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홀 사계절 1318 문고 78
박지리 지음 / 사계절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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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사계절에서 나온 1318문고다. 그러나 이 책은 청소년만을 위한 책은 아니다. 자식을 가진 어른들이 먼저 읽어야하고 이 책을 읽고 난 후 아이와 대화를 해보면 좋을 듯하다. 가정내의 폭력에 대해서. 

 

 이 책의 주인공은 공고에 다니는 학생이다. 아버지는 소방공무원이고 엄마와 누나가 있다. 아버지는 겉으로는 멀쩡한 사람이지만 집에서는 끔찍한 폭력을 일삼는 사람이다. 어려서부터 아버지의 계속되는 폭력에 엄마는 반항도 하지 못하고 산다. 누나와 나는 그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지만 어디론가 아버지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으로 숨어드는 것 밖에는 할 수 있는 게 없다. 그러한 끔찍한 폭력은 폭력이 지나간 다음 온가족의 아무렇지도 않은 연극속에서 가족외에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 되어버린다. 

이런 폭력을 겪으면서 나는 엄마를 엄마에게는 타고난 종의 기질이 있다고 생각한다. 엄마는 부당한 일을 당해도 사과를 요구할 줄 몰랐고, 자기 잘못이 아니데도 먼저 빌곤 했다. 그런 엄마한테 나는 어떤 진심도 느낄 수 없다.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무조건 고개숙이고 보는 그 모습이 오히려 아주 괴롭히고 싶게 사람을 자극한다고 생각한다.

누나는 이런 현실을 연극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결국 연극을 하기 위해 집을 나간다. 아버지가 순직한 후 모든 문제가 없어졌다고 생각했지만 아버지의 폭력에 같은 편이었던 누나가 어느날 훌쩍 커버렸다. 둘만의 안전지대였던 맨홀에서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를 죽이고 아니면 둘이 함께 죽을 계획까지 짰던 누나는 이제 같은 편이 아니고 나는 혼자 남아버렸다.

 

 자신의 상처를 감추고 드러내놓지 않으려 하는 상처를 들추려하면 오히려 발톱을 세우고 공격하는 한마리의 사나운 짐승처럼 되어버린 나는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도 문제해결력도 배우지 못한채 방황한다. 피해자인 우리가 왜 가해자인 아버지를 용서하기위해 애를 쓰고 서로 싸우고 눈물을 흘려야하는지 전혀 이해가 되지 않는 나는 파키들한테 폭력을 당하고 파키를 죽이고 맨홀에 시체를 버리게 된다.

  

 아버지의 폭력으로 한 번 엇나가버린 아들의 마음은 원래의 자리로 쉽게 돌아오지 않는다. 가정내의 폭력을 감추며 봉합해서 살아가지만 그 영향을 고스란히 받은 어린 아들은 다른 사람을 죽일수도 있는 자신을 통제하는 능력을 잃어버린 문제아가 되어버렸다. 그 아들은 엄마조차도 겁을 내는 무서운 사람이 되어버린 것이다.

 

 우리나라는 가정내의 폭력에 대해서는 관대한 편이다. 부모가 자식을 때리는 일, 남편이 아내를 때리는 일에 대해 가르치려면 어느정도의 폭력을 사용해도 된다고 한다. 그리고 특히 가정내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서는 간섭하지 말아야한다고 한다. 가정내에서 일어나는 폭력을 밖에 나가서 떠벌리는 것도 올바른 처신이 되지 못한다. 체면을 유지하기 위한 가식은 자식을 골탕먹이고 올바른 가치관과 문제해결력을 기르는데 오히려 방해가 되는 또다른 학대였다.

 

 이 책을 읽고 난 후 요즘 더욱 심해지는 폭력사건들이 머리속에 줄줄이 떠올랐다. 모든 폭력의 원인이 가정은 아니겠지만 아이들이 올바른 가치관을 배우고 태도를 배우는 아주 기본적인 공간인 가정이 제대로 기능해야한다는 생각이 든다.

 

 책의 결말은 어떤 문제도 해결되지 않고 아이가 집을 나가는 것으로 끝나버려 우리에게 더 큰 문제의식을 남겨준다. 그래서 어떻게 해야하나?하는 무거운 숙제하나를 가슴에 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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