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 적성에 안 맞는걸요 - 마음 아픈 사람들을 찾아 나선 ‘행키’의 마음 일기
임재영 지음 / arte(아르테)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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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아플 때는 병원에 가거나 약을 먹는다. 그럼 마음이 아플 때는? 나를 포함해서 아마 많은 사람들이 그냥 혼자서 마음을 삭이지 않을까 싶다. 마음이 아플 때는 갈 곳이 없어서 그런걸까? 그렇지 않다. '정신 병원'이라는 전문 병원이 버젓이 존재하고 있다. 다만, 아직까지도 정신 병원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그리 좋지 않기에 다른 병원처럼 별 고민없이 갈 수 있는 곳이 아닌 것이다. 몸이 아픈 병이 초기에 발견하지 못하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있으면 나중에는 손 쓸 수 없을 만큼 진행이 될 수 있는 것처럼, 마음이 아픈 것도 마찬가지이다. 그런데 사람들이 정신 병원을 찾지 않으니, 임재영 정신과 의사는 자신이 직접 움직이기로 한다.


<인생이 적성에 안 맞는걸요>는 임재영 정신과 의사가 병원을 벗어나서 '찾아가는 마음 충전소'라는 이름의 상담 트럭을 몰고 다니면서 만났던 사람들의 이야기, 자신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에세이다. 임재영 의사가 병원에서 일하면서 환자들을 만날 때 안타까웠던 점은 '이때까지 왜 병원에 오지 못했나'였다. 아무래도 '정신 병원'이라는 문턱이 쉽게 넘을 수 있는 곳은 아니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임재영 의사는 사람들이 병원에 찾아와야 할 만큼 심각한 상태가 되지 않도록 예방하기 위해 상담 트럭을 운영한다.


귀여운 그림과 샛노랑의 산뜻한 표지. 솔직히 표지만 봤을 때는 다른 에세이들과 다를 게 없는,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에세이인 줄 알았다. 하지만 아니었다. 그 어떤 에세이보다 훨씬 깊이있는 에세이였다. 나는 페이지를 몇 장 넘기지 않았는데 이상하게 '고민', '상담' 이라는 단어를 볼 때면 마음이 울렁거렸다. 임재영 의사는 상담 트럭을 찾아오는 분들이 대부분 눈물을 보였다고 말한다. 나도 내가 상담 트럭에 발을 들여놓는 상상을 잠깐 해봤더니, 어떤 이야기를 해야할지 정확하게 잘 모르겠으면서도 눈물이 나려고 했다.


사실 상담 트럭을 찾아가는 분들은 거창한 위로가 필요한 게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그보다 내가 어떤 이야기를 하든 나의 이야기를 진심으로 들어주고 공감해주는 상대가 있다는 게 가장 큰 힘이 됐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찾아가는 마음 충전소'는 병원이 아니기 때문에 전문적인 치료는 할 수가 없다. 임재영 정신과 의사는 상담 트럭 안에서 그 곳을 찾아오는 분들의 이야기를 그저 들어주면서 분노할 때는 같이 분노하고, 슬퍼할 때는 같이 슬퍼하며 공감을 해줄 뿐이다. 책의 마지막 부분을 보면 알 수 있겠지만, 그럼에도 상담 트럭을 찾아갔던 많은 사람들이 정말 큰 힘이 됐다고, 마음을 달리 먹을 수 있었다고 감사 인사를 남기곤 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 점은 '내 이야기 들어줄 단 한 사람만 있어도 내 인생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과장된 표현같지만, 이 책을 읽고나면 같은 느낌을 받으실 거라 생각한다. 지금도 여러가지 이유로 속앓이를 하고 있는 분들이 많을 것이다. 자신과 가까운 사람에게라도 털어놓으면 조금은 나아질텐데, 사실 가까워도 털어놓지 못하기에 마음이 아픈 것이다. 병원을 찾아가기가 두렵다면 '정신건강복지센터'를 찾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나도 이 책을 통해 그런 곳이 있다는 걸 처음 알았는데, 많은 분들이 병원은 부담스러워서 이 곳을 찾는다고 한다. 어떤 방법이 됐든, 사람들의 마음의 병이 치유가 되고 세상에는 밝은 부분도 있다는 걸 알았으면, 그 부분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집착은 두려움에서 시작된다. 잃어버릴까 봐 꽉 움켜쥐려는 두려움에서. -p111

인간은 살면서 나이만 먹는 게 아니다. 경험을 먹는다. 나이는 늙음의 정도뿐 아니라 경험의 양을 알려준다. 경험치의 지표다. 그리고 그 경험 중에 아프고 힘든 경험에 더 주목할 필요가 있다. -p133

그래서 혼자서 어렴풋이 ‘정신 건강 검진 센터‘라는 곳을 상상해본다. 주기적으로 신체 검진을 받듯이 주기적으로 정신 검진을 받을 수 있는 곳, 우리나라 국민이면 누구나 눈치 보지 않고 두려움 없이 자신의 정신 건강 상태를 체크할 수 있는 곳, 병원과 정신건강복지센터 사이에 있는 그곳을.
사실 이런 곳은 나라에서 만들어줘야 하지 않을까? -p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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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rma1228 2018-12-04 07: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행키입니다! ^^ 리뷰 감사합니당~ 우리의 행복을 위해서! ㅎ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