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의 선물 - 제1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 개정판
은희경 지음 / 문학동네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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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나는 모든 사람들의 내면을 이해할 수 있었지만 나를 이해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373

모든 사람들의 내면을 이해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보다 진희가 화자였고, 화자가 곧 작가 자신이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아무리 일찍 속이 찬 아이라도 이 모든 상황을 어른들처럼 이해할 순 없었겠지. 그럼에도 저자가 진희의 시선으로 모든 상황, 모든 사람의 내면을 낱낱이 훑어내는 것은 보호받아야 할 아이에게 주어지지 못한 어른들의 어른스러움을 비꼬고 있는 것은 아닐까? 모두가 진희의 시선으로 아프고 고통받고 소외된 모든 사람을 바라볼 수 있는 사회가 되길 바라본다.

새의 선물이란 제목의 의미가 궁금했는데 독파 북토크를 통해서 알게 되었다. 

물론 독자들이 받아들이는 것 모두가 의미 있는 의미있을테지만 말이다.

책의 첫 페이지에  -자크 프레베르의 '새의 선물' 전문이 소개되어 있다. 

'아주 늙은 앵무새 한 마리가 그에게 해바라기 씨앗을 갖다주자 해는 그의 어린 시절 감옥으로 들어가버렸네' 

 

새의 선물을 받지 않는 모습이 마치 진희 같았다고 한다. 왜 씨앗을 받지 않는지, 세상의 위약과 위선에 대해서 진희를 통해서 말하고자 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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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천천히 오래오래 소설, 잇다 1
백신애.최진영 지음 / 작가정신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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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근대 시대를 반영한 소설을 좋아하는 나에게 근대 여성 작가와 현대 여성 작가의 소설을 한 권에 담아 함께 읽는 시리즈 소설, 잇다의 출간은 너무나 반갑다. 최초의 근대 여성 작가 김명순님의 뒤를 잇는 ‘2세대 여성 작가에 속하는 백신애 작가와 사회에서 소외된 이들의 이야기를 주로 다루는 최진영 작가의 콜라보는 기대감을 주기에 충분하다.

 

 

백신애 작가는 1908년 부유한 집안의 외동딸(해설에서는 사회주의 운동가 오빠가 있었다고 나와 조금 혼란스러움)로 태어난다. 그는 적당히 학문을 익히고 좋은 집안에 시집을 가는 평온한 삶을 등지고 뜨거운 마음이 이끄는 방향대로의 삶을 선택한다. 사회주의 여성단체에 가입해 여성운동을 하고, 1926년 오로라를 보겠다고 시베리아를 방랑하다가 귀국길에 혹독한 고문을 받기도 한다. 그런 그녀도 외동딸로서 부모의 기대를 저버릴 수 없어 결혼을 하지만, 5년 만에 별거하게 되고 그로부터 1년 뒤 췌장암으로 세상을 떠난다. 그의 작품 안에서 이런 작가의 모습, 고민, 울분, 사랑 등을 엿볼 수 있다.

 

 

자신의 소신, 신념과 자식으로서의 도리 사이에서 느끼는 번뇌를 <혼명(混冥)에서> 주인공의 독백을 통해 보여준다.

 

나의 결혼은 하늘을 향하여 돌멩이를 던진 것과 같은 결혼이었어요. 그러면서도 나의 주위는 그 던진 돌멩이가 무사히 그대로 공중에 매달려 있을 기적을 신념하고 있었고 희망하고 있었던 것이었지요마는_69.

 

화자는 어쩔 수 없이 한 결혼과 이혼, 이혼 후 조신하게 얌전하게 쥐죽은 듯이 살게 하려는 주변의 압박, 그래도 어머니의 사랑과 눈물때문에 자신의 신념을 묻어둬야 하는 숨 막히는 심정이다. 그런 화자 가 옛 동지였던 ‘S’와의 우연한 세 번의 만남과 대화를 통해 자신의 신념을 지켜나갈 용기를 얻는다. 소설 속에서 화자는 위병으로 고생 중이고 그것 또한 자신이 용기를 내지 못하는 하나의 이유이기도 했기에 ‘S’와의 마지막 만남에서 건강을 회복하고 피자 연구하고 얻은 결론을 말하기로 약속한다. 그 약속으로 화자는 건강도 회복하고 어머니를 설득하며 자기를 찾아 나간다. 만남을 앞에 두고 갑작스레 ‘S’의 죽음을 맞이한 화자, 슬프지만 당신이 두고 간 맹렬하던 의기의 한 조각죽는 날까지 힘껏 틀어잡고삶을 지탱해나갈 것이라고 다짐한다.

 

 

소설처럼 작가 백신애도 그러할 수 있었다면 지금 얼마나 훌륭한 작품들이 탄생했을지 모른다. 아깝다. 억지 결혼이 아니었다면, 식민치하와 가부장제 아래에서 여성으로서 더 강하게 느꼈을 억울함과 부당함이 아니었다면, 그토록 단명하지 않았을 것만 같다.

 

 

 

 

아이고, 맙소사. 아이고, 빌어먹을 도둑놈. 네가 하느님이야? 도둑놈이지. 그만치 내가 정성을 들였으면 조금이라도 효험을 보여주어야 되지 않느냐?_34.

 

<광인수기狂人手記>의 한 대목이다. 시작부터 하느님에게 반말에 욕지거리를 퍼붓는 화자는 광인의 상태이다. (그러지 않고서야 하나님을 그렇게 욕할 수는 없겠지..) 비가 모질게도 들이치는 다리 아래에서 걸레 같은 옷을 입고 추위와 배고픔에 벌벌 떨며 하느님에게 원망인지 하소연인지 모를 말들로 화자의 사연을 독자들에게 전한다. 첫날 밤 그리도 다정하던 남편, 괴팍하고 못돼처먹은 시누이와 시어머니, 사회주의 운동으로 맘 졸이게 하던 세월을 버티고 나니 뒤늦게 바람난 남편. 그 현장을 급습하자 미친년 취급하며 꽁꽁 묶어 가둬버리는 남편의 행태에 미치지 않을 여자가 어디 있을까?

 

 

여자가 정말로 미치는 때는 남편의 배신을 알게 된 순간이 아니라 자식들이 걱정되어 남편이 있는 집으로 발길을 돌리는 바로 그 순간일 것이다._해설 중에서

 

그렇다. 그와중에도 자식 걱정에 온전히 미치지도 못하는 게 여자고 엄마다. 그 부당하고 불합리한 시대를 거치며 자식들을 건사했던 우리 어머니들에게 존경과 박수를 보내고 싶다.

 

 

 

<우리는 천천히 오래오래> _최진영

 

이 소설은 백신애 작가의 <아름다운 노을>30대 여성과 16세 소년의 로맨스에서 창안했다고 한다. 낯선 두 사람이 서로에게 사로잡히는 과정을 보여주고 싶었지만 사랑을 이야기하고 싶은데 남자와 여자의 사랑 이야기를 생각할 때 지금의 나를 엄습하는 단어는 가스라이팅, 스토킹 범죄, 그루밍 범죄, 데이트 폭력, 교제살인, 디지털 성범죄, 불법촬영...’ 여자와 남자의 로맨스에는 위험한 요소가 너무 많다는 우려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고 한다.

 

밤엔 편의점과 펍에서 알바를 하고 낮에는 공부를 병행하는 20살 정규는 괜한 시비를 거는 거친 남자 손님에게서 자기편을 들어주는 또 다른 40대 여자 손님 순희와 우연히 대화를 나누게 되고 끌리게 된다. 저자는 여성으로 살아가면서 느껴야만 하는 불안감, 두려움을 항상 안고 살아가는 정규를 통해 남성을 대할 때 항상 경계하고 조심하게 되는 현실에 대해 꼬집는다. 동성으로서 느끼는 편안함을 넘어서 사랑으로 발전하는 모습은 존중할지언정 개인적으로 받아들이기는 어려웠다.

 

 

소설, 잇다를 통해 백신애 작가를 알게 되어 감사하다. 두 번째 소서, 잇다는 어떤 근대 작가와 현대 작가를 이어줄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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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가 간절한 날에 읽는 철학 이야기
사토 마사루 지음, 최현주 옮김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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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정이란 상대의 몸무게와 같은 무게의 금을 값으로 치를 만한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찌 않으면 안 되는 것」 _볼프강 로츠

 

 

사회 생활 7년 차인 시마오씨가 자신의 미래를 걱정하며 8년 전 아르바이트생과 고용인으로 인연이 닿았던 다방면에 방대한 지식과 날카로운 통찰력을 지닌 <지의 석학>이라 불리는’ 사토씨를 찾아가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돈 ≠ 풍요

시마오씨는 워라벨이 가능한 회사라 다니기로 결정했지만막상 돈 잘 버는 친구들을 보니 왠지 모를 패배감과 부러움이 생겨난다이런 고민을 사토씨에게 털어놓고 자본주의 시장원리애덤 스미스의 도덕감정론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인간에게는 공감이라는 마음이 있어서 그것이 사회에서 도덕이나 규범을 만든다는 거죠그래서 시장 작용에 따라 부자와 가난한 사람들 사이에서 부의 재분배가 이루어진다고 생각했던 거예요.」 _49

 

애석하게도 애덤스미스의 주장은 굉장히 바람직하지만 비현실적인 이론이 되어버렸다인간의 에 대한 욕구는 먹을 수 있는 양이나 가질 수 있는 물건 수처럼 제한이 없기 때문이다.(한계효용 체감의 법칙아무리 맛있는 케이크라도 계속 먹고 싶은 사람은 없다반면 돈은 많이 주면 줄수록 좋지 않은가?(물론 예외적으로 돈에 욕심이 없는 사람도 있겠지만실체가 없는 돈은 아무리 손에 쥐어도 만족감을 얻을 수 없기에 이 풍요와 같을 수 없다사토씨는 풍요를 위해 자각과 단념의 필요성을 이야기한다.

 

 

사토 시마오씨는 회사원이죠회사원으로 일할 때본인은 자본가가 아닌 노동력을 파는 노동자라는 자각과 그래서 수입에 제한이 있다는 단념이 중요하거든요.

 

시마오 자각과 단념이요?

 

사토 자신이 자본가가 아닌 노동자라는 것을 인식하고 자본가가 되지 않는 한 막대한 재산을 쌓을 수 없다는 것을 판단한다는 것이죠.

 

시마오 그렇게 정확히 말씀하시니뭔가 미래가 없는 듯하네요!

 

사토 그게 꼭 부정적인 의미의 포기는 아니거든요. ‘자각과 단념’ 두 가지를 인지한 후에돈으로 얻을 수 없는 게 무엇인지 스스로 생각하는 게 인생의 풍요로움으로 이어집니다자각이나 단념을 구별하지 못하고 돈을 맹신하게 되면일본처럼 버블경제가 올 수 있어요.

」 _69~70

 

 

 

프롤레타리아의 어원이 고대 로마 시대에 재산을 구분하는 기준으로 아이밖에 없는 사람’, 즉 아이 이외에 부를 창출할 수단이 없는 사람이라는 뜻이라고 한다마르크스는 프롤레타리아의 약점을 이용해 그들의 노동을 착취하고 자신들의 부를 늘려가는 부르주아를 무너뜨리려 했지만 결국 자본주의만 살아남았다마르크스는 프롤레타리아가 노동자가 자신의 노동력을 팔 수 있는 자유와 노동력 이외의 다른 생산 수단으로부터의 자유라는 2가지 자유를 가지고 있다고 했다자유의 긍정적인 면은 노동자가 토지나 직업에 얽매여 있지 않아 어디에서무슨 일을 하든 자유라는 것이고 부정적인 면은 자신의 노동력 이외에 돈을 벌 수단이 없다는 의미라고 한다.

 

 

 

살아가는 데 돈을 목표로 해도 좋고돈 이외의 다른 행복을 찾아도 괜찮아요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걸 쫓으면 인생이 힘들어진다는 걸 잊지 마세요.」 _81

 

 

?인간 관계일은 우정이 아닌 신뢰를 쌓는다.

 

시마오씨는 두 번째 방문에서 사토씨에게 상사와 관계에 대한 고민을 토로한다사토씨는 인간관계에서도 파레토 법칙을 적용할 수 있다고 한다(나를 좋아하는 사람 20%, 평범한 관계 60%, 나를 싫어하는 사람 20%). 나를 싫어하는 20%에만 초점을 맞추지 말고 전체를 보라고 조언한다어느 집단을 가도 나와 맞지 않고 나를 싫어하는 사람은 있는 게 당연하다나 또한 그 1~2명과 우호적인 관계를 만들기 위해 신경 쓰고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는 게 현명하다고 생각한다사회에서 만난 동료는 이해관계로 연결된 사람이기 때문에 친구와 애초에 다른 친밀감을 형성한다고 말한다.

 

업무상 인간관계에서도 우정이 성립되지만이해관계도 포함되어 있지요그리고 친구가 아니더라도 업무상 신뢰 관계는 쌓을 수 있어요.」 _109

 

 

?모든 일은 사람을 위해 존재한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일은 사람에게 필요하기 때문에결국 사람을 위한 것만이 남아 있는 것이죠자본주의 시장 원리 속에서 필요성이 없어진 일은 도태됩니다.」 147.

사토씨의 이 주장은 고개를 갸웃하게 한다과연 자본주의 시장 원리에서 살아남지 못한 모든 일은 필요로 하는 사람이 없다고 말할 수 있을까얼마 전에 코로나를 겪으며 문을 닫게 된 오프라인 제로웨이스트샵이 많다는 이야기를 들었다우리 미래를 위해 꼭 바꾸어야 할 라이프 스타일에 필요한 제품들을 판매하는 매장이다자본주의 시장 원리에 적합하지 않다고(싸지 않고 사용하기 번거롭다해서 필요성이 없는 일이라고 보기 어렵지 않을까오히려 우리 건강과 지구의 미래에 직결된 꼭 필요한 일들은 자본주의 시장원리에 대립되는 경우가 많지 않을까 싶다.

 

 

?고독은 근대 자본주의의 산물?

 

영국에는 2018년 고독담당장관일본에서도 2021년 고독·고립대책담당장관이 임명되었다고 한다고독이 하루에 담배 15개비를 피우는 것만큼 건강에 해로우며 고독이 가져오는 경제적 손실도 엄청나다고 한다한나 아렌트는 고독을 고독(자기 자신과 대화할 수 있는 혼자인 상태). 고립(공동체 활동을 할 기회를 박탈당한 정치적 고립), 외롭거나 버림받은 느낌의 드는 상태라는 세 가지 상태로 설명한다고독과 고립은 유해하지 않고 오히려 필요한 경우도 있지만 진정한 고독인 버림받은 상태/외로움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환경을 바꾸라고 말한다고독을 이겨내는 게 강한 인간의 증거인 듯이 필요 이상으로 노력하지 말고 환경을 바꾸어 고독을 피하라고 조언한다.

 

 

?
『퇴사가 간절한 날에 읽는 철학 이야기』라는 제목에서 보듯 이 책의 평범한 사회인들, 예비 사회인들에게 적절한 책이라 생각된다. (단칸방에 홀로 지내는 독거노인들, 철저히 부모로부터 방치된 아이들, 은둔형 외톨이 그들에게 이런 조언은 참으로 덧없게 느껴질 것이므로) 평범한 사회인들 하나하나가 이런 책으로 자신을 잘 다독이고 삶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면 그 여파가 사회 소외된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물결로 가 닿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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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톡홀름에서 걸려온 전화 - 노벨상 수상자 24명의 과학적 통찰과 인생의 지혜
스테파노 산드로네 지음, 최경은 옮김 / 서울경제신문사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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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톡홀롬에서 걸려온 전화 한 통으로 과학자는 노벨상 수상자가 됩니다.”

이렇게 간단하게(?) 전화 한 통으로 노벨상 수상자가 된 수상자들이 모여 열띤 토론을 벌이며 새로운 아이디어를 쏟아내는 ‘린다우 노벨상 수상자 회의’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나요? 이 책은 린다우 회의의 대화 방식과 같은 인터뷰 형식으로 24명의 노벨상 수상자들의 과학적 통찰과 인생의 지혜를 담고 있어요.

<화학은 쉽다, 인간답게 사는 것이 어렵다.> _로알드 호프만

크~ 너무 멋진 말이지 않나요? 그가 후배들에게 남기는 조언은 더 멋집니다.

“인문학과 예술, 그리고 외국어 강의를 최대한 많이 들어두길 바랍니다. 인문학이 인생의 여러 문제에 딱 들어맞는 명확한 해답을 알려주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질문을 던지며 인간 존재에 관한 가장 중요한 질문들은 과학으로는 답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줍니다. 그런 겸손함과 공감하는 마음, 인간적인 호의가 나름의 역할을 합니다.”

그리고 자기 생각을 글로 목소리로 사람들에게 가르치고 설명할 수 있는 능력도 기르라고 덧붙여요. 아무리 좋은 연구라도 사람들에게 설명해서 설득시키지 못한다면 의미가 없을 테니까요. 인터뷰 중에 그의 어머니에 대한 부분이 참 인상적인데요. 2차 세계대전으로 숨죽여 지내야 했던 1년 반은 한참 소리 지르고 뛰어다닐 5~6세 때였대요. 아이를 조용히 시켜야 하는 상황에서도 해맑은 아이로 키워주신 어머니, 졸로치우에서 샌프란시스코까지 어떻게 가야 하는지와 같은 질문들로 아이가 사고하게끔 했던 지혜로운 어머니가 그를 훌륭한 화학자가 되는 데 큰 영향을 주었을 거라 짐작해 봅니다.

<타인을 돕는 열정이 나를 돕는다> _프랑수아즈 바레시누시

뤼크 몽타니에와 함께 에이즈 유발 HIV 분리하여 2008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 HIV가 더이상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으며 최근 프랑스 젊은 동성애자 인구의 감염 발생률이 증가하고 있다고 해요. 미국와 호주도 비슷하고요. 자신이 감염된 사실도 모르고 바이러스를 전파하고 다니는 경우가 많은데 검사를 할 생각도 하지 않는다니 놀랍고 조금 화도 나더라고요. 검사를 받고 싶어도 ‘핵심 영향 인구(동성애자, 마약 사용자)’는 치료 또는 의료 혜택을 받을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는 정치인들 때문에 환자들이 의약품과 의료기술을 이용할 수 없는 경우가 있다고 해요. 이게 도대체 무슨 말인지요!! 1985년 중앙아프리카공화국의 방기 방문에서 HIV 치료도 통증을 줄여줄 약조차 없이 방치된 환자들을 보고 자원이 제한된 환경에서 활동하게 되었다는 프랑수아즈 박사는 결혼식 당일에 남편이 실험실로 전화를 하게 할 정도로 일에 헌신적인 학자래요. 타인을 돕고자 하는 열정을 가장 중요시하는 과학자를 알게 되어 영광입니다.

모든 노벨상 수상자는 ‘자신의 연구나 창의력을 발휘하는 과정과 관련하여 상당히 중요한 의미가 있는 물건’을 노벨 박물관에 기증하게 되어 있다고 해요. 로저 첸 교수는 오래된 가방을 샅샅이 뒤져 찾아낸 어린 시절(8~13세)에 썼던 작은 공책을 전시했죠. 여러분도 혹시 모르니 오래 된 노트를 꼭 간직하시길요!

전문가용 현미경이 갖고 싶어 신문 배달에 이웃집 잔디 깎기 등으로 돈을 모았는데 어머니가 자꾸 빌려 가선 갚지 않자 화가나 경찰서에 신고함! 결국, 아버지가 학생이 쓸 만한 중고 현미경을 사주었다는 랜디 셰크먼의 사연은 웃프기도 했어요. 노벨 박물관에 전시된 그 현미경으로 매년 과학 프로젝트 준비에 활용했고 ‘나만의 과학 세상’이었다니 노벨 박물관에 전시될 자격이 충분해 보이네요.

이 랜디 셰크먼 박사는 처음의 취지와 달리 학문 연구를 평가하는 수치가 되어버린 ‘임팩트 팩터(논문 피인용 지수)’에 강하게 반대하는 입장인데요. 그는 ‘≪셀≫, ≪네이처≫,≪사이언스≫에 논문을 발표하려고 집착하는 상황에서 우리는 결국 논문의 가치를 판단할 권한을 전문 편집인들에게 넘겨준 셈’이라고 주장해요. 학문 연구를 평가하는 올바른 방법에 대해 의사 표현을 할 수 있길 기대하며 학술지 ≪이라이프≫ 창간에 참여하기도 했지요. 논문 내용과 상관없이 얼마나 인용되었는지 단순히 그 수치가 채용과 승진, 지원금 배분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비합리적으로 보이긴 해요. 셰크먼 박사는 자신의 연구 논문에서 주요 발견이 무엇인지, 그 발견이 본인의 연구 분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설명하는 글을 이력서에 수록한다면 심사위원들이 임팩트 팩터를 고려하지 않고 연구 성과를 직접 읽어보고 판단한다고 해요.

자신의 연구 결과와 이 결과가 어떻게 쓰일 수 있을지 설득시키고 잘 전달하기 위해서는 역시 글쓰기 능력이 필요하게 되네요. 역시, 독서와 글쓰기의 중요성은 어느 분야에서나 동일하게 적용되네요.

그 밖에도 에릭 캔들의 정신 분석에 대한 생각, 의사결정 과정과 인지 편향에 대한 연구자이지만 정작 자신의 인지편향 오류는 놓치는 경우가 많다는 대니얼 카너먼, 만성 스트레스가 텔로미어가 점점 짧아지고 텔로머레이스의 기능 약화와 연관이 있다는 사실(엘리자베스 블랙번 교수) 등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가득한 유익한 책이에요. 중고등학생들에게도 과학적 지식뿐 아니라 자기 삶에 더 진지하게 고민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아 추천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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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들처럼 - 진화생물학으로 밝혀내는 늙지 않음의 과학
스티븐 어스태드 지음, 김성훈 옮김 / 윌북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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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평균 수명이 늘었고 사회와 의료 기술이 발달한 시대에 살게 되면서 이제 ‘오래 사는 것’이 소원인 사람은 없을 것이다. 많은 사람이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이 즉, ‘건강 수명’을 늘어나는 수명과 균형을 맞춰가는 것을 중요시한다. 이 책은 ‘30년 넘게 땅속을 누비는 벌거숭이두더지쥐, 50년 넘게 하늘을 가르는 갈매기, 100년 넘게 바다를 헤엄치는 고래 등’의 ‘라이프 스타일을 파고들어 수명과 노화에 대한 놀라운 지식과 깊은 깨달음’을 전하고자 한다.


사실, ‘진화생물학으로 밝혀내는 늙지 않음의 과학’이라는 표지 문구가 성경을 믿는 크리스찬의 입장에서는 여러 면에서 거슬렸다. ‘진화’는 ‘창조’와 상반되며, ‘늙지 않음’은 순리에 어긋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단지 방부제 미모를 유지하는 늙지 않음에 포커스가 맞춰진 책이라면 볼 이유가 없었겠지만, 인류의 ‘건강 수명’을 늘리기 위한 실마리를 찾아 나간다는 점에서 충분히 가치 있어 보인다. ‘건강’을 잃은 ‘장수’는 가장 피하고 싶고 두려워하는 미래의 내 모습 중 하나다.


「미드웨이 섬에서 새끼를 치고 있는 50만 마리의 알바트로스 사이에서 반세기 전에 자기가 직접 고리를 달아준 새와 우연히 만났다는 것은 거의 기적에 가까운 일이었다.」 _p76

몸은 작은 고양이 크기지만 날개를 미국 프로농구 선수 르브로 제임스만 하다고 할 만큼 길고 멋진 날개를 가진 새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을 파괴하고 1만 6000명의 사망자를 낸 일본 지진에서 밀려온 쓰나미가 미드웨이섬을 덮쳐 수십만 마리의 알바트로스가 죽었지만 위즈덤은 살아남았고 최소 일흔 살이 된 지금도 새끼를 낳고 있다고 한다. 평생 480만 킬로미터(달을 여섯 번 왕복할 수 있는 거리) 이상 날아다녔고 수십 년 동안 몇몇의 연인을 저세상으로 보내고 다시 최근에 자기보다 훨씬 젊은 수컷과 짝을 지을 정도로 컨디션이 좋다고 한다. 젊은 연인도 부럽지만 일흔의 나이에도 원기 왕성한, 건강한 모습에 매료된다. 알바트로스 외에도 장수지수가 높은 바닷새들은 모두 섬에 살면서 일 년에 하나의 알만 낳으며 번식을 뒤로 미루어 천천히 하는 특성을 보인다.


*장수지수란? 한 동물이 체구가 같은 동물원 동물의 장수 기록과 비교해서 상대적으로 얼마나 오래 사는지를 말하는 값.

위즈덤 보다 훨씬 작은 몸으로 논스톱으로 1000킬로미터씩 날 수 있는 놀라운 새가 있다. 초당 80회 날갯짓을 하는 벌새는 에너지 대사율이 상당히 높고 고혈당, 고온의 특성을 가지면서도 장수지수가 높다. 저자는 이런 새들이 분명 항산화 방어 메커니즘과 신속한 복구 메커니즘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 믿는데 연구가 너무 부족함을 애석하게 여긴다.



「장수하는 새와 박쥐들은 장수하면서도 마지막까지 체력, 지구력, 기민함을 유지하고, 감각과 인지능력도 예민하게 유지한다. 이것이야말로 우리가 닮고 싶어 하는 장수다. 하지만 요즘 생의학 실험실을 가득 채우고 있는 종은 수명이 짧고 급속히 노화하는 생물종들이다. 이런 종에 계속 매달릴 것이 아니라 건강하게 장수하는 동물들에 대한 심도 있는 연구가 필요하다.」_p115


평생 세포 복제를 계속 하는 종(인간도 해당)은 종류를 막론하고 암에 걸릴 위험이 있다고 한다. 세포가 복제 능력을 유지하는 한, 그 복제가 통제를 벗어날 잠재력도 함께 유지되기 때문이다. 로셸 버펜스타인이 연구한 천마리 이상의 벌거숭이두더지쥐를 사후 검사한 결과 단 번도 암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한다. 점점 더 많은 조사가 이뤄지면서 결국 암이 몇 개 발견되긴 했으나 잘 연구된 다른 종의 늙은 동물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드문 경우라고 한다. 이 연구는 비교적 활발히 진행되고 있어 벌거숭이두더지쥐의 피부에서 발견한 히알루론산이라는 물질이 암 저항성의 역할을 한다는 점을 발견했다고 한다.



인간 수명이 늘어나는 만큼 건강 수명이 발맞춰지지 않는다면 엄청난 의료지원이 필요로 하게 될 것이고 사회의 불안정을 초래할 것이다. 더 많은 사람이 더 오랜 시간 동안 치매와 장애, 질환에 의한 고통 속에서 보내지 않도록 적극적인 연구가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그 연구 결과만 기다리고 있기에는 우리 삶이 너무 짧다. 각자가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건강한 수면, 운동, 식생활에 정성을 들이는 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대안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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