다는 나이에 걸맞지 않은 용맹함을 무장하고 헤덤비느라, 지쳐 자빠지는 나날이 거반이라 5분 취침용으로 적절히 활용하고 다음에 만나서 꼭 만나서 밥 한번 먹자는 기분으로 정말 얼마 진도를 빼지 못하고 접었다. 



chinese des Schmerzes 



<가로 건너>이다. 










역시, 가로 건너온 처지에 혹시 작금의 자신을 반영하고 닥쳐올 미래에 일말의 희망의 끈덕지(근거의 찰떡같은 사투리)를 찾을까 하여 열어보았다. 느린 귀향으로 미리 정신적인 각오를 한 덕분인지 책은 제법 진도를 나가, 주인공이 자신의 현실의 턴닝포인트를 어영부영 딱 가로지르는 장면까지 도달하였지만, 녹록치 않은 생활의 무게가 두 눈꺼풀을 잡아채는 통에 결국 7분 수면제의 역할만 하다가 뒷방신세로 쫓겨나, 저 독일어 원제는 무슨 뜻인지 끝끝내 알아내지 못했다. 


여유롭지 않은 마음과 정신에 과한 스트레스라 단정하고 남들도 다 읽고, 나도 읽어볼까 혹하던 바로 그런 책으로 

다시 도전을 해보았다. 이것마저 비오는 장대비 맞으며 개울 건너는 할망 마냥 힘들면, 겸허한 자세로 이 작가분은 눈이 컴컴해져 더 이상 접하지 못할 때까지 접자 싶어 선택한 

작심 3권이 
















페널티킥 앞에 선 골리가 사방으로 시선각의 모든 것들에 휘둘그리듯이, 짧게 아주 짧게 연결점들이 희소한 일들을 휙휙 내던져진 서술들이 "다행히" 쉽게 눈에 다가온다. 물론 이제 일도 조금 익고 마음에 여유도 조금씩 생긴 탓도 있다.

언어의 유희는 즐길 틈은 없는지라 그냥 방수처러 표면 미끄러지는물방울 같이 겉도는 언어들만 머리 속에 슬쩍 담갔다가 빼며 흘러보냈다. 동에 번쩍 서에 번쩍 눈 번뜩이는 블로흐(전직 골키퍼, 현직 자-타청 무직 범죄자) 정신없는 제삼자 독자의 시선을 얻어 속이 조금 울렁거리긴 했어도 책 한권의 근 넉달 만에 오롯이 끝내었다! 크게 상심할 일만 많은 나날, 맨날 드는 자괴감에 몇 발을 물리보려고 고갯짓을 하는 중이라 끝내었다!라는 짧다막한 느낌표가 그래도 의미가 깊지 않을 수가 없다. 지금 하는 일도 보면 깊이는 하나도 없이, 이곳 저곳, 여기로 저기로 시선을 돌렸다가 그 반대방향으로 가쁘게 돌리는 일이라, 영 남의 불안한 심정만은 아니지 않나 싶어- 저 맞을까 두려운 골대로서 한 마디 남겨보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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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lstaff 2020-12-29 2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 재밌습니다.
 
귀향 시공사 베른하르트 슐링크 작품선
베른하르트 슐링크 지음, 박종대 옮김 / 시공사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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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편은 불안정하고, 비자도 안 나오고, 이사짐은 어느 하늘 아래 잠을 자고 있는지-

엄한 데다 엄한 투정하다보면 아예 돌아가지도 못하고 너른 바다에서 헤매다 끝이 날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책처럼.
억지로 맞춘 조각들을 한짐에 넣으려다 가방도 못 닫고 밧줄만 동여매고 가락없이 흔들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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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rren Lives (Paperback)
Graciliano Ramos / Univ of Texas Pr / 196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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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에서 한갓진 연애사를 쫓다, 레바논, 터키, 이태리 높은 성에 사는 성주님을 알현하였다가 다시 

브라질 중에서 북동부 가장 메마르고, 궁핍한 벽촌, 물가난을 머리에 이고, 벗은 발의 굳은 살이 샌달보다 더 편한 메마른 맨땅으로 내려왔습니다. 언어보다 의성어가 더 살가운 깡촌의 무지렁이 가족, 빌린 땅에 소를 치고 살다 가뭄탓에 피한 길에 오르는 모습, 그 여행 끝에 뼈가죽만 남은 이들로 시작을 하는지라, 궁상스러운 삶은 입이 바싹 들어가고, 손바닥이 절로 얼얼한 느낌은 마지막 장까지 가시지 않지요. 그러니까 향토성 짙은 향토문학에 서정성은 탈수기로 탈탈 털어버렸습니다. 

한 여름 불볕 더위에, 앞이마와 등에 땀을 뻘뻘 흘려가며 마른 입으로 혀를 끌끌하고, 부치던 부채로 무릎척척 치고 저런저런 허이고저이고-거리면서 읽기 딱 좋습니다. 


그라실리아누 하무스/롸무스 Graciliano Ramos, 20세기 전반에 활동한 브라질 모더니스트 작가라고 합니다. 

북동부 벽촌에서 상점주인, 시장, 늦깎이 작가로 그리 많은 작품을 남기지는 않았고, 공산당 활동으로 감옥살이도 하였으니 

작가의 대표작 '메마른 삶들'은 모더니즘보다 사실주의 계열의 작품입니다. 포크너 상을 받았지만, 비견되는 포크너보다 스타인벡에 가깝지요.

동화도 몇 편 쓴 작가인탓인지, 여기는 글이 쉽고 중간에 삽화까지 곁들여져 있어 브라질에서 중고등학교 필수독서목록에 들어가지 않을까하는 짐작을 해보았습니다. 제제의 라임나무와 망고거리와 브루클린 사과나무가 낯설지 않게 허허벌판 외로운 대추나무와 이웃하고 있습니다. 


그의 작품 중에 국내번역작이 대학잡지에 실린 게 있어 무단으로 올려봅니다. 이건 좀 모더니즘 냄새가 풀풀 납니다. 


병원의 시계 

(어색한 번역투가 나지만, 일독을 권하며-) 

http://s-space.snu.ac.kr/handle/10371/77313



많지 않은 목록 중에 두번째로 유명한 작품이 '상 베르나르두' 동일 이름의 목장, 어느 궁핍한 산간벽지, 자수성가 걸걸한 입담의 싸나이가 일인칭 시점으로 재치있는 말발로 재미나게 풀어간 이야기라고 합니다. 이건 조만간(백년내로) 국내 번역이 되지 않을까 싶은데, 이유는 딱히 없고, 그냥 그럴 것 같다는 느낌상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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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 Identity (Paperback)
Maalouf, Amin / Harvill Pr / 200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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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정체는 "les identités meurtrières/Murderous Identities"인데, (영국) 영어 제목이 심했다 싶었는지 

정체성에 관하여라고 순화하였고, 미국판은 아일랜드 감독의 in the name of the father을 은근 따서 in the name of the identity이다. 초지일관 들어가는 그 정체성, 에 관한 에세이임 미리 짐작가능하다. 


Amin Maalouf "지금도 활동중인; 레바논 출신 프랑스 거주, 콩쿠르 상 수상경력 작가의 프랑스어 작품이라, 

민족과 종교, 혹은 국가와 다민족간의 갈등, 특히나 서방세계와의 직접적으로 호불호와 애증으로 대할 수 밖에 없는 사람이 

자아와 타자가 아니라 자아가 속한 그룹, 자아의 확장 체계, 그 공통분모에, 정체성을 유합시키는데 중점을 둔 글로 이뤄졌다. 

중간중간 격변하는 시대상에 따라 정체성의 구성비율이 어디에 치중되느냐를 두고 저 멀리 서방, 소아시아, 동유럽의 이야기를 곁들이고 역사를 흩뿌려놓기는 하는데 주로는 레바논 정세와 상황에 대한 성토이자 촉구, 서방세계 특히나 프랑스에 대한 비난과 원망이 적절히 섞여 있다, 작금의 세계가 가하는 압박 속 다양성에 대해서도 조금 고민을 하는 책이긴 한데-상식선을 넘지 않는 얌전한 문제제기. 더군다나 나로서는 '먼 나라, 먼 종교'들일 수 밖에 없는 글이다. 


문제는 다만, 한참 아민 말루프에 빠진 친척이 여러 권의 책 중에서도 딱!! 이 책을 읽으라 강권한 바, 그래서 고개를 갸우뚱

거리며 아니 읽을 수 없어 끝까지 읽었고 읽은 내내 따라다니던, 대체 왜 나에게 이 책을 추천을 한 것일까-하는 

대륙탄도로케트 곡률과 탄약량보다 더 어려운 문제만 이제 남았다. 


국내 제목은 (아무도 읽지 마라고 미리 소금을 뿌리는) 사람 잡는 정체성이다. 

죽여주는 작명 센스, 골 때리는 제목이라고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이래저래 투덜거리며, 미워도 다시 한권 정신으로 

2십년 전 한꺼번에 봄날 우박처럼 쏟아지다, 여름 장마에 다 휩쓸려 간 아민 말루프 책중에 93년 콩쿠르 수상작 

"Le Rocher De Tanios/  La Roca De Tanois"/ 타니오스의 바위 (영역으로) 읽고 있다. 

               이건 좀 재미난다. / 6800원, 품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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