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 같은 M시에 내려 와서도 정작 해변은 멀리 구경만 하고, 차로 옮겨 다니며 집에서 끼니를 해결하며 지내는데
점심에 거나하게 조개버터구이와 생선구이에 띤또와 블랑꼬 두 병을 "까면서" 후안 마르세의 별세 소식을 뉴스로 접하다.
아는 작가냐하면 당연히 금시초문, 사람들이 뭐라뭐라 그리는데, 대단한 사람인가 보다 넘겨짚고 나중에 그럼, 살펴볼까,
싶은 마음에 한쪽으로 쟁여두자 싶어 제목으로 올린다. (떼레사와 함께한 마지막 오후들)
원래는 '징허다 연애 소설," 혹은 "승자에게, 감자를" 둘 중에 뭘로 할까 고민하던 터였다.
그 대상은 정작 짧은 기록을 남기려는 작가는 1908년 9월 28일 몰한 브라질 작가
마샤두 제 아시스이다. 된소리성애자 창비에서 나온 "브라스 쿠바스의 사후 회고록"의 저자이다.
(v와 b, f와p는 전혀 구별 못하는 언어권의 나라에서, 정작 이 문제는 싹 무시하고, 본토에서는 거센소리, 된소리에는 막귀라 그닥 구별하지 못하는데 창-출판사, 그 제목이며, 작가명 초지일관 된소리선호를 유지하지만, 또 정작 그 소리 따라하면 되려 왜 그렇게 강하게 말하냐는 핀잔 들으니 원,
아, 다 모르겠고. 그래서 포르투갈 모음 발음은 무지한 관계로, 내 마음대로 이름을 부를 예정이니 양해 바랍니다)
작가의 책으로 처음 접한 게 작가의 마지막 작품
참사관 아이레스의 연대기/기록, Memorial de Aires 1908) 인데, 사후에 출판되지 않았나 짐작을 해본다. 왜냐면
이야기가 조금 성기고, 중간에 다른 책에 비해 자유자재로 끼어들던 작가의 사변들은 마치 미완성인듯 짧고, 30년을 유럽에서 외교 업무에 종사하던 참사관의 일상 기록치고는 (의외로) 정치색이 쏙 빠져 있는 데다가, '징헌 연애사를 메인 요리로 "곁들이던" 다른 책과 달리,
60넘은 전직참사관 외바라기 사랑, 아슬아슬한 젊은 미망인의 경탄은 슬그머니 부성애로 둔갑을 하고, 뒤늦게 등장한 남주인공의 웬지 구린, 호의호식 중심 못 잡고 전전하던 젊은이 알고 봤더니 깊이는 얇아도 뚝심은 좋고 야심도 있는데, 그런 (정치적) 야심 받쳐주는 뒷배도 튼실하다. 자신을 내친 아버지 병수발까지 마다않는, 미모와 절개는 물론이요, 재주란 재주는 다 갖춘 세상 보기 드문 여인은 결국 순정에 굴복해, 자신의 감정에 충실해 과부생활을 접고, 자수성가한데다 사람 좋기 비길 데 없는 무자식 부부의 총애와 축복 아래 맺어지나니-
외부적으로는 1880년, 남미에서 마지막으로 노예제가 폐지되고, 그 농장 노예들에게 공동농장으로 증여까지 한다!
이마 치는 반전이, 설마하니 비낀 눈초리 의심이 하나도 등장하지 않아, 오히려 의아한 마음에 당황으로 책을 접어야 하는 착한 소설이다.
아무려니, 이런 작품으로 이 작가는 '최고봉'이란 찬사를 꿰찬 것이려나,
그 심심한 진행에 갸우뚱거리다
한 권만 더 읽어보자 싶어 선택한 것이 '킨카스 보르바/된소리로 "낑까스 보르바"
브라스 꾸바스에 등장했던 철학자가 애지중지하던 개, 그 개 이름이 낑까스 보르바 이다.
휴마니타스 정신에 훌딱 빠진, 미치광이 철학자, 결핵으로 몸져 누워 사경과 섬망(치매 아님!)을 헤매며 누웠던 보르바가, 이 일가친척없던 이를 극진히 돌보던 배움짧고 생각 짧은 서생 루비앙에게 전재산을 상속하는 엄청난 일로부터 시작을 한다. 휴마니따스에 따라 같은 이름의 '낑까스 보르바"를 돌보라는 조건으로! 혹시 죽으면 몰수 될까 (변호사가 아니라는 데도) 지극정성으로 돌보라고 (시키는) 루비앙!
(시골 서생은 은근 속으로 셈을 하며 바라긴 해도 다 상속받을 줄은 꿈에도 몰랐고, 그렇게 많을 줄도 몰랐다가) 벼락부자에 되어 수도 리우데자네이루로 옮겨 살아볼까 대도시로 가고, 그 길에 (현대인이 보기에 얍삽하고 아부 잘하는) 그 시대의 정신에 맞게 예의 깎듯한 젊은 부부, 그 (조신해 "보이는") 아리따운 소피아를 만나는데-사람좋고, 곧은 성정, 남자다운 기개와 야심이라면 찬탄을 마지 않는 시골 전직서생은 이 여인에게 나락같이 외사랑에 빠져들고, 주위에 배고픈 파리떼가 문전성시를 이루는데-얼쑤!
블랙 코미디, 순 카카오를 그대로 바순 쪼코렛 맛으로 쓰다. 있을 법 하지 않는 인물과 사건들에 사실주의라는 느낌은 없으나 만 해학적인 상황과 그 가소로운 인물들은 없을 것 같지는 않다. 헤라클레이토스와 브라만과 헤겔과 다윈 진화론을 적절히 섞은 개똥철학, 폄하부터 시작하는 첫장에 루비앙에게 한줄 요약 "승자에게, 감자를!"만이 그의 머리에 콕 박힌다.
-배고픈 두 부족이 싸워 한부족이라도 튼실하게 먹어야 미래로 이어지지 둘다 풀과 벌레로 연명하면 인류는 끝장이다-라는이 내용이 간접적으로 실현이 되고, 작가는 성현과 철학자들의 이름에 기대어 자신의 감상을 전하는 대신에, 그런 먼나라 접장의 잔소리들은 다 접고 '재담'으로 그 중간을 메꾼다. 그런 짜임새와 거리두기가 브라스 꾸바스에서 시대를 넘나들던 남다른 구성이 되려 매끄럽지 않았다는 인상을 준다.
그렇게 이 이야기는 반전을 스물다섯 번쯤 거치면 그 화려한 막을, 딱 화려할 때 내린다.
(아차, 이 시대 배경은 미성년 흑인노예는 자유인으로 풀어준다는 법이 통과되어 노예제 폐지의 첫걸음을 떼던 때이다.)
"사후회고록"Memórias Póstumas de Brás Cubas 1881은 시대를 향해 비아냥과 조롱을 섞긴 해도 한 가운데가 뭉텅이로 주인공의 간통 '애정사'를 닮고 있는 연애소설이다. 알고 봤더니 작가는 다섯 편의 그저그런 연애소설을 내고 평이한 비평과 꽤많은 독자를 끌어들였다가, 사후회고록이 큰 반향을 일으킨 뒤 이후 그 이후 다섯 편은 작가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책들을 썼다고 한다. 최고작이 꾸바스(이의제기!)이지만 두권을 꼽으면 이 "승자에게 감자를!" 킹까 보르바이고, 세개를 꼽으면 Dom Casmurro, 네개까지 어찌 끼워넣으면 Esaú e Jacó이 들고 에라, 너도 끼워주마, 저 멀리 곁다리가 "아이레스 참사관의 연대기 혹은 이웃 연애사 관찰기'란다.
다음 기회에 돔 카스뮤호(오쟁이진 남편 입장에서 본 애정소설)와 에사우우 에 자쿼(야곱과 이삭 쌍동이 사이를 저울질하는 여인의 애정소설)을 "꼭" 읽을 것이다. 단 여름 기나긴 휴가에 바닷바람에 비스듬히 반쯤 눈을 감고 생각은 절반은 비우고, 한손에 차가운 틴토 베라노 우아하게 들고서- 다만 마스크 없이, 사람들 흘깃거리는 시선은 없이!
살루뜨! "승자에게 또 다른 감자주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