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더워서 집어든 해양물인 줄 알았던, 삼총사와 애거사 크리스트의 이야기의 합작 같은 분위기가 물씬나는 소설.1634년 동인도회사. 식민지 착취의 근간이 되었던 회사. 부에 대한 욕망이 스스로 부패의 냄새로 넘친다.더 갈 곳 없는 거칠디 거친 선원들, 그들의 공간엔 군인도 들어갈 수 없다. 하층민의 선실은 쥐와 공존하는 공간으로 이들 중 몇 명이나 목적지에 닿을 지는 알 수 없다. ㅡ인간세에는 평등이 존재한적이 없었다는, 소유라는 개념은 불평등과 함께 존재했다는, 결국 물질은 편리가 아니었다는 것이 슬프다.우연히 생겨난 상처가 불러온 재앙이 누군가에겐 부의 실마리가 되고, 결국은 누군가의 복수를 불러오는데 스스로 불러들인 재앙에 조금의 두려움만 뿌려주면 바다 위 배 한 척을 공포의 아수라장으로 몰아넣는 것은 절로 될 일이다. 나약함인지 스스로 이미 알고 있는 죄 때문인지, 이럴 거라면 모두 좀 선하게 살지. 참 거칠게, 조악하게 살아내는 세상이다.숱한 군상들 중에 진실을 밝히고자 하는 작은 무리가 있으니 애거사 크리스티의 솜씨로 해결될 일이다.
미국 중산층의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동네가 등장한다. 깔끔하고 아이들이 마음껏 밖에서 놀 수 있도록 서로 보살펴주는 믿음직한 이웃들이 어울려 사는 동네. (이런 동네를 떠올리는 일이 어려운 일이 되었다는 것이 오히려 이상하지 않은가)있는 척 하는 글읽기가 아니라 실재로 벌어진 일들을 소재로 한 범죄소설을 읽으며 뭔가 짜릿한 일탈을 떠올리는 북클럽을 결성하자 이들이 읽은 책에 남정네들은 토를 단다.뱀파이어가 이웃으로 등장하면 이야기는 상상을 넘어서지 못 한다. ˝그들에게 문을 열어 주지 않으면 그들은 들어오지 못 한다.˝라는 문장은 우리가 가진 얄팍한 허영심과 차별적 친절과 탐욕을 이르는 것이리라. 우린 그렇게 제 피를 내놓는다고.실제하는 책들을 소제목으로 그들의 북클럽에 초대한다. ‘메디슨 키운티의 다리‘에 등장하는 킨케이디에 대한 의견이 속시원했다. 이런 껄끄러움도 있었다는 걸 이제사 알았다는. 빗 속에서 신호대기 중 백미러의 목걸이를 만지면서 프란체스카의 결심을 재촉하던, 가슴저린 멋진 장면이 있긴 했지만 . 뒤쪽엔 북클럽이 선정하는 일년치의 책들도 소개된다. 북클럽답게엄마......아줌마......맘카페......이기심 가득한 학부모. 소름끼치는 일들을 아무렇지 않게 해낼 수도 있는 존재라. 소설 속 이들은 그래도 엄마의 이름으로 연대를 이뤄낸다. 좋은 소설 속 세상.
‘시카리오 ‘ 같은 소설. 오랜만에 맡아보는 하드보일드류의 메마르고 진한 땀냄새가 반가웠다.그런데 이 소설 가독성 만빵인데 속도를 낼 수가 없다. 가난의 굴레, 잘 살아보려 하는데 현실 여건은 사방에서 돈으로만 해결될 문제를 줄줄이 달고 달려든다. 헤쳐나갈 방법은 그에게 익숙한 불법뿐인데 함께 일할 사람들은 가진 것 없는 이들이 의당 그럴 것처럼 거짓말쟁이에, 두렵게도 감정조절이 안 된다.주인공에겐 그에게 귀신같은 운전솜씨를 남겨준 사랑하는 아버지가 있었고, 그만큼 사랑하는 아내와 아이들이 있다. 그는 정말 좋은 아버지이고 싶다.한 걸음 옮길 때마다 그의 의지는 왜곡되고, 사랑하는 이들과 멀어진다. 당연히 알고 있는 순서대로 일이 진행되어서 안타깝다. 가난의 굴레가 한없이 무거워서 그가 저지르는 불법이 모두 성공하길 바라는 마음인데 걸음마다 구렁텅이다.조금씩 예상을 벗어나고, 조금씩 예상대로 나아간다. 현실보다 인간적이라고, 현실보다 나은 결말로 향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건 너무 드라마를 많이 본 탓이든 세상이 생각보다 험하다고 생각하는 탓일지도. 스트븐 깅, 마이클 코넬리, 데니스 루헤인이 한 줄평을 쓴 이유에 고개를 끄떡였다. 지금 이 더위 속에서 읽어내릴 이야기.
몰입이란 이런 것이구나 싶다. 좋아하는 것에 대한 순수한 열정을 끝까지 몰아부쳐 보는 것. 그리고 그것을 평생의 취미로 지니는 것은 삶의 선물이지 싶다.좀 오래 읽었다. 파도가 스웰이 되어주는 그 묘사를 알고 싶어 서핑 동영상을 찾아보며 가늠하느라. 그러다보니 바다의 파도가 다르게 보이기 시작해서 좋았다. 밀려오고 밀려가는 것만으로 보이지 않아서. 또 한 세계를 보게 되어서.6피트만 되어도 심각한 파도였다.무거우며 밀려오는 간격이 긴 일렬의 파도들이 서쪽으로부터 행진해 들어와 숨이 턱 막힐 정도의 커브를 그리며 갑을 돌았다. 파도는 깃털을 날리며 해안 쪽을 향해 말렸고, 발굽 모양의 가장 바깥 지점에서 부서졌다가 바위 많은 해안을 향해 굴러 내려왔다.우리는 닦이지 않은 보트 진입로 ㅡ 방조제에서 이어지는 이끼낀 내리막길 ㅡ 에서부터 패들해서 나왔다. 라인업에 가까워질수록, 파도의 힘과 아름다움이 더 쏟아져 들어왔다. 겨울 오후의 낮게 뜬 태양 아래 빛나며 표효하는 파도 세트 하나가 굴러오쟈, 감정이 응어리져 목이 메었다. 이름 붙일 수 없는 기쁨, 공포, 사랑, 욕망, 감사 따위가 뒤엉켜 하나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