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살아야 하는가 - 삶과 죽음이라는 문제 앞에 선 사상가 10인의 대답
미하엘 하우스켈러 지음, 김재경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21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변화하는 존재와 불변하는 기억 사이의 대립보다 더 고통스러운 것은 없다」 _마르셀 프루스트



많은 철학자와 지식인들이 ‘왜 살아야 하는가?’와 같은 명확한 답도 없는 논쟁거리를 두고 왈가왈부하며 시간을 보내는 이유가 뭘까? 철학서를 많이 접해 보지도, 철학자들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지만 몇 권의 철학 관련 도서를 읽으며 도달한 철학의 필요성에 대한 내 나름의 결론은 이렇다.

‘철학은 평소에 활성화되지 못하고 죽어있던 뇌를 굴려 전체적으로 뇌에 생기를 불어 넣어주고, 어떤 현상이나 주제를 적극적으로 파고들어 깊은 사유를 가능하게 하며, 내 삶에 대한 고찰과 타인과 세상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킨다.’ 바쁜고 정신없는 일상에 쫓기듯 살다 보면 솔직히 철학적 질문에 대해 생각을 할 겨를이 없다. 가끔은 의도적으로 철학적 사유를 끌어내는 책들을 읽고 내 삶의 방향에 대해 고민해 보는 것은 분명 좋은 일이다. 


[아르투어 쇼펜하우어, 쇠렌 키르케고르, 허먼 멜빌, 표도르 도스토옙스키, 레프 톨스토이, 프리드리히 니체, 윌리엄 제임스, 마르셀 프루스트,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 알베르 카뮈] 이 책은 저자 미하엘이 10인의 작가들의 ‘삶과 죽음이란 문제에 대한 고찰’에 관해 탐구한 내용을 전해 준다.


「독자들이 그들 작품의 핵심 관심사를 이해하도록 돕고, 그들이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가 어떤 곳인지, 그 안에서 죽음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삶에서 정말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이해하는 면에서 어떤 공통점과 차이점을 보이는지 밝혀내고자 한다/ 책에 등장하는 대답들은 단지 세계와 세계 속 인간의 위치를 바라보는 방법을 제안하는 가설로서 읽고 이해해야 한다.」_p14


책의 두께와 ‘철학책’이라는 이유로 압도당해 크게 심호흡을 하고 책을 펼쳤다. 그런데 저자에게도 이 책을 쓰는 것이 ‘문학적·지적 모험’이었고, ‘책에 등장하는 작가 중 몇몇은 책을 쓰기 시작한 시점에는 거의 알지도 못했다.’니 위로받는 기분이었다. 


세계는 지극히 나쁜 곳이며, 그렇다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없고, 본질적으로 삶은 고통이며, 일시적인 고통의 유예가 ‘행복’이라는 쇼펜하우어의 세계관에 나는 동의하기 어렵다. 오히려 ‘세계는 인간의 필요와 욕구, 야심과 열망에 철저히 무관심하다, 세계는 냉정하고 냉혹하다. 연민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다. 험악하고 무자비하며 비협조적이다.’고 보는 알베르 카뮈의 입장은 공감이 간다. 카뮈는 우리가 인간으로서 원하는 것과 세계로부터 얻는 것 사이에 괴리가 발생하는 상황을 ‘부조리’라고 부르며 『칼리굴라』라는 희곡에 등장하는 광기 어린 로마 황제를 부조리한 세계에 빗대어 표현한다. 카뮈는 이렇게 무의미한 세계에서 삶을 유지하는 것에 대한 고민, “삶이 살 만한 가치가 있는지” 알아내는 것을 “철학의 근본적 과제”로 본다. 그리고 세계의 무의미함, 무심함을 결국 우리에게 자유롭게 선택하여 살 수 있게 하는 기회로 본다. 나는 『이방인』에서 자기 삶의 어떤 것에도 무관심하던 뫼르소를 통해 도대체 무얼 말하고 싶은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저 세상 앞에 무기력한 인간상? 아무렇게나 버려도 되는 삶을 말하는 것 같아 마음에 안 들었던 기억이 난다. 저자의 설명을 보고 정말 조금만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우리가 뫼르소에게 배울 수 있는 교훈은 의미가 없는 세계에서조차 좋은 것들을 많이 찾을 수 있다는 점이다. 세계가 궁극적으로 무의미함에도 우리는 삶을 살 만한 가치가 있는 것으로 만들어주는 것들을 찾을 수 있다. 예컨대 “하늘을 가로지르며 날아다니는 새들이나 뭉게뭉게 뭉쳐 다니는 구름들”을 보는 능력이라든가 순전히 살아 있다는 경험이 있다.」 _p414


‘레프 톨스토이’는 일찍 부모님을 여읜 일 외에 82세까지 삶이 매우 순조롭고 성공적이었으나 늘 ‘자신이 충분히 괜찮지 않다’는 느낌에 시달렸다고 한다. 청년 시절부터 삶의 목적을 찾고자 했던 그는 결국은 죽음이 삶의 종착지라는 것에 깊이 고민했고 40세에 심각한 우울증을 겪기도 했다. 그는 죽음이 겉으로 보이는 것과 달리 사실 모든 것의 끝이 아니라는 점을 깨닫는다. ‘만약 죽음에 대한 지식이 이승에 존재한다고 한다면 그것은 틀림없이 특이한 종류의 지식일 것이다’라고 말하며 이런 특이한 지식을 ‘믿음’이라 불렀다. 노년이 톨스토이는 의미있는 삶, 살만한 가치가 있는 삶에 이르는 열쇠로 제시한 ‘보편적 사랑’, ‘공감이자 연민이자 용서’가 지금 우리 시대에 특히 필요해 보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의 아름다운 할머니
심윤경 지음 / 사계절 / 2022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인생에 꼭 필요한 다섯 단어는 그려, 안 뒤야, 뒤얐어, 몰러, 워쪄였다.

 


 

첫 문장을 쓰기 몹시 힘든 책이 있다. 도통 할말이 없는 책이거나 하고 싶은 말이 마음속에 가득 찬 나머지 서로 먼저 나오겠다고 아우성을 치는 바람에 문장의 병목현상이 일어나는 경우가 그렇다. 이 책은 당연히 후자다. 심윤경 작가의 책 영원한 유산에서 보았던 한 장의 사진이 첫 페이지에 담겨 있다. 할머니는 웃음기 없는 표정으로 다소 새침해 보이는 손녀를 지그시 바라보고 계신다. 이 책을 읽고 나서 이 사진을 다시 보니, 왠지 할머니가 잠투정하는 손녀에게 예쁜 사람, 왜 그러나.”고 말씀하고 계시는 듯하다.

 

그러고 보니 할머니는 어린아이가 자라는 온갖 비뚤빼뚤한 모습을 모두 예쁘다고 요약했고 분투하는 모습은 장하다고 했다. 어른이건 아이건 하는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을 때는 입술을 삐죽이며 별나다고 했다. 더 나쁘면 고약하다였다._p78~79

 

언어의 미니멀리스트이셨던 할머니는 사랑한다라고 말하지 않았지만, 눈빛으로나 마음에서 저절로 우러나오는 아우라 같이 은은하게 막내 손녀딸을 사랑하셨다. 저자는 다 큰 어른이 되어서야 할머니의 간략한 언어 사용만큼이나 군더더기 없는 깊은 사랑의 표현들을 이해하게 된다. 이 책은 할머니에 대한 예찬과 그리움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할머니가 남기고 간 강렬한 자식 사랑법을 저자가 딸 꿀짱아(애칭)’에게 적용하는 육아서 같기도 하다. 할머니의 말 없는 사랑법은 영원한 유산처럼 되물림 될지도 모르겠다.

저자의 외동딸 꿀짱아는 예민하고 까다로운 기질을 가진 아이였는데 그 자그마한 아이가 등장함으로써 저자가 겪게 되는 당혹감과 좌절감, 자괴감을 나는 너무나 잘 알기에 연신 고개를 끄덕였고, 저자의 유머러스한 표현들에 낄낄대며 봤다. 하지만 어느 순간, 가슴 한구석이 묵직하게 저렸는데 그 통증은 미안함 내지는 죄책감이었다.

 

나는 야단침의 효용과 쓸모에 대해 늘 고민하고 회의했다/나는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만큼 핏대를 올리며 무수히 많이 야단을 쳤지만, 그것이 본질적으로 무용하다는 깨달음은 일찍부터 희미하게 찾아왔다/내 성질과 좌절감에 못 이겨 폭발하고 있을 뿐, 이 행위는 아이를 올바르게 가르치는 것과는 아무 상관이 없었다._p80

 

방금 주의를 줬으나 돌아서면 또 같은 행동을 하고 있는 아들들로 인해 신랑과 나는 늘 인내심의 한계를 시험당하고 만다. 물론 아무리 별난들 여자아이하나를 돌보는 할머니와 아무리 착한들 남자아이셋을 돌보는 나와 야단침의 유혹에 노출되는 빈도와 강도는 큰 차이가 있을 것이다. 그렇다 해도 저자의 못된 행동에도 근본적으로 사랑을 담은 마음으로 예쁜 사람 왜 그러나~”하고 다독여 줄 수 있는 너그러움과 혼낸다는 말이 고작 언성 높임 한번 없는 별나다!”라는 말이라는 사실이 나를 반성하게 한다. 나는 가끔 하지 않아도 될 못된 말을 퍼붓고 나서 나는 진정 이 정도 인간밖에 못 된단 말인가!’ 하는 자괴감에 한동안 허우적댄다. 그 자괴감은 상품에서 깔끔하게 떨어지지 않고 남은 스티커 자국처럼 끈적이고 불쾌한 기분에 괴롭다. 아이들에게만은 저자의 할머니처럼 나도 언어의 미니멀리스트가 되고 싶다.

 

보통 아이가 속상해서 울면 아이를 안심시키려고 괜찮아라고 말하는데, 사실 아이는 괜찮지 않거든. 저런, 이라는 말 속에는 정확한 공감이 숨어 있는 거야. 아이가 뜻대로 되지 않아서 놀라고 속상해하는 마음을 알아주는 말인 거지._p125

 

심리상담가이자 저자의 절친인 친구가 저자에게서 배운 저런이란 말을 놀이치료 상황에서 적용해보고 그 효과에 대해 극찬한다. 나도 그런 경험을 한 적이 여러 번 있다. 매우 막내다운 우리집 막둥이는 수시로 징징댄다. ‘~마아아아아 형아가하아아아~ 나만 안해주고오오오오~ 어쩌구저쩌구속상한 상태로 달려와서 징징대면 속으로 지긋지긋하다!’는 생각 밖에 안 들지만 종종 아이고 저런~ 그랬어~”라고 하고 토닥여주면 금방 괜찮아져서 휑하니 갈 때가 있다. 나도 이미 저런!”의 효과를 경험했지만 사실 늘 통하지는 않기도 하고 내 마음의 상태로 저런~에서 끝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그렇지만 오늘부터 다시 마법의 단어 저런!”을 좀더 실생활에 적용해보려 한다.

 

잔소리 없이 믿음의 눈빛으로 나를 길러주신 나의 위대한 엄마를 떠올리며 서평을 갈무리한다.

 

아름다운 할머니의 사랑을 소개해주신 작가님께 감사를 드리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법정의 고수 - 신 변호사의 법조 인사이드 스토리
신주영 지음 / 솔출판사 / 2020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공정한 눈으로 본다는 것은, 양쪽 당사자의 입장을 반반씩 본다는 뜻이 아니라 양쪽 당사자 입장을 모두 온전히 본 다음에 균형 잡힌 판사의 눈으로 다시 본다는 뜻이다._p208

 


 

어제 둘째 아이가 집에 오자마자 느닷없이 장투더다투더원!”라고 하며 나의 리액션을 기다렸고 그 기대하는 표정이 귀여운 나는 마지못해 정투더영투더선하고 맞장구를 쳐주었다.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자폐스펙트럼 장애에 대한 이해에도 많은 도움이 되지만 변호사로서 겪게 되는 내적 갈등과 명백히 무죄인 피고인을 보호할 방법이 없는 사법 시스템의 한계를 보여주기도 한다.

 

이 책은 어려운 사건의 사례를 소개하거나, 극적이며 성공적인 승소사례들로 단순히 감동을 주려는 의도로 쓰이지 않았다. 저자는 사건 자체보다는 사건을 통해 드러나는 변호사, 판사, 검사 각 당사자들의 관점이나 가치관을 들여다보고 싶었다고 말한다. 실제로 같은 사건을 서로 다른 관점으로 보고 판단하는 변호사, 판사의 모습이 흥미롭고 변호사의 일도 열정만 가지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지만, 열정 없이는 지루하고 기계적인 일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법정의 고수는 막 10년 차가 된 30대의 변호사였던 저자가 초심자의 용기로 사건 하나를 맡으면 앞뒤 가리지 않고 종횡무진하던 시절에 쓴 책이라고 한다. 저자 본인의 사건에 대한 열정과 끈기는 물론 인간적인 정에 흔들리거나 우영우 변호사 같은 무모한 도전을 하는 모습도 보인다. 다른 변호인들의 잊지 못할 변론들을 글로 쓰기 위해 열정과 지혜를 가지고 사건을 처리해온 변호사 10인을 찾기 위해서고군분투한다. 그중 몇 분의 변호사들, 판사와 대화와 변론 사례를 통해 사형제도에 대한 진지한 고민’, ‘간통죄 존폐’, ‘판사의 도덕적 양심과 법적 양심 사이의 갈등등에 대한 생각거리를 던져준다.

 

법조계 골품제도라는 말이 있단다.

 

출신대학, 재학중 합격 여부, 사법 시험 성적, 연수원 성적, 이 네 가지 항목에서 모두 상위 그룹인 경우 성골, 한 항복이 처지면 진골, 두 항목이 처지면 6두품, 세 항목이 처지면 잔반, 네 항목이 다 처지는 경우는 평민이라는 것이다._p245

 

어디서든 사람들을 등급을 나눠 다르게 대우하는 우리 사회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본 것 같아 조금 씁쓸한 기분이 든다. 어쨌든, 성골들 중에서 인품까지 뛰어난 경우 교수님들은 금상첨화라고 총애를 아끼지 않았다는데 그중 한 명인 이 판사의 고뇌를 보며 판사라는 자리의 무게감을 통감하게 됐다.

 

사건 요약> 결혼 10년차에 두 딸을 둔 공무원 박순애, 원만하지 않은 결혼생활 중 남편이 먼저 이혼 이야기를 꺼냄. 박 씨는 양육권과 재산 분할 및 위자료를 요구. 남편은 재산 분할 거부. 어영부영 3년의 시간이 흐르던 중 박 씨에게 애인이 생김. 남편은 아내의 외도를 의심하고 미행, 경찰을 대동해 모텔에서 벌거벗고 있는 둘을 현장을 덮침.

 

여러 정황상 유죄라는 판단이 불가피해 보였으나 1심에서 무죄 판결이 났고 이 판사에게 이 사건이 넘어온 것이다. 이 판사는 왜 고민하는 것일까? 무죄의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유죄를 선고하면 간통죄는 형법에 들어가므로 징역형이 나올 것이고, 공무원이라는 직업도 잃게 되며 벌금까지 물게 된다. 남겨진 아이들에게도 큰 상처가 될 것이 분명했다. 남편이 먼저 이혼을 요구했었고 이미 부부라고 볼 수 없는 관계였던 점을 감안하면 너무 가혹한 벌이었다.

무죄라 하자니 양심에 반하고 유죄라 하자니 피고인의 처지가 너무 안된상황인 것이다. 선고 기일까지 미루며 고민하지만 결국은 유죄 판결을 내렸고, 선고를 하고 나서야 간통죄에 대한 위헌법률제청결정(재판 중에 어떤 법률이나 법 조항이 헌법에 위반된다는 내용의 헌법재판을 해달라고 법원이 헌법재판소에 제청하는 결정)’이란 방법이 떠올랐는데, 도 판사가 대법원 상고심에서 위헌법률심판제청결정을 내려 선고가 유예됐다.

 

간통죄가 폐지된 지 7년이 되어가는데 간통죄 폐지를 주장한 김 변호사가 걱정했던 아직도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여전히 간통죄가 있어야만 자신의 인간다운 권리를 지킬 수 있는 사람들은 법적 보호를 받고 있을지 우려스러운 마음이 든다.

 

나의 내면에서 사법제도에 의한 해결에 대해 갈수록 회의가 깊어졌던 것을 가장 큰 이유로 10년간 법정의 고수 속편을 쓰지 못하다가, 용기를 내어 뼈아픈 성장통에 관한 기록이 담긴 속편을 준비 중이라고 한다. 속편을 기대해 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고수의 독서법을 말하다 - 이 시대의 멘토, 한근태 고수 시리즈
한근태 지음 / 이지퍼블리싱 / 2020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지식견해 : 지식이 있어야 견과 해가 생긴다_8

 


 

독서와 담을 쌓은 사람, 책만 펼치면 조는 사람, 그야말로 분서갱유한 삶을 살고 있는 사람도 당장 서점에 달려가거나, 책장을 뒤져서 책을 펼치게 만들만한 힘을 가진 책이다. 인생의 세 가지 축을 운동, 독서, 글쓰기라고 말하는 저자는 오랫동안 책과 함께 일을 해왔고 지금도 하고 있고 앞으로도 할 예정이라고 한다. 저자는 20년 동안 세리시이오(삼성경제연구소에서 CEO를 대상으로 만든 지식앱)7~8분짜리 책 소개 영상을 올리고 있고, 7~8년간 동아비즈니스리뷰에 경영자들을 위한 책 요약글을 실었고, 교복의 북멘토로도 활동하고 있으며 <책엄세>, <공사세>, <글사세>라는 일반인을 위한 독서토론회와 글쓰기 모임을 운영하고 있다.


 

책을 잘 몰랐을 때 나는 책은 지식과 재미와 감동을 주는 것으로 생각했던 것 같다. 하지만 정말 그것이 전부라면 굳이 책일 필요가 없다. 단순한 지식정보들은 인터넷에 넘쳐나고, 재미와 감동은 영화나 드라마가 최고다. 문해력 공부라는 책은 이런 나의 무지를 파격적으로 깨트렸다. 저자가 말 한 좋은 책은 나를 불편하게 만드는 책이었다. 나의 편협한 생각들을 지적하고 사물과 상황, 어떤 문제를 다른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는 힘을 책에서 찾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했다. 그때부터 책을 탐닉하기 시작했고 지금은 멈출 수 없게 됐으며, 미미하게나마 생각의 폭이 넓어지고 성장하는 내 모습이 좋다.

 

저자는 책을 꼭 읽어야 한다고 간곡히 부탁하는 대신 이런 질문을 던진다.

 

“10년간 책을 읽지 않으면 무슨 일이 생길까?”


 

성장하지 못하고, 자기 의견이 사라지고, 충만함 대신 뻔한 삶을 살게 되고, 말주변이 없어지고, 생각하는 힘이 약해져 엉뚱한 결정을 하고, 인생에서의 큰 즐거움을 잃게 될 것이다._22

 


그런 삶을 원하는가? 유튜브 채널, 플랫폼 강의, 다큐들도 좋은 정보를 얻을 수 있고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도 들을 수 있지만 그건 그 사람의 생각을 그대로 가져오는 것이다. 하지만 만약 한 분야의 다양한 책을 읽으며 여러 가지 의견들을 비교해 보고 나의 사유를 거쳐서 정리된 내용은 완전히 내 것이다. 이렇게 독서는 생각하는 힘을 길러주고 나만의 의견을 가진 단단한 사람으로 만든다.

평생 독서하지 않은 사람은 시간적으로나 공간적으로 자기만의 세계에 감금당한 꼴이다. 그 사람이 접하고 사귀는 사람은 극소수의 사람으로, 보고 듣는 것이 신변잡기를 넘지 못한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 다른 세계에 들어갈 수 있다. 고전을 통해 오래전의 현인을 만날 수도 있고 머나먼 다른 나라에도 가볼 수도 있다. 또 여태껏 몰랐던 미지의 여러 일을 알게 되고 숱한 상황에서 패하지 않는 과정도 깨닫게 된다._임어당의 말(p16)



위의 내용을 보고 책을 무작정 읽기만 한다고 엄청난 변화와 발전이 있을 거라 기대하면 곤란하다. 저자는 간절히 변화하려는 사람이 책을 읽을 때 비로소 변화는 시작된다.’고 말한다. 그는 읽는 것읽어서 아는 것아는 것을 실천하는 일은 별개의 일이고, 꾸준히 책을 읽다가 독서의 임계점에 돌파하는 순간 변화가 일어난다고 한다. 아웃풋(나만의 확실한 목표로: 배운 것을 습관화, 직원들의 역량 향상, 문제 해결, 지식 창고 채우기, 글쓰기 등)으로 이어지는 독서를 강조하면서 다양한 독서법과 책으로 인생이 바뀐 사람들도 소개한다.


 

저자는 요즘 <책엄세> 모임에 정열을 쏟고 있단다. 이 모임을 만든 계기를 듣고 역시 책을 많은 본 사람은 생각의 스케일이 남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위정자와 정부가 하는 일을 보면서 자칫하면 대한민국이 망할 수도 있겠다.’, ‘국가가 사라지면서 쿠르드족처럼 난민으로 전락할 수도 있겠다는 위기감이 든 저자는 교육에 답이 있다고 생각하고, 교육의 중심에 있는 엄마들이 주체적으로 책을 읽게하기 위해 <책엄세>를 시작했다고 한다.

 


독서 모임에 참석한 분들이 발전하는 모습은 놀라울 정도였다고 한다. 이 책에 실린 독서 모임 멤버의 몇 편의 글들은 상당히 완성도 있어 보인다. 독서 모임이나 글쓰기 모임에 늘 관심이 많은 내 눈이 반짝 빛날 정도였다. 이미 책 없이 못사시는 분들은 좀 더 적극적인 독서법에 대해 고민해 볼 수 있을 것이고, 책을 멀리하던 분들은 귀가 밤새 팔랑거리게 될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늘 밤, 세계에서 이 눈물이 사라진다 해도
이치조 미사키 지음, 김윤경 옮김 / 모모 / 2022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슬픔과 괴로움은 다른 사람에게 터놓으면 의미가 달라지거든. 거기에서 약간 벗어날 수 있지._215

 


 

많은 사랑을 받고 영화화되었던 이치조 미사키 작가의 전작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는 고등학생인 가미야 도루와 히노 마오리의 풋풋하고 가슴 아픈 사랑 이야기였다. 사고로 인해 선행성 기억장애를 앓게 된 히노 마오리는 사고 이후 매일 리셋되는 하루를 맞이하게 됐고 그런 마오리 곁을 늘 지켜주는 친구 와타야 이즈미가 있었다. 이 책 오늘 밤, 세계에서 이 눈물이 사라진다 해도는 친구의 연인을 사랑하지만 둘의 사랑을 응원하는, 첫사랑이 친구의 연인인 안타까운 와타야 이즈미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진행된다.

 

전작을 보지 않은 상태로 보아도 전혀 어색함이 없었지만, 순간순간 궁금증이 밀려온다. 이즈미가 가미야 도루와 첫키스를 했다는데, ‘이즈미가 못 참고 해버렸을까?’, ‘가미야도 이즈미에게 끌리게 됐을까?’라거나, ‘이즈미의 마음을 어디까지 노출했을까?’와 같은 질문이 퐁퐁 샘솟았다.

 

대학생이 된 와타야 이즈미는 짜증 나게다정한 모습이 첫사랑 가미야 도루를 닮은 후배 나루세 도루에게 고백받은 날, 그에게 사귀기는 하지만 정말로 날 좋아하지 말 것이라는 말도 안 되는 조건을 내건다. 선행성 기억장애로 가미야 도루의 존재 자체를 잊고 사는 아모리와 달리 이즈미는 늘 가미야 도루 속에 갇혀 있기에 누구도 사랑할 수 없다고 생각한 이즈미는 누가 봐도 이즈미를 좋아하는 티가 줄줄 흐르는 나루세에게 결국 이별을 고한다.

 

마치 연인처럼 서로를 위하고 좋아하고 아끼는 아모리와 이즈미의 우정은 인상 깊다. 하지만 맹목적이다 싶은 정도로 상대방만 위하는 우정이 옳을까? 아모리가 매일 아침 눈 뜨며 자신의 기억장애에 대해 받아들이는 것만도 힘든데, ‘연인의 죽음이라는 고통까지 주고 싶지 않다며 아모리의 일기에서 자신을 지워달라고 부탁하는 것은 이즈미에게 너무 가혹한 일이다.

 

하지만..., 설령 죽음은 받아들일 수 있다 하더라도 죽음으로 끝난 사랑은 어떻게 타협점을 찾아야 한단 말인가._203

 

소중한 사람의 죽음은 그 자체만으로 충격적이다. 하지만 그 사실 자체를 숨겨야 한다면, 슬프고 아프다는 것마저 남에게 들키지 않으려 깊숙이 꽁꽁 싸매둔다면 슬픔은 악취를 풍기며 썩어들어갈 것이 뻔하다. 그런 이즈미에게 도루의 누나가 한 말은 큰 위로가 된다.

 

슬픔과 괴로움은 다른 사람에게 터놓으면 의미가 달라지거든. 거기에서 약간 벗어날 수 있지. 그러니까 언제든지 털어놓을 수 있는 사람을 정해놔. 가령...., 나라든지._215

 

이즈미에게 차인 뒤 어느 날, ‘평범하고 평범한 사람으로 되는대로 살아온나루세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무언가를 갖고 싶다는 열망을 품고 한때 좋아했던 사진에 다시 도전한다.

 

갖고 싶었다. 특별한 무언가를 지금, 갖고 싶어서 결딜 수가 없었다._243

 

얼마 전에 첫째가 이런 말을 했다.

나는 다 적당히 잘하고 특별히 잘하는 게 없는 것 같아. 줄넘기도, 태권도도, 피아노도, 기타도..”

첫째는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도전해보기도 하지만 어느 정도 수준에 다다르면 멈춰버리는 느낌을 나도 받아왔고 스스로 그런 면을 인지한다는 것이 긍정적일 거란 생각에 그 말이 반가웠다. 어떤 일에서든지 한 단계 더 나아가기 위해 엄청난 에너지가 들게 마련이다. 그 고비를 회피해버리면 항상 같은 자리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 그저 적당히 하는, 평범한 자리. 늘 큰 욕심이 없고 착한 첫째의 모습에서 나루세가 보였다. 갖고 싶어서 견딜 수 없는 욕심은 때론 굉장한 원동력이 된다. 그런 욕심이라면 좀 부려도 좋을 것이다.

 

사랑과 우정이 가득한 이야기지만, 내게는 너무 소설 같은 사랑 이야기보다는 인물들이 저마다 자신의 아픔을 극복하고 또 자신이 진정 원하는 모습을 찾고 노력하는 과정이 더 인상적인 책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