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톡홀름에서 걸려온 전화 - 노벨상 수상자 24명의 과학적 통찰과 인생의 지혜
스테파노 산드로네 지음, 최경은 옮김 / 서울경제신문사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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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톡홀롬에서 걸려온 전화 한 통으로 과학자는 노벨상 수상자가 됩니다.”

이렇게 간단하게(?) 전화 한 통으로 노벨상 수상자가 된 수상자들이 모여 열띤 토론을 벌이며 새로운 아이디어를 쏟아내는 ‘린다우 노벨상 수상자 회의’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나요? 이 책은 린다우 회의의 대화 방식과 같은 인터뷰 형식으로 24명의 노벨상 수상자들의 과학적 통찰과 인생의 지혜를 담고 있어요.

<화학은 쉽다, 인간답게 사는 것이 어렵다.> _로알드 호프만

크~ 너무 멋진 말이지 않나요? 그가 후배들에게 남기는 조언은 더 멋집니다.

“인문학과 예술, 그리고 외국어 강의를 최대한 많이 들어두길 바랍니다. 인문학이 인생의 여러 문제에 딱 들어맞는 명확한 해답을 알려주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질문을 던지며 인간 존재에 관한 가장 중요한 질문들은 과학으로는 답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줍니다. 그런 겸손함과 공감하는 마음, 인간적인 호의가 나름의 역할을 합니다.”

그리고 자기 생각을 글로 목소리로 사람들에게 가르치고 설명할 수 있는 능력도 기르라고 덧붙여요. 아무리 좋은 연구라도 사람들에게 설명해서 설득시키지 못한다면 의미가 없을 테니까요. 인터뷰 중에 그의 어머니에 대한 부분이 참 인상적인데요. 2차 세계대전으로 숨죽여 지내야 했던 1년 반은 한참 소리 지르고 뛰어다닐 5~6세 때였대요. 아이를 조용히 시켜야 하는 상황에서도 해맑은 아이로 키워주신 어머니, 졸로치우에서 샌프란시스코까지 어떻게 가야 하는지와 같은 질문들로 아이가 사고하게끔 했던 지혜로운 어머니가 그를 훌륭한 화학자가 되는 데 큰 영향을 주었을 거라 짐작해 봅니다.

<타인을 돕는 열정이 나를 돕는다> _프랑수아즈 바레시누시

뤼크 몽타니에와 함께 에이즈 유발 HIV 분리하여 2008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 HIV가 더이상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으며 최근 프랑스 젊은 동성애자 인구의 감염 발생률이 증가하고 있다고 해요. 미국와 호주도 비슷하고요. 자신이 감염된 사실도 모르고 바이러스를 전파하고 다니는 경우가 많은데 검사를 할 생각도 하지 않는다니 놀랍고 조금 화도 나더라고요. 검사를 받고 싶어도 ‘핵심 영향 인구(동성애자, 마약 사용자)’는 치료 또는 의료 혜택을 받을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는 정치인들 때문에 환자들이 의약품과 의료기술을 이용할 수 없는 경우가 있다고 해요. 이게 도대체 무슨 말인지요!! 1985년 중앙아프리카공화국의 방기 방문에서 HIV 치료도 통증을 줄여줄 약조차 없이 방치된 환자들을 보고 자원이 제한된 환경에서 활동하게 되었다는 프랑수아즈 박사는 결혼식 당일에 남편이 실험실로 전화를 하게 할 정도로 일에 헌신적인 학자래요. 타인을 돕고자 하는 열정을 가장 중요시하는 과학자를 알게 되어 영광입니다.

모든 노벨상 수상자는 ‘자신의 연구나 창의력을 발휘하는 과정과 관련하여 상당히 중요한 의미가 있는 물건’을 노벨 박물관에 기증하게 되어 있다고 해요. 로저 첸 교수는 오래된 가방을 샅샅이 뒤져 찾아낸 어린 시절(8~13세)에 썼던 작은 공책을 전시했죠. 여러분도 혹시 모르니 오래 된 노트를 꼭 간직하시길요!

전문가용 현미경이 갖고 싶어 신문 배달에 이웃집 잔디 깎기 등으로 돈을 모았는데 어머니가 자꾸 빌려 가선 갚지 않자 화가나 경찰서에 신고함! 결국, 아버지가 학생이 쓸 만한 중고 현미경을 사주었다는 랜디 셰크먼의 사연은 웃프기도 했어요. 노벨 박물관에 전시된 그 현미경으로 매년 과학 프로젝트 준비에 활용했고 ‘나만의 과학 세상’이었다니 노벨 박물관에 전시될 자격이 충분해 보이네요.

이 랜디 셰크먼 박사는 처음의 취지와 달리 학문 연구를 평가하는 수치가 되어버린 ‘임팩트 팩터(논문 피인용 지수)’에 강하게 반대하는 입장인데요. 그는 ‘≪셀≫, ≪네이처≫,≪사이언스≫에 논문을 발표하려고 집착하는 상황에서 우리는 결국 논문의 가치를 판단할 권한을 전문 편집인들에게 넘겨준 셈’이라고 주장해요. 학문 연구를 평가하는 올바른 방법에 대해 의사 표현을 할 수 있길 기대하며 학술지 ≪이라이프≫ 창간에 참여하기도 했지요. 논문 내용과 상관없이 얼마나 인용되었는지 단순히 그 수치가 채용과 승진, 지원금 배분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비합리적으로 보이긴 해요. 셰크먼 박사는 자신의 연구 논문에서 주요 발견이 무엇인지, 그 발견이 본인의 연구 분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설명하는 글을 이력서에 수록한다면 심사위원들이 임팩트 팩터를 고려하지 않고 연구 성과를 직접 읽어보고 판단한다고 해요.

자신의 연구 결과와 이 결과가 어떻게 쓰일 수 있을지 설득시키고 잘 전달하기 위해서는 역시 글쓰기 능력이 필요하게 되네요. 역시, 독서와 글쓰기의 중요성은 어느 분야에서나 동일하게 적용되네요.

그 밖에도 에릭 캔들의 정신 분석에 대한 생각, 의사결정 과정과 인지 편향에 대한 연구자이지만 정작 자신의 인지편향 오류는 놓치는 경우가 많다는 대니얼 카너먼, 만성 스트레스가 텔로미어가 점점 짧아지고 텔로머레이스의 기능 약화와 연관이 있다는 사실(엘리자베스 블랙번 교수) 등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가득한 유익한 책이에요. 중고등학생들에게도 과학적 지식뿐 아니라 자기 삶에 더 진지하게 고민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아 추천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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