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나를 고쳐 쓰기로 했다 - 다시 태어나지 않고도 삶을 바꾸는 매일의 작은 습관들
김선영 지음 / 부키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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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김선영 작가는 종합병원이라 불릴 만큼 안 아픈 곳이 없었다고 한다. 아토피, 허리 디스크, 치질, 편두통, 끔찍한 월경통, 소화 장애, 자궁 내막증을 안고 살아야 한다고 생각해 보라. 한창 멋 부리기 좋아할 나이에 붉고 붓고 진물이 나는 얼굴은 얼마나 큰 고난이었을까! 한창 친구들과 어울려 맛있는 것을 먹으며 스트레스를 풀 나이에 마음 놓고 먹을 수도 없는 현실은 얼마나 가혹한가! 웬만한 청소년이었다면 집에 박혀 나오기를 꺼리거나, 사람을 기피하는 소심한 성격이 되기 쉬운 상황이었지만, 그는 긍정적이고 내면이 강한 사람이었던 것 같다. ‘성인이 되면 아픈 몸일 리셋하고 새롭게 출발할 수 있다.’ 믿었고 대학교 응원단을 시작으로 등산, 클라이밍, 플라잉 요가, 달리기 등을 하며 조금씩 자기를 고쳐나갔다.

 

 

 

 

저자는 다양한 운동을 꾸준히 하면서 자연스럽게 건강한 음식에 눈을 뜨게 되었고 현재는 저자만큼이나 여행을 좋아하는 죽이 잘 맞는 신랑과 잠자기 전 필사 루틴까지 함께 하며 행복하고 만족스러운 삶을 이어가고 있다.

 

 

 

 

이 정도면 정말 훌륭하게 삶을 고쳐 쓰고 있다 할 수 있지 않을까? 그 과정이 결코 이 글처럼 유쾌하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유쾌한 글에 가려진 눈물과 땀과 끈기와 고통과 인내를 보면 작가에 대한 존경심이 솟아난다.

 

 

 

 

소란을 부리지 않고 묵묵히 참는 법도 배웠다.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아 보이는 숙련자들 역시 내색하지 않을 뿐 고통스럽긴 마찬가지임을 나중에야 알았다. ‘저 사람은 원래 체력이 좋으니까’ ‘저 사람은 원래 잘 참는 성격인가 봐라는 안일한 생각은 스스로 위안하려는 방어기제일 뿐 아니라, 타인의 노력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뜻이기도 하다. 글을 잘 쓰기까지, 그림을 잘 그리기까지 수업이 참고 견뎌온 노력의 시간을 원래라는 말로 깎아내리는 셈이니까. 그것이 평소 삶의 태도가 되어서는 안 된다.p66

 

 

 

 

남의 성취에 대해 함부로 평가하는 사람이 되지 말아야지, 한 번 더 다짐하게 된다. 그리고 내 삶을 다시 정비하는 시간을 가져야겠다는 생각도 해 본다. 느리게 갈지언정 멈추지 않았던 작가의 삶에 박수를 보내드리고 싶다. ‘이번 생을 틀렸다는 생각에 사로잡힌 분들에게 특히 이 책을 권하고 싶다. , 저 사람은 원래그런 능력이 있는 사람이지! 라는 생각일랑 접어 두고 읽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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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밤은 스웩이 넘칠 거야 우리학교 소설 읽는 시간
강경수 지음 / 우리학교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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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은 현재를 살지만, 부모는 그 모습에서 자식의 미래를 본단다_207

 

 

 

#오늘밤은스웩이넘칠거야

#강경수

#우리학교

 

 

 

 

저는 스웩하고는 좀 거리가 있는 삶을 산 것 같은데요. 그나마 스웩 넘치는 밤을 보낸 기억을 더듬어 보니 작은 추억하나가 손에 잡히네요. 중학교 2학년 수학여행! 그날은 제법 스웩이 넘쳤던 거 같아요. 수학여행의 꽃은 장기 자랑이잖아요. ‘일진에 소속된 소위 날라리가 없던 우리 반이었기에 반에서 흥 좀 많은 몇몇이 뭉쳐서 H.O.T 댄스 메들리를 준비했었거든요. 저는 조용한 편이었지만 흥은 좀 있었다구요. 크크크 잘 추든 못 추든 흥만 있음 시켜주는 착한 우리 반 친구들 덕분에 저도 낄 수 있었죠.

 

바닥 청소를 다하고 다닌다며 어른들이 혀를 끌끌 차던 통이 큰 바지, 내 허리의 두 배는 되게 헐렁한 바지를 골반에 걸쳐 입고 박시한 흰색 맨투맨 티를 입은 모습도 꾀나 힙했는데요.‘~~~~니가니가니가 뭔데 도대체 나를 때려 왜 그래 니가 뭔데~’를 립싱크로 불러가며 삐그덕 삐그덕 춤을 췄던 그 무대. 뜨거운 조명에 눈이 부시고 얼굴은 따가웠고, 실수하지 않을까 떨리는 마음에 더 뜨거웠던 그 밤. 말하다 보니 그 녀석들 보고 싶네요.

 

 

 

<오늘 밤은 스웩이 넘칠 거야> 속에서 스웩은 단순히 멋있어 보이는의미로 해석하기는 좀 무리가 있어 보이긴 하지만요. 그 밤에 사건들을 지나고 회상해본다면 정말 스웩 넘치는 밤이라 할 수 있을 거 같긴 해요. 아이를 키울 때 현실은 치열하고 처절하지만 지나고 보면 다 웃으며 추억할 수 있는 작은 장면들인 것처럼요.

 

 

영화감독이 꿈이랍시고 공부는 멀리하고 영화만 열심히 보는 16준호와 돈 많은 래퍼가 꿈인 친구 말리의 대화를 엿보며 피식피식 자꾸 웃음이 새어 나와요. 어설픈 영어를 섞어 쓰는 말리의 본명은 참으로 한국적인 승철인데요. 실제로 승철이란 이름을 가진 실존 인물이 있을 것 같고, 작가님과 어떤 관계가 있는 인물일지 궁금해지더라고요. 말리는 준호를 브로라고 부르고 말끝마다 유남생?’을 붙여요. 어쩔 수 없이 책친구 브로가 계속 생각나더라고요. 크크크 늘 방바닥에 누워 영화만 보는 아들을 보는 엄마의 마음을 어떨까요? 저는 그 맘을 백번 이해할 수 있을 거 같아요.

 

 

 

준호의 엄마는 그 모습이 못마땅하고 걱정스러워 국어 과외를 강요하는데요. 엠마 스톤을 연상시키는 외모에 마음까지 고운 아리 선생님을 보고 준호는 마음을 홀라당 빼앗겨요. 엄마들의 눈치, 여자들의 직감이란 거짓말 탐지기보다 정확도가 높을 거라 감히 추측하는데요. 엄마는 준호가 아리 선생님에게 빠진 걸 눈치채고 과외 선생님을 바꾼다고 해요. 마지막 과외 날, 선생님은 느닷없이 돈이 있냐고 묻고 소를 사줄 수 있는지 물어요. 그때부터 이 선생 정체가 뭘까 추리가 시작되는데요. 이미 선생님에게 마음을 빼앗긴 준호는 선생님이 어려운 가정에서 부모님을 위해 소를 사주려는 걸로 생각하고 감동하기까지 해요. 역시 콩깍지는 무서운 겁니다.

 

 

 

준호네 동네는 최근 사람의 가죽만 남겨놓는 연쇄 살인마가 나타난다는 소문이 횡행하고 있었어요. 그래서 준호는 말리의 부추김으로 선생님을 안전하게 집까지 데려다주려고 선생님의 뒤를 쫓아요. 두 친구의 스팩타클하고 스웩 넘치는 밤은 거기서부터 시작돼요.

 

 

 

<오늘 밤은 스웩이 넘칠 거야>는 청소년기에 겪을 만한 고민, 그 나이이기에 할 수 있는 실수들, 두 친구의 티키타카와 우정, 부모님의 진한 사랑을 담고 있는 책인데요. 웃다가 뭉클하다가 황당하다가 또 뭉클하고 흐뭇해지는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경험하게 하네요.

 

 

작가님! 질문이 있습니다! 마지막에 새로 오신 국어 선생님의 정체는 뭔가요? 2편 나오는 건가요?

 

 

 

지구인들이 문제(악덕 기업 총수, 이권만 찾는 정치인, 핵무기, 여자에게 투표권을 주지 않는 지도자들 등)를 방치하고 있는 사이에 지구가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_185

 

 

 

우리의 이야기는 청춘 영화로 시작해서 스릴러와 공포 영화로 발전했다가 마지막에는 SF가 되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이것은 사랑 이야기다._189

 

 

 

서평단으로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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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어의 위로 - 잘하고 있는 내가 자라고 있는 나에게 쓰는 존재 5
시골쥐 지음 / 행성B(행성비)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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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어의위로

#시골쥐

#행성비

 

 






당신이 잘 지낸다면, 나도 잘 지냅니다.”

 

다정한 위로의 단어들에 기대기 좋은 봄날이다.

 

 

 

[사랑]

 

사 사랑의 구성 요소

()만 한 스푼, 애정 한 컵, 관심 한 그릇 _73

 

 

 

내 사랑 표현이 어딘가 살짝 모자란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아이들에게든, 신랑에게든, 경상도 출신이라 그런지 무뚝뚝한 면이 있어 그런가 보다 했는데, 저자 덕분에 알았다. 내 사랑엔 낭만 한 스푼이 빠져있었다! 낭만 한 스푼 동냥을 어디로 가야 하나.

 

 

 

[존재]

 

존 존나 잘하지 않아도

재 재()일 잘하지 않아도 충분히 의미가 있어 _98

 

 

나침반의 바늘을 보고 있자면 가여울 때가 있다. 북극과 남극의 정방향을 찾기 위해 작은 변화에도 사시나무 떨듯 떨리는 바늘. 하지만 우리는 그것을 믿는다. 어떤 변화에도 흔들림 없는 바늘이 아니라 쉴 새 없이 떠는 바늘이 가리키는 곳이 진실이니까_100

 

 

 

 

[특기]

 

특 특별하지 않아도

기 기분 좋게 잘하는 정도면 충분한 능력 _107

 

 

뭘 좋아해? 물으면 할 말이 꽤 많은데, 뭘 잘해? 물으면 갈 곳 잃은 내 눈동자는 어색하게 위로 좌우로 왔다 갔다 하게 된다. 한때 나의 콤플렉스 중 한 가지였던 일이 매사 어중간하게, 적당히, 어느 정도한다는 거였다. “나 이 건 진짜 자신 있어!”라고 할 만한 특기하나 없는 스스로가 꼴 보기 싫었던 적도 있다. 그런데 저자가 내린 정의대로라면 나는 특기가 넘쳐나는 사람이 된다. 갑자기 신이 난다. 최근 기분 좋게 잘하는 게 부쩍 늘어났으니 나 이 건 자신 있어!’하고 말할 날도 곧 올 거다. 아자아자!

 

 

[관계]

 

관 관리할 것이 아닌데···

계 계산할 것이 아닌데··· _135

 

 

저자는 마음과 돈을 비교하고 둘 중 마음을 과소비하거나 잃었을 때 타격이 더 크기에 관계에도 가격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우리의 관계는 ***인 것 같아. 그러니까 너의 마음은 ooo만큼만 주면 돼.”

이렇게 관계의 종류를 정하고 그에 맞는 값을 알려줄 수 있다면 관계로 인해 상처받는 일은 없을 것 같다._136

 

 

모든 인간관계는 기본적으로 give and take를 전제로 한다. 주는 만큼 받지 못하면 서운하고, 상대가 원하지 않는 관심을 일방적으로 주고서 돌려받지 못해 혼자 광분하는 이도 있다. 나 또한 관계에 있어 여러 시행착오를 거쳤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내가 주고 싶은 만큼 주되 줄 때 지켜야 할 선은 돌려받지 않아도 될 만큼으로 정했다. 나누고 주는 걸 좋아하는 편이지만 생색내고 싶어지고 본전이 생각나게 되는 관계라면 그쯤에서 멈추는 것이 옳다. 계산 없이 줄 수 있는 관계에 더 마음과 시간을 쏟으면 된다.

 

 

저자가 관계에 상처받은 사람을 위해 내린 처방전이 아직 관계에서 힘들어하는 분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복용법이 중요해 보인다. “마음이 아플 때마다 읽어주세요.”(137)

 

 

 

 

스스로 특별해지는 것보다

누군가에게 특별해지는 것이 쉽고,

누군가에게 특별해지는 것보다

누군가를 특별하게 만들어 주는 것이 쉽다.

우리는 그렇게 서로에게 특별한 사람이 되고

존재의 가치를 찾아가게 된다._140

 

 

대부분 사람은 태어날 때 이미 그 부모에게 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존재로의 경험을 한다. (물론 애석하게도 예외가 있음을 안다.) 이제 80일 정도 된 나의 첫 조카를 보면 더욱 그런 생각이 든다. 어떤 존재도 지금 언니에게 조카의 존재를 대체할 수 없음을 안다. 그토록 특별했던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은 이상하게 자라면서 스스로 별 볼 일 없는 사람이라 여기고 더 특별해지려 끝없는 비교와 경쟁 레이싱에 열중한다. 똑같은 목표를 향한 경쟁에 참여함으로 특별해지는 건 성공률이 너무 희박하지 않은가? 그만큼 좌절의 수가 늘겠지. 저자의 말처럼 서로를 특별하게 대하면서 각자가 특별해지는 경험을 할 수 있다면 참! 좋겠다!

 

 

 

[무례함]

 

무 무지해서 잘못된 행동인지도 모르고

례 례()전부터 그래와서 뭐를 잘못한 줄도 모르고

함 함부로 하는 게 습관이 된 버릇없는 행동 _176

 

 

1:1의 관계에서 무례함은 저자의 말처럼 툴툴 털어버림이 현명할 것이다. 한 명의 무례함이 수많은 사람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면? 그땐 제대로 알려주고 혼꾸멍을 내어 버릇을 고쳐줘야 할 것이다. 투표합시다!

 

 

 

[취업]

 

취 취미처럼 좋아하는 일을

업 업()으로 삼아 살아갈 수 있다면 _187

 

 

진심으로 격하게 동의합니다! 그럴 수 있다면, 나도 남은 인생을 그렇게, 내 아이도 앞으로 삶을 그렇게 살아갈 수 있길 간절히 바라본다.

 

 

 

[육아]

 

육 육아란

아 아이를 키우며 나 자신도 성장해 가는 것 _232

 

아이를 키우며 부모가 성장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아이에게 좋은 걸 알려주면서 내가 나쁜 걸 할 순 없기 때문이 아닐까? 육아는 아이 인생의 좋은 모델이 되기 위해 나를 더 돌아보게 되는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세 아이에게 고맙다.

 

 

 

시골쥐 작가님,

 

이런 글을 써주어 참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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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한욱 교수의 소소한 세계사 - 겹겹의 인물을 통해 본 역사의 이면
조한욱 지음 / 교유서가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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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인도 감옥에 간다. 특히 정통성이 없어 독재에 의존하는 정권일수록 양심에서 우러나오는 올바른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을 가둔다... 그러나 의인은 두려워하지 않는다. 신체를 가둔다 하더라도 영혼은 자유롭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_<감옥으로부터의 사색> 중 일부.

 

 

 

이 문장을 보는데 최근 우리 정부가 보여준 세 건의(내가 아는바) ‘입틀막 사건이 떠오른다. 상담심리 기법이기도 한 경청하기가 어렵다는 건 알고 있지만, 현 정부 덕분에 더 절감하지 않을 수 없다.

 

 

#조한욱 교수의 #소소한세계사 는 그가 10년 동안 정성들여 써온 칼럼을 엮은 것이다. 칼럼을 쓸 때, ‘발행 당시의 상황을 고려하면서 민주 시민의 덕성을 함양해야 한다는 스스로 정한 기준에 부합하는 글을 쓰기 위해 기울인 그의 노력이 글에서 충분히 느껴졌다. 신문 칼럼이었기에 한 내용을 깊이 다루지 못한 점이 아쉽지만, 인물, 사건, 문학, 예술, 과학 등 다양한 분야에 얽힌 역사적 사실을 맛볼 수 있어 즐겁다. 특히 칼럼의 끝에 짤막하게 던지는 결정적 한마디 한마디가 내 속말을 대신 뱉어주는 듯 시원했다(사진 참조).

 

 

 




 

 

<루비콘 강을 건넜다> _율리우스 카이사르

 

로마가 세력을 확장할 무렵 장군이 군사를 거느리고 돌아올 때 로마에 충성한다는 의미로 무장을 해제하고 루비콘강을 건너게 되어있었다. 역사가 수에토니우스의 기록에 따르면 카이사르가 루비콘강 앞에서 망설이고 있을 때 초현실적인 일이 일어난다.

 

용모가 고상하고 눈빛이 수려한 한 사람이 나타나 피리를 불기 시작했다. 그의 주위로 군인들이 모여들었는데, 그중에는 나팔수도 있었다. 그가 갑자기 나팔을 빼앗아 들고는 진격의 나팔소리를 울리며 강의 건너편으로 넘어갔다.’

 

그러자 카이사르가 신의 전조와 적의 불법 행위가 우리를 부르는 곳으로 가자. 주사위는 던져졌다.”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이제 주사위는 던져졌다는 다소 뻔한 표현 대신 루비콘강을 건넜다라는 표현을 써먹어야겠다.

 

 

 

 

<독재의 말로> _빅토르 하나

 

오늘 새벽까지 <독일인의 전쟁 1939-1945>를 붙들고 씨름했기 때문에 독재의 말로라는 제목에 꽂힐 수밖에 없었다. 어머니를 지극히 사랑했던 빅토르 하라는 <아만다, 당신을 기억합니다>라는 노래로 어머니를 추모했고, 그 마음으로 민중을 사랑했다.

 

 

그는 칠레 민속 음악을 현대 칠레인의 삶에 접목시킨 비올레타 파라의 영향을 받으며 누에바 칸시온(새로운 노래운동)’이 물결치게 만들었다._38

 

 

연극 연출가, 교사, 독재 타도를 부르짖는 운동가였던 그는 살바도르 아옌데가 라틴 아메리카에서 최초로 선거를 통해 집권한 사회당 대통령이 되는데 일조했는데 미국의 지원을 받은 피노체트 반군에 의해 사살됐다. 쿠데타를 일으킨 피노체트는 국민적 저항에 부딪혀 결국 자리에서 물러나고 미국에게도 외면당했다. 갑작스런 피토체트의 죽음으로 그 죄를 묻지 못했지만 독재자는 반드시 처벌해야 한다는 칠레 사법부의 의지에 따라 독재 아래서 자행된 고문과 살해에 가담했던 이들에 대한 사법 처리가 42년이 지난 지금까지 하나하나 이뤄지고 있다.

 

우리도 아직 책임을 물어야 할 지난 숙제들이 많다. 칠레 사법부가 단호하게 독재에 대한 죄를 묻고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어쩐지 많이 부러웠다.

 

 

 

<로마인들의 작명법 1>

 

로마 역사서 속 이름들은 낯설고 길어 따라 읽기도 힘든 경우가 많다. 어떤 방식으로 이름 짓는지 굳이~ 우리가 알 필요는 없지만, 뭐든 알아두면 또 언젠가 쓸 일이 있는 법! 로마에서는 삼명법이란 작명법을 만들었다. 프라이노멘이라 불리는 이름’+ 노멘이라 불리는 씨족’, ‘대가족’+ 그 사람의 특성, 습관, 출신지 등을 알려주는 코그노멘으로 이름이 지어진다. 예를 들면, ‘가이우스 율리우스 카이사르라는 이름은 율리우스 가문의 가이우스라는 사람이 훗날 카이사르(권력자,황제)’라는 코그노멘을 갖게 되었음을 알 수 있다.

 


 

 

 

<분홍색 셔츠의 날>

 

2007년 캐나다에서 작은 마을의 한 학교 중3 학생 제이드리언 코타가 분홍색 셔츠를 입고 등교했다는 이유로 다른 학생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일이 발생했다. 동급생 데이비드 셰퍼드와 트래비스 프라이스가 분홍색 셔츠 50장을 사서 친구들에게 나눠주는 방식으로 분노를 표현했고 이 일을 알게 된 주지사 로드니 맥도널드가 9월의 둘째 목요일을 교실 폭력에 맞서 일어서는 날로 지정했다. 이 일은 점점 퍼져나갔고 2012년에는 국제연합이 54일을 교실 폭력에 맞서는 날로 공식적으로 지정했으며 지금은 캐나다는 물론 영국, 미국, 프랑스, 오스트레일리아, 레바논과 같은 나라에서 이날 분홍색 셔츠를 입고 교실 폭력이나 왕따에 맞서는 캠페인을 벌인다고 한다.

 

조한욱 교수님은 제안처럼 학교 폭력의 수위가 점점 심해지는 우리나라에서도 이렇게 좋은 캠페인은 함께 하면 좋을 것 같다.

 

 

 

<알퐁스 도데>의 반전 있는 인간성에 놀랐고, <미국이 놓치는 것>을 통해 지적한 의료 민영화의 문제점(의료 민영화를 호시탐탐 노리는 우리 정부와 민간 기업들에 대한 경각심을 가져야 함)에 공감했다. <냉전과 4.3>은 너무 오랫동안 묻혀 있던 제주의 가슴 아픈 이야기를 다시 찾아보게 했다. 미국은 자유와 반공을 같은 선상에 놓고 우리 나라뿐만 아니라 다른 여러 나라에 지나치게 간섭했다. 미국과 소련이 개입하지 않았다면, 지금 대한민국은 어떤 모습이었을지 문득 궁금해지곤 한다.

 

 

소소한 세계사 속에는 제법 커다란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어릴 땐 참 재미없었던 역사가 나이 들수록 재미있어지고, 과거에서 새롭게 배우게 되는 부분들이 많다. 역사가 왜 중요한지 새삼 깨닫는 시간이었다.

 

 

 

#교유당서포터즈 로 도서를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소소한세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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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인의 전쟁 1939-1945 - 편지와 일기에 담긴 2차대전, 전쟁범죄와 폭격, 그리고 내면
니콜라스 스타가르트 지음, 김학이 옮김 / 교유서가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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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와 일기에 담긴 2차대전, 전쟁범죄와 폭격, 그리고 내면]






[편지와 일기에 담긴 2차대전, 전쟁범죄와 폭격, 그리고 내면]

 

 

 

#독일인의전쟁1939-1945

#니콜라스스타가르트 글

#김학이 옮김

#교유서가

 

 

 

나는 거의 한 달 동안 2차 세계대전을 겪었다. 이 책을 읽고 나면 감히 2차 세계대전을 겪었다고 감히 말해도 되지 않을까 싶다. 2차대전을 다룬 많은 책, 다큐멘터리, 영화 등에서 독일인을 가해자로 볼지 희생자로 볼지에 중점을 뒀다면 이 책은 새로운 관점에서 출발했다.

 

 

독일인의 전쟁 1939-1945전쟁의 증인들: 나치 치하 어린이들의 삶을 발간하여 나치즘 연구에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평가받는 저자가 독일인들이 도대체 무엇 때문에 무슨 생각으로 그토록 큰 희생과 헌신으로 최후까지 버텼는지에 대해 넓고 깊게 연구하고 탐구한 결과물이다. 넓게는 정보원들이 보고서에 기록한 당시 사람들의 길거리 대화 내용, 독일군 편지를 랜덤으로 검사한 검열관들의 보고서를 참고했고, 깊게는 사회적 출신이 다양한 사람 표본 중에서 특정 개인들을 선택해 오랜 기간 그들의 사적인 희망과 계획이 전쟁 경험의 변화와 어떻게 얽히는지 추적했다고 한다. 그만큼 사실적이고 디테일하며 놀랍다.

 

 

 

책의 앞부분에 <편지와 일기의 주요 주인공>에 대한 간략한 소개가 있다. 그들 중 누군가는 운이 좋게 그 처참하고 혹독한 5년을 버텨내고 다른 누군가는 편지와 일기 속에만 남기도 한다. 한 인물의 이야기가 쭉 이어지는 식이 아니라 특정 시간과 장소에서 등장하고 사라지곤 한다. 이고호 편집자는 편집자의 편지에서 소개하고 싶다던 인물, 수용소 전쟁포로 식사 담당관으로 어떻게든 재소자들에게 두 끼를 먹이려 노력하고 한 러시아인에게 러시아어를 배우며 그 언어를 애정했던 야라우쉬는 내 마음에도 묵직하게 자리했다.

 

 

영화 <피아니스트>의 주인공인 브와디스와프 슈필만을 숨겨주고 생존하게 돕는 시골학교 교사 출신의 나치 장교 빌름 호젠펠트의 이야기도 폭력과 살인과 잔악무도함이 난무하는 전쟁 속에서 굳어가던 심장을 잠시나마 말랑하게 만들어 준다.

 

 

유난히 꼴보기 싫은 인물은 베를린의 사진 저널리스트인 리젤로테 푸르퍼였다. 우월감에 가득 차 있는 말과 행동, 편법으로 검문을 통과해 고작 한다는 게 불법 쇼핑이었다. 식민 사업(-게르만화-독일인이 이주해오도록 공간을 비우기 위한 강제 이주)이란 명목하에 겨울에 음식과 물, 옷도 갖추지 못하고 추방된 폴란드인(많은 사람이 유대인) 중 어린이들과 어머니들이 화물칸에서 동사하는 일이 벌어지는 상황에서 쇼핑에 밤 문화를 즐길 수 있다니!

 

 

 

독일인의 전쟁을 시작한 건 분명 독일 나치였다. 단치이 나치 지구당위원장은 본국의 지시에 따라 폴란드 내 독일인 도시인 중립 자유도시단치히 주민들이 폭력을 겪고 있고 폴란드 정부에 의해 식량 공급이 중단될지도 모른다는 언론 공작으로 긴장을 고조시켰다. 급기야 친위대 경찰대에게 폴란드 군복을 입혀 글라이비츠의 라디오 방송 기지를 공격하도록 해 독일은 폴란드의 선공에 방어한다는 명분으로 19399월 전쟁을 시작했다.

 

 

 

나치는 독일은 평화를 원하지만 프랑스와 영국이 평화 제안을 거부했다며 책임을 영국에게 돌렸다. 프라이부르크를 디종으로 착각한 독일 비행기가 폭탄을 투하한 것을 프랑스에 뒤집어씌우고 독일인들은 분노했다. 영화뉴스를 통해 독일 영웅화, 유색인종에 대한 혐오 선전과 언론플레이는 대단했고 전쟁을 원하지 않던 독일인들은 승리를 맛보면서 각성제를 투여하면서 무서운 속도로 밀어붙였다.

 

 

그리고 이어지는 학살... 소련군이 독일군에게, 독일군과 친위대, 인민돌격대가 소련군과 유대인에게 가하는 잔인한 폭력, 강간, 살인. 전쟁은 말할 수 없이 끔찍하다.

 

 

그 수나 방식은 익히 들어 아는 것 외에도 다양했고 참담했다. 처음에 독일인들은 유대인 학살에 대해 언급을 피했지만, 영국의 폭격으로 쾰른-루르 에센-함부르크에 이어 베를린까지 이어지자 이를 자기들이 폴란드에서 저질렀던 일, 유대인에게 가했던 일에 대한 유대인의 복수라고 말하기 시작했다. 그제야 나치가 주장하고 실행한 유대인 절멸에 묵인했음을 인정한 것이다. 하지만 독일인들은 유대인에 대한 죄책감은 미안함보다 공포감으로 이어진다. ‘우리가 패배하면 그들은 우리가 그들에게 행했던 바로 그것을 우리에게 행할 것이라는 히틀러의 주문이 독일 국민의 것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자기 딸이 강간당하는 걸 피하게 하려고 다른 아이 숨은 곳을 가리키는 엄마, 뼈만 남은 재소자들을 향해 돌을 던지는 독일인들, 비를 맞고 떨고 있는 유대인 아이들을 다독여 데려가선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나치의 일(사살)을 하는 독일인 여자, 점령지의 여성과 아이들을 강간하고 살인하는 군인들, 학살 수용소의 존재와 실태를 알면서도 침묵한 모든 독일인.

 

 

그 많은 고통과 죽음에 책임은 누구에게 있을까?

 

 

이런 엄청난 책을 쓴 작가, 번역가, 편집자(오타 하나도 발견하지 못했어요!), 세 분 모두 존경합니다!




#교유당서포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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