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옳다 - 정혜신의 적정심리학
정혜신 지음 / 해냄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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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 정신과 의사 정혜신의 책 《당신으로 충분하다》를 읽은 적이 있다. 당시 몇 달간 여기저기서 치여 많이 깨지고 약해져버린 내 정신 치유를 위해 선택한 책이었다. 이 책은 정신과 의사 정혜신이 6주 동안 4명의 여성들과 상담한 내용들을 드라마 대본처럼 대화 형식으로 엮었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그 자리에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그 자리에서 같이 상담하는 것처럼 느껴졌었다. 이 책이 전달하고자 하는 핵심은 바로 '공감'이었다.


사람 마음을 움직이는 힘의 8할은 '공감'이다. 공감을 받으면 마음이 열리고 마음이 열리면 내 마음이 어땠는지 명료하게 느껴진다. 내 마음이 분명해지면 사람 관계에서 편안해진다.

정혜신 ∥ 당신으로 충분하다 中


책 속의 이 문장은 곱씹을수록 마음에 와닿았다. 당시에는 '공감'이라는 게 그저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끄덕거리며 잘 들어주는 것인 줄로만 알았는데, 이번에 저자의 새 책을 읽으며 제대로 된 공감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당신이 옳다》는 《당신으로 충분하다》에서 강조한 '공감'의 방법을 자세히 알려주는 책이다. 또한 남을 위한 공감뿐만이 아니라 의사를 만나지 않아도 치유할 수 있는 상처받은 '나'의 마음을 치유하는 법도 알려준다.


혼자서 길을 걷다 보면, 이 길이 맞는건지 아닌건지 알기가 어렵다. 이럴 때 필요한 건 '내가 옳다'는 확신이다. 주변으로부터 들려오는 충조평판(충고, 조언, 평가, 판단)은 답이 될 수 없다. 무엇보다 내 마음에 집중을 해서 더 단단한 의지를 만들고, 이 의지로 굳세게 나아가야 한다. 그렇다면 '내 마음에 집중한다'는 건 무엇을 뜻하는 걸까? 진정한 '나'가 누구인지 알고 싶으면 나의 '감정'에 집중을 해야한다. 내가 치유를 받아야 하는지 아닌지도 이 감정에 달려있다.


정신과 의사를 찾는 다양한 이유 중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건 바로 '우울'이 아닐까 싶다. 우울함이 깊어지면서 돌이킬 수 없는 선택까지 하는 걸 미디어를 통해 심심찮게 들을 수 있는데, 이 때문에 '우울은 좋지 않은 것'이라는 게 내 머릿속에 박혀있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어보니 우울이 꼭 극복해야만 하는 건 아니었다. 우울 중에서도 받아들여야 하는 우울이 존재하고, 이런 우울은 억지로 뿌리치려 하기 보다는 담담히 받아들여야 한다.


나는 나의 이야기를 하는 것도 좋지만,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걸 더 좋아한다. 충조평판을 되도록이면 하지 않는 게 좋지만, 사실 이야기를 듣다 보면 조언 정도는 많이 하게 된다. 이렇게 다른 사람의 고민에 관여를 하게 되는 상황이 생긴다면, 항상 '경계'를 생각해야 한다. 그 경계를 허락없이 멋대로 넘고 있는 건 아닌지, 말하면서 스스로 점검하고 또 점검해야 한다. 그래야 나도 모르게 상처를 주는 실수를 줄일 수 있다.


책을 읽으며 '공감'이란 무엇인지 다시 생각해봤다. 공감은 무조건 '아~ 그랬구나'가 아니다. 제3자의 입장에서 객관적으로 바라보며, 때로는 단호함도 필요한 게 '공감'이다. 자신을 지나치게 질책하는 사람을 만난다면,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된다고 약간 큰 소리로 말해도 공감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당신이 옳다》는 힘든 현대인들 모두가 읽어야 할 책이라고 생각하는데, 특히 자식이 있는 부모가 읽으면 좋을 것 같다. 어릴 적 부모의 말투와 행동이 아이들에게 정말 많은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나도 모르게 자식에게 소홀히 하고 있던 건 아닌지, 자식에게 '남에게 맞추면서 살아라'라고 강요하고 있는 건 아닌지, 이 책을 읽으며 자식과 제대로 소통하는 방법을 알아가셨으면 좋겠다. 또한 공감이란 한 번에 할 수 있는 게 아닌 듯이, 이 책도 한 번 읽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여러 번 반복해서 읽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야 제대로 공감하는 방법을 몸으로 익힐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공감하는 과정에서 남뿐만 아니라 나도 함께 치유받고 싶은 분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나와 내 옆 사람의 속마음을 이해하고 도울 수 있는 소박한 심리학을 나는 ‘적정심리학‘이라 이름 붙였다. … 안정적인 일상을 위해서 꼭 필요한 것이 집밥 같은 치유다. 집밥 같은 치유의 다른 이름이 적정심리학이다. … ‘경계‘를 품은 공감, 그 입체적인 공감은 집밥 같은 치유, 적정심리학의 핵이다.

정혜신 ∥ 당신이 옳다 ∥ 프롤로그 中

심리적 목숨을 유지하기 위해서 끊어지지 않고 계속 공급받아야 하는 산소 같은 것이 있다. ‘당신이 옳다‘는 확인이다. 이 공급이 끊기면 심리적 생명도 서서히 꺼져간다.

정혜신 ∥ 당신이 옳다 ∥ p48

"당신이 옳다."

온 체중을 실은 그 짧은 문장만큼 누군가를 강력하게 변화시키는 말은 세상에 또 없다.

정혜신 ∥ 당신이 옳다 ∥ p53

모든 인간은 상황에 따라 움직이고 적응하는 독립적이고 개별적 존재다. 그 사실을 믿으면 함께 울며 고통을 나누면서도 서로의 경계를 인정하며 서로가 서로에게 살아갈 힘과 근원이 된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존재들이 지닌 경계를 인식해야만 모두가 각각 위엄 있는 개별적 존재로 살아갈 수 있다.

정혜신 ∥ 당신이 옳다 ∥ p184

계속 바꾼다는 건 흔히 생각하듯 게으르거나 끈기가 없어서만은 아니다. 자기를 찾기 위한 고민을 계속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정혜신 ∥ 당신이 옳다 ∥ p232

정의나 도덕 등에 대한 강박이 공감의 방해물이 되어 사람 마음을 치명적으로 다치게 하는 경우가 너무 많다.

정혜신 ∥ 당신이 옳다 ∥ p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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