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와 아들 대한민국을 걷다 - 아들과의 10년 걷기여행, 그 소통의 기록
박종관 지음 / 지와수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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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온 세상이 스피드경쟁이다. "빠름,빠름,빠름" 인터넷검색도 검색어를 넣자마자 바로 화면이 떠야하고 음식도 주문하자마자 바로 나와야한다. 하물며 운송수단은 자동차와 기차 그리고 비행기까지... 빨리 목적지에 도착해서 무언가를 세상이 끝날 것처럼 즐겨야 제대로 즐긴 것처럼 느끼게 된다. 특히 요즘 청소년들은 어딘가를 걸어서 가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들에게 이동은 자신의 두다리를 움직여 가는 것이 아니라 운송수단에 실려 수동되는 걸 뜻한다. 자동차,엘리베이터,에스컬레이터,무빙워크가 우리를 태우고 어딘가로 데려다 준다. 부모 또한 기꺼이 자식의 운전수가 되어 우리의 아이들은 걸을 기회가 적어진다.


    이런 것들이 당연한 시대에 5살 어린애와 전국을 걸어서 돌아보기로 작정한 아빠가 있다. 그리고 그런 아들과 10년을 시간날때 마다 걸어서 대한민국의 절반을 걸었다. 그 두 사람은 아마 지금도 걷고 있겠지...... 아들을 가진 아빠들이 모두 그렇듯이 아들과의 여행에 대한 로망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막상 시도해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일 것이다. 회사와 아이의 학교공부가 그닥 만만치 않은 일이니까... 그러나 생각하기 나름이다. 모두가 빠르게 지나쳐가는 우리나라의 길을 두발로 직접 걸어가면서 딱히 얻는 것이 없을지라도 좋다라고 편하게 생각하면 시작도 쉽겠다. 단지 걷는다는 것이 목적이 될 수도 있다. 걷는다는 것은 세계를 온전히 경험한다는 것이 될것이다. 경험의 주도권은 인간이 갖는다. 걷기여행의 묘미는 느림이다.


   아들과 10년의 여행기록이 담긴 책에는 아이의 성장이 조금 보인다. 사실 독자의 입장에서 이동거리나 묵은 장소 이런것도 궁금하지만 아이가 어떻게 성장하고 있는지 걷기여행을 통해서 어떻게 달라졌는지도 궁금했다. 그런 부분이 많이 보이지 않아 그런 점은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아이는 조금씩 성장하고 있다. 아빠에게 던지는 질문과 대화에서...... 아빠는 어떤 의도를 가지고 아이를 대하면 역효과가 난다는 걸 안다. 일방적으로 쏟아내는 말은 아이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한다. 스스로 보고 느끼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이유이다. 그렇지만 아빠가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같이 하게 하는 것이 어쩌면 강요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길을 걷듯이 천천히 기다려주며 아이와 함께 가다보면 서로 이심전심 이해하게 될 것이다. 


  책의 뒷부분에는 걷기여행의 팁이 들어있다. 장비와 신발 지도와 먹을 거리 등등... 그러나 이 책의 아빠와 아들이 그랬듯이 형편에 맞게 둘이서 상의해서 결정하고 걷다가 시행착오도 거치고 고생도 해가며 깨닫게 되는 것이 진정한 걷기여행이 아닌가 한다. 우리의 인생이 어떤 팁도 없이 진행되고 우리는 그 인생의 걷기여행자이듯이....


  책을 읽고 난후 단지 아들과 걷기 여행이 아니더라도 물론 이 저자처럼 평생 아들과 둘이 걸을 수 있다면 더 좋겠지만 함께 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과 그렇지 못하고 지내버린 지난 시간이 후회가 된다. 이제라도 아들과 작은 부분에서라도 함께하면서 소통을 시도해봐야겠다. 오랜동안 함께 약속처럼 같이 할 수 있는 아이템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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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절반은 맛이다 - 박찬일 셰프 음식 에세이
박찬일 지음 / 푸른숲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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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황이 들어간 카레색깔같은 선명한 노란색의 이쁘고 자그마한 책이 나에게 왔다. 이 자그마한 책이 나에게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고 오랜 기억을 불러내고 있었다. 책을 접하기 전에 제목이 참 좋다라는 생각만 했는데 책을 읽으면서 맞아맞아를 연발하게 된다.  그리고 주말이면 운동끝나고 가는 칼국수집에서 바지락칼국수는 봄에 먹는게 제일 맛있다고 아는 척도 좀 했다.


  예전에는 음식이라고 하면 그저 배를 불리는 그런 거라고만 생각했다. 내 기억에도 라면이 비싸고 ( 비싸다기 보다는 우리집이 그만큼 돈이 없었겠지만) 귀했던 어린 시절, 엄마는 라면에 김치와 국수를 함께 넣어서 끓여주셨다. 온 가족이, 할아버지,할머니,아빠,엄마 그리고 세자식들이 라면 몇개로 배가 부를 수 있는 방법은 그게 제일이었을 거니까. 그러던 시절이 지나고 지금은 라면도 일본라멘, 퓨전라면 등등 라면 전문점까지 생긴 지경이 되었다. 또 TV는 어떤가? 주말이나 아침이면 음식기행이나 우리나라의 맛집, 심지어 세계의 음식여행이라는 프로그램이 넘쳐나고 있다. 이제 우리는 음식이 단지 배를 불리는 게 아닌 문화가 되고 있는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을 쓴 박찬일셰프는 원래 소설가를 지망해서인지 아님 기자생활을 하던 사람이어서인지 글솜씨가 뛰어나다. 나도 모르게 쑤욱 빨려들어 책장을 넘기게 하는 맛있는 음식과도 같은 멋진 글솜씨를 가진 분이다. 맛있는 음식과 뛰어난 글솜씨가 어울어지니 금상첨화다. 


  이 책은 3부로 되어있다. 1부는 우리나라의 음식에 대한 이야기다. 솜사탕같은 구름 한 점과 같은 병어회의 맛( 정말 병어회는 부드럽고 살살 녹는다.), 작가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라는 국수와 냉면이야기, 아버지의 추억이 깃든 닭백숙이야기, 계절에 따른 갖가지 먹을거리(겨울꼬막, 봄철 바지락칼국수,겨울 속초의 청어구이, 가을낙지..... 이루 말로 다 불러낼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먹을거리 이야기가 펼쳐진다. 거하게 잘 차려진 음식상을 받은 듯 뿌듯하기만 하다.


  2부는 여러나라에서 맛보게 되는 요리들로 되어있다. 영화대부에 나오는 과자 카놀리, 역사가 깃든 음식인 시칠리아의 소 내장이 들어간 햄버거, 달걀요리(세상에 달걀후라이가 이렇게 다양했었나?) 캐비아, 홍콩에 가면 딤섬과 3박 4일을 먹어보리라 결심하게 만든 딤섬이야기, 중국집에서 볶음밥을 먹을 때 이제는 고민 좀 해봐야겠다고 생각하게 만든 볶음밥이야기, 내가 좋아하는 하루끼의 두부이야기가 우리의 상상력과 호기심을 자극하며 펼쳐진다. 외국여행을 할 때 어떤 음식을 먹어봐야하는지 이제는 크게 고민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


  3부는 문학작품속에 나오는 음식이야기들이다. 박완서의 <그 남자의 집>에 나오는 민어이야기 (작년과 올여름 민어를 먹어보고 나서 앞으로 나는  민어를 먹어 본 사람과 민어를 먹어보지 못한 사람으로 구별해야지 하는 굳은? 결심을 했다.)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에 나오는 꼭 삶은 문어를 사야하는 이유를 알게 해준 문어이야기, 성석제의 <소풍>에 나오는 냉면이야기까지 이들 책조차 다시 읽어보고 싶게 한다.


  이 책에서 레시피는 몇가지 되지 않는다. 그 레시피를 보고 음식을 만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은 솔직히 엄두가 나지 않는다. 작가만큼의 정성으로 음식을 만들 자신이 없다. 그렇지만 이제 음식을 먹을 때마다 제철재료로 된 가미가 되지 않은 오래된 조리법으로 만든 정성어린 음식을 찾아서 먹어야하겠다는 생각은 든다. 만들지는 못해도 먹는 것이야 잘 할 수 있으니까......


  음식은 사람의 추억도 불러내고 아픈 상처도 아물게 하는 마약과도 같은 존재이다. 실연의 상처로 힘들다가도 맛있는 비빔밥 한그릇 뚝딱 비우면 외로움도 저멀리 달아나 버리니까.....

  우리가 음식을 통해 치유받는 까닭이 어디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책을 읽고난 지금 난 건강해진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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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닉 - 숨기려 해도 숨길 수 없는 마음
배명훈 지음 / 북하우스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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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편의 영화같은 책

책을 읽고 난 뒤 한참동안 머리속에 그려지는 영화같은 장면들을 찾아 인터넷을 검색하고 있었다. 체코의 추운 겨울......

이 책은 한 편의 영화같은 이야기였다. 물론 모든 소설이 영화처럼 지어낸 이야기이고 어느정도의 이미지가 그려지는 것은 당연하지만 배명훈의 이 소설은 특히나 추운 겨울 을씨년스러운 바람과 온세상을 덮어버릴 듯 내리는 하얀 눈, 그리고 검은 옷을 입고 무표정한 얼굴의 사람들이 등장하는 영화가 책을 읽는 내내 머리속에 그려지는 쉽게 책장을 덮고 다른 일을 할 수 없게 만드는 마력이 있었다.

 

 주인공 나는(다른 등장인물들은 이름이 있는데 주인공인 나는 나로 등장한다. 어느 누구도 나의 이름을 불러주지 않는다.) 도구이다. 연방이라는 조직에 속한. 이 연방은 책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형태인지 어떤 사회인지 명시되지 않는다. 그저 나는 이런 거대한 조직에 속한 인물이다. 시터먼 이름을 가진 그것이 시킨 아주 소량의 죽음을 주문 생산하는 죽음을 날 것 그대로 다루는 직업을 가진 칼로 타겟을 죽이는 사람이다. 11년을 일하고 1년을 쉰다. 여기서 어느것도 현실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에는 존재하지 않을 것 같은 낯선 세계와 낯선 이야기와 장면들이 환타지처럼 펼쳐진다.

 또 한명의 주인공인 조은수 , 저격수이면서 천재적인 능력을 가진 자이다. 나의 친구이기도 하다. 우리편을 위해 디코이(가짜의 또다른 나)를 만들고 상대의 디코이를 찾아 저격하는 일을 한다.

 그리고 이들과 엮여있는 또 한명의 인물 ,김은경. 주인공 나의 첫사랑이자 가장 미스테리하게 끝까지 남아있던 인물. (이야기의 끝은 반전이 기다린다)

 

  주인공 나는 체스판위의 나이트라는 생각을 한다. 그러나 아는 것은 그뿐.  조은수가 친구인지 적인지도 알 수 없는 상태에서 첫사랑인 은경을 지키기 위해 모험을 할 수 밖에 없다. 스스로가 미끼가 되어 위험속으로 들어간다. 점차 기울어지는 세상, 그러다가 완전히 수직으로 기울어져 그 벽에 붙어사는 것처럼 위태하게 달라붙어있는 존재인 나. 꿈인지 현실인지 분간이 되지 않는 이야기들. 그 속에 있는 조그만 무대,그 무대 안에 또 한겹의 무대, 무대를 둘러싼 무대, 삶과 죽음의 아슬아슬한 경계를 타고 벌어지는 인간들의 혈투,

 

 주인공 나는 점차 첫사랑 은경의 실체로 다가간다. 다섯겹의 주머니속에 들어있는 송곳같은 애라는 조은수의 말처럼 둘이 사랑한다고 생각했지만 나를 사랑하는 게 아니었다고 느낀다. 아직은-그것도 내 마음대로 붙여놓은 단서일뿐-

 

 이 책에는 무대위에 펼쳐지는 연극한편이 나온다. <랑떼의 결백> . 이 연극과 이책은 서로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

 주인공들은 거대한 조직에 의해 악마와도 같은 짓을 하고 있는 체스위의 말과 같다. 바보들!

 

 큰 화면속에 펼쳐지는 영화의 마지막 장면이 끝나고 쉽게 자리를 못 떠나고 앉아서 이 영화가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했나 곰곰히 생각하게 되듯이 이 책을 읽고 난후 긴 여운에 책의 표지를 들여다 보면서 자꾸 생각에 잠기게 된다.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나?

아마도 어느정도의 시간이 흐른뒤 또 이 책이 생각날 것이고 누군가에게 꼭 한번 읽어보라고 권하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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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홀 사계절 1318 문고 78
박지리 지음 / 사계절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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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사계절에서 나온 1318문고다. 그러나 이 책은 청소년만을 위한 책은 아니다. 자식을 가진 어른들이 먼저 읽어야하고 이 책을 읽고 난 후 아이와 대화를 해보면 좋을 듯하다. 가정내의 폭력에 대해서. 

 

 이 책의 주인공은 공고에 다니는 학생이다. 아버지는 소방공무원이고 엄마와 누나가 있다. 아버지는 겉으로는 멀쩡한 사람이지만 집에서는 끔찍한 폭력을 일삼는 사람이다. 어려서부터 아버지의 계속되는 폭력에 엄마는 반항도 하지 못하고 산다. 누나와 나는 그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지만 어디론가 아버지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으로 숨어드는 것 밖에는 할 수 있는 게 없다. 그러한 끔찍한 폭력은 폭력이 지나간 다음 온가족의 아무렇지도 않은 연극속에서 가족외에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 되어버린다. 

이런 폭력을 겪으면서 나는 엄마를 엄마에게는 타고난 종의 기질이 있다고 생각한다. 엄마는 부당한 일을 당해도 사과를 요구할 줄 몰랐고, 자기 잘못이 아니데도 먼저 빌곤 했다. 그런 엄마한테 나는 어떤 진심도 느낄 수 없다.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무조건 고개숙이고 보는 그 모습이 오히려 아주 괴롭히고 싶게 사람을 자극한다고 생각한다.

누나는 이런 현실을 연극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결국 연극을 하기 위해 집을 나간다. 아버지가 순직한 후 모든 문제가 없어졌다고 생각했지만 아버지의 폭력에 같은 편이었던 누나가 어느날 훌쩍 커버렸다. 둘만의 안전지대였던 맨홀에서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를 죽이고 아니면 둘이 함께 죽을 계획까지 짰던 누나는 이제 같은 편이 아니고 나는 혼자 남아버렸다.

 

 자신의 상처를 감추고 드러내놓지 않으려 하는 상처를 들추려하면 오히려 발톱을 세우고 공격하는 한마리의 사나운 짐승처럼 되어버린 나는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도 문제해결력도 배우지 못한채 방황한다. 피해자인 우리가 왜 가해자인 아버지를 용서하기위해 애를 쓰고 서로 싸우고 눈물을 흘려야하는지 전혀 이해가 되지 않는 나는 파키들한테 폭력을 당하고 파키를 죽이고 맨홀에 시체를 버리게 된다.

  

 아버지의 폭력으로 한 번 엇나가버린 아들의 마음은 원래의 자리로 쉽게 돌아오지 않는다. 가정내의 폭력을 감추며 봉합해서 살아가지만 그 영향을 고스란히 받은 어린 아들은 다른 사람을 죽일수도 있는 자신을 통제하는 능력을 잃어버린 문제아가 되어버렸다. 그 아들은 엄마조차도 겁을 내는 무서운 사람이 되어버린 것이다.

 

 우리나라는 가정내의 폭력에 대해서는 관대한 편이다. 부모가 자식을 때리는 일, 남편이 아내를 때리는 일에 대해 가르치려면 어느정도의 폭력을 사용해도 된다고 한다. 그리고 특히 가정내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서는 간섭하지 말아야한다고 한다. 가정내에서 일어나는 폭력을 밖에 나가서 떠벌리는 것도 올바른 처신이 되지 못한다. 체면을 유지하기 위한 가식은 자식을 골탕먹이고 올바른 가치관과 문제해결력을 기르는데 오히려 방해가 되는 또다른 학대였다.

 

 이 책을 읽고 난 후 요즘 더욱 심해지는 폭력사건들이 머리속에 줄줄이 떠올랐다. 모든 폭력의 원인이 가정은 아니겠지만 아이들이 올바른 가치관을 배우고 태도를 배우는 아주 기본적인 공간인 가정이 제대로 기능해야한다는 생각이 든다.

 

 책의 결말은 어떤 문제도 해결되지 않고 아이가 집을 나가는 것으로 끝나버려 우리에게 더 큰 문제의식을 남겨준다. 그래서 어떻게 해야하나?하는 무거운 숙제하나를 가슴에 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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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판사 서기호입니다 - ‘가카 빅엿’ 양심 판사, 사법개혁의 꿈을 안고 소통하다
서기호.김용국 지음 / 오마이북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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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영화 <부러진 화살>을 보고 열받은 많은 국민들이 있다. 그리고 <도가니>를 보고 또 더 열받은 사람들이 있다. 그것말고도 2009년 촛불재판파동, 2011년 SNS사태등을 통해 우리나라 사법부는 이제 우리가 모르는 그분들만의 일이 아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알아서 잘 할거라는 사법부는 권력앞에서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기위해 알아서 잘(?)하고 있다. 이제 우리는 사법개혁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하지만 사법개혁은 전문적이 부분이라 국민들의 관심도 떨어지고 또 법원내부사정도 모르니 지금까지 우리는 알아서 잘하기만을 바라고 있을 수 없는 때가 되었다.  

 

 이런 시점에 "가카 빅엿"이라는 흉측한 이름을 달고 다니는 서기호판사가 느닷없이 등장했다. 근엄하기만 한 판사들 속에서 나의 처음 느낌은 "똘아이"아냐?였다. 그가 쏟아낸 말들도(사실 조선일보,중앙일보,동아일보 중심으로 봤을때) 이건 "튄다"라는 말로 부족했다. 왜냐면 그는 판사니까. 우리는 전에 노무현 대통령에게 그랬듯이 대통령이 가져야할 품격을 강조하고 이번에는 판사가 가져야할 품격을 강조한 것이다.

 그의 말은 "방통위는 나의 트윗을 적극 심의하라. 심의하면 할수록 감동과 훈훈함만 느낄 것이고, 촌철살인에 감탄만 나올것이다" 로 방통위의 SNS심의에 대한 비판이었다. 누구라도 할 수 있는 말이 판사라서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서기호판사가 트윗에 올렸다는 글들에 대해 왜 한사람의 자연인으로 보아주지 못하는가하는 의구심을 갖게 되었다. 우리나라가 아직도 후진성을 벗어나지 못하였나?

 신문들을 떠들석하게 했던 이런 말에 가려 서기호라는 사람은 포장되어져버렸다는 걸 알게 되었다. 오마이뉴스기자와의 대담으로 되어있는 책에서 우리는 서기호의 다른 모습을 만나게 된다. 마치 힐링캠프나 대담프로를 보는 듯하게 되어있다. 내가 책을 읽고 난 후 서기호판사에게서 받은 느낌은 다음 편지글과 비슷했다.

 p.35 함께 일했던 직원의 편지에서

" 늘 상대에 대한 배려심이 너무 지나치셔서 오히려 소극적으로 행동하셨던 분, '더 나은 세상을 위해'라는 메신저 대화명처럼 누구보다도 의미있는 삶을 살고자 하셨던 분, 스스로 돈키호테라 자칭하셨던 분, 그리고 너무 꿋꿋하셔서 외려 걱정하는 주변 사람들을 무색하게 만들어버리신분 이것이 제가 알고 있는 판사님의 모습입니다." 

 

  이 책을 통해서 현재 사법부가 가지고 있는 문제점에 대해 인식하는 계기가 되었다.

우리나라는 삼권분립이 되어있다고 배워왔고 당연히 그렇게 돌아가는 줄 알고 평생을 살았다. 하지만 지금보니 대통령이 사법부의 수장인 대법원장을 임명하는 방식이다. 이것이 과연 3권분립의 원칙에 맞는 것인지 다시 생각해봐야한다. 국회의 동의절차가 잇어 3권분립이 되어있다고 주장할 수 있겠지만 지금처럼 국회의 과반수가 정부여당일 경우 사실상 국회의 동의는 형식적인 절차가 되어버린다. 그렇다면 대법원장은 대통령의 입김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또한 판사의 연임에 대한 평가방식에도 문제가 있다. 학생들의 성적과 태도 평가도 공개되고 조정의 기회를 주는데 하물며 판사의 평가를 다면평가 방식도 아니고 법원장의 판단에 맡기다니... 10년동안 그간의 성적이 어떠했는지 알지도 못한채.

 이제 법원의 개혁은 몇몇 판사들의 양심에 맡길 게 아니라 온 국민이 관심을 갖고 추진하는 전반적이 사법개혁,제도개혁이 필요하다.

 

  책의 말미에 그간 판사생활을 하면서 후회되는 점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책을 좀 더 많이 읽었더라면~~"이라는 말을 한다. 여기에서 나는 이분은 노력하는 사람이구나 자기반성부터 할 줄 아는 분이구나하는 생각을 했다. 이 책을 통해서 "비폭력대화"라는 걸 알아봐야겠다는 생각도 또한 했으니 단지 문제판사 서기호만 알게 된 것은 아니다.

 

 어렵게만 느껴졌던 사법개혁에 대한 문제를 대담형식으로 쉽게 풀었지만 여전히 우리의 실생활과는 멀어 이해하지 못한 부분, 혹은 관심이 가지 않은 부분이 많았고 그래서 사법개혁의 주체는 국민이라고는 하지만 보다 가까이 있는 분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면 힘들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마지막으로 공지영작가가 했다는 말을 덧붙이며 이책을 읽은 소감을 마무리하고 싶다.

 

p.40

 "누군가 우리나라가 왜 잘못됐느냐고 물었을 때. 어느 것도 제자리에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판사,작자,언론인,정치인 제자리에 있는 것이 하나도 없는 이런 상태가 마치 천지창조 이전의 혼돈을 보는 것 같다.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가는 날가지 함께 싸우고 기도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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