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 도어 프라이즈
M. O. 월시 지음, 송섬별 옮김 / 작가정신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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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삶에 만족하시나요? 솔직히 저는 지난 제 삶에 아쉬움이 참 많아요. 어릴 때 책을 더 많이 읽지 못한 것, 내가 좋아하는 것에 매달려 보는 욕심을 내지 못한 것, 변화와 모험을 피하고 안전한 길만 선택해왔던 것들 같은 것들이죠. 사실 이 책을 읽기 시작할 때만 해도 나는 DNA MIX 기계 앞에 서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책을 덮으며 생각이 바뀌었어요. 가슴 속에 묻어 두었던 ‘열정’을 불러일으키고 그 열정을 잘 다스리기만 한다면 더 활력 넘치는 삶을 살 수 있겠다고 느꼈거든요. 더글러스 허버드가 DNA MIX 기계와 상관없이 어느 날 문득 잠자고 있던 트롬본에 대한 열정을 인정하고 용기를 내면서 경험하는 행복감과 충만감을 누군가는 DNA MIX 기계의 결과지를 통해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물론, 테스트 결과가 지금이 자기 모습 그대로 나오거나 한 학생처럼 ‘접착제’ 같은 게 나온다면 다소 의기소침해질 순 있겠지만요.

미국 남부에 위치한 디어필드라는 작은 마을, 식료품 가게에 DNA MIX 기계가 들어오면서 단조롭던 사람들이 일상이 바뀌기 시작해요. 볼 안쪽을 면봉으로 문지른 뒤 글자가 적힌 구멍 안으로 넣으면 곧 결과지가 나와요.

「더글러스 앨런 허버드. 눈 색은 갈색. 머리색도 갈색. 가능한 신장은 188센티미터. 가능한 체중 88킬로그램. 가능한 자녀 수 없음. 가능한 신분 ‘휘파람 부는 교사’」

이런 식으로 말이죠. 마술사, 인형 조종사, 제빵사, 왕족, 수영 국가 대표, 연인, 카우보이, 투수 등의 결과를 받아든 사람들은 당장 자기 신분에 맞는 옷을 주문하러 옷가게를 찾고 수영장을 만들고, 엄청난 습도와 더위 속에서 거구의 몸으로 자전거를 타기도 하고요, 타인의 반응과 상관없이 여자들이 자기에게 빠질 거라는 자신감에 휩싸이기도 해요. 개인적으로 인기도 없고 특별할 것 하나 없는 학생들이 이 결과에 집착하는 모습은 안쓰럽게 느껴졌어요. 현재 자기 모습에 전혀 만족하지 못하니 더욱 결과를 맹신하게 되는 것 같았어요.

이런 사람들의 반응을 걱정스러워하는 고등학교 교사 더글러스는 갑자기 달라진 아내 셰릴린의 차에서 발견한 아내의 이름이 적힌 푸른 종이에서 ‘가능한 신분 왕족’을 발견해요. 둘은 제가 부러울 정도로 소문난 잉꼬부부예요. 그런 그들 사이가 ‘왕족’이라는 결과 하나로 인해 조금씩 틈이 생기기 시작해요.

더글러스의 학교 학생 제이컵은 쌍둥이 형 토비를 잃은지 얼마 되지 않아 굉장히 불안정한 상태예요. 운동선수에 잘 웃고 밝은 성격의 그야말로 인기남이었던 토비와 달리 제이컵은 포켓몬 마니아인 소극적인 아이였지만 둘은 더없이 좋은 친구이자 형제였어요. 토비와의 추억을 떠올리며 그가 사고가 나던 날 옆에 있어 주지 못한 자신을 원망하는 제이컵을 보며 가슴이 먹먹해졌어요. 음주운전 사고로 죽은 줄 알았는데 토비의 전 여친이었던 음침한 분위기의 트리나가 제이컵에게 형의 사고의 책임이 그 친구들에게 있다고 말하면서 접근해요. ‘복수’를 꾸미면서 혼란스러워하는 제이컵을 끌어들이려고 하죠.

트리나의 외삼촌이자 카톨릭 제단 고등학교의 신부인 피트는 마을 사람 모두의 고민을 알고 있는 사람이에요. 신앙심도 배려심도 유머러스함까지 나무랄데 없는 피트는 트리나의 불안전한 환경을 걱정하고 살피는데요. 아내를 잃고 아들을 잃은 제이컵의 아버지 행크 리슈 시장과 교사 더글러스와 즐거운 술자리를 끝내고 돌아가던 길에 남의 집 창문에서 기어나오는 트리나를 보지만 못 본체 해요.

책 속 인물들은 저마다의 비극을 가지고 있어요. 셰릴린만을 짝사랑한 듀스의 입장에선 단 한번도 그녀에게 사랑을 받아보지 못한 것이 엄청난 비극이죠. 아내와 아들을 연달아 잃은 행크, 쌍둥이 형제를 잃고도 슬픔 속에 홀로 방치된 제이컵, 충분히 사랑하고 사랑받고 살고 있지만 단조로운 자신의 삶이 왠지 무가치하게 느껴지는 셰릴린, 트리나의 삶은 어디부터 비극이 시작된 것인지 찾아야 할 만큼 아프기도 해요. 그럼에도 이 책은 희망과 사랑과 소통과 꿈을 이야기하고 있어 매력적인 소설이에요. 월시의 전작 『마이 선샤인 어웨이』를 꼭 찾아보고 싶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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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탈의 거장들 - 매 순간 다시 일어서는 일에 관하여
데비 밀먼 지음, 한지원 옮김 / 윌북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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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탈의거장
#데비밀먼
#한지원 옮김
#윌북



데비 밀먼은 16년 전 자비 프로젝트로 시작했던 <디자인 매터스>는 그녀의 열정과 센스와 노련미로 프로그램 계약을 갱신하고 프로그램의 평판이 높아져 지인이 아닌 디자이너들도 초대하게 되었으며 지금까지 400명의 게스트와 인터뷰를 성공적으로 이어왔다. 뻔한 질문을 가장 싫어하는 데비는 한 인터뷰이에 대해 몇 주 전부터 하루 몇 시간씩 공부를 한다. 어떤 강의에서 적극적으로 질문을 하는 사람을 보면 이미 내용을 잘 파악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데비도 인터뷰이에 대해 속속들이 알고 있기에 누구도 할 수 없는 질문들로 흥미로운 인터뷰를 만들어 갈 수 있었을 것이다.


「내게 있어 최상의 인터뷰는 오로지 그들만이 답할 수 있는 질문을 했을 때 이루어진다....이제 <디자인 매터스>는 세상에서 가장 창의적인 사람들의 삶을 창조하는 방법에 관한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겠다.」 _16,17





#밀턴글레이저 ; 전설적이다. 기발하다, 지적이다, 독창적이다. 천진난만하다.

그를 묘사하는 수식어 중 나는 ‘천진난만하다’에 끌렸다. 『신곡』 중 「연옥」에 들어가는 삽화 작업을 하다가 ‘디자이너가 지옥으로 가는 12단계’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다는 밀턴의 말은 어쩌면 천진난만함에서 비롯된 것일지도 모른다. 그 12단계는 ‘1.진열대 위에 놓았을 때 상품이 커보이도록 디자인하기’에서 ‘5.파괴된 뉴욕 세계무역센터의 강철을 이용해 이윤 목적으로 팔릴 9·11 기념품 매달 디자인하기’와 ‘7.영양가는 없고 달기만 한 어린이용 식품 포장재 디자인하기’를 거쳐 ‘12.인체에 치명적인 원료가 사용된 상품의 광고 디자인하기’로 끝을 맺는다. ‘천진난만하다’의 유의어를 보면 ‘순박하다’, ‘순수하다’ 등이 있다. 보통 상위 다섯 단계 근처에서 ‘여기서 더 가면 남에게 해를 끼칠 수 있겠구나’하고 깨닫는다고 하니 밀턴은 순수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란 느낌이 든다.

평소에 개인적으로 색소와 화학첨가물 덩어리 불량식품을 뜯기는 순간 쓰레기로 전락하는 온갖 휘황찬란한 포장까지 해 생산하는 업체에 대해 매우 비판적이었는데, 그런 일을 맡은 디자이너의 윤리의식까지 생각해 본 적은 없다. 모든 디자이너가 밀턴과 같은 단계에서 바틀비처럼 ‘안 하는 편을 택하겠습니다’를 외친다면 좋겠지만, 영리를 추구하는 자본주의 사회에 소속된 사람으로서 자신의 원칙을 지키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다.





#신디갤럽 ; <포르노 말고 사랑을 하세요> 비디오 공유 사이트와 섹스의 사회화

신디는 ‘죽음’만큼이나 ‘섹스’에 대해 말하기 꺼려하는 사회 분위기로 인해 청소년들이 잠자리에서 가져야 할 상대에 대한 존중과 공감, 솔직함, 너그러움 등을 배울 기회가 없으며, 하드코어 포르노를 통해 잘못된 성교육이 이루어지게 한다고 말한다. 세상에서 성에 대해 터놓고 이야기하고 ‘올바른 성 가치관을 가르칠 정도로 성에 개방되어야 성범죄를 막고 강간 문화에 마침표를 찍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녀가 운영하는 <포.말.사>는 전적으로 사용자 생성 콘텐츠에 기반하고 현실 세계의 섹스를 예찬하는 곳이라 한다. 성에 대해 터놓고 이야기하고 아이들에게 올바른 가치관을 심어주어야 한다는 것에 전적으로 동의하지만, 현실 부부, 연인의 섹스 동영상을 보여주는 사이트가 섹스의 사회화에 진정으로 얼마나 기여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어쨌든 초지일관 당당한 여성의 포스를 보여주던 신디도 남들이 어떻게 생각할까 두려워하는 마음을 언급한 적이 있다고 한다. 이런 장애물을 극복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법에 대한 그녀의 조언을 소개해본다.

「인생의 모든 것은 당신과 당신의 가치에서 시작해요. 자신을 들여다보고 자신이 누구인지, 무엇을 지지하는지, 무엇을 믿는지, 무엇을 소중히 여기는지 발견해보세요. 당신의 가치관을 결정하고 그것에 따라 행동하세요. 그러면 사는 것이 훨씬 쉬워진답니다. 인생은 여전히 당신에게 온갖 똥을 투척할 테지만, 그리고 앞으로도 그럴 테지만, 어떤 상황에 닥치더라도 스스로에게 진실한 방식으로 대응하는 법을 정확히 알게 될 거예요.」 _58




고작 ‘전설들’이라는 이름의 첫 part를 읽었을 뿐이다. 도저히 한 번의 피드로 리뷰를 끝내기 어려운 책이다. 남은 네 개의 part들은 후에 한 번 더 리뷰하기로 하며 글을 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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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의 선물 - 제1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 개정판
은희경 지음 / 문학동네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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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나는 모든 사람들의 내면을 이해할 수 있었지만 나를 이해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373

모든 사람들의 내면을 이해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보다 진희가 화자였고, 화자가 곧 작가 자신이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아무리 일찍 속이 찬 아이라도 이 모든 상황을 어른들처럼 이해할 순 없었겠지. 그럼에도 저자가 진희의 시선으로 모든 상황, 모든 사람의 내면을 낱낱이 훑어내는 것은 보호받아야 할 아이에게 주어지지 못한 어른들의 어른스러움을 비꼬고 있는 것은 아닐까? 모두가 진희의 시선으로 아프고 고통받고 소외된 모든 사람을 바라볼 수 있는 사회가 되길 바라본다.

새의 선물이란 제목의 의미가 궁금했는데 독파 북토크를 통해서 알게 되었다. 

물론 독자들이 받아들이는 것 모두가 의미 있는 의미있을테지만 말이다.

책의 첫 페이지에  -자크 프레베르의 '새의 선물' 전문이 소개되어 있다. 

'아주 늙은 앵무새 한 마리가 그에게 해바라기 씨앗을 갖다주자 해는 그의 어린 시절 감옥으로 들어가버렸네' 

 

새의 선물을 받지 않는 모습이 마치 진희 같았다고 한다. 왜 씨앗을 받지 않는지, 세상의 위약과 위선에 대해서 진희를 통해서 말하고자 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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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천천히 오래오래 소설, 잇다 1
백신애.최진영 지음 / 작가정신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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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근대 시대를 반영한 소설을 좋아하는 나에게 근대 여성 작가와 현대 여성 작가의 소설을 한 권에 담아 함께 읽는 시리즈 소설, 잇다의 출간은 너무나 반갑다. 최초의 근대 여성 작가 김명순님의 뒤를 잇는 ‘2세대 여성 작가에 속하는 백신애 작가와 사회에서 소외된 이들의 이야기를 주로 다루는 최진영 작가의 콜라보는 기대감을 주기에 충분하다.

 

 

백신애 작가는 1908년 부유한 집안의 외동딸(해설에서는 사회주의 운동가 오빠가 있었다고 나와 조금 혼란스러움)로 태어난다. 그는 적당히 학문을 익히고 좋은 집안에 시집을 가는 평온한 삶을 등지고 뜨거운 마음이 이끄는 방향대로의 삶을 선택한다. 사회주의 여성단체에 가입해 여성운동을 하고, 1926년 오로라를 보겠다고 시베리아를 방랑하다가 귀국길에 혹독한 고문을 받기도 한다. 그런 그녀도 외동딸로서 부모의 기대를 저버릴 수 없어 결혼을 하지만, 5년 만에 별거하게 되고 그로부터 1년 뒤 췌장암으로 세상을 떠난다. 그의 작품 안에서 이런 작가의 모습, 고민, 울분, 사랑 등을 엿볼 수 있다.

 

 

자신의 소신, 신념과 자식으로서의 도리 사이에서 느끼는 번뇌를 <혼명(混冥)에서> 주인공의 독백을 통해 보여준다.

 

나의 결혼은 하늘을 향하여 돌멩이를 던진 것과 같은 결혼이었어요. 그러면서도 나의 주위는 그 던진 돌멩이가 무사히 그대로 공중에 매달려 있을 기적을 신념하고 있었고 희망하고 있었던 것이었지요마는_69.

 

화자는 어쩔 수 없이 한 결혼과 이혼, 이혼 후 조신하게 얌전하게 쥐죽은 듯이 살게 하려는 주변의 압박, 그래도 어머니의 사랑과 눈물때문에 자신의 신념을 묻어둬야 하는 숨 막히는 심정이다. 그런 화자 가 옛 동지였던 ‘S’와의 우연한 세 번의 만남과 대화를 통해 자신의 신념을 지켜나갈 용기를 얻는다. 소설 속에서 화자는 위병으로 고생 중이고 그것 또한 자신이 용기를 내지 못하는 하나의 이유이기도 했기에 ‘S’와의 마지막 만남에서 건강을 회복하고 피자 연구하고 얻은 결론을 말하기로 약속한다. 그 약속으로 화자는 건강도 회복하고 어머니를 설득하며 자기를 찾아 나간다. 만남을 앞에 두고 갑작스레 ‘S’의 죽음을 맞이한 화자, 슬프지만 당신이 두고 간 맹렬하던 의기의 한 조각죽는 날까지 힘껏 틀어잡고삶을 지탱해나갈 것이라고 다짐한다.

 

 

소설처럼 작가 백신애도 그러할 수 있었다면 지금 얼마나 훌륭한 작품들이 탄생했을지 모른다. 아깝다. 억지 결혼이 아니었다면, 식민치하와 가부장제 아래에서 여성으로서 더 강하게 느꼈을 억울함과 부당함이 아니었다면, 그토록 단명하지 않았을 것만 같다.

 

 

 

 

아이고, 맙소사. 아이고, 빌어먹을 도둑놈. 네가 하느님이야? 도둑놈이지. 그만치 내가 정성을 들였으면 조금이라도 효험을 보여주어야 되지 않느냐?_34.

 

<광인수기狂人手記>의 한 대목이다. 시작부터 하느님에게 반말에 욕지거리를 퍼붓는 화자는 광인의 상태이다. (그러지 않고서야 하나님을 그렇게 욕할 수는 없겠지..) 비가 모질게도 들이치는 다리 아래에서 걸레 같은 옷을 입고 추위와 배고픔에 벌벌 떨며 하느님에게 원망인지 하소연인지 모를 말들로 화자의 사연을 독자들에게 전한다. 첫날 밤 그리도 다정하던 남편, 괴팍하고 못돼처먹은 시누이와 시어머니, 사회주의 운동으로 맘 졸이게 하던 세월을 버티고 나니 뒤늦게 바람난 남편. 그 현장을 급습하자 미친년 취급하며 꽁꽁 묶어 가둬버리는 남편의 행태에 미치지 않을 여자가 어디 있을까?

 

 

여자가 정말로 미치는 때는 남편의 배신을 알게 된 순간이 아니라 자식들이 걱정되어 남편이 있는 집으로 발길을 돌리는 바로 그 순간일 것이다._해설 중에서

 

그렇다. 그와중에도 자식 걱정에 온전히 미치지도 못하는 게 여자고 엄마다. 그 부당하고 불합리한 시대를 거치며 자식들을 건사했던 우리 어머니들에게 존경과 박수를 보내고 싶다.

 

 

 

<우리는 천천히 오래오래> _최진영

 

이 소설은 백신애 작가의 <아름다운 노을>30대 여성과 16세 소년의 로맨스에서 창안했다고 한다. 낯선 두 사람이 서로에게 사로잡히는 과정을 보여주고 싶었지만 사랑을 이야기하고 싶은데 남자와 여자의 사랑 이야기를 생각할 때 지금의 나를 엄습하는 단어는 가스라이팅, 스토킹 범죄, 그루밍 범죄, 데이트 폭력, 교제살인, 디지털 성범죄, 불법촬영...’ 여자와 남자의 로맨스에는 위험한 요소가 너무 많다는 우려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고 한다.

 

밤엔 편의점과 펍에서 알바를 하고 낮에는 공부를 병행하는 20살 정규는 괜한 시비를 거는 거친 남자 손님에게서 자기편을 들어주는 또 다른 40대 여자 손님 순희와 우연히 대화를 나누게 되고 끌리게 된다. 저자는 여성으로 살아가면서 느껴야만 하는 불안감, 두려움을 항상 안고 살아가는 정규를 통해 남성을 대할 때 항상 경계하고 조심하게 되는 현실에 대해 꼬집는다. 동성으로서 느끼는 편안함을 넘어서 사랑으로 발전하는 모습은 존중할지언정 개인적으로 받아들이기는 어려웠다.

 

 

소설, 잇다를 통해 백신애 작가를 알게 되어 감사하다. 두 번째 소서, 잇다는 어떤 근대 작가와 현대 작가를 이어줄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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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가 간절한 날에 읽는 철학 이야기
사토 마사루 지음, 최현주 옮김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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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정이란 상대의 몸무게와 같은 무게의 금을 값으로 치를 만한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찌 않으면 안 되는 것」 _볼프강 로츠

 

 

사회 생활 7년 차인 시마오씨가 자신의 미래를 걱정하며 8년 전 아르바이트생과 고용인으로 인연이 닿았던 다방면에 방대한 지식과 날카로운 통찰력을 지닌 <지의 석학>이라 불리는’ 사토씨를 찾아가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돈 ≠ 풍요

시마오씨는 워라벨이 가능한 회사라 다니기로 결정했지만막상 돈 잘 버는 친구들을 보니 왠지 모를 패배감과 부러움이 생겨난다이런 고민을 사토씨에게 털어놓고 자본주의 시장원리애덤 스미스의 도덕감정론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인간에게는 공감이라는 마음이 있어서 그것이 사회에서 도덕이나 규범을 만든다는 거죠그래서 시장 작용에 따라 부자와 가난한 사람들 사이에서 부의 재분배가 이루어진다고 생각했던 거예요.」 _49

 

애석하게도 애덤스미스의 주장은 굉장히 바람직하지만 비현실적인 이론이 되어버렸다인간의 에 대한 욕구는 먹을 수 있는 양이나 가질 수 있는 물건 수처럼 제한이 없기 때문이다.(한계효용 체감의 법칙아무리 맛있는 케이크라도 계속 먹고 싶은 사람은 없다반면 돈은 많이 주면 줄수록 좋지 않은가?(물론 예외적으로 돈에 욕심이 없는 사람도 있겠지만실체가 없는 돈은 아무리 손에 쥐어도 만족감을 얻을 수 없기에 이 풍요와 같을 수 없다사토씨는 풍요를 위해 자각과 단념의 필요성을 이야기한다.

 

 

사토 시마오씨는 회사원이죠회사원으로 일할 때본인은 자본가가 아닌 노동력을 파는 노동자라는 자각과 그래서 수입에 제한이 있다는 단념이 중요하거든요.

 

시마오 자각과 단념이요?

 

사토 자신이 자본가가 아닌 노동자라는 것을 인식하고 자본가가 되지 않는 한 막대한 재산을 쌓을 수 없다는 것을 판단한다는 것이죠.

 

시마오 그렇게 정확히 말씀하시니뭔가 미래가 없는 듯하네요!

 

사토 그게 꼭 부정적인 의미의 포기는 아니거든요. ‘자각과 단념’ 두 가지를 인지한 후에돈으로 얻을 수 없는 게 무엇인지 스스로 생각하는 게 인생의 풍요로움으로 이어집니다자각이나 단념을 구별하지 못하고 돈을 맹신하게 되면일본처럼 버블경제가 올 수 있어요.

」 _69~70

 

 

 

프롤레타리아의 어원이 고대 로마 시대에 재산을 구분하는 기준으로 아이밖에 없는 사람’, 즉 아이 이외에 부를 창출할 수단이 없는 사람이라는 뜻이라고 한다마르크스는 프롤레타리아의 약점을 이용해 그들의 노동을 착취하고 자신들의 부를 늘려가는 부르주아를 무너뜨리려 했지만 결국 자본주의만 살아남았다마르크스는 프롤레타리아가 노동자가 자신의 노동력을 팔 수 있는 자유와 노동력 이외의 다른 생산 수단으로부터의 자유라는 2가지 자유를 가지고 있다고 했다자유의 긍정적인 면은 노동자가 토지나 직업에 얽매여 있지 않아 어디에서무슨 일을 하든 자유라는 것이고 부정적인 면은 자신의 노동력 이외에 돈을 벌 수단이 없다는 의미라고 한다.

 

 

 

살아가는 데 돈을 목표로 해도 좋고돈 이외의 다른 행복을 찾아도 괜찮아요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걸 쫓으면 인생이 힘들어진다는 걸 잊지 마세요.」 _81

 

 

?인간 관계일은 우정이 아닌 신뢰를 쌓는다.

 

시마오씨는 두 번째 방문에서 사토씨에게 상사와 관계에 대한 고민을 토로한다사토씨는 인간관계에서도 파레토 법칙을 적용할 수 있다고 한다(나를 좋아하는 사람 20%, 평범한 관계 60%, 나를 싫어하는 사람 20%). 나를 싫어하는 20%에만 초점을 맞추지 말고 전체를 보라고 조언한다어느 집단을 가도 나와 맞지 않고 나를 싫어하는 사람은 있는 게 당연하다나 또한 그 1~2명과 우호적인 관계를 만들기 위해 신경 쓰고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는 게 현명하다고 생각한다사회에서 만난 동료는 이해관계로 연결된 사람이기 때문에 친구와 애초에 다른 친밀감을 형성한다고 말한다.

 

업무상 인간관계에서도 우정이 성립되지만이해관계도 포함되어 있지요그리고 친구가 아니더라도 업무상 신뢰 관계는 쌓을 수 있어요.」 _109

 

 

?모든 일은 사람을 위해 존재한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일은 사람에게 필요하기 때문에결국 사람을 위한 것만이 남아 있는 것이죠자본주의 시장 원리 속에서 필요성이 없어진 일은 도태됩니다.」 147.

사토씨의 이 주장은 고개를 갸웃하게 한다과연 자본주의 시장 원리에서 살아남지 못한 모든 일은 필요로 하는 사람이 없다고 말할 수 있을까얼마 전에 코로나를 겪으며 문을 닫게 된 오프라인 제로웨이스트샵이 많다는 이야기를 들었다우리 미래를 위해 꼭 바꾸어야 할 라이프 스타일에 필요한 제품들을 판매하는 매장이다자본주의 시장 원리에 적합하지 않다고(싸지 않고 사용하기 번거롭다해서 필요성이 없는 일이라고 보기 어렵지 않을까오히려 우리 건강과 지구의 미래에 직결된 꼭 필요한 일들은 자본주의 시장원리에 대립되는 경우가 많지 않을까 싶다.

 

 

?고독은 근대 자본주의의 산물?

 

영국에는 2018년 고독담당장관일본에서도 2021년 고독·고립대책담당장관이 임명되었다고 한다고독이 하루에 담배 15개비를 피우는 것만큼 건강에 해로우며 고독이 가져오는 경제적 손실도 엄청나다고 한다한나 아렌트는 고독을 고독(자기 자신과 대화할 수 있는 혼자인 상태). 고립(공동체 활동을 할 기회를 박탈당한 정치적 고립), 외롭거나 버림받은 느낌의 드는 상태라는 세 가지 상태로 설명한다고독과 고립은 유해하지 않고 오히려 필요한 경우도 있지만 진정한 고독인 버림받은 상태/외로움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환경을 바꾸라고 말한다고독을 이겨내는 게 강한 인간의 증거인 듯이 필요 이상으로 노력하지 말고 환경을 바꾸어 고독을 피하라고 조언한다.

 

 

?
『퇴사가 간절한 날에 읽는 철학 이야기』라는 제목에서 보듯 이 책의 평범한 사회인들, 예비 사회인들에게 적절한 책이라 생각된다. (단칸방에 홀로 지내는 독거노인들, 철저히 부모로부터 방치된 아이들, 은둔형 외톨이 그들에게 이런 조언은 참으로 덧없게 느껴질 것이므로) 평범한 사회인들 하나하나가 이런 책으로 자신을 잘 다독이고 삶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면 그 여파가 사회 소외된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물결로 가 닿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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