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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가 간절한 날에 읽는 철학 이야기
사토 마사루 지음, 최현주 옮김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2년 11월
평점 :
「우정이란 상대의 몸무게와 같은 무게의 금을 값으로 치를 만한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찌 않으면 안 되는 것」 _볼프강 로츠
사회 생활 7년 차인 시마오씨가 자신의 미래를 걱정하며 8년 전 아르바이트생과 고용인으로 인연이 닿았던 ‘다방면에 방대한 지식과 날카로운 통찰력을 지닌 <지의 석학>이라 불리는’ 사토씨를 찾아가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 돈 ≠ 풍요
시마오씨는 워라벨이 가능한 회사라 다니기로 결정했지만, 막상 돈 잘 버는 친구들을 보니 왠지 모를 패배감과 부러움이 생겨난다. 이런 고민을 사토씨에게 털어놓고 자본주의 시장원리, 애덤 스미스의 『도덕감정론』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인간에게는 ‘공감’이라는 마음이 있어서 그것이 사회에서 ‘도덕’이나 ‘규범’을 만든다는 거죠. 그래서 시장 작용에 따라 부자와 가난한 사람들 사이에서 ‘부의 재분배’가 이루어진다고 생각했던 거예요.」 _49쪽
애석하게도 애덤스미스의 주장은 굉장히 바람직하지만 비현실적인 이론이 되어버렸다. 인간의 ‘돈’에 대한 욕구는 먹을 수 있는 양이나 가질 수 있는 물건 수처럼 제한이 없기 때문이다.(한계효용 체감의 법칙) 아무리 맛있는 케이크라도 계속 먹고 싶은 사람은 없다. 반면 돈은 많이 주면 줄수록 좋지 않은가?(물론 예외적으로 돈에 욕심이 없는 사람도 있겠지만) 실체가 없는 돈은 아무리 손에 쥐어도 만족감을 얻을 수 없기에 ‘돈’이 ‘풍요’와 같을 수 없다. 사토씨는 풍요를 위해 ‘자각’과 ‘단념’의 필요성을 이야기한다.
「
사토 ; 시마오씨는 회사원이죠? 회사원으로 일할 때, 본인은 자본가가 아닌 노동력을 파는 노동자라는 ‘자각’과 그래서 수입에 제한이 있다는 ‘단념’이 중요하거든요.
시마오 ; 자각과 단념이요?
사토 ; 자신이 자본가가 아닌 노동자라는 것을 인식하고 자본가가 되지 않는 한 막대한 재산을 쌓을 수 없다는 것을 판단한다는 것이죠.
시마오 ; 그렇게 정확히 말씀하시니, 뭔가 미래가 없는 듯하네요!
사토 ; 그게 꼭 부정적인 의미의 포기는 아니거든요. ‘자각’과 ‘단념’ 두 가지를 인지한 후에, 돈으로 얻을 수 없는 게 무엇인지 스스로 생각하는 게 ‘인생의 풍요로움’으로 이어집니다. 자각이나 단념을 구별하지 못하고 돈을 맹신하게 되면, 일본처럼 버블경제가 올 수 있어요.
」 _69~70쪽
프롤레타리아의 어원이 고대 로마 시대에 재산을 구분하는 기준으로 ‘아이밖에 없는 사람’, 즉 아이 이외에 부를 창출할 수단이 없는 사람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마르크스는 프롤레타리아의 약점을 이용해 그들의 노동을 착취하고 자신들의 부를 늘려가는 부르주아를 무너뜨리려 했지만 결국 자본주의만 살아남았다. 마르크스는 프롤레타리아가 ‘노동자가 자신의 노동력을 팔 수 있는 자유’와 ‘노동력 이외의 다른 생산 수단으로부터의 자유’라는 2가지 자유를 가지고 있다고 했다. 자유의 긍정적인 면은 노동자가 토지나 직업에 얽매여 있지 않아 어디에서, 무슨 일을 하든 자유라는 것이고 부정적인 면은 자신의 노동력 이외에 돈을 벌 수단이 없다는 의미라고 한다.
「살아가는 데 돈을 목표로 해도 좋고, 돈 이외의 다른 행복을 찾아도 괜찮아요. 단,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걸 쫓으면 인생이 힘들어진다는 걸 잊지 마세요.」 _81쪽
?인간 관계- 일은 ‘우정’이 아닌 ‘신뢰’를 쌓는다.
시마오씨는 두 번째 방문에서 사토씨에게 상사와 관계에 대한 고민을 토로한다. 사토씨는 인간관계에서도 파레토 법칙을 적용할 수 있다고 한다(→나를 좋아하는 사람 20%, 평범한 관계 60%, 나를 싫어하는 사람 20%). 나를 싫어하는 20%에만 초점을 맞추지 말고 전체를 보라고 조언한다. 어느 집단을 가도 나와 맞지 않고 나를 싫어하는 사람은 있는 게 당연하다. 나 또한 그 1~2명과 우호적인 관계를 만들기 위해 신경 쓰고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는 게 현명하다고 생각한다. 사회에서 만난 동료는 이해관계로 연결된 사람이기 때문에 친구와 애초에 다른 친밀감을 형성한다고 말한다.
「업무상 인간관계에서도 우정이 성립되지만, 이해관계도 포함되어 있지요. 그리고 친구가 아니더라도 업무상 신뢰 관계는 쌓을 수 있어요.」 _109쪽
?모든 일은 사람을 위해 존재한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일은 사람에게 필요하기 때문에, 결국 사람을 위한 것만이 남아 있는 것이죠. 자본주의 시장 원리 속에서 필요성이 없어진 일은 도태됩니다.」 147쪽.
사토씨의 이 주장은 고개를 갸웃하게 한다. 과연 자본주의 시장 원리에서 살아남지 못한 모든 일은 필요로 하는 사람이 없다고 말할 수 있을까? 얼마 전에 코로나를 겪으며 문을 닫게 된 오프라인 제로웨이스트샵이 많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우리 미래를 위해 꼭 바꾸어야 할 라이프 스타일에 필요한 제품들을 판매하는 매장이다. 자본주의 시장 원리에 적합하지 않다고(싸지 않고 사용하기 번거롭다) 해서 필요성이 없는 일이라고 보기 어렵지 않을까? 오히려 우리 건강과 지구의 미래에 직결된 꼭 필요한 일들은 자본주의 시장원리에 대립되는 경우가 많지 않을까 싶다.
?고독은 근대 자본주의의 산물?
영국에는 2018년 고독담당장관, 일본에서도 2021년 고독·고립대책담당장관이 임명되었다고 한다. 고독이 하루에 담배 15개비를 피우는 것만큼 건강에 해로우며 고독이 가져오는 경제적 손실도 엄청나다고 한다. 한나 아렌트는 고독을 ‘고독(자기 자신과 대화할 수 있는 혼자인 상태). 고립(공동체 활동을 할 기회를 박탈당한 정치적 고립), 외롭거나 버림받은 느낌의 드는 상태’라는 세 가지 상태로 설명한다. 고독과 고립은 유해하지 않고 오히려 필요한 경우도 있지만 진정한 고독인 버림받은 상태/외로움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환경을 바꾸라고 말한다. 고독을 이겨내는 게 ‘강한 인간의 증거’인 듯이 필요 이상으로 노력하지 말고 환경을 바꾸어 고독을 피하라고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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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가 간절한 날에 읽는 철학 이야기』라는 제목에서 보듯 이 책의 평범한 사회인들, 예비 사회인들에게 적절한 책이라 생각된다. (단칸방에 홀로 지내는 독거노인들, 철저히 부모로부터 방치된 아이들, 은둔형 외톨이 그들에게 이런 조언은 참으로 덧없게 느껴질 것이므로) 평범한 사회인들 하나하나가 이런 책으로 자신을 잘 다독이고 삶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면 그 여파가 사회 소외된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물결로 가 닿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