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객 1 - 맛의 시작
허영만 지음 / 김영사 / 2003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회상하거니와 허영만의 [오! 한강]을 읽었을 때 그 감격을 잊지 못한다. 웬간한 소설은 명함 내밀기도 힘들 정도의 '작품'이었다.

음식을 소재로 은근히 이야기를 풀어내는 솜씨는 감탄스럽다. 리뷰라 하는 것이 일차적으로 작품을 가지고 논해야 하는 것임을 내 모르는 바 아니나 나는 좀 다른 이야기를 해야겠다.

이 만화책의 책값은 터무니없이 비싸다. 김영사의 폭리라고 밖에는 볼 수 없다. 책의 앞부분에 허영만과 김진수라는 만화에 등장하는 여기자의 담백한 인터뷰가 실려 있기는 하지만 그쯤이야 코믹스 사이즈의 만화책에도 다 들어가지 않던가. 점점 올라가고는 있지만 대략 코믹북의 가격은 3,500원에서 4,000원 사이다. 사이즈는 작지만 가볍고 포켓사이즈라 무겁지 않게 들고다니면서 볼 수 있어서 접근도를 높인다.

그러나 김영사의 이 책을 보라. 무겁고 종이도 내 보기엔 만화책에 사용하기에는 부적절해 보인다. 작품의 감동을 터무니없는 책값으로 망치고 있다. 그래서 별점도 원래는 4개 이상이어야겠으나 3개를 주었다.

만화를 좋아하는 사람으로 한 마디 하겠다. 제발 책값 좀 올리지 마라. 더 저렴한 가격으로 좀더 많은 사람한테 읽힐 생각이나 하라. 만화책의 가격까지 올려야 속이 시원하겠는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규보시문선 나랏말쌈 13
이규보 지음 / 솔출판사 / 1997년 4월
평점 :
절판


책은 도대체 왜 읽는 것일까? 아마도 나는 지적허영에서 읽는다. 창피한 노릇이지만 숨길 생각은 없다. 그래도 일단은 읽는 것이 즐거우므로 단지 읽는다.

고려 중기의 문신으로 지금 이 시대에도 읽힐 정도의 문장을 갖춘 이. 고려의 태생이 고구려의 계승임을 확인함으로써 민족적 자부심을 강조하고 당시 보기 드물게 중화풍도에 경도되지 않고 민족적 자존을 꿈꾸었다.

이규보에 대한 대체적인 평가가 어떠한지는 모른다. 책을 읽으면서 유유낙낙 유학자이면서도 하긴 아직까지 딱딱하게 경직된 성리학이 도입되기 전에 유학이 아직 물렁물렁 하던 때였으니 가능했던 것인지도 모르겠으나 그가 유람하며 흥에 취하여 적어낸 글은 산이며 물이며 바람이며를 논한 것이라서 굳은 유학자의 느낌은 없다.

읽으면서 자꾸 민족이라는 말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써놓은 글을 보면 중국에 대척되는 신라의 개념. 이것은 최치원의 경우 어린 나이에 중국에 가서 문명을 날렸다는 부분에서 확인할 수 있다. 어떤 경계로 나누어진 나라의 개념은 분명 있었던 것 같다. 그것이 중화민족의 민족과 대치하는 한민족의 개념 또한 가지고 있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요즘 내가 아는 바로는 민족과 같은 거대담론은 한물가고 개인을 더 중시하고 역사에서도 마찬가지로 거시사보다는 미시사에 더 비중을 두어가고 있는 것으로 안다.

반드시 민족과 개인이라는 개념을 대척에 두고 볼 필요는 없겠지만 이를테면 2009 로스트 메모리즈에서 사카모토(장동건 분)의 경우 어떤 것이 자신에게 중요한 것인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 역사에 만약이란 없다지만 그런 경우에 처한다면 보통 다들 역사를 제대로 바로 잡아야 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라고 하겠으나 내가 보기에 그것은 영화에서도 간간히 보여지듯 조센진들이 당하는 차별 때문이라고 본다. 일본인들이 역사를 바꾸고나서 동등하게 대했다고 하면 과연 굳이 역사를 되돌리기 위해 목숨을 걸어야 할 이유가 있는가. 단지 민족정기를 되살린다는 그 거대한 몸에 와닿지도 않는 이유로? 모를 일이다. 나 같으면 자신 없다. 민족이라는 거대한 이름 앞에 자신의 인생을 포기하라, 는 식의 명령은 거부감이 생긴다. 거부감.

책의 서체와 문장 부호에 사용된 서체가 아마도 다르지 싶다. 따옴표가 더 똑똑하고 명확해보인다. 물음표는 반으로 좀 뭉그러졌지만.

판형도 포켓사이즈고 가볍고 좋은데 다만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종이가 너무 얇아서 뒤가 비쳐보인다는 것이다.

나랏말 시리즈. 챙겨 읽어두어야 할 가치가 충분히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전작주의자의 꿈 - 어느 헌책수집가의 세상 건너는 법
조희봉 지음 / 함께읽는책 / 2003년 1월
평점 :
절판


오래 전에 읽고 20031111에 쓰다

간단히 그 당시 해놓은 메모 하나. 전작주의는 나에게 하나의 계기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의 네트워크화. 그것이야말로 '전작주의'의 제대로 된 의미가 아니겠는가.

사실 이 글을 읽기 전에도 나는 나름대로 내가 좋다고 생각한 작가의 글을 저자만큼은 못되어도 찾아 읽는 편이었다. 마루야마 겐지의 글이 그랬고, 다자이 오사무가 그랬다. 다자이 오사무의 경우는 번역되어 있는 책이 많지 않아서 흉내만 내다가 그쳤지만.

책을 읽다가 책이 나온다. 저자가 읽었던 책으로 인상을 남겼던 책이 대부분인데 글에 감동을 받으면 무슨 책인가고 다시 한 번 떠듬어보게 된다. 이를테면 인터넷에서의 하이퍼링크와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다. 클릭하게 만드는 요소는 물론 나의 감동이고 하이퍼되어 등장하는 텍스트는 지목된 책이다. 그렇게 나의 독서는 영역을 넓히고 확장된다.

조희봉은 이윤기에 경도되어서 그의 모든 작품을 다 찾아읽기에 이르렀고 그의 유일한 제자가 되고 급기야는 결혼식의 주례까지 맡도록 하였다. 그의 집요한 관심이 그렇게까지 그를 이끈 것이다. 대단한 집중력이고 집요함이다.

그의 글은 쓰는 이의 열정에 감동시키는 힘이 있다. 그 자신이 그렇게 좋아하고 아낌으로써 그 감동을 자신의 글을 읽는 이에게까지 전염시키는 것이다. 그가 그가 여적까지 읽어낸 것들을 자신의 것으로 소화하고 무언가 자신만 내보일 수 있는 어떤 것을 내놓을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성실한 읽기와 자신의 그 열정으로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책을 읽고 싶게 만드는 능력은 그야말로 발군이다.

그의 열정에 전염되고 나면 읽지 않고는 배기지 못할 것이다. 그것의 그가 쓴 글의 힘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금난새와 떠나는 클래식 여행
금난새 지음 / 생각의나무 / 2003년 9월
평점 :
절판


열라 재밌다. 내 생각에 클래식은 왠지 고급스럽고 범접하기 어렵다는 느낌도 있고 그러면서도 막상 들어볼라치면 지겹고 하품이 나는 음악이다. 그래도 내 경우에는 관심도 있고 들어보고도 싶었으나 그냥 듣자니 아무 것도 모르고 듣기도 애매하고 그랬는데 이 책 표지가 우중충해서 왠지 선뜻 손이 가지 않았지만 집어들고 한 줄 두 줄 읽어나가다보니 아니 이것이 왠일인가. 너무나도 재미가 있었던 것이다.

잘 모르는 용어는 중간중간에 잘 집어주고 친절하게 잘 설명해주고, 금난새 씨가 직접 설명해주는 듯한 말투로 쓰여졌으므로 상상하며 읽을 수 있다. 클래식의 대중화를 앞장 서서 실천하고 있는 분이라서 무엇보다도 몸에 와닿는다.

음악을 음악으로서 뿐 아니라 그 당시의 역사적 배경과 맞물려서 설명하고 있는 점도 특기할 만하다. 그러나 시대사와 음악 창작과 관련된 부분에 대한 설명은 좀 약하다. 이 시대에는 왜 이 음악이 나올 수 밖에 없었는가. 이런 질문은 참 재미나다.

클래식에 관심은 있으나 선뜻 쉽게 접근하지 못하는 이들에게 안성맞춤의 책이다. 이 책은 한 번 읽고 그냥 두지 말고 여러 번 되풀이 읽고 음반을 옆에 같이 걸어두고 감상하면 그 효과 일백배일 것이다.

클래식도 그냥 우리가 흔히 즐겨 듣는 가요나 랩처럼 그냥 음악의 한 장르일 뿐이라는 구절이 기억에 남는다. 맞는 말이다. 왜 아니겠는가.

1분중 0분께서 이 리뷰를 추천하셨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조선의 뒷골목 풍경
강명관 지음 / 푸른역사 / 2003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저자가 이 말을 자주 한다. 내가 보는 역사는 항상 거창하고 사건 사고들로 가득 차 있어서 마치 과거에는 내가 지금 평소에 하고 있는 행위들 즉, 먹고 싸고 입고 자는 것과는 거리가 먼 것처럼 착각하기도 한다. 그러나 사람이니까 사는 모습은 많이 다르지 않다. 의식주는 생존에 꼭 필요한 것이니까.

말하자면 이 책은 잃어버린 그림 조각 맞추기(jigsaw puzzle)의 일부다. 전체 조선이라는 퍼즐이 있다면 기존에 내가 배웠던 정사나 야사들만으로 메꾸지 못했던 부분. 물론 아직 더 메꿔야 할 부분이 있을 터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보이지 않는 1센티에 대한 상상력을 불러일으킨다는 점에 이 책의 매력이 있다.

판매지수를 보니 이 책이 숱하게 팔린 모양이다. 참으로 신기한 것이 읽을 만한 책은 누가 뭐라 하지 않아도 저절로 팔려나간다. 그것이 책의 힘일 것이다.

또 이 책은 좀더 심층적으로 깊이 있게 연구해보고 싶은 충동을 이끌어낸다. 다시 말해 공부하고 싶도록 만든다. 호기심을 조장하는 것이다. 한 예로 조선의 술의 역사 부분을 끝내면서는 나처럼 술에 관심을 가질 한심한 연구자가 있을까 보냐 하고 눙치기까지 하면서 고도의 술수를 부리지 않는가 말이다. 한문을 좀 하는 이들은 분명 '땡길' 것이다.

저자도 본문에서 숱하게 언급하고 있거니와 잊혀진 사람의 역사를 복원하고 싶단다. 그렇다. 역사가 권력을 가진 자 위주로 쓰여지고 집중된 것은 불문가지의 사실이지만 그 빈틈을 찾아내서 (그것은 발굴되지 않은 서지 자료의 발굴을 필연적으로 요구할 것이다. 듣자하니 서울대 규장각과 같은 한문고적을 모아놓은 곳에는 아직 채 들춰보지도 못한 무수한 자료들이 잠자고 있다 한다) 메꾸는 작업이 얼마나 중한가.

저자의 말대로 이 책은 시작일지도 모르겠다. 이 책에 자극받은 수많은 한문학도들이 자극받아서 좀더 공부도 열심히 하고, 한문자료들은 보관이 문제되지 않는 한 열람이 가능하도록 공개되었으면 좋겠다.

책의 힘이란 것은 전염이 되는 것이어서 뜻이 모아지면 불가능해 보이던 일도 종종 이루어지는 법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