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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꽃 - 개정판
마타요시 나오키 지음, 양윤옥 옮김 / ㈜소미미디어 / 2024년 3월
평점 :
2003년 콤비 개그(만자이/만담)로 데뷔한 작가가 10여년에 걸친 무명생활 동안 느낀 가난과 자괴감, 이상과 현실의 괴리, 성공에 대한 열망과 개그에 대한 열정을 담아 써낸 자전적 소설.
긴 무명시절 동안 헌책방을 드나들며 한 2천여권의 독서와 (할게 없어서 했다던!) 매일의 길고 짧은 글쓰기, 산책을 통한 사유가 도움이 되었는지, 이 진솔하고 아름다우며 감동적인 데뷔작은 2015년 일본 최고 권위의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했다.
(2016년 기준 260만부가 팔려 80년 역사의 역대수상작 단행본 판매량 최고치를 기록-옮긴이의 말)
'이보다 더 재웠다가는 문학 냄새가 지나치게 짙어져 버리는 아슬한 지점까지 잘 눌러둬서 그야말로 한창 읽기 좋을 때'라는 한 심사평이 더 없이 잘 어울리는 작품이다.
별다른 플롯이나 기교없이 담담하게 개그계에 투신한 스무살 젊은이의 꿈과 희망, 좌절과 도전을 이야기하는데, 그 진솔함과 순수함에 반하여 글에 몸을 맡겼다.
(일본에서 나름 인기있다는) 현직 개그맨의 자전적 소설이다 보니 (때론 이해할 수 없는 감성이긴 해도)그간 봐왔던 일본 소설의 유머중 가장 재밌었고 자주 터졌다.
'피상적인 묘사, 단조로운 반복'이라는 엄한 심사평도 있긴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꾸미지 않은 솔직한 표현들과 의외로 고급진 묘사, 곱씹어볼만한 경구들로 인해 '아슬아슬한 수준의 문학 냄새'가 나는점이 마치 수십년 이어온 동네 노포 맛집처럼 좋았다.
모든 좋은 소설에는 훌륭한 기승전결이 있듯이 이 책도 더 없이 훌륭한 마무리로 화룡점정을 찍는다. 주인공의 찬란하게 아름다웠던 도전은 "모두가 웃으면서 울었다. 긴 세월을 들인 이 무모한 도전으로 나는 인생을 얻었다고 생각한다."라고 요약되는 작가가 예비해논 멋진 소설적 장치를 통해 마무리 되며, 작중의 관객과 독자를 동시에 울린다.
'살아 있는한 배드엔드라는건 없다.우리는 아직 도중이다. 이제부터 속편을 이어갈 것이다' 라는 불꽃과도 같은 작가의 열정이 큰 울림으로 다가오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