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작인 전쟁터의 요리사들에서도 그랬지만 젊은 일본작가가 어떻게 2차대전 당시의 독일을 이렇게 잘 묘사할수있는지 경악스럽다. 장르소설인줄알고 읽었지만 읽고난 감상은 추리소설의 기법을 빌린 역사소설이자, 품격있는 문학작품으로서 어떤 전쟁문학작품과 비교해도 뒤지지않는 훌륭한소설이라고 감히 얘기할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
히가시노 게이고처럼 이 작가 글의 스펙트럼도 상당히 넓다는걸 다시한번 인식시켜준작품. 치밀한조사를 했는지 마치 은행원이 직접쓴것처럼 해당 분야 묘사가 치밀해서 몰입도가 높고 등장인물들도 개성있고 매력적이다. 일본소설에서 많이 쓰이는 에피소드별로 짧게 끊어가는 옴니버스적인 서술덕에 술술잘읽힌다
‘위대해질뻔‘했다 망한 ‘위대한 스탠턴‘의 인생 역정을 그린 이야기로 나름 반전도 있고 마술사라는 소재도 독특하나, 옛날소설이라 그런지 작가의 정신상태(알코올중독 포함)가 난해해서 그런지 깔끔하게 딱딱 끊어지는 요즘 소설과 달리 글 흐름이 세련되지는 못한 느낌. 소설을 다 읽고나면 독자의 정신상태도 스탠턴과 함께 ‘nightmare alley‘ 에서 길을 잃는다.
화자의 진실성을 의심하게 만들어 신선한 충격과 반전을 선사하는 추리소설 기법으로 쓰여진 작품으로 잘짜여진 구성에 문장도 순문학처럼 나름 격조있다. 하지만 특유의 답답한 일본문화와 정서, 지나친 죄의식의 분위기가 작품 전반을 내리누르고 있어 깊은 공감을 하진 못했다. 재미있는 추리소설이 아닌 전후 일본사람들의 죄의식을 다룬 전쟁문학?을 한편 본 느낌이다.
‘지금까지 읽어본적이 없는 소설‘이라는 작가의 표현처럼 해결편을 제시하는 방식이 너무도 혁신적이고 전율적이다. 무심코 보게되는 한페이지가 그렇게 중요한 의미였다니.. 마지막 에피소드에서 모든이야기들을 정리하는 솜씨 역시 더없이 깔끔하다. 수많은 일본 수작미스터리중에서도 당당히 입지를 주장할 수있는 몇안되는 독특한 작품이라는 생각이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