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옳다 - 정혜신의 적정심리학
정혜신 지음 / 해냄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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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 정신과 의사 정혜신의 책 《당신으로 충분하다》를 읽은 적이 있다. 당시 몇 달간 여기저기서 치여 많이 깨지고 약해져버린 내 정신 치유를 위해 선택한 책이었다. 이 책은 정신과 의사 정혜신이 6주 동안 4명의 여성들과 상담한 내용들을 드라마 대본처럼 대화 형식으로 엮었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그 자리에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그 자리에서 같이 상담하는 것처럼 느껴졌었다. 이 책이 전달하고자 하는 핵심은 바로 '공감'이었다.


사람 마음을 움직이는 힘의 8할은 '공감'이다. 공감을 받으면 마음이 열리고 마음이 열리면 내 마음이 어땠는지 명료하게 느껴진다. 내 마음이 분명해지면 사람 관계에서 편안해진다.

정혜신 ∥ 당신으로 충분하다 中


책 속의 이 문장은 곱씹을수록 마음에 와닿았다. 당시에는 '공감'이라는 게 그저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끄덕거리며 잘 들어주는 것인 줄로만 알았는데, 이번에 저자의 새 책을 읽으며 제대로 된 공감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당신이 옳다》는 《당신으로 충분하다》에서 강조한 '공감'의 방법을 자세히 알려주는 책이다. 또한 남을 위한 공감뿐만이 아니라 의사를 만나지 않아도 치유할 수 있는 상처받은 '나'의 마음을 치유하는 법도 알려준다.


혼자서 길을 걷다 보면, 이 길이 맞는건지 아닌건지 알기가 어렵다. 이럴 때 필요한 건 '내가 옳다'는 확신이다. 주변으로부터 들려오는 충조평판(충고, 조언, 평가, 판단)은 답이 될 수 없다. 무엇보다 내 마음에 집중을 해서 더 단단한 의지를 만들고, 이 의지로 굳세게 나아가야 한다. 그렇다면 '내 마음에 집중한다'는 건 무엇을 뜻하는 걸까? 진정한 '나'가 누구인지 알고 싶으면 나의 '감정'에 집중을 해야한다. 내가 치유를 받아야 하는지 아닌지도 이 감정에 달려있다.


정신과 의사를 찾는 다양한 이유 중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건 바로 '우울'이 아닐까 싶다. 우울함이 깊어지면서 돌이킬 수 없는 선택까지 하는 걸 미디어를 통해 심심찮게 들을 수 있는데, 이 때문에 '우울은 좋지 않은 것'이라는 게 내 머릿속에 박혀있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어보니 우울이 꼭 극복해야만 하는 건 아니었다. 우울 중에서도 받아들여야 하는 우울이 존재하고, 이런 우울은 억지로 뿌리치려 하기 보다는 담담히 받아들여야 한다.


나는 나의 이야기를 하는 것도 좋지만,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걸 더 좋아한다. 충조평판을 되도록이면 하지 않는 게 좋지만, 사실 이야기를 듣다 보면 조언 정도는 많이 하게 된다. 이렇게 다른 사람의 고민에 관여를 하게 되는 상황이 생긴다면, 항상 '경계'를 생각해야 한다. 그 경계를 허락없이 멋대로 넘고 있는 건 아닌지, 말하면서 스스로 점검하고 또 점검해야 한다. 그래야 나도 모르게 상처를 주는 실수를 줄일 수 있다.


책을 읽으며 '공감'이란 무엇인지 다시 생각해봤다. 공감은 무조건 '아~ 그랬구나'가 아니다. 제3자의 입장에서 객관적으로 바라보며, 때로는 단호함도 필요한 게 '공감'이다. 자신을 지나치게 질책하는 사람을 만난다면,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된다고 약간 큰 소리로 말해도 공감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당신이 옳다》는 힘든 현대인들 모두가 읽어야 할 책이라고 생각하는데, 특히 자식이 있는 부모가 읽으면 좋을 것 같다. 어릴 적 부모의 말투와 행동이 아이들에게 정말 많은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나도 모르게 자식에게 소홀히 하고 있던 건 아닌지, 자식에게 '남에게 맞추면서 살아라'라고 강요하고 있는 건 아닌지, 이 책을 읽으며 자식과 제대로 소통하는 방법을 알아가셨으면 좋겠다. 또한 공감이란 한 번에 할 수 있는 게 아닌 듯이, 이 책도 한 번 읽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여러 번 반복해서 읽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야 제대로 공감하는 방법을 몸으로 익힐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공감하는 과정에서 남뿐만 아니라 나도 함께 치유받고 싶은 분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나와 내 옆 사람의 속마음을 이해하고 도울 수 있는 소박한 심리학을 나는 ‘적정심리학‘이라 이름 붙였다. … 안정적인 일상을 위해서 꼭 필요한 것이 집밥 같은 치유다. 집밥 같은 치유의 다른 이름이 적정심리학이다. … ‘경계‘를 품은 공감, 그 입체적인 공감은 집밥 같은 치유, 적정심리학의 핵이다.

정혜신 ∥ 당신이 옳다 ∥ 프롤로그 中

심리적 목숨을 유지하기 위해서 끊어지지 않고 계속 공급받아야 하는 산소 같은 것이 있다. ‘당신이 옳다‘는 확인이다. 이 공급이 끊기면 심리적 생명도 서서히 꺼져간다.

정혜신 ∥ 당신이 옳다 ∥ p48

"당신이 옳다."

온 체중을 실은 그 짧은 문장만큼 누군가를 강력하게 변화시키는 말은 세상에 또 없다.

정혜신 ∥ 당신이 옳다 ∥ p53

모든 인간은 상황에 따라 움직이고 적응하는 독립적이고 개별적 존재다. 그 사실을 믿으면 함께 울며 고통을 나누면서도 서로의 경계를 인정하며 서로가 서로에게 살아갈 힘과 근원이 된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존재들이 지닌 경계를 인식해야만 모두가 각각 위엄 있는 개별적 존재로 살아갈 수 있다.

정혜신 ∥ 당신이 옳다 ∥ p184

계속 바꾼다는 건 흔히 생각하듯 게으르거나 끈기가 없어서만은 아니다. 자기를 찾기 위한 고민을 계속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정혜신 ∥ 당신이 옳다 ∥ p232

정의나 도덕 등에 대한 강박이 공감의 방해물이 되어 사람 마음을 치명적으로 다치게 하는 경우가 너무 많다.

정혜신 ∥ 당신이 옳다 ∥ p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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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산 것처럼 앞으로도 살 건가요? - 내 인생의 판을 바꿀 질문
김창옥 지음 / 수오서재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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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에 김창옥 교수의 강연을 직접 들었다. 대한민국의 대표 강사로서 아시는 분들은 유튜브에서 '김창옥 포프리쇼'를 많이 보셨겠지만, 나는 이 강연을 통해 김창옥 교수를 처음 알게 되었다. 강연은 후기에도 적었지만, 너무 재밌었고 앞으로의 내 인생에 도움이 되는 이야기를 많이 들을 수 있었던 유익한 강연이었다. 이 즈음 김창옥 교수의 신간이 출간 되었고, 나는 보라 프렌즈 활동을 통해 VORA 2월 추천도서 중 한 권인 이 책을 이 날 미리 받아보게 되었다.


《지금까지 산 것처럼 앞으로도 살 건가요?》는 나에 대해서 좀 더 자세히 알고, 앞으로 더 나은 삶을 살고 싶은 분들을 위한 책이다. 저자 김창옥이 지금까지 살면서 자신이 겪은 경험을 통해 깨닫고 배운 내용을 책에서 말해주고 있다. 책이 '자기계발' 분야로 분류되어 있어서 좀 꺼려지는 분들은 저자 김창옥을 한 명의 인생 선배라고 생각을 하며 가볍게 읽으면 좋을 것 같다. 나도 자기계발서를 그다지 좋아하진 않지만, 이 책은 압박감 없이 잘 읽었고 마음 속에 새길 문장들도 많이 있어서 좋았다.


책은 셀프텔러, 셀프케어, 셀프이스팀, 셀프디벨롭먼트 총 4단계로 구성되어 있다. 내 안의 나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나를 가장 먼저 돌보아주고, 나의 소중함을 깨달아 나 자신을 존중하며, 더 나은 나를 위해 발전하는 단계로 구성되어 있는 것이다. 나는 이 4단계 중 특히 셀프케어 단계에서 울컥한 부분이 많았다. 나는 내 나름대로 나 자신을 잘 보살피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나보다.


나는 평소에 거창한 봉사활동을 하지는 않지만, 작게나마 내가 도움을 줄 수 있다면 도와주고 감사하다는 한 마디 말을 들으면 참 기분이 좋다. 이렇게 남 돕는 건 종종 하면서, 정작 나에 대해서는 소홀했던 것 같다. 내 자신을 사랑해야 남들도 나를 사랑해줄 수 있다는 간단한 공식을 이 책을 읽으며 새삼 깨닫게 되었다. 올해는 그 누구보다 나의 내면에 귀를 기울여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진정한 행복을 찾을 수 있는 한 해를 만들어야 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지금까지 산 것처럼 앞으로도 살 건가요?' 이 질문에 자신있게 '네'라고 대답할 수 없다면 이 책을 한 번 읽어보길 바란다. 이제 구정이 지났으니 이 책을 읽으며 더 발전한 2019년의 나를 만들 수 있는 시간은 충분하다.

‘이기利己‘라는 게 ‘자기 자신을 이롭게 한다‘는 뜻인데, 사람들은 이기적으로 살면 안 된다고, 나쁘다고만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이기적으로 산다고 세상이 파괴되는 건 아닙니다. 가끔은 내가 편한 대로,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해도 세상에 그렇게 큰 무리가 가지 않습니다.

김창옥 ∥ 지금까지 산 것처럼 앞으로도 살 건가요? ∥ p75~76

다른 기준점을 이해하지 못하면 다른 사람과 화합할 수 없습니다. 자기의 척도만 옳다고 여기면서 평생 그 기준으로 타인의 삶을 재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김창옥 ∥ 지금까지 산 것처럼 앞으로도 살 건가요? ∥ p133

힘든 시기를 건너온 자신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봐주세요. 잣대만을 부여잡지 마시고요. (…중략…)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보상이나 채찍질이 아닌 보살핌입니다.

김창옥 ∥ 지금까지 산 것처럼 앞으로도 살 건가요? ∥ p134

삶의 안정과 행복을 미루지 마십시오. 소소한 것이라도 지금 감사한 일을 찾아내면 당장이라도 평안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이 간단한 방법을 외면하지 마십시오.

김창옥 ∥ 지금까지 산 것처럼 앞으로도 살 건가요? ∥ p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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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63가지 심리실험 - 뇌과학편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심리실험
이케가야 유지 지음, 서수지 옮김 / 사람과나무사이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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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저 사람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걸까?'라는 생각을 해 본 적 있는가? 궁금한데, 알다가도 모르겠는 게 사람 마음인 것 같다. 세상에서 가장 알기 어려운 타인의 생각. 최근에 내가 하는 SNS에서 심리에 관련된 책 피드를 올린 것을 보고, '나도 나중에 심리 책 하나 읽어보고 싶다'라는 흥미가 생겼다. 그러던 중, '심리실험'을 통해 '마음을 읽는 방법'을 알려준다는 문구가 적힌 이 책에 혹했다.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63가지 심리실험: 뇌과학편》은 뇌 정보통신 융합연구센터 주임연구원인 이케가야 유지가 쓴 책이다. 과학 논문 잡지인 《사이언스》와 《셀》 등에 보고된 논문을 소개해 주기 때문에 이 책에 나오는 내용은 모두 신뢰할 수 있다. 이 책에는 그 중 뇌과학과 관련된 63가지 실험 결과를 담고 있는데, '생각보다 다양한 실험들이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과학 논문 잡지를 찾아서 볼 일이 없기 때문에 이 책 속에 소개된 모든 실험의 내용과 결과가 흥미로웠다. 그래도 그 중 내가 특히 재밌게 읽은 실험이 3가지가 있었는데, 그에 대한 간단한 느낌을 적어볼까 한다.


심리실험 3 : '미끼 상품'을 잘 이용하면 짠돌이도 지갑을 열게 할 수 있다


저번 달에 콘텐츠 마케팅과 관련된 책을 읽고 나서 마케팅에 대한 관심이 생겼다. 그래서 이 실험 내용과 결과에 더 관심이 갔는지도 모르겠다. 이 실험에서는 선택지를 2개에서 3개로 늘리는 것만으로도 매출을 늘릴 수 있다는 결과를 보여준다. 마지막으로 추가한 선택지가 '미끼 상품'이 되어서 '미끼 효과'를 일으켜 소비자들의 구매 경향이 달라진다. 언뜻 보면 별 것 아닌 변화인 것 같은데, 조금만 달리 생각하면 매출이 확 달라진다는 게 신기했다. 마케팅 공부를 하신 분들은 이 방법을 알고 있을지 궁금하다.


심리실험 32 : 고대 인류가 풍요로움을 포기하고 사냥 대신 농경을 선택한 이유


한국사를 잘 못하는 분들이라도 이건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구석기 시대에는 수렵·채집 생활을 했고, 신석기 시대로 넘어가면서 농경 생활을 시작했다'. 배울 때는 그저 시대를 나누는 기준 정도로만 생각해서 의문이 들지 않았는데, 이 타이틀을 보니까 정말 왜 그랬는지 궁금해졌다. 또한 이런 현상은 우리나라에만 국한된 게 아니라 전세계 곳곳에서 거의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난 것이라고 하니 궁금증이 더 커졌다. 결과적으로 내가 생각한 것보다 엄청난 이유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작은 상식을 얻게 된 유익한 내용이었다.


심리실험 63 : 미래에는 '화가 로봇'과 '시인 로봇'이 등장할 수도 있다는데?


지금도 이미 많은 분야에서 로봇들이 일을 하고 있다. 특히 오차가 없어야 하는 작업이나 반복적인 작업을 할 때 로봇이 많이 투입된다. 그러나 이런 똑똑한 로봇이 아직도 고전하는 영역이 있는데, 그건 바로 예술 창작이다. 생각해보면 당연하다. 예술 창작은 정말 말 그대로 사람이 '독창적'으로 작품을 지어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분야까지 로봇이 등장한다니? 사실 이 이야기는 책을 읽기 전에 뉴스에서 본 적이 있다. 아직은 요구한 내용을 어설프게나마 그리는 정도여서 우스워 보이지만, 알파고처럼 딥러닝을 통해 점점 그 완성도를 높이는 중이라고 하니 조금씩 무섭게 느껴졌다. 창작을 하기까지는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만약 정말 창작을 하는 로봇이 등장하더라도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은 인간의 작품이었으면 좋겠다. 이마저도 로봇에게 뺏기면 지금보다 더 삭막한 세상이 될 것 같기 때문에...


내가 말한 3가지의 실험 말고도 이 책에는 60가지의 흥미로운 실험들이 담겨있다. 이 책을 읽는다고 해서 특정한 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건 아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같은 행동을 하는 이유는 조금 알 수 있을 것 같다. 평소에 당연하다고 생각하며 의문을 가지지 않았던 것들의 그 이유가 궁금하다면, 또는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는, 다소 엉뚱해보이는 실험의 내용과 결과가 궁금하다면 이 책을 한 번 읽어보시길 바란다.

획기적 발견이란 전통적 아이디어에 약간의 향신료를 가미해 천상의 맛을 끌어낼 때 만들어진다.

이케가야 유지 ∥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63가지 심리실험 뇌과학편 ∥ p73

집중해서 무언가를 생각하려면 물론 노력이 필요하지만, 집중해서 ‘생각하지 않으려 애쓰는 편‘이 훨씬 더 많은 정신적 에너지를 소모한다.

이케가야 유지 ∥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63가지 심리실험 뇌과학편 ∥ p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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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양장)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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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평소에 베스트셀러를 일부러 찾아 읽지는 않는다. 영화도 그렇듯이 개인의 취향이 있기에 베스트셀러라는 게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몇 달 전부터 눈길이 가는 책이 있다. 그 책은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이다. 이 책은 2012년에 출간되어서 베스트셀러를 넘어 지금까지도 많은 사랑을 받는 스테디셀러이다. 도대체 어떤 내용이기에 국내에서 100만 부나 팔린 것일까? 언젠가 한 번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던 중 보라 프렌즈 활동으로 책을 제공받아 이번에 읽게 되었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은 세 명의 도둑이 한 폐가에 들어가 숨어있는 중 겪는 하룻밤의 기묘한 일을 다룬다. 도둑들이 숨어든 폐가는 '나미야 잡화점'이라는 곳이었고, 이 기묘한 일은 갑자기 이곳에 날아든 한 통의 편지로부터 시작된다. 이 편지에 도둑들은 잠시 당황하다가 편지에 적힌 사연에 이끌려 답장을 한다. 그저 장난이라고만 생각하던 세 도둑은 자신들이 보낸 편지에 대한 답장이 도착하자 웃음기가 사라진다. 세 도둑은 이 공간의 비밀을 알게 되고, 또다른 사람들의 편지 속 사연에 함께 고민하고 답장을 한다. 나미야 잡화점의 비밀은 무엇이고, 편지를 보낸 사람들은 누구일까?


나는 책을 다 읽고 후회했다. 내가 이 책을 왜 이제서야 읽었나 하고. 호흡이 짧은 문장들로 인해 책의 초반부터 빠르게 읽혀졌다. 또한 시공간을 넘나드는 편지라는 소재가 굉장히 흡입력이 강했다. 세 도둑들의 시선으로만 전개될 것 같았던 이야기가 각 장마다 다른 인물의 입장에서 전개가 되어 단조롭지 않고 더 재밌게 읽을 수 있었다. 페이지를 넘길수록 밝혀지는 얽히고설킨 등장인물들의 관계는 한 편의 드라마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게 해주었다.


세 명의 도둑은 누구도 자신들을 필요로 하지 않는 사회에서 점점 불빛이 작아지고 있었다. 그러던 중 나미야 잡화점에서 편지를 주고 받으며 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구나하는 생각에 희망의 불씨를 보게 된다. 세상에는 쓸모없는 사람이 없다는 걸 이들을 보며 다시 한 번 느꼈다. 이들은 익명의 힘으로 대담하게 직설적으로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 또 그로 인해 편지를 보낸 사람들도 힘을 내어 살아갈 수 있었다. 나미야 잡화점으로 편지를 보낸 사람들과 세 명의 도둑들이 다른 세계 사람처럼 완전히 다른 사람들일까? 그렇지 않다. 이들은 잘 나가든 그렇지 않든, 모두 자신들의 이야기를 들어줄 단 한 명만을 원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세 도둑처럼 명확한 답변은 해줄 수 없을지라도, 다른 사람의 이야기에 진심으로 공감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다짐을 새삼 하게 되었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을 읽으면서 들었던 또다른 생각은 마음 먹기에 따라 보이는 것도 달라진다는 점이다. 나미야 잡화점으로 편지를 보낸 사람들은 고민이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사실 어느 한쪽으로 이미 마음이 기울어졌고, 자신이 가려는 방향이 틀리지 않았음을 확인받고 싶었을 뿐이다. 세 도둑이 명확한 답변을 보내도, 그 답변대로 할 것이냐 아니냐는 사연을 보낸 사람들에게 달려있다. 사연자들의 힘든 시기에 그들이 유일하게 의지했던 건 나미야 잡화점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답변이 그들에게 힘이 되었다고 말하지만, 그건 착각이다. 고난을 헤쳐나간 건 결국 그들 자신이기 때문이다. 고민이 있다면 정말 곰곰이 생각을 해보자. 평행을 이루던 저울이 서서히 한쪽으로 기울어질 것이다. 그땐 나 자신을 믿고 계속 그 방향으로 전력을 다해 나아가야 할 때이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을 읽은 분들은 대부분 이 생각을 할 것 같다. 내 주변에도 나미야 잡화점같은 곳이 있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 나도 책을 읽으면서 이 생각을 했다. 하지만 마지막 페이지까지 다 넘긴 후에는 다른 생각이 들었다. 나미야 잡화점은 멀리 있는 게 아니라 누구나 자신의 마음 속 한 구석에 있는 게 아닐까? 누군가에게 고민을 털어놓으면 마음이 한결 나아지긴 한다. 하지만 실질적인 해결책은 바로 나 자신에게 있다. 올해는 내 마음에 더 귀기울여 보는 건 어떨까?


찬 바람이 많이 부는 요즘, 내 마음 속 나미야 잡화점을 찾아줄 가슴 따뜻한 소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을 추천합니다.

대부분의 경우, 상담자는 이미 답을 알아. 다만 상담을 통해 그 답이 옳다는 것을 확인하고 싶은 거야.

히가시노 게이고 ∥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 p167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인연이 끊기는 것은 뭔가 구체적인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다. 아니, 표면적인 이유가 있었다고 해도 그것은 서로의 마음이 이미 단절된 뒤에 생겨난 것, 나중에 억지로 갖다 붙인 변명 같은 게 아닐까.

히가시노 게이고 ∥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 p269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오늘 밤 처음으로 남에게 도움 되는 일을 했다는 실감이 들었어. 나 같은 게. 나 같은 바보가.

히가시노 게이고 ∥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 p330

백지이기 때문에 어떤 지도라도 그릴 수 있습니다. 모든 것이 당신 하기 나름인 것이지요. 모든 것에서 자유롭고 가능성은 무한히 펼쳐져 있습니다. 이것은 멋진 일입니다. 부디 스스로를 믿고 인생을 여한 없이 활활 피워보시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히가시노 게이고 ∥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 p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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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죽지 않는 미스터리를 너에게 - W-novel
이노우에 유우 지음, syo5 그림, 구수영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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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0월, 위즈덤하우스에서 출간한 첫 번째 라이트노벨인 《우리의 새끼손가락은 수식으로 연결되어 있다》를 매우 재밌게 읽었다. 이 책은 수학을 좋아하는 나로서 제목이 취향 저격이었고, 위즈덤하우스의 두 번째 라이트노벨인 《아무도 죽지 않는 미스터리를 너에게》는 파란색을 좋아하는 나로서 표지가 취향 저격이었다. 책의 제목과 표지도 중요하지만, 아무래도 제일 중요한 건 내용이다. 오늘 읽은 책은 판타지 요소가 들어있는 소설이어서 읽기 전부터 기대가 되었다.


《아무도 죽지 않는 미스터리를 너에게》는 죽음을 볼 수 있는 소녀 시오와 그녀의 옆에서 그녀를 도우며 죽음을 앞둔 사람들을 구하는 사토의 이야기이다. 시오는 사람의 눈을 보면 그가 죽을 운명인지 아닌지 알 수 있다. 죽을 운명인 사람의 얼굴에는 선이 그어져있는데, 사토는 이 선을 죽음의 선, 즉 '사선'이라고 말한다. 죽음의 시간이 가까워질수록 이 사선은 많아져서 모자이크처럼 얼굴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가 된다.


시오와 사토는 오랜 시간 많은 사람의 생명을 구해왔다. 그러던 어느 날, 시오는 사토와 같은 고등학교를 다녔던 졸업생 4명에게서 동시에 사선을 본다. 이들을 죽이려는 범인에게서 이들을 구하기 위해 시오와 사토는 이 4명과 함께 무인도로 들어간다. 범인에게서 멀어지고 있다면 사선이 사라져야 하는데, 이상하게도 사선이 더 많아지고 있는 4명. 고등학교 때 문예부였던 이 4명에게는 어떤 공통점이 있어 동시에 사선이 나타나게 된 것일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하는 비밀을 갖고 있다. 이 비밀은 밖으로 꺼내서 좋을 일이 없기 때문에 비밀로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비밀이 오랜 시간 나를 옥죄어 오는, 죄책감이 들게 하는 것이면 어떨까? 책을 읽으며 그럴 땐 오히려 비밀을 비밀이 아닌 것으로 만드는 게 낫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터놓고 얘기하다 보면 생각보다 걱정할 만큼의 사실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될 것이고, 알게 모르게 했던 오해들도 풀리게 될 것이다.


그동안 읽어왔던 미스터리 소설과는 확실히 다르게 라이트하지만, 꽤 탄탄한 구성을 갖고 있는 미스터리 소설을 찾는 분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다음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과거에 집착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은 다른 법이다. 소녀가 그랬다.
다음이 있다고 믿는 사람은 어제를 돌아보지 않는다.

이노우에 유우 ∥ 아무도 죽지 않는 미스터리를 너에게 ∥ p45

밝은 것만이 좋은 날이라고는 할 수 없어. 잘 안 보이는 게 좋을 때도 있거든.

이노우에 유우 ∥ 아무도 죽지 않는 미스터리를 너에게 ∥ p132

누군가가 조금의 빛이라도 되어준다면, 길을 헤매는 사람은 나아가야 할 길을 발견할 수 있어.

이노우에 유우 ∥ 아무도 죽지 않는 미스터리를 너에게 ∥ p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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