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절반은 맛이다 - 박찬일 셰프 음식 에세이
박찬일 지음 / 푸른숲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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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황이 들어간 카레색깔같은 선명한 노란색의 이쁘고 자그마한 책이 나에게 왔다. 이 자그마한 책이 나에게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고 오랜 기억을 불러내고 있었다. 책을 접하기 전에 제목이 참 좋다라는 생각만 했는데 책을 읽으면서 맞아맞아를 연발하게 된다.  그리고 주말이면 운동끝나고 가는 칼국수집에서 바지락칼국수는 봄에 먹는게 제일 맛있다고 아는 척도 좀 했다.


  예전에는 음식이라고 하면 그저 배를 불리는 그런 거라고만 생각했다. 내 기억에도 라면이 비싸고 ( 비싸다기 보다는 우리집이 그만큼 돈이 없었겠지만) 귀했던 어린 시절, 엄마는 라면에 김치와 국수를 함께 넣어서 끓여주셨다. 온 가족이, 할아버지,할머니,아빠,엄마 그리고 세자식들이 라면 몇개로 배가 부를 수 있는 방법은 그게 제일이었을 거니까. 그러던 시절이 지나고 지금은 라면도 일본라멘, 퓨전라면 등등 라면 전문점까지 생긴 지경이 되었다. 또 TV는 어떤가? 주말이나 아침이면 음식기행이나 우리나라의 맛집, 심지어 세계의 음식여행이라는 프로그램이 넘쳐나고 있다. 이제 우리는 음식이 단지 배를 불리는 게 아닌 문화가 되고 있는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을 쓴 박찬일셰프는 원래 소설가를 지망해서인지 아님 기자생활을 하던 사람이어서인지 글솜씨가 뛰어나다. 나도 모르게 쑤욱 빨려들어 책장을 넘기게 하는 맛있는 음식과도 같은 멋진 글솜씨를 가진 분이다. 맛있는 음식과 뛰어난 글솜씨가 어울어지니 금상첨화다. 


  이 책은 3부로 되어있다. 1부는 우리나라의 음식에 대한 이야기다. 솜사탕같은 구름 한 점과 같은 병어회의 맛( 정말 병어회는 부드럽고 살살 녹는다.), 작가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라는 국수와 냉면이야기, 아버지의 추억이 깃든 닭백숙이야기, 계절에 따른 갖가지 먹을거리(겨울꼬막, 봄철 바지락칼국수,겨울 속초의 청어구이, 가을낙지..... 이루 말로 다 불러낼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먹을거리 이야기가 펼쳐진다. 거하게 잘 차려진 음식상을 받은 듯 뿌듯하기만 하다.


  2부는 여러나라에서 맛보게 되는 요리들로 되어있다. 영화대부에 나오는 과자 카놀리, 역사가 깃든 음식인 시칠리아의 소 내장이 들어간 햄버거, 달걀요리(세상에 달걀후라이가 이렇게 다양했었나?) 캐비아, 홍콩에 가면 딤섬과 3박 4일을 먹어보리라 결심하게 만든 딤섬이야기, 중국집에서 볶음밥을 먹을 때 이제는 고민 좀 해봐야겠다고 생각하게 만든 볶음밥이야기, 내가 좋아하는 하루끼의 두부이야기가 우리의 상상력과 호기심을 자극하며 펼쳐진다. 외국여행을 할 때 어떤 음식을 먹어봐야하는지 이제는 크게 고민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


  3부는 문학작품속에 나오는 음식이야기들이다. 박완서의 <그 남자의 집>에 나오는 민어이야기 (작년과 올여름 민어를 먹어보고 나서 앞으로 나는  민어를 먹어 본 사람과 민어를 먹어보지 못한 사람으로 구별해야지 하는 굳은? 결심을 했다.)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에 나오는 꼭 삶은 문어를 사야하는 이유를 알게 해준 문어이야기, 성석제의 <소풍>에 나오는 냉면이야기까지 이들 책조차 다시 읽어보고 싶게 한다.


  이 책에서 레시피는 몇가지 되지 않는다. 그 레시피를 보고 음식을 만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은 솔직히 엄두가 나지 않는다. 작가만큼의 정성으로 음식을 만들 자신이 없다. 그렇지만 이제 음식을 먹을 때마다 제철재료로 된 가미가 되지 않은 오래된 조리법으로 만든 정성어린 음식을 찾아서 먹어야하겠다는 생각은 든다. 만들지는 못해도 먹는 것이야 잘 할 수 있으니까......


  음식은 사람의 추억도 불러내고 아픈 상처도 아물게 하는 마약과도 같은 존재이다. 실연의 상처로 힘들다가도 맛있는 비빔밥 한그릇 뚝딱 비우면 외로움도 저멀리 달아나 버리니까.....

  우리가 음식을 통해 치유받는 까닭이 어디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책을 읽고난 지금 난 건강해진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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