옮긴이의 말에 나오는 ˝서투르지만 빛나던 청춘을, 중년이 된 이들이 각자 소화해내는 과정˝이 주는 다소 빛바랜 아름다움과 씁쓸함이 공존하는 하드보일드소설. 알콜중독자인 주인공이 묘하게 매력적이다. 마지막 해결편의 범행동기가 다소 아쉽긴 하나, 오히려 과도한 반전과 스펙터클식 마무리였다면 지기직전의 석양과 같은 책의 분위기를 반감시켰을것 같다.
미스터리인줄 알고 시작했다, 역사소설 성장소설 세계문학을 읽은 심정으로 책장을 덮은 엄청난 책. 중국 영화‘인생‘을 떠올리게 하는 울림이 있는 작품이었다. 책을 읽는 동안 작중 화자의 수십년의 인생을 바로 옆에서 함께 한 느낌이다.
옮긴이의 말처럼 하라 료의 작품에는 실패작이 없다. 시리즈 유일한 단편집인 이 책은 호흡이짧고 플롯이 덜 복잡해 오히려 더 재밌고 페이지가 빨리넘어간다. 에피소드들의 길이는짧지만 탐정의 간지는 결코 덜하지않다.
쿨내나는 탐정 사와자키를 탄생시킨 걸작 데뷔작. 하드보일드라고 해서 결코 플롯의 짜임새가 덜하지 않다는걸 보여준 작품으로, 마치 본격미스터리 탐정의 추리쇼처럼 마지막에 펼쳐지는 사와사키의 추리가 짜릿하다. 하드보일드 소설의 탐정은 자칫 허세부리는 중2병처럼 보일수있는데, 이 소설에서는 어떻게 이렇게 매력적으로 그려낼수있는지 볼때마다 신기하다.
최근 잘 보기힘든 클로즈드서클, 명탐정과 추리쇼에 무려 메타 미스터리 설정에 이르기까지 본격미스터리들의 클리셰들을 전혀 진부하지않게 버무려낸 수작. 작가가 미스터리작가가 아닌데도 글 전반에서 미스터리에 대한 애정이 느껴진다. 유명 미스터리들을 소개해주는 자잘한 재미는 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