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혹의 질주, 근대의 횡단 - 철도로 돌아본 근대의 풍경
박천홍 지음 / 산처럼 / 2003년 5월
평점 :
품절


이 책의 주를 보면 기가 질린다. 그 방대한 양 때문이다. 저자의 자료를 섭렵하는 데 얼마만한 공을 들였는가를 짐작케 한다. 그 많은 자료를 가닥을 잡아서 배치하고 쓰느라 얼마나 고생을 했을지 가늠하기 쉽지 않다.

부제에서도 보이지만 이 책은 '철도'를 화두로 잡고 우리 근대를 돌아본다. 최근에 무더기로 쏟아진 근대 관련 연구서적 중에 철도와 관련된 책으로는 으뜸이라 할 만하다.

내 보기엔 김진송이 냈던 <현대성의 형성:서울에 딴스홀을 許하라>가 신호탄을 쏘아올렸다면 요즘에 이어지고 있는 이 책이나. <연애의 시대>, <근대의 책읽기>등은 각론으로 들어가서 보다 깊이 한 주제에 천착하고 있지 않나 싶다.

근대에 대한 관심이 왜 이렇게 모아지고 있는가가 문제일 텐데 이 주제는 근래 들어 한때 바람을 일으켰던 포스트모더니즘의 거품이 걷히고 제대로 된 우리의 근대를 들여다 보자는 흐름이 저류에 흐르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한다. 우리 것도 제대로 모르면서 남의 이론을 가지고 우리의 것을 분석하려는 시도는 얼마나 비주체적이고 엄한 짓인가.

그런 관점에서 이런 대중을 상대로 한(?) 근대 연구서가 속속 나오고 있는 것은 고무적이다.

각설하고 이 책으로 다시 돌아가서 이 책은 사실 좀 지루하다. 연구서다 보니 딱딱하고 진도도 잘 안 나간다. 하지만 우리가 그냥 흘려버리기 쉬운 자잘한 정보들을 잘 모아서 정리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재주만은 발군이다.

가끔씩 날카로운 예지가 돋보이는 문장도 보인다. 대체적으로 일본이야말로 우리의 자생적 근대화를 망친 주범이라는 시각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이건 사실 맞는 말이니까. 아는 사실을 좀더 구체적인 사실과 증거를 들어서 말하고 있을 뿐 참신한 느낌이 없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가 말하고 있는 것처럼 이 책이 철도가 그려놓은 오욕과 수치의 한국 근대사를 들여다보려는 시도라고 한다면 그 시도는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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