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담 스퀴데리 비명과 침묵 3
E.T.A. 호프만 지음, 장혜경 옮김 / 니케북스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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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미추 못 보는 쫄보(나 같은) 독자들도 안심하고 읽을 수 있는 (매우 순한 맛! 🌿)

 

 

웬만한 폭력이나 잔인함에는 반응하지 않는 요즘.

영화나 드라마, 소설까지도 갈수록 높아지는 폭력과 잔혹 수위에 저는 좀 지치더라고요 😮💨 그래서 드라마도 거의 보지 않고, 영화도 가려서 보는 편이에요. 스미추 역시 즐겨 보는 편이 아니고요 🙅‍♀️ 그런 저도 독일 최초 범죄 추리 소설이란 타이틀은 그냥 지나치긴 힘들었답니다 🕵️‍♀️

 

 

1819년에 출간된 마담 스퀴데리를 읽고 왔어요 📖 미스터리와 공포 문학의 원형을 이루는 고전들을 새롭게 소개하는 니케북스 문학선 비명과 침묵시리즈 중 한 권이기도 하죠. 공포 미스터리라고 하니 당연히 매운맛 🌶일 줄 알고 얼마 전 릴스에 제가 읽을 매운맛 고전 단편으로 소개를 했거든요. 허허, 머쓱해지는 순한 맛이었어요 😅 하지만 아직 범죄소설이라는 장르가 생기기도 전에 출간된 작품이란 전제를 가지고 본다면 E.T.A. 호프만의 독창성은 대단해 보입니다 👍 거기다 에드거 앨런 포, 샤를 보들레르, 니콜라이 고골 등 문인들에게 깊은 영감을 준 작가라고 하니 그의 작품을 읽어볼 수 있게 되어 영광이 아닐 수 없겠죠?

 

 

17세기 프랑스, 루이 14세 시대 파리가 배경이에요 🇫🇷 루이 14세와 맹트농 후작 부인의 총애를 받는 유명 인사 스퀴데리 부인이 주인공인데요. 이 소설의 또 하나 흥미로운 점은 스퀴데리 부인을 포함해 실존 인물들을 모델로 한 캐릭터가 많이 등장한다는 점이에요 😲 낮에는 판사로 밤에는 예술가들과 어울리며 화가, 음악가, 작가(어쩜 이렇게 재능을 다 가질 수 있지? 🎨🎵)로 활동했던 호프만은 자신이 맡은 사건에서 소설의 모티브를 가져왔다고 해요.

 

 

어쨌든 자정이 가까운 시간인데 한 젊은 남자가 스퀴데리 부인의 집 문을 미친 듯이 두드립니다 🚪 다짜고짜 부인을 만나게 해달라고 애원하죠. 하지만 독극물을 이용한 살인이 횡행하던 시기였기에 하인 마티니에르는 절대 그 남자를 마님께 데려가지 않아요 🙅‍♂️ (실제로 17세기 프랑스에서 독살 사건이 자주 일어났었다고 해요! ☠️) 거기다 보석을 노린 범인에 의한 강도와 살인 사건이 계속 일어나고 있었거든요. 헌병대가 들이닥쳤다는 말에 남자는 부인께 전해달라며 상자를 남기고 서둘러 떠납니다 📦 이튿날 아침, 상자를 전달받은 스퀴데리 부인은 하인들의 걱정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상자를 엽니다 👀

 

 

도둑을 두려워하는 자, 사랑받을 자격이 없나니.” p44 📜

 

 

보석 도둑으로 (투명인간들이라고 편지에 쓰여 있음 👻) 추정되는 이들이 스퀴데리가 읊은 시 구절을 인용해 그녀를 도발하는 듯한 편지를 보낸 거예요! ✉️ 심지어 그 보석은 파리에서 가장 뛰어난 세공사 르네 카르디악이 만든 것이었고요 💎 도대체 그는 누구며 왜 스퀴데리에게 보석을 보낸 것일까요? 🤔

 

 

어서 갖고 가세요. 어서요. 르네 장인, 내가 퐁탕주 후작 부인만큼 미인이고 돈이 많다면 정말이지 이 보석을 놓치지 않을 거예요. 하지만 이 쭈글쭈글한 팔에 화려한 걸작품이 무슨 소용이며, 옷으로 가린 이 목에 반짝이는 장신구가 다 무슨 소용이에요?” p57 💍

진실이라도 그럴듯해 보이지 않을 때가 있지요.” p130 🕯

 

 

신뢰와 덕망을 갖추었지만, 73세의 노부인인 그녀가 과연 이 사건을 해결할 수 있을까요? 👵 사실 스퀴데리 부인은 날카로운 카리스마를 지닌 탐정이라기보다는, 지극히 다정하고 인품이 좋은 어른에 가까워요 💖 하지만 그런 따뜻한 성정과 연륜으로 사건을 마주하는 모습이 이 작품만의 독특한 매력이 되어주더라고요

 

 

맵고 짠 맛에 절어있는 머리를 좀 중화시켜줄 필요가 있는 요즘, 🥗

#마담스퀴데리 를 추천합니다! 📚

 

 

@nike_books 니케북스에서 지원받아 🙏

@jugansimsong 주간심송에서 함께 읽습니다. 📖

 

 

#도서협찬

#비명과침묵시리즈

#니케북스

#주간심송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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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피터팬 - 중증자폐인 아들을 두고 떠나는 시한부 아버지의 마지막 소원
전경철 지음 / 이야기장수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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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피터팬을 위해 이 책을 꼭 읽어보시길! [도서협찬]



 

첫 직장에서 만났던 친구들 중에 ㅅㅎ이란 친구가 있었다. 사는 순간순간 문득 떠올라 잘살고 있을지 궁금하게 만들었던 친구다. 이 책을 펼치기 전부터 가장 먼저 나는 그 아이의 안부가 사무치게 궁금했다. 나보다 훌쩍 큰 키에 짧은 스포츠머리, 부리부리한 눈에 여드름 박사라 강한 인상이었지만, 한없이 착하고 순했던 14살 소년.

 

 

호랑이 같은 엄마와 소장님 앞에서 알았어 알았어~” 했다가 ! 해야지!”라는 호통에 알았어요~”하고 로봇처럼 말하던 내 눈엔 한없이 귀여웠던 아이. 사회적응 수업의 일환으로 지하철 타기 수업을 할 때, 마치 스파이 작전하듯 그 친구의 뒤를 밟으며 조마조마했던 기억들이 어제 일처럼 떠올랐다. 지하철에 혼자 타서 불안한지 서성이며 혼자 중얼거리는 덩치 큰 소년을 사람들은 이상하단 듯이 쳐다보았고, 나는 그런 사람들이 못내 야속했다. 지금 30대가 되었을 그 친구는 네버랜드를 찾았을까?

 

 

그 아이를 떠올리며 펼쳐 든 이 책 속에는, 또 다른 피터팬과 그를 지키는 한 아빠의 치열한 삶이 담겨 있었다.

 

 

학창 시절은 적당히 흥미로웠고, 30대 사업이 번창하며 인생 참 쉽다 느꼈다는 저자의 삶은 아들의 중증자폐진단서로부터 완전히 다른 국면을 맞이하게 된다. 아내와 합의 하에 딸과 아들을 홀로 키우기로 한 것이다(물론 어머니의 도움이 있었다).

 

 

아이가 어릴 때 자폐에 도움이 된다는 산행을 위해 매일 아침에 치르는 전쟁은 상상만으로 기가 빨렸다. 매일 아이들의 끼니를 챙기고 감정조절이 어려울 때면 아들에게 맞다가 결국, 테라스로 피신해야 하는 삶도 서러운데 시한부 선고라니···. 어쩜 불행은 얄궂게도 꼭 홀로 오지 않고 친구에 사촌까지 달고 오는 걸까.

 

 

장애 자녀를 둔 부모의 공통된 소원이 바로 자식보다 딱 하루만 더 사는 것이라고 한다. 내가 아니면 저 아이를 누가 보살필지 그 막막함에서 자연스럽게 생기는 소원일 거다. 저자는 160kg의 거구에다 불안하거나 상황이 불편해지면 자신을 통제하려는 대상에게 공격 행동을 보이기도 하는 피터팬을 두고 맘 편히 아플 수도 눈을 감을 수도 없다. 아들이 아빠 없이도 적응해서 살아갈 수 있는 네버랜드를 찾아주기 전에는.

 

 

아빠의 삶과 아들의 성장과정(어찌 보면 그것도 아빠의 삶이기도 하지만)1, 2부로 나누어 최대한 담담하게 써 내려간 이 기록들은 브런치에서 MBC 작가의 눈에 띄어 <실화탐사대>로 방영되었고, 수많은 이들에게 알려지게 되었다고 한다.

 

 

두 곳의 센터에서 거절을 당하고 믿었던 주간 보호 시설에서조차 약속을 지키지 않는데, 본인의 몸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도 끝내 마침표를 찍지 않고 쉼표를 찍는 용기가 정말 존경스러웠다. 내가 본 부성애 중 손에 꼽을 만큼.

 

 

이 글은 단순히 개인의 불행을 견뎌내는 이야기가 아니다. 준비 없는 탈시설 정책의 허점과 벼랑 끝에 몰린 중증장애인 가족의 현실을 고발하는 절박한 목소리다.

 

 

지금 우리의 피터팬은 이슬푸른마을에 적응해서 잘 지내고 있지만, 저자는 쉬지 않는다. 이 땅의 모든 피터팬이 외면받거나, 부모와 함께 모진 결심을 하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 중증 자폐스펙트럼장애인을 위한 24시간 돌봄 공동체마을 피터팬네버랜드를 짓기 위해, ‘피터팬재단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 책을 통해 비장애인들의 자폐스펙트럼에 대한 이해도가 향상되고, 그들이 얼마나 모진 상황에 내몰려 살아가고 있는지 이해하고 돕고자 하는 마음들이 모일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리고 부디 저자가 숙제를 끝낼 때까지 몸이 버텨주길...

 

 

정확한 통계는 들쑥날쑥하지만, 전국에 있는 장애인 거주시설은 천 개 이상이야. 그런데 아들이 갈 곳이 없어. 없어. 없다고. 단 한 곳도 없다고._p85

 

아무런 인프라도 마련해놓지 않고 ‘k-복지라는 브랜드만 탐하는 현재의탈시설 정책이 저와 제 아들의 살길을 가로막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합니다. 탈시설이 더 행복한 장애인에게는 자립 인프라를 제공하는 정책을, 시설 생활이 간절한 장애인에게는 지금 있는 시설을 더 행복한 곳으로 만드는 정책을 동시에 펴는 것이 마땅하다는, 너무 당연한 상식을 가지고 있습니다._p360

 

 

#도서협찬 #안녕피터팬 #전경철 #이야기장수 #주간심송서평단

 

 

@promunhak

@jugansimsong

 

 

<피터팬재단> 설립과 피터팬네버랜드를 응원하고 싶으신 분들은 이 책의 저자 전경철(꼭두) 작가의 브런치에 방문해보시면 참여 방법을 보실 수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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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빛이 내리는 시간
브루나 단타스 로바토 지음, 김보람 옮김 / 다산책방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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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이런 소설이 다 있나요? [광고]



#푸르빛이내리는시간

#브루나단타스로바토 소설 / 김보람 옮김

#다산북스




유난히 독립적이었던 언니와 달리 나는 엄마에게 꽤 오래 질척댔다. 아빠, 엄마가 저녁에 모임이 있어 나가면 울면서 차 꽁무니를 쫓아갔던 기억이 날 정도로. 그래서인지 엄마와 소소한 추억이 많다. 늘 농사일로 바쁘셔서 거창한 여행 추억 따위는 없지만, 아직도 잊히지 않고 문득문득 떠오르는 뭉게구름 같은 장면들.




비가 와서 엄마가 밭일을 나가지 않으시는 날이면 한껏 들떴던 나. 엄마가 이불 홑청을 시침질로 고정하는 동안 나는 폭신하고 뽀송한 이불 가운데 누워 재잘거리곤 했다. 엄마 따라 시장에 가는 날에는 빵집 앞에서 망부석이 되기도 했다. 연한 분홍색 버터크림으로 꾸며진 예쁜 조각 케이크가 그렇게 먹고 싶을 수가 없었다. 겨울엔 검정 봉다리에 귤 한 바구니 담아 달랑달랑 들고 엄마 뒤를 쫄랑쫄랑 따랐다. 더 크기 전에 많이 업어 주고 싶다며 고단한 퇴근길에 꼭 나를 업어주던 엄마.




그랬던 엄마가 이제는 자꾸 작아지고 있다. 마음도 얇아지는지 더 여려졌고, 다리도 팔도 얇아지고, 음식도 7살 꼬마처럼 적게 드신다. 350km 멀리 떨어져 살다 보니 일 년에 엄마를 보는 일이 손에 꼽는다. 세상에서 서로 볼 수 있는 날이 몇 번이나 남았을까 생각하면 슬픔이 소름이 되어 돋아난다. 매일 전화하고 매달 만나러 가야겠다 싶지만, 이제 온전히 독립된 가정을 이룬 딸에게 그건 미션 임파서블이다.




뭐 이런 소설이 다 있냐고 말한 이유에 대해 말하려던 게 너무 길어졌다. 이 소설은 브라질에서 우울과 불면에 시달리는 엄마와 단둘이 살던 딸이, 자신의 꿈을 위해 미국으로 대학에 진학하면서 이별의 아픔과 그리움을 나누는 애틋한 소통을 담고 있다. 단순한 스토리로 밋밋할 것 같은 이 소설은 소리없이 강하게 독자를 빨아들인다.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르듯, 나도 모르게 빠져들게 되는 묘한 매력의 소설이다. 




혼자 남은 엄마가 아프지 않을까, 외로워서 마음이 아프지 않을까 딸은 노심초사한다. 엄마는 딸이 외롭지 않은지, 나쁜 사고를 당하지 않을지 걱정스러운 마음에 늘 노트북 앞에서 딸의 영상 통화를 기다린다. 언젠가 방학이 되면 엄마를 보러 가려고 아르바이트로 비행기 티켓값을 모으지만, 모녀가 상봉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 경제적으로 풍족한 집안이라 보고 싶으면 언제든 6,500km를 날아가 볼 수 있는 형편이었다면 둘은 이토록 애틋했을까?




딸은 자신의 미래를 위해 엄마를 혼자 두고, 혼자 좋은 환경에서 편안하게 생활하는 것이 미안하다. 엄마는 딸을 응원하지만 이미 남편에게 버림받은 상처를 안고 딸마저 떠나보내는 일이 버거워 보인다. 처음에는 둘의 관계가 건강하지 않게 보일 정도로 딸이 느끼는 죄책감과 책무감이 커 보였고, 엄마가 딸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지 못해 불안정하게 느껴졌다.




조금씩 자신들의 자리를 찾아가고 천천히 독립된 한 사람의 인간으로 건강하게 분리되는 모습이 보이고서야 나는 불편감을 떨칠 수 있었다. 소설의 처음에 두 모녀는 그 과정의 시작에 있었던 거다. 그 과정에서 딸과 엄마의 감정 묘사, 그리고 그리움과 슬픔을 유쾌한 유머로 승화시키는 문장들이 좋다. 아마 작가의 자전적 경험을 바탕으로 했기에 더 구체적이고 진한 감동을 자아내는 것이리라.




책을 밤 12시에 덮는 바람에 나는 바로 엄마에게 전화를 할 수 없었지만, 젊은 날의 내게 가장 든든한 존재였던 엄마와의 추억을 떠올리며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고마운 책이다.




가족에게 늘 마음뿐, 표현하지 못하는 분,




“어머니는 차에 싣고 다니던 빨간 구급상자에 진통제와 반창고를 넣어 챙겨주셨고, 나는 그걸 백팩에 쑤셔 넣으며 세상이 아무리 날 아프게 해도 용감하게 맞서겠다고 다짐했다.” _p17



“엄마 상태가 성치 않다는 걸 알면서도 엄마가 나더러 다 해결해 달라고 말해주기를 바랐다. 나 대신 결정을 내려주면 좋겠다는 마음이, 나더러 학교를 그만두고, 새 친구들과 미국을 떠나 집으로 돌아와 자기를 돌봐달라고 말해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그러면 엄마를 혼자 두고 떠나온 일에 더는 죄책감을 안 느껴도 될 테니까.” _p81



“엄마의 외로움이 내 외로움을 상쇄했다. 누가 누구의 빈 공간을 채워주는 것인지, 누가 누구의 곁에 있어 주는 것인지 말하기 어려웠다. 그리고 대화거리가 다 떨어진 뒤에도 누구 하나 전화 끊을 용기를 내지 못했다.” _p114



“오랜 시간 눈길을 걸었더니 피곤했다. 그러나 내가 엄마를 얼마나 생각하는지 엄마에게 표현해야 한다.” _p119





#이키다서평단 @ekida_library #다산북스 @dasanbooks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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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오
앨런 레비 지음, 노지양 옮김 / 오팬하우스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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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의 시대 우리에게 꼭 필요한 이름, 테오 [도서협찬]

 

 

언제부턴가 착하다는 말이 온전히 칭찬으로 들리지 않는 시대가 되었다. 마냥 착하기만 하면 호구 잡히기 쉽고, 누군가 대가를 바라지 않고 친절을 베풀면 고마움과 동시에 의심이 앞선다.

 

타인의 불행에 무관심하고 누군가의 잘못이나 실수에는 과한 정의감을 불태운다. 생각이 다르면 적으로 간주하고 편을 갈라 공격한다. 흔하게 쓰이던 ()”이라는 단어가 낯설어지는 요즘이다. 조금 과하다 싶지만, 아니라고도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런 와중에 이렇게 정이 넘치고 온기 가득한 이야기가 어떤 마케팅도 없이 자비출판 후 입소문만으로 17만 부를 돌파, 정식 출간 후 반년 만에 100만 부를 돌파했다는 사실이 내겐 이상한 위로가 된다.

 

, 그래도 사람들 마음속에 에 대한 동경이 크구나하는 안도감이라고 할까?

 

 

🔍 책 속으로

미국 남부 골든이라는 도시에 한 노신사가 등장한다. 그는 자신을 테오라고만 소개하고 어딘지 비밀스러운 구석이 있다. 그는 우연히(?) 챌리스라는 카페에 들어가게 되고 그곳에 진열되어 있는 연필 초상화에 매료된다.

 

초상화 속 인물들의 눈에서 어떤 애환, 슬픔, 갈망을 느낀 그는 초상화들을 하나씩 사서 작품의 주인공들에게 선물하는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골든의 부동산 중개인이자 컨설턴트인 제임스 폰더의 도움으로 초상화 속 인물을 찾아내고 테오는 직접 그들에게 정성스럽게 편지를 쓴다.

 

초상화를 선물하겠다고 분수대 앞 벤치에 나오라는 편지를 받은 인물들은 저마다 다른 이유로 결국은 나온다. 일단 테오를 만나면 게임 끝. 그의 앞에만 서면 모두가 마법에 걸린 듯 자신의 이야기를 술술 풀어놓는다.

 

생전 처음 만난 노신사에게 평생 아무에게도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하게 되는 마음이 어쩐지 이해가 된다. 어떤 비난도 판단도 없이 다정한 눈빛으로 들어주는 대상을 만나면 나라도 무장해제가 될 것만 같다. 테오가 만나는 인물들의 사연은 하나같이 드라마틱해서 주인공이 바뀌는 연속극을 보는 기분이다.

 

 

 

사고로 멀쩡한 아내를 잃고 딸은 불구가 될 운명에 처한 켄드릭의 사연이 내 심장을 가장 세게 후려쳤다. 아내를 잃은 아픔을 추스를 시간도 없이 딸을 걱정하며 병원비 때문에 밤엔 일을 해야 하는 삶의 무게를 상상하기 어렵다. 그냥 기구하다는 말로는 부족한 엘렌의 삶도.

테오가 그런 그들의 아픔을 알아볼 수 있었던 건 자신 또한 누구보다 큰 아픔으로 침잠했던 시기를 겪었기 때문이다. 테오가 대자연의 아름다움을 보고 절망의 구렁텅이에서 헤어나오는 장면이 스틸 컷으로 각인된다. 그 순간은 영혼의 구원의 순간이었을 거다.

 

 

💬 “천천히 절대적이고 거스를 수 없는 평온이 그를 사로잡기 시작했다. 그 평온이 너무도 분명해서 순간 테오는 깨달았다. 자신의 삶에서 가장 깊고 어두웠던 슬픔의 계절이 끝났다는 것을.” _p156

 

 

테오는 골든의 많은 이들에게 희망과 사랑과 선함을 선물한다. 그가 암암리에 움직였기에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는 않지만, 꾸준히 오른손이 한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는 말씀을 실천하듯 선행을 펼친다.

 

성경 구절을 많이 인용해서 그런지 테오의 행동이나 말에서 예수님의 모습이 엿보인다. 어쩌면 앨런 레비는 끊임없이 천국을 믿느냐고 비꼬듯 말하는 토니 같은 사람들에게 자기의 몸까지 다 내어준 예수님의 사랑을 알려주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

잔잔한데 오래도록 여운이 남는 점이 <스토너>를 생각나게 하고, ‘사랑에 대해 언급되는 부분들은 <오두막>을 떠오르게 하는 소설이다.

 

 

좋은 문장이 넘치도록 많다. 555페이지가 부담스럽지 않을 만큼 잘 읽히면서도 의미 있는 소설이다. 사람과 세상에 대한 불신의 덫에 빠진 분들, 울트라급 감동 휴머니즘을 경험하고 싶은 분에게 권하고 싶다. 우리 같이 테오에게 전염되면 좋겠다.

 

 

 

💬 “당신 같은 사람을 보면 인간에 대한 희망을 다시 갖게 되는 것 같아요.” _p166

💬 “그분은 부모가 아기에게 해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일은 (형식적이면서도 자연스러운 일은) 아이의 얼굴을 오래 바라보는 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이보다 부모와 아이를 크게 변화시키는 일이 또 있을까요?” _p448

 

 

@ofanhouse.official

@ekida_library

 

 

#테오 #앨런레비 장편소설 #오팬하우스 #책리뷰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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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여인의 선물
데니스 존슨 지음, 김승욱 옮김 / 다산책방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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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낯선 분!" [광고]

 

 

이 말은 소설집 속 다섯 편의 단편 중 가장 재미있게 읽은 <무덤 위의 승리>에서 가장 뭉클했던 문장이다.

 

 

죽어가는 화자의 친구 '링크'에게는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는 전처 '리즈'가 있다. 그녀가 세상에서 유일하게 기억하는 사람은 수십 년 전 남편이었던 링크뿐이다. 그리고 폐암 4기로 죽음을 앞둔 링크에게 매일 전화를 걸어 리즈가 이야기 나눌 수 있도록 돕는 사람은, 다름 아닌 그녀의 현재 남편 '맬컴'이다.

 

 

자신의 얼굴도 알아보지 못하는 아내가 유일하게 기억하는 사람이 전남편이라는 현실을 마주하는 일. 매일 그에게 전화를 걸어 아내가 즐겁게 통화하는 것을 지켜보는 일. 자신에게도 "안녕, 낯선 사람!"이라 말하는 아내를 바라보는 맬컴의 마음은 어떤 것일까?

 

 

우리는 누구나 죽음을 향해 살아간다. 결국은 닿을 곳이고 평등하게 마주할 시간이지만, 우린 죽음을 떠올리는 일에 익숙하지 않다. 소설이나 영화 속 주인공의 죽음을 통해 가끔 나와 가족의 마지막을 구체적으로 상상해 보다가도, 가슴이 너무 뻐근해져 서둘러 상상을 멈추곤 한다. 하지만 이런 상상은 결국 삶과 건강, 그리고 가족의 존재에 대한 감사함으로 이어진다.

 

 

미국 문학계에서 '세기적인 천재 작가'라 불리는 데니스 존슨이 간암 투병 중 병상에서 완성한 이 소설들이 가치 있게 느껴지는 이유다. 난해하고 혼란스럽고 우울하다가도, 문득 웃기고 슬프고 뭉클하게 만드니까.

 

 

 

<바다 여인의 선물> (표제작)

연결성 없는 꼭지들의 향연에 처음엔 당혹스러웠다. 그럼에도 감탄하게 되는 부분은 굉장히 디테일한 심리 묘사였다. 특히 카사노바의 화장실 장면이 그랬다.

 

"창자에 불이 붙은 것 같았다. 처음에는 몸이 이 굴욕을 감내했지만, 곧 영혼도 굴욕을 당한 것 같은 기분이 되었다. 누군가 화장실에 들어와 내 옆 칸을 선택했기 때문에."(p.147)

 

 

<교살자 밥>

약물 사용이 난무하고, 철창을 기어오르는 기이한 모습이나 이웃의 아내와 관계를 맺고도 죄의식 하나 느끼지 못하는 뻔뻔함 때문에 솔직히 불편함이 더 컸던 작품.

 

 

<아이다호의 별빛>

알코올 중독 치료 센터에 있는 '캐스'가 엄마, , 아빠, 할머니, 의사, 심지어 사탄에게 끊임없이 써 내려간 편지 형식의 단편이다. 치료제인 '안타부스'의 부작용을 함께 경험하는 기분이 들 정도로 혼란스럽다. 중독의 대물림이 씁쓸하지만, 두서없는 문장들이 의외로 흥미진진하게 읽힌다. 한때 약물과 알코올에 빠졌던 작가의 실제 경험이 있었기에 나올 수 있었던 '필터 없는 문장'이 아닐까.

 

 

<도플갱어, 폴터가이스트>

엘비스 프레슬리의 숨겨진 쌍둥이 형제와 음모론에 몰두하는 천재 시인 마커의 이야기. 굉장히 신박한 소재이지만, 개인적으로 엘비스에 대한 팬심이 없다 보니 큰 흥미를 끌지는 못했다.

 

 

 

나는 쉽지 않은 책을 정복하길 좋아하는 편이다.

솔직히 첫 읽기만으로는 완전히 소화하기 무리가 있었기에, 다음 기회에 온전히 정복해 보리라 다짐하게 된다. 문학 좀 읽으시는 분들이라면 충분히 구미가 당길 법한, 도전 욕구를 자극하는 소설집이다.

 

 

@dasanbooks

@ekida_library

 

 

 

#바다여인의선물 #다산책방 #이키다서평단 #소설리뷰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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