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르고 13 - 1
사이토 타카오 지음 / 아선미디어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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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일본만화가협회의 이사란다. 이 작품은 무지무지 길게 연재한 모양인데 연재가 끝났는지 어쨌는지는 잘 모르겠다. 고르고13이라는 일본산 킬러의 시리즈물이다.

전 세계를 무대로 활약한다. 절대 죽지 않으며 아무도 그에게 이기지 못한다. 그야말로 슈퍼맨이다. 그는 말도 없는 데다가 일에 착수하기 전에는 여자를 안으며 해결해주는 댓가로 엄청난 돈을 받는다.

그에게 별로 도덕성은 없다. 그냥 그는 해결사일 뿐이다. 아마도 이 작품이 나에게 감흥을 주지 못하는 이유는 주인공의 무감성 때문일 것이다. 1권부터 10권까지를 읽었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전혀 감정을 내비치지 않았다. 자기와 잔 여자도 단칼에 해치운다. 배반한 자는 끝까지 쫓아가서 죽인다.

만화는 에피소드 식으로 이어서 연결하고 있는데 전 세계를 무대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작가의 자료조사를 위한 노력은 가상하다 하겠으나 작품은 무미건조하고 재미가 없다.

참고로 이 작품을 만화영화로 만들었다가 참패했다고 한다. 당연한 귀결이다. 주인공이 감성을 지니고 있지 않은 만화가 성공할 까닭이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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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아 딸아 연지 딸아 - 유안진 민요모음
유안진 지음 / 문학동네 / 200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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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학과 교수의 민요모음이라 그런 것인지 딱 잘라 말하긴 힘들지만 대체적으로 민요 중에서도 아이들과 관련한 것들이 많다.

판형은 좀 부담스럽게 크지만 종이와 가격은 대체적으로 훌륭하다. 붓으로 쓴 듯한 표지글씨도 맘에 든다.

이전에 신경림 선생이 썼던 책 중에 <민요기행>이란 책이 있었다. 그 책이 여기저기 우리나라 방방곡곡 돌아다니면서 직접 사람들과 만나고 그들이 부르는 노래를 직접 녹취했다면 이 책에는 녹취한 과정은 빠지고 그 민요에 대한 간단한 저자의 설명을 곁들였다.

중복되는 부분도 많기는 하지만 민요를 읽으며 느끼는 것은 우리나라 말이 참으로 아름답고 고운 말이 많다는 것이다. 특히나 우리나라의 의성어는 재미나고도 기특하다.

이전에 팔도에 이렇게 다양하게 퍼져 있던 이 노래들이 이젠 텔레비전이며 라디오며 하는 대중매체의 발달과 독점으로 죄다 사라져버리고 사랑타령뿐인 유행가만 아이들 입에서 돌아댕기고 있다는 사실이 참 무섭다.

대중매체는 다양성에 완전 쥐약이 아닌가. 가끔 민요를 채집해서 방송에서 틀어주기도 하는데 그거야말로 아이러니가 아닌가. 병 주고 약 주고 란 말은 그런 경우에 사용하는 것이다.

전체 원고의 완결성은 좀 떨어진다. 주제별로 제대로 나누어지지도 않았고 어떤 체계적인 분석을 시도한 것도 아니다. 그냥 심심풀이처럼 넋두리 늘어놓듯이 그렇게 어떤 것은 좀 길게 어떤 것은 짧게 멘트만을 달고 있을 뿐.

이렇게 사방천지를 댕기면서 노인들 노래하는 것 녹취하고 이야기 듣고 하면 참 재미도 나겠다. 교수란 직업이 참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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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의 산책
김호경 지음 / 책세상 / 200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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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경은 대학 때 한국 고전에 심취했다가 독일 유학시절 신학에 빠져서 이후 신학을 공부했단다.

그가 지금까지 낸 책은 3권이다.

인간의 옷을 입은 성서 - 책세상문고 우리시대 032
김호경 지음 / 책세상 / 2001년 2월

신학-정치론 - 책세상문고.고전의 세계 018
베네딕트 데 스피노자 지음, 김호경 옮김

그리고 이번에 내가 읽은 <일요일의 산책>. 글을 어렵지 않으면서도 논리적이고 사뭇 사람을 끄는 힘이 있다. 저자와는 다소 별개로 <일요일의 산책>이 책세상에서 나온 것을 보고 내가 놀랍게 생각하는 것은 콘셉트며 글의 내용이 기존의 기독교 출판사에서만 나올 법한 내용을 다루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아마도 책세상 문고의 성과에 기인한 것일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 기독교인이 얼핏 듣기로 2천만을 넘겼다고 했다. 하긴 그렇지 않고서야 동네마다 뾰족 십자가가 온통 차지하고 있겠는가. 예수가 제시한 기독교인의 길을 그 2천만이 제대로 걷고 있다면 우리나라는 이런 몰골로 있지 않을 것이다. 자본의 힘이 득세하는 세상이 될 수도 없었으리라.

결과적으로 기독교인의 탈을 쓰고 마음의 거짓위안만을 구하면서 실제로는 마몬의 사악함을 견지하고 있는 사람들이 대다수일 것이라는 얘기다. 그런 사람들에게 이런 책이 좀 먹혔으면 좋겠다. 바람일 뿐이지만 사실 이루어지기 힘들다는 것도 난 잘 안다. 세상은 본질적으로 사악하기 때문에.

글들은 크리스챤 화가들의 작품과 저자의 글로 이루어져 있는데 저자의 글쓰기는 대체적으로 성경구절을 하나 제시하고 우리 시대의 테마를 하나 잡아서 그 둘을 연결짓고 그 속에서 성서적으로 이 사건을 어찌 읽어낼 것인가를 말한다. 논리에는 큰 무리가 없다. 하기사 내용이 나쁜 책이 어디 있으랴. 문제는 좋은 내용의 책을 읽고 그 내용대로 따라서 사느냐 못 사느냐의 문제일 뿐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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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책방마을 헤이온와이
리처드 부스 지음, 이은선 옮김 / 씨앗을뿌리는사람 / 200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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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전 지구화해가는 자본과 정부의 추세에 거스른다. 물론 그 수단은 책 그것도 두번 이상의 손(second-hand)을 거친 헌책이다.

이 세계의 다양성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저쪽 유럽의 시골도 점점 피폐하고 사람이 살 수 없는 환경으로 내몰리고 있다. 시골마을의 특산품도 상품논리로 엮어 살 길을 도모하고 있기는 하지만 외부가 아닌 생산하는 곳 자체에서 운영이 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

헤이온와이는 영국에서도 웨일스 지방에 있다. 웨일스가 영국(THE UNITED KINGDOM)에서 어떤 위상을 가지고 있는지는 정확히 모른다. 영국은 크게 4군데 스코틀랜드, 웨일스, 북아일랜드, 잉글랜드로 나뉜다. 내가 아는 바로는 잉글랜드가 개중 힘이 있어서 정치.경제적인 중심을 차지하고 있고 아일랜드와는 사이가 몹시 좋지 않아서 아일랜드는 IRA같은 독립단체와도 아직까지 심심치 않게 다투고 있는 것으로 안다.

암튼 이 리처드 부스 라는 이 괴짜는 책으로 시골도시를 지킨다는 신조를 가진 사람이다.

헌책방 마을에 대한 이야기로 알았지만 읽다 보니 그 개인의 역사가 곧 헌책방 마을에 대한 역사와 같다. 소수문화로 전 지구화해가는 자본과 정부체제에 대한 대안의 일 보고서로 맞춤하다.

글 뒤에 실린 이 책의 편집자의 글도 우리의 헌책문화와 관련해서 읽어둠직하다.

우리나라는 헌책방 마을까지 언급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하려면 아직 멀었다. 새 책도 제대로 사보지 않는 나라에서 무슨 헌책이란 말인가.

파주북시티의 지명을 '헤이온와이'에서 '헤이'를 따서 헤이리 라고 지었다는 기사를 보았다. 취지는 가상하나 실효는 의문이다.

책 읽으면서 내내 유럽의 오랜 책 문화와 깊이가 부러웠고 다양함과 그 방대함에 놀랐다. 다시 한 번 내가 모르는 것이 얼마나 이 세상에 많은지 깨달았고 그래서 즐거웠다.

책 속에 등장하는 수많은 책의 제목들과 작가들의 이름은 하나하나 다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아마도 이런 책에 대한 책을 읽으면서 누릴 수 있는 큰 즐거움일 것이다.

또 하나 번역자의 번역에 주목하라. 주의해보지 않으면 그냥 지나칠 수도 있겠지만 '번역이 제2의 창작'이라는 오랜 격언을 떠올리면 이 책은 그야말로 충분히 즐길 수 있을 정도다. 영국의 정서와 느낌을 이 정도로 우리말로 소화해서 전달한다는 건 결코 쉽지 않을 일이었을 것이다. 중간중간에 들어가는 각주를 보아도 이는 충분히 증명된다. 역자의 수고에 치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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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o0207 2004-08-12 1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같은 체험을 했습니다. 지역경제와 문화지킴이 역할 등 부스의 참여에도 박수를 보냅니다. 번역도 우수하였구요
 
매혹의 질주, 근대의 횡단 - 철도로 돌아본 근대의 풍경
박천홍 지음 / 산처럼 / 200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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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주를 보면 기가 질린다. 그 방대한 양 때문이다. 저자의 자료를 섭렵하는 데 얼마만한 공을 들였는가를 짐작케 한다. 그 많은 자료를 가닥을 잡아서 배치하고 쓰느라 얼마나 고생을 했을지 가늠하기 쉽지 않다.

부제에서도 보이지만 이 책은 '철도'를 화두로 잡고 우리 근대를 돌아본다. 최근에 무더기로 쏟아진 근대 관련 연구서적 중에 철도와 관련된 책으로는 으뜸이라 할 만하다.

내 보기엔 김진송이 냈던 <현대성의 형성:서울에 딴스홀을 許하라>가 신호탄을 쏘아올렸다면 요즘에 이어지고 있는 이 책이나. <연애의 시대>, <근대의 책읽기>등은 각론으로 들어가서 보다 깊이 한 주제에 천착하고 있지 않나 싶다.

근대에 대한 관심이 왜 이렇게 모아지고 있는가가 문제일 텐데 이 주제는 근래 들어 한때 바람을 일으켰던 포스트모더니즘의 거품이 걷히고 제대로 된 우리의 근대를 들여다 보자는 흐름이 저류에 흐르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한다. 우리 것도 제대로 모르면서 남의 이론을 가지고 우리의 것을 분석하려는 시도는 얼마나 비주체적이고 엄한 짓인가.

그런 관점에서 이런 대중을 상대로 한(?) 근대 연구서가 속속 나오고 있는 것은 고무적이다.

각설하고 이 책으로 다시 돌아가서 이 책은 사실 좀 지루하다. 연구서다 보니 딱딱하고 진도도 잘 안 나간다. 하지만 우리가 그냥 흘려버리기 쉬운 자잘한 정보들을 잘 모아서 정리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재주만은 발군이다.

가끔씩 날카로운 예지가 돋보이는 문장도 보인다. 대체적으로 일본이야말로 우리의 자생적 근대화를 망친 주범이라는 시각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이건 사실 맞는 말이니까. 아는 사실을 좀더 구체적인 사실과 증거를 들어서 말하고 있을 뿐 참신한 느낌이 없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가 말하고 있는 것처럼 이 책이 철도가 그려놓은 오욕과 수치의 한국 근대사를 들여다보려는 시도라고 한다면 그 시도는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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