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벼운 마음
크리스티앙 보뱅 지음, 김도연 옮김 / 1984Books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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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글을 쓸 때 잉크로 쓰지 않는다. 가벼움으로 쓴다.」 _p68




「내 첫사랑은 누런 이빨을 가지고 있다. 두 살, 두 살 반인 나의 눈 안으로 그가 들어온다.」


소설의 첫 문장이다. 많은 소설가가 첫 문장에 대해 깊이 고민한다고 들었다. 겨우 2000자 정도 되는 서평에서도 첫 문장을 쓰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리는 걸 보면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개인적으로 어떤 풍경 묘사나 시대적 배경 설명으로 글이 시작되면 몰입감이 떨어진다. 더 구체적이면서 다소 충격적이거나 도무지 이해할 수 없어 그다음 문장을 빨리 읽어 내려가게 하는 시작이 좋다. 『가벼운 마음』의 첫 문장처럼 말이다. 


‘누런 이빨’을 가진 이와 ‘두 살, 두 살 반’의 나이에 첫사랑에 빠졌다니 첫사랑이 ‘아버지가 아닐까’ 생각했지만, 그는 ‘늑대’였다. 그 사실은 어릴 적부터 사자, 호랑이, 곰 같은 맹수와 절친이 되는 로망을 가지고 있었던 나를 흥분시켰다. 늑대와 사랑에 빠진 뤼시의 가족은 서커스단과 함께 유랑하며 트레일러에서 생활한다. 밤중에 뤼시 부모님의 트레일러 집에서 터져 나온 비명은 모든 사람을 깨웠다. 사라진 뤼시는 늑대 우리 안에서 늑대의 배를 베고 곤히 자고 있다. 천막을 설치하는 동안 관객을 끌기 위해 전시된 늑대는 길들일 수 없을뿐 전혀 위험하지 않았지만, 늑대 우리 위에 빨간 글씨로 적힌 ‘크라쿠프 지역의 늑대’라는 안내판은 ‘무서운 짐승이라는 증거’로 충분했다. 이런 식의 ‘이름’으로 인해 갖게되는 선입견과 편견이 우리 사회에 얼마나 만연한지 잠시 생각하게 했다. 


 「두렵게 만드는 건 이름이다. 이름이 없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며, 실체 자체도 없다.」_p11


 뤼시가 8살 때, 늑대가 죽었고 소녀는 늑대에게 작별을 고하고 그의 무덤에 꽃과 과일(늑대가 개양귀비꽃만 먹는 것을 바라지 않았기에)을 산더미처럼 놓아주기 위해 혼자 길을 나섰다. 그 과정에서 바그너, 라벨, 슈베르트를 사랑하는 간호사 아주머니를 만나 그 집에서 하룻 밤을 보낸다. 이날의 경험이 훗날 뤼시가 바흐를 ‘내게 무언가를 주는 것들’로 받아들이고 ‘뚱보’라는 이름을 지어주게 된 계기가 되지 않았을까? 늑대의 죽음 뒤로 뤼시의 가출은 시작되었고 가는 곳마다 새로운 이름을 지어내 경찰들을 따돌렸다. 


뤼시의 가출 행동을 우리 사회로 가져와 생각한다면 심각한 탈선일 텐데도 소설 속에서 이 일은 그냥 가벼운 에피소드처럼 느껴진다. 아이들의 행동에 다소 엄격한 편인 나조차도 뤼시의 가벼운 마음에 중독되는 건지 그냥 그럴 수도 있고 큰 문제가 아닌 것처럼 느껴질 정도다. 


「열일곱 살은 아직 어린 나이란다. 그래도 네가 내 말을 듣지 않아서 기쁘다. 나는 그게 좋아. 아주 좋은 신호야. 우리가 너를 잘 키웠고, 오로지 자기 마음에만 귀 기울이는 법을 가르쳤다는 얘기니까.」_p98

 

겨우 열일곱 살에 결혼하려는 딸의 결정 앞에서 뤼시의 엄마는 이렇게 말했다. ‘오로지 자기 마음에만 귀 기울이는 법’을 가르치는 것이 진정 옳은 일인가? 물론 어떤 결정에 있어서 자기 마음이 가장 중요하지만 ‘오로지’와 ‘(자기마음에)만’은 지나치다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의 가르침대로 뤼시는 자기마음에만 귀를 기울여 자신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로망’의 곁을 떠났다. 그 과정 또한 내가 보기에는 잔인했다. 동동 떠다니는 듯 가벼운 마음을 지닌 뤼시는 그만큼 자유로워 보였다. 여성으로 절대 그럴 수 없는 시대에 대한 반감을 역설적으로 드러내고자 한 것일까? 결혼이라는 방에 들어서면서 얻게 되는 ‘아내’, ‘엄마’, ‘며느리’라는 이름에 갇힌 여성들의 영혼을 해방해주고 싶은 보뱅의 마음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결혼은 여전히 여성이 보이지 않게 되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_p120


뤼시가 자신을 잃고 타인에 이끌리는 삶으로 치우치려 할 때, ‘자신의 수호천사’는 온힘을 다해 뤼시가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일 수 있게 이끌었다. 뤼시는 정신병원 입원을 앞둔 할머니를 모시고(우연히 친해진 보호자가 없는 양로원의 할머니다) 여행을 떠나기로 했고, 뤼시를 통해 자신의 수호천사를 만나고 완전한 자신을 만난 할머니는 익숙하지 않지만, 자신이 진짜 원하는 것을 말한다. 김연덕 시인의 말처럼 ‘주인공의 가벼움이 타인의 가벼움을 가능케 한’ 것이다.


나는 간혹 너무 무거운 사람이다. 뤼시에게서 가벼운 마음을 조금 얻어 갈 수 있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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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50 거주불능 지구 - 한계치를 넘어 종말로 치닫는 21세기 기후재난 시나리오
데이비드 월러스 웰즈 지음, 김재경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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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면 속을 뚫어지게 바라봐. 그럼 지구가 죽어 가는 모습을 보지 않아도 되니까.”

_케이트 템페스트

 

#2050거주불능지구 (The Uninhabitable Earth)

#데이비드월러스웰즈

#추수밭

 

며칠 전 읽은 책에서 알게 된 하얀 하늘의 충격에서 벗어나기도 전에 지구에 닥쳐올(일부는 이미 와있는) 12가지 기후 재난 시나리오로 인해 회전의자에서 떨어져 머리를 세게 부딪혔을 때만큼 정신이 혼미해졌다. 막연하게 알고 있었지만 자세히는 몰랐던, 어쩌면 모르고 싶었던 재난 영화 같은 우리 지구의 미래 모습들이었다. 살인적인 폭염, 빈곤과 굶주림, 해수면 상승, 치솟는 산불, 그저 어느 하루 날씨처럼 익숙해져 가는 재난들, 갈증과 가뭄, 오염으로 사체가 쌓이는 바다, 높아져 가는 공기 중 CO2 농도와 미세 플라스틱의 위협, 더욱 강하고 빨라진 바이러스와 존재도 몰랐던 수많은 박테리아의 출현, 무너지는 경제, 점점 부족해지는 자원을 두고 일어날 전쟁, 개인 간에 발생하는 분노와 폭력, 연쇄적인 재난으로 인한 시스템의 붕괴와 재난 트라우마와 우울증 등의 정신 건강의 문제와 같은 이야기를 읽어 나가다 보면, “이제 그만~”을 외치고 싶어졌다.

 

이제 그만, 우리 모두 정신 차려!”

 

지구 온난화가 문제로 인식된 지 70~80년이 지났지만 우리는 문제에 대처하고 스스로를 보호하기는커녕 에너지 생산 및 소비 방식에 이렇다 할 조정을 가하지 않았다._p75

 

제임스 핸슨이 1988년 미국 의회에 나가 최초로 지구 온난화에 관해 증언하면서 IPCC(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가 설립된 지 30년이 지났지만, ‘과학의 침묵현상(기후 학자들이 내놓은 부정적인 기후변화 예측이 대중에게 일으킬 파장이 염려되어, 또는 정치적 압박으로 인해 극도로 말을 아끼고 조심하게 되는 현상)으로 기후 변화의 위험성을 대중에게 잘 전달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제 2018IPCC 보고서(기온이 1.5도 상승할 때에 비해 2도 상승할 경우 일어날 기후 재난을 경고)를 통해 과학의 침묵 현상은 봉인해제 되었다. 2010년 러시아에서는 폭염으로 총 55,000명이 사망했고, 2017년 휴스턴에서는 허리케인 하비가 초래한 ‘50년 만에 한 번겪을 법한 폭우가 텍사스를 덮쳤으며, 같은 해 10월에 북부 캘리포니아에서는 단 이틀 만에 172건의 화재가 발생했는데도 2018년이 되어서야 봉인해제를 한 점은 이해하기 어려웠다.

 

우리는 기후 학자들의 수많은 연구 논문과 책, 다큐멘터리 등을 통해 제법 많은 것을 알게 됐다. 지금처럼 삼시 세끼 고기반찬에, 치즈가 잔뜩 들어간 피자나 샌드위치를 즐겨 먹고, 물도 전기도 석유도 팡팡 쓰면서 탄소 발자국을 꽝꽝 찍으며 돌아다니기를 계속 유지한다면 아주 빨리 그것들을 모두 잃게 될 것이다. 우리는 이제 다 알고 있다.

 

규모(bigness) 편향이란 말이 있다.

기후 변화는 너무나 규모가 거대하고 영향이 강렬해서 우리로 하여금 마치 태양을 보고 피하듯 반사적으로 눈을 돌리게 만든다._p243

 

저자는 과학이 내놓은 오해의 여지 없이 명확한 편임에도 책에 나오는 잠정적인 기후변화 시나리오에 아마도, 어쩌면, 추측건대와 같은 단어가 강박적으로 따라 붙는 이유가 인간 행동이라는 변수가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인간 행동이라는 변수는 우리가 선택할 수 있다.

 

오늘날 우리에게 재난을 멈추는 데 필요한 도구가 모두 주어져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탄소세를 도입할 수 있고 더러운 에너지를 적극적으로 몰아내도록 정치적 기구를 활용할 수 있으며 새로운 방식의 농경 기술을 적용할 수 있고 세계인의 식단에서 소고기와 우유를 줄여 나갈 수 있으며 녹색 에너지와 탄소포집 기술에 공공 투자를 할 수도 있다._p341

 

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마인드는 꼭 필요하다. 희망이 없다면 용기도 사라지고 말 것이다. 하지만 자칫 안이한 삶으로 돌아갈까 염려스럽다. 저절로 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반드시 불편함이 따르고 경제적 부담이 따를 수밖에 없다. 결국 더 많은 부와 자유를 가진 사람들이 더 많이 내려놔야 할 것이다.

 

병든 세상을 인식하더라도 정치적 참여로 마무리 짓지 않는다면 웰니스를 얻는데서 그치고 만다._p283

 

, 당랑규선(螳螂窺蟬) : 사마귀가 매미를 잡으려고 엿본다는 말로, 눈 앞의 이익에 어두워 뒤에 따를 걱정거리를 생각하지 않는다는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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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 스카이
엘리자베스 콜버트 지음, 김보영 옮김 / 쌤앤파커스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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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우리는 후세에게 지구를 물려줄 수 있느냐 없느냐가 아니라 내가 지구에 살 수 있느냐 없느냐의 기로에 서 있다_이정모(추천의 글)

 


 

파란 하늘이 너무 좋다. 불멍·물멍이 마음을 차분하게 해준다면, 하늘멍은 왠지 희망적인 에너지가 차오르는 느낌을 준다. 이런 나에게 책 표지에 적힌 인류는 더이상 푸른 하늘을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라는 문장은 꽤 충격적이다.

 

태양 지구 공학은 화산이 지구를 식힐 수 있다면 인간도 할 수 있다는 전제하에 무수히 많은 반사 입자를 성층권에 살포하여 지구에 도달하는 태양광을 줄이는 방법을 연구하는 것을 말한다. 예일 대학교의 웨이크 스미스와 뉴욕 대학교의 거노트 와그너는 성층권 에어로졸 주입 전용기(SAIL)’ 개발을 검토하고, 태양 지구 공학은 다른 방법들과 비교할 때 저렴하면서 빨라 SAIL함대가 가동에 들어가면 냉각은 곧바로 시작된다고 말한다. 이것이 진정한 해법이라면 좋겠으나 그렇지 못하다. 성층권에 뿌린 방해석(탄산칼슘)이나 황산염(혹은 또 다른 후보 물질인 다이아몬드)입자는 몇 년이 지나면 다시 땅으로 떨어지므로, 계속 보충해주어야 한다. 또 온난화의 속도를 따라잡기 위해 SAIL의 탑재 용량은 점점 커져야 할 것이고 비행 횟수도 늘어나야 할 것이며 이는 결국 CO2를 더 많이 발생시키는 원인이 될 것이다.

 

더 많은 입자가 성층권에 주입될수록 기이한 부작용의 발생 가능성도 높아진다. 태양 지구 공학으로 CO2 농도 560ppm-21세기 후반이면 거뜬히 이 수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를 상쇄하는 방안을 검토한 연구자들은 이것이 하늘의 모습을 바꾸어 놓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바로 흰색이 새로운 하늘색이 될 것이다._p237

 

하버드 대학교 환경센터의 센터장이며 맥아더 재단상 수상자이기도 한 댄 슈래그는 만일 우리가 내일 CO2 배출을 중단한다고 해도, 최소한 수 세기 동안은 온난화가 지속될 것이며 그런 의미에서 보면 우린 이미 2°C라는 임계점에 도달한 것’, ‘운이 좋아도 4°C에서나 멈출 것이라고 말한다.

 

당장 내 나라, 내 집이 물에 잠겨 사라지지 않기에 우리는 실감하지 못하지만 정말 위기 상황이다. 이대로 가면 10년 뒤 인천공항과 해운대도 잠길 수 있다고 한다. 202110, 남태평양 가운데 해발 고도 2~3m에 위치한 섬나라 투발루의 외무장관이 한 수중 연설이 큰 화제가 됐다. 지구가열화가 현재 속도로 유지될 경우 나라가 50년 이내 수몰될 수도 있으며 전국민이 기후 난민이 될 지경에 놓였다며 국제 사회에 적극적인 대책을 호소한 것이다.

 

시카고 운하로 인해 미시시피강과 오대호 두 수생 권역이 연결되면서 발생한 아시아 잉어의 재앙(오대호 생태계에 아시아 잉어의 유입은 큰 위협이 됨)을 해결하기 위해 수문학적 분리가 절실하지만, 정치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한다. 뉴올리언스 미시시피의 대홍수 이후 미시시피강 홍수 통제권을 국유화하고 나자 공병대는 제방을 연장했고, 범람에 대한 걱정이 사라지자 퇴적의 종말이라는 또 다른 문제가 발생했다. 사탕수수를 괴롭히는 딱정벌레 유충을 퇴치하기 위해 수수두꺼비를 호주 사탕수수 재배 지역 강과 연못에 방출했다. 애석하게도 딱정벌레 퇴치에는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독이 있는 수수두꺼비에 대한 경험이 없는 호주 토착종들은 수수두꺼비를 먹으려다 멸종 위기에 놓이기도 했다.

 

이 책은 문제를 해결하려다가 일어난 또 다른 문제를 풀어보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을 다루었다. 나는 이 책을 쓰면서 엔지니어와 유전 공학자, 생물학자와 미생물학자, 대기 과학자와 대기 기업가를 인터뷰했다. 그들은 예외 없이 자기 일에 열정적이었지만, 그 열정은 또한 예외 없이 의심으로 상쇄되었다. 전기 물고기 장벽, 콘크리트 크레바스, 가짜 동굴, 합성 구름에 들어있는 정신은 기술 낙관론이라기보다는 기술 숙명론에 가까웠다._p258

 

인류와 생명, 지구를 위해 연구하고 애쓰고 있는 많은 전문가에게 경의를 표한다. 지금 지구는 어떤 가능성도 열어놓고 고민하고 연구해야 할 위기 상황에 놓여 있음이 확실하다. 하지만 연구만을 위한 연구는 항상 경계해야 할 것이다. 모든 분야의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고 기후위기의 기술적 대책을 고민할 때, 정치인들은 그 대책이 실현될 수 있는 법적 방안을 마련해 주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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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두걸 박사의 자연식물식 - 살 안찌고 사는 법, 개정증보판
존 A. 맥두걸 지음, 강신원 옮김 / 사이몬북스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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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업자본주의가 심어준 건강한 음식에 대한 통념을 깨부수는 책이다

 


 

얼마 전, ‘사이몬북스의 책 사라진 암을 읽고 단순한 채식이 아닌 자연식물식에 대해 처음 알게 되었다. 저자가 맥두걸 박사의 책을 포함한 많은 자연치유 관련 도서와 논문을 공부한 뒤 음식 관리, 습관 관리, 마음 관리를 통해 전립선암을 극복한 내용이었다. 그 책을 보고 가장 먼저 떠오른 사람은 당뇨와 류머티스 관절염을 앓고 계신 엄마였다. 엄마는 이미 천연 조미료 사용, 유기농 음식 섭취, 밀가루 음식과 단 음식 조절 등의 식단 관리를 하고 계시지만, 계란과 올리브 오일, 유제품, 견과류 등을 많이 드시는 등 자연식물식과는 방향이 달랐다. 하지만 당수치 때문에 과일도 거의 못 드시는데 과일을 맘껏 먹으라니, 당뇨 환자인 엄마에게 함부로 권하기는 부담스러웠다. 자연식물식이 모든 질병에 적용이 가능한 것인지 의심이 들었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니 맥두걸의 자연식물식 프로그램에 참여한 수많은 사람이 체중 감소는 물론 복용하고 있던 당뇨와 혈압약을 모두 끊게 되었다는 후기들이 어쩌면 당연한 결과란 생각이 들었다.

 


미국도 냉장고가 집집마다 들어서기 시작한 1900년대 중반 이전만 해도 고기는 항상 먹는 음식이 아니었다. 한 달에 한 번 정도 어쩌다 먹을 수 있는 잔치음식이었다는 말이다. 냉장고가 보급되고 공장식 축산업이 시작되면서 미국의 뚱보왕국이 시작된 셈이다._p42


 

우리 선조들만 봐도 매일 꽁보리밥에 밭에서 캐거나 뜯어 온 채소와 된장이 주식이었고 현대의 우리가 집착하는 단백질을 얻기 위해 고기를 먹지 않고도 험한 일을 곧잘 했다. 식단에서 절대 빠지지 않아야 한다고 전문가들이 강조하는 단백질을 잔치 날에야 겨우 고기 구경하는(그것도 국에 들어가는 정도로) 우리 선조들은 어떻게 보충했을까?

 


맥두걸 박사는 식물만으로 단백질은 충분하며 건강한 성인의 경우라도 하루 20g 이하의 단백질이면 되는데, 초과된 단백질은 에너지로도 사용되지 않고 탄수화물로 전환되지도 않기 때문에 다이어트에는 무용지물이라고 한다. 초과된 단백질은 신장과 간에서 거치는 제거 과정 중에 엄청난 양의 칼슘(뼛속) 손실을 일으켜 골다공증과 신장 결석을 초래한다.

 


자연식물식(Whole Food Plant·based Diet)’은 동물성 식품을 먹지 않는 채식이라는 개념과 조금 다르다. 이것은 고기, 계란, 생선, 우유, 각종 기름을 먹지 않고 자연 그대로의 식물만 먹는 채식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살아있는 과일과 채소를 주로 먹고, 통곡물(현미, 감자, 고구마 등)을 추가하는 방식이다._p30

 


맥두걸 박사는 살이 찌는 원인을 지방이 많은 음식섭취움직이지 않는 생활로 본다. 올림픽 100m 금메달리스트인 칼 루이스도 체중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힘든 고통이었는데 맥두걸 박사를 통해 자연식물식을 접하고 실천한 뒤 스트레스 없이 체중 유지와 항상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며 2번의 금메달을 더 딸 수 있었다고 한다.



살만 빠지는 것이 아니라 피부가 깨끗해졌고 시력도 좋아졌어요/ 위장병뿐만 아니라 고통스런 변비도 사라졌죠. 신경질적인 성격까지 차분하게 변했어요/ 허리 통증이 완전히 사라졌고 관절염도 거의 나았어요. 지긋지긋한 소염 진통제도 이젠 필요가 없게 되었죠/ 음식습관을 바꾸면서 몸과 마음이 항상 가벼워요/ 혈당수치가 정상으로 돌아왔고 콜레스테롤은 127까지 내려왔어요. 약은 모두 끊은지 오래되었습니다/ 다이어트 시작 전보다 식사량은 늘었는데 허리는 12인치나 빠졌습니다/ 배가 고프지도 않고 요요현상은 전혀 오지 않았어요.”

맥두걸 자연식물식 프로그램에 참여한 사람들의 말이다.

 



맥두걸 박사는 어떤 음식을 먹어야 하는지, 우리가 먹고 있는 가짜 음식(지방과 정제탄수화물 덩어리의 과자, , 케이트, 라면, 초콜릿 등)들은 무엇이고 어떻게 우리 몸을 살찌우고 아프게 하는지 알기 쉽게 설명해 준다. 배불리 먹되 한꺼번에 밀어 넣지 않고 충분히 씹어 입안에서부터 소화가 될 수 있게 하고, 충분히 먹고 20분 정도 소화할 시간이 지나고도 포만감이 느껴지지 않을 경우 더 먹으라고 한다. 구체적 목표를 정하는 것(: 몸을 00개월, 1년 안에 날씬하게 만들겠다)부터 시작해서 실천할 수 있는 과정도 소개하고 있다.



 

이것은 우리가 평생 실천해야할 라이프 스타일이었던 것입니다_p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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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살아야 하는가 - 삶과 죽음이라는 문제 앞에 선 사상가 10인의 대답
미하엘 하우스켈러 지음, 김재경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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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하는 존재와 불변하는 기억 사이의 대립보다 더 고통스러운 것은 없다」 _마르셀 프루스트



많은 철학자와 지식인들이 ‘왜 살아야 하는가?’와 같은 명확한 답도 없는 논쟁거리를 두고 왈가왈부하며 시간을 보내는 이유가 뭘까? 철학서를 많이 접해 보지도, 철학자들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지만 몇 권의 철학 관련 도서를 읽으며 도달한 철학의 필요성에 대한 내 나름의 결론은 이렇다.

‘철학은 평소에 활성화되지 못하고 죽어있던 뇌를 굴려 전체적으로 뇌에 생기를 불어 넣어주고, 어떤 현상이나 주제를 적극적으로 파고들어 깊은 사유를 가능하게 하며, 내 삶에 대한 고찰과 타인과 세상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킨다.’ 바쁜고 정신없는 일상에 쫓기듯 살다 보면 솔직히 철학적 질문에 대해 생각을 할 겨를이 없다. 가끔은 의도적으로 철학적 사유를 끌어내는 책들을 읽고 내 삶의 방향에 대해 고민해 보는 것은 분명 좋은 일이다. 


[아르투어 쇼펜하우어, 쇠렌 키르케고르, 허먼 멜빌, 표도르 도스토옙스키, 레프 톨스토이, 프리드리히 니체, 윌리엄 제임스, 마르셀 프루스트,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 알베르 카뮈] 이 책은 저자 미하엘이 10인의 작가들의 ‘삶과 죽음이란 문제에 대한 고찰’에 관해 탐구한 내용을 전해 준다.


「독자들이 그들 작품의 핵심 관심사를 이해하도록 돕고, 그들이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가 어떤 곳인지, 그 안에서 죽음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삶에서 정말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이해하는 면에서 어떤 공통점과 차이점을 보이는지 밝혀내고자 한다/ 책에 등장하는 대답들은 단지 세계와 세계 속 인간의 위치를 바라보는 방법을 제안하는 가설로서 읽고 이해해야 한다.」_p14


책의 두께와 ‘철학책’이라는 이유로 압도당해 크게 심호흡을 하고 책을 펼쳤다. 그런데 저자에게도 이 책을 쓰는 것이 ‘문학적·지적 모험’이었고, ‘책에 등장하는 작가 중 몇몇은 책을 쓰기 시작한 시점에는 거의 알지도 못했다.’니 위로받는 기분이었다. 


세계는 지극히 나쁜 곳이며, 그렇다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없고, 본질적으로 삶은 고통이며, 일시적인 고통의 유예가 ‘행복’이라는 쇼펜하우어의 세계관에 나는 동의하기 어렵다. 오히려 ‘세계는 인간의 필요와 욕구, 야심과 열망에 철저히 무관심하다, 세계는 냉정하고 냉혹하다. 연민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다. 험악하고 무자비하며 비협조적이다.’고 보는 알베르 카뮈의 입장은 공감이 간다. 카뮈는 우리가 인간으로서 원하는 것과 세계로부터 얻는 것 사이에 괴리가 발생하는 상황을 ‘부조리’라고 부르며 『칼리굴라』라는 희곡에 등장하는 광기 어린 로마 황제를 부조리한 세계에 빗대어 표현한다. 카뮈는 이렇게 무의미한 세계에서 삶을 유지하는 것에 대한 고민, “삶이 살 만한 가치가 있는지” 알아내는 것을 “철학의 근본적 과제”로 본다. 그리고 세계의 무의미함, 무심함을 결국 우리에게 자유롭게 선택하여 살 수 있게 하는 기회로 본다. 나는 『이방인』에서 자기 삶의 어떤 것에도 무관심하던 뫼르소를 통해 도대체 무얼 말하고 싶은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저 세상 앞에 무기력한 인간상? 아무렇게나 버려도 되는 삶을 말하는 것 같아 마음에 안 들었던 기억이 난다. 저자의 설명을 보고 정말 조금만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우리가 뫼르소에게 배울 수 있는 교훈은 의미가 없는 세계에서조차 좋은 것들을 많이 찾을 수 있다는 점이다. 세계가 궁극적으로 무의미함에도 우리는 삶을 살 만한 가치가 있는 것으로 만들어주는 것들을 찾을 수 있다. 예컨대 “하늘을 가로지르며 날아다니는 새들이나 뭉게뭉게 뭉쳐 다니는 구름들”을 보는 능력이라든가 순전히 살아 있다는 경험이 있다.」 _p414


‘레프 톨스토이’는 일찍 부모님을 여읜 일 외에 82세까지 삶이 매우 순조롭고 성공적이었으나 늘 ‘자신이 충분히 괜찮지 않다’는 느낌에 시달렸다고 한다. 청년 시절부터 삶의 목적을 찾고자 했던 그는 결국은 죽음이 삶의 종착지라는 것에 깊이 고민했고 40세에 심각한 우울증을 겪기도 했다. 그는 죽음이 겉으로 보이는 것과 달리 사실 모든 것의 끝이 아니라는 점을 깨닫는다. ‘만약 죽음에 대한 지식이 이승에 존재한다고 한다면 그것은 틀림없이 특이한 종류의 지식일 것이다’라고 말하며 이런 특이한 지식을 ‘믿음’이라 불렀다. 노년이 톨스토이는 의미있는 삶, 살만한 가치가 있는 삶에 이르는 열쇠로 제시한 ‘보편적 사랑’, ‘공감이자 연민이자 용서’가 지금 우리 시대에 특히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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