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코 샤넬 - 코코 샤넬 전기의 결정판
앙리 지델 지음, 이원희 옮김 / 작가정신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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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일을 다시 시작하느냐고요? 쉬는 게 지겹다는 것을 깨닫는 데 15년이 걸린 거죠. 이제는 허무에 빠져 있기보다는 차라리 실패하는 편이 더 낫거든요.” _447

 

 

 

15년 만에 화려하게 복귀한 71세의 가브리엘 샤넬이 했던 말이다. 힘든 어린 시절을 극복하고 패션 디자이너로서의 성공을 거둔 것도 대단하지만, 일흔하나의 나이에 쟁쟁한 디자이너들 앞에서 주눅 들지 않고 자신의 패션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내세우며 재기에 도전하는 나이 든 샤넬의 모습은 존경스럽기까지 하다.

 

 

 

책의 앞부분에서 행상 일을 하며 19명이나 되는 자식을 둔 조부의 이야기에 이어 수완 좋은 장사꾼으로서의 소질을 타고나 능란한 말솜씨로 손님들의 얼을 빼놓곤 했다는 아버지 알베르와 어머니 잔의 사연이 꽤 많은 분량을 차지한다. 다른 마을 처녀를 현란한 말솜씨로 꼬드겨 임신을 시켜놓고 내빼는 불한당 같은 알베르는 결국 붙잡혀 본의 아니게 책임을 지게된다. 자유로운 영혼이었던 알베르는 자기 때문에 고생하다 천식과 합병증으로 아내가 죽자 두 딸과 두 아들을 모두 버린다.

 

 

 

가브리엘은 왜 코코로 불렸을까?

한때 카페에서 가수로 인기를 끌었던 가브리엘이 가장 히트한 노래는 <코코리코>였고 깡마른 몸매에 당시 선호하는 외모는 아니었지만 묘한 매력으로 성공을 거듭했다. 팬들이 앙코르를 요청할 때 그녀가 노래를 다시 부를 때까지 발음이 같은 KokoCoco의 두 음절을 요란하게 외치는 바람에 그녀는 평생 코코라는 별명을 갖게 됐다.

 

 

 

경마에 푹 빠져있던 에티엔 발장 장교, 가브리엘의 두 번째 남자이자 평생의 진정한 사랑이라고 할 수 있을 아서 카펠, 러시아의 드미트리 대공, 영국의 웨스트민스턴 공작, 시인 르베르디, 광고 디자이너 폴 이리브, 독일 외교관 한스까지 가브리엘의 인생에 남자는 끊이지 않는다.

 

 

그녀는 자기의 매력과 능력을 적절하게 사용할 줄 알았다. 남에게 의존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카펠의 도움이 없었다면(훗날 빚을 모두 갚았지만) ‘샤넬이라는 이름은 지금은 브랜드로서 샤넬이 아니라 그저 코코샤넬로 남았을 확률이 높지 않았을까? 특히 웨스트민스터 공작에게 맞춰주기 위해 따분한 연어 낚시를 하기 위해 인내심을 발휘하고 사냥을 좋아하지 않으면서 사냥감을 향해 총을 겨누는 척하는 등의 행동은 평소 그녀가 말하는 독립적인 여성? 의 모습과는 다소 모순된다는 생각도 들었다. 비록 가식적인 마음으로 동참했을지라도 그런 경험이 결국 그녀의 일에는 도움이 됐다. 승마, 사냥, 낚시 등 스포츠의 활동적인 생활에 필요한 의상을 구상하게 했으니 말이다.

 

 

 

 

가브리엘은 당시 유행하는 모자와 달리 단순하면서도 독특한 디자인의 모자를 만들어 인기를 얻었다. 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고 유일하게 상점 문을 열어두었던 가브리엘은 크게 성장할 수 있었다. 가브리엘의 모자는 상황이 요구하는 단순하고 편리한 전시의 패션에 제격이었다. 고급 의상점에 어울리지 않는 편물을 사용하고, 여성 옷감으로 전혀 어울리지 않는 저지소재를 과감하게 선택했을 뿐 아니라 치맛단의 길이를 대폭 줄이고 여성복의 장식적인 면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고 실루엣을 라인을 강조한 디자인으로 혁신이 무엇인지 보여주었다. 이런 혁신은 1914년부터 여성 고객들이 시작한 새로운 유형의 생활과 일치했다. 이렇게 가브리엘은 전시 상황을 잘 이용해서 사업을 더 번창시킬 수 있었다.

 

 

 

 

가브리엘은 많은 예술가와 어려운 사람들을 후원하는 관용을 베풀기도 했지만, 독선적이고 까칠한 사람이기도 했다. 친한 친구이자 극작가인 장 콕토는 그녀를 이렇게 설명했다.

 

 

 

······매력적이면서 호감을 주고 인간적인가 하면 혐오감을 주기도 하며 때론 너무 지나쳐 보이기도 하는 여성. 분노, 짓궂은 말, 창작력, 변덕스러움, 극단적 성격, 친절함, 유머, 관대함 등이 샤넬이라는 독특한 인물의 바탕을 이루고 있다._260

 

 

코코샤넬, 인간적으로 나는 그녀가 좋아지지 않았다. 아무리 좋은 일을 할지라도 악의적으로 타인에게 상처를 주는 사람을 선호하지 않아서인 듯. 하지만 누구도 가지 않은 길을 찾고 기회가 왔을 때 놓치지 않으며 새로운 것에 대범하게 도전하고 열정적으로 일하는, 그리고 성취해내는 훌륭한 디자이너로서 존경받아 마땅해 보인다.

 

황금 시대의 지나친 장식도 사라졌는데 그녀는 뉴 룩패션에 익숙해지지 않았다. 그리고 디오르가 여전히 허리를 지나치게 조이고, 코르셋을 채우고, 고래뼈 받침살대로 여성의 몸을 괴롭히고 있음을 확인했을 대, 그녀는 더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그 가련한 여자들이 옷을 찢지 않고 어떻게 몸을 굽히거나 자동차에 탈 수 있단 말인가? 얼마나 기괴한 현상인가! 그녀는 의상 디자이너들은 그 옷 속에 여자들이 있는 것을 잊고 있다고 외쳤다._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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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화장실 수학 탐험대 1~2 세트 - 전2권 화장실 수학 탐험대
박병하 지음 / 행성B(행성비)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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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게 수학의 눈이란다. 바뀐 것처럼 보이지만 바뀌지 않음을 아는 것!_48

 

 

 

 

수학, 좋아하세요?

 

 

 

이곳저곳에서 도리도리 고개 젓는 소리가 들리는 듯한데요.

의외시겠지만! 저는 자신있게 “YES!”를 외칠 수 있어요! , ‘좋아하는 것 잘하는 것이란 전제 조건이 있어야 성립되는 말임을 참고하시길 바라고요. 좋아는 했지만, 단순히 공식 암기식 학교 수업만으로 이해하기 버거워지기 시작했고 점점 나와 다른 세상의 학문이 되어가더라고요. 그래도 포기하진 않았어요. 그때 이런 책이나 유튜브 강의들을 접할 수 있었다면 정말 더 즐겁게 수학에 빠져들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늘 남아있어요.

 

 

삼형제 중 첫째가 6학년인데요. 유튜브에서 #깨봉수학 영상을 우연히 보고 마치 아르키메데스가 욕조에서 유레카를 외친 것 마냥 감탄사를 연발하며 달려와 제게 영상을 보여준 적이 있어요. 굉장히 복잡한 계산을 간단한 사칙연산만으로 빨리 풀 수 있게 원리를 이해시켜주는 강의였고 나는 알고 있던 공식이었지만 이유도 모르고 외우기만 했다는 사실을 절실히 깨달았죠.

 

 

 

한창 호기심이 많은 아이들은 큰 배가 어떻게 가라앉지 않는지, 거대한 비행기가 어떻게 나는지 궁금해서 어른들에게 묻곤 하죠. 어른들 대부분이 대충 설명하거나 그렇게 과학자들이 만들었지! 라며 일축해 버릴 텐데요. 이 책을 읽으면서 이때부터 우리 아이들은 수학을 포기하게 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새삼 하게 되었답니다.

 

 

[쌀 한 톨은 가벼운데도 물에 가라앉는데 거대한 배는 아주 무거운데 왜 물에 빠지지 않을까?]

 

 

이 책은 수학에 미친(?) 소냐 이모(이모가 좋아하는 소피아 코발렙스카야라는 미분 방적식을 연구한 러시아 수학자의 이름에서 따옴)가 수포 예비생인 초6 수아, 수학을 재미있어하는 초3 지호에게 화장실에 숨어 있는 수학의 원리들을 하나씩 찾아 설명해 주면서 이야기가 진행되는데요.

 

 

 

소냐 이모는 이 질문에 대해 물에 빠지지 않으려면 물보다 가벼워야 하고 물보다 가볍다는 것은 어려운 말로 밀도가 낮다라고 해요. 어떤 똥은 뜨고 어떤 똥은 가라앉는데 뜨는 똥에는 가스가 차서 밀도가 낮아진 상태라고 굳이~ 디테일하게 설명을 해요. 이렇게 설명을 듣는다면 밀도에 대해서 절대 못 잊을 것 같지 않나요? 배가 아무리 무거워도 가라앉지 않게 하려면 부피를 크게 하면 되는데요. 그래서 배 아래 쪽에 빈방을 만들어 부력(뜨게 하는 힘)을 높이는 거죠.

 

 

 

 

떠도는 이야기라지만 아르키메데스가 적군의 배를 거울반사를 이용해 불태울 시도를 했었다는 이야기는 흥미롭고 실제 실현 가능한지 해 본 사람들도 있다고 해요. 올림픽 성화의 첫 불은 지금도 잘 굽은 그릇 모양의 거울을 이용해서 붙인다고 하네요. 잘 굽은 거울은 샤워기의 물이 그리는 포물선과 같은 각도로 굽은 거울이래요. 또 햇빛을 하나의 점으로 모아 뜨겁게 하듯 포물회전체 모양의 안테나는 멀리서 온 전파 신호들을 가운데의 점으로 모은다고 해요.

 

 

 

우리의 눈으로 보면 다른 것들이 수학의 눈으로 보면 같다는 사실을 발견하면 우리 삶은 온통 수학인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도대체 수학 문제를 왜 풀어야하는지 분수 따위가 무슨 소용인지 이해할 수 없어 수학을 싫어했던 수아도 점점 수학의 매력에 빠지기 시작하는데요. 속으로 이렇게 말해요.

 

 

안다는 건 재미있군!’

 

 

 

이 책을 잘 따라가다 보면 누구나 이런 생각을 할 수 있게 될 것 같아요. 저보다 먼저 이 책을 읽은 초6 첫째는 화장실 변기에 무슨 원리가 있는지, 두루마리 휴지엔 무슨 수학의 원리가 숨어 있는지 등을 물으며 알은척을 하더라고요. 안다는 것에 재미를 느끼고 또 남에게 알은척하는 재미도 무시 못 하죠. 그런 재미가 조금씩 확장이 되어 다른 사물이나 현상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일으켜 탐구심으로 이어진다면 생각하는 힘도 저절로 길러질 수 있지 않을까요?

 

 

친근한 장소 화장실을 배경으로 너무 어렵지도 너무 유치하지도 않게 스토리텔링으로 수학 원리를 풀어나가는 화장실 수학 탐험대가 그 출발점으로 제격이라 생각해요!

 

 

 

 

 

 

 

 

1편에서는 <계산, 부피, 곡선>에 대해, 2편에서는 <추론, 닮음, 둘레>에 대해 풀어나가는데요. 1편부터 순서대로 보아야 뒷부분의 이해가 더 쉬운 구조로 되어 있으니 참고하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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엣지 - 엣지, 한 끗의 차이를 만드는 내 안의 힘
로라 후앙 지음, 이윤진 옮김 / 세계사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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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이 최소 수천 달러 이상의 가치를 지닌 일론 머스크와 만남을 준비했던 저자가 30초 만에 쫓겨날 뻔한 위기를 넘기고 1시간 동안 그와 토론을 주도하게 된 비결은 뭘까? 유명인과의 일화로 시작되는 엣지 에피소드는 눈길을 사로잡는다. 그리고 무엇인지 모를 그 엣지나도 확보하고 싶다.

 

 

 

엣지는 ‘Enrich, Delight, Guide, Effort’의 머리글자를 연결해 탄생한 단어로, 타고난 재능이 없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난관에 부딪히거나, 삶의 중요한 상황에서 스스로 유리한 위치로 나아가는 방법을 아는 것을 가리킨다._한국어판 서문

 

 

 

E _자신의 가치를 제대로 전달하여 불리한 상황을 개선.

D _나를 평가하거나 나에 대해 편견을 가진 사람들에게 진정한 기쁨을 선사.

G _타인 스스로 나에 대한 생각을 바꾸고 편견을 없애도록 이끌기.

E _이 모든 것(D,E,G)을 쌓아나가기 위해 나 자신에 대해 올바르게 이해하고 거짓 없이 스스로를 내보이면서, 자신이 택한 길을 가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기.

 

 

 

보잘것없는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났고, 과소평가 받으며 제약과 방해를 겪던 시절을 거쳐 하버드 대학교 교수가된 저자는 저평가된 사람들, 모든 불리한 위치에 처한 사람들, 소프트 스킬(성경, 신뢰도, 열정과 몰입도, 타인과 상호작용 등)이 어떻게 개인과 기업의 의사결정과 성과를 이끌어내는지, 사람들이 타인의 성격과 능력을 어떻게 인식하고 판단하는지를 연구해 왔다.

 

 

 

 

 

로라 후앙은 다양한 사례를 통해 자신의 성격과 강점, 약점까지도 활용해 엣지를 창조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엣지는 자기다움과 자기의식에서 나오므로 진실한 삶의 태도를 지닌 사람은 오랫동안 효과적으로 지속되는 엣지를 가질 수 있다고 한다.

 

 

 

나만의 엣지를 발견하고 키워나가기 위한 12가지 원칙과 엣지를 잘 살려낸 사람들의 이야기에서 그 힌트를 찾아보려 한다.

 

 

 

 

원칙1> 내 앞을 가로막는 세상의 편견이 무엇인지 먼저 파악하자.

 

 

승자는 한 번 더 시도했던 패자다.”, “성공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한 번 더 노력하는 것이다.”

 

어떤 일을 이루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물론 노력이다. 하지만 현실에선 우리가 경험을 통해 고안한 아이디어의 질이나 노력의 양, 기술 등이 성공을 항상 보장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2018년 올림픽에서 미국 여성 선수 최초로 트리플 악셀을 성공시킨 미라이 나가스는 2014년 올림픽 출전 자격이 충분했음에도 불구하고 애매한 이유(아마도 연령과 인종 차별)로 배제됐다. 사회적 시스템을 변화시킬 강력한 권력을 가지고 있는 기득권층은 변화의 의지가 없고 편견은 없어지기 어렵다. 결국은 스스로 엣지를 만들어야 한다. 나가스는 언론을 적절히 활용해 자신의 솔직하고 진정성 있는 모습을 어필했고 연맹에서 자신을 또 배제 시킬 수 없는 히든카드로 트리플 악셀을 갈고 닦았다. 2014년에 맛본 불합리함과 좌절에서 스스로 벗어난 것이다.

 

 

 

 

 

 

원칙2> 모든 것을 다 하려고 하지 말라. 기본적인 재료가 모든 것을 얻게 해준다.

 

원칙3> 당신의 기본기를 다르게 사용하려면, 남들이 가지 않은 곳으로 가서 경험을 쌓아라.

 

 

 

 

 

 

 

 

원칙4> 낙담하기보다, 제약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자. 그리고 그 안에서 극복할 수 있는 문제들을 해결해나가자. 그러면 제약은 걸림돌이 아닌 기회가 되어줄 것이다.

 

 

우리에게 아무 선택권이 없는 것처럼 느껴지는 순간에도 우리는 제약을 정확히 이해함으로써 갈 길을 바꿀 수 있다고 한다.

 

 

사람들은 일자리에 지원할 때 종종 그 자리가 본인에게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정말 마음에 드는 일자리를 발견했을 때도 굳이 지원하려고 하지 않는다. , 당신이 정말 환상적인 채용 기회를 발견했다. 그런데 그 회사가 6~8년 경력직을 구하는 데 반해 본인의 경력은 고작 4년이거나, 아니면 산업 분야가 달라서 직무 기술서 항목에 당신이 한번도 해보지 않은 일이 몇 가지 있다고 가정해보자. 이럴 때는 제약을 뛰어넘고 기회를 따라가라._109

 

 

 

나는 요즘 다시 일을 시작할까 고민 중이다. 구인 사이트에 들어가서 가깝고 적당한 일자리를 고르며 혼자 제약을 걸고 지레 제해버리던 내 모습을 콕 집어 이야기하는 것 같다. 그래 적어도 나 스스로 추가 제약을 지우지는 말아야지, 대신 개선할 수 있는 기회를 살펴야지!!

 

 

 

원칙 5> 분별력은 자신의 직감과 경험을 신뢰하는 데서 비롯된다.

 

 

구급차와 사이클링이라는 두 가지 배경에서 영감을 얻어 인기를 얻게 된 카멜백과 사이클링에서 시작된 혁신적 사례인 에너지바의 탄생 배경(먹다 남은 견과류 바를 자전거 핸들에 붙여뒀다 먹기 좋게 하려고 끈적이는 에너지바가 탄생했다니!)은 어찌보면 우스꽝스러운 아이디어가 혁신적인 제품으로 거듭난 경우다.

 

저자는 탈점진적이고 지수적인 생각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하는데 그것은 공식을 뒤집을 때종종 일어난다고 한다. 문제에서 해결책을 찾는 것이 아니라 발생할 법한문제를 미리 찾고 고민해보는 것!

 

 

 

 

원칙 6> 당신에게서 기쁨을 얻는 사람들은 당신을 기꺼이 자신의 문 안으로 들인다.

 

 

저자의 남편이 딸에게 잠자리에서 매일 들려준 엔지니어와 사업가, 화학자 공주가 문제를 해결하는 공주 이야기는 그의 딸이 스스로 이야기를 만들어내게 했다. 직접 쓰고 그린 이야기는 프린세스 히어로라는 어린이 책 시리즈가 되어 공주 그 이상이 되어라라는 메시지로 많은 아이에게 용기를 준다고 한다. 어디가서 이런 아빠 사오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가끔 내가 문제를 해결하고 상황을 개선시킬 기회조차 얻지 못할 경우가 있는데 기쁘게 하는 능력은 이런 기회를 얻을 가능성을 높여준다. 머스크 일화처럼 말이다. 거짓과 가식이 아닌 진심이 담긴 예상하지 못한 유머, 기쁨을 찾는 감각을 길러야 한다.

 

 

논리와 증거는 설득력이 있는 수단이지만 딱 그만큼만 움직일 수 있다. 한편 훌륭한 농담은 문을 활짝 열어젖힐 수 있다._152

 

 

 

 

 

 

 

원칙 7>지나치게 준비하지 말라. 대신 유연성을 갖추고 타인에게 기쁨을 줄 기회에 초점을 맞춰라.

 

 

자연스러움과 준비된 상태가 섬세하게 균형을 이뤄야 기쁨을 만들고 엣지를 창출할 수 있다.

 

지나친 준비는 영감의 적이다’ -나폴레옹 보나파르트

 

 

 

 

원칙 8>자기다움을 유지하라. 그리고 기쁨이 일어나는 상황과 그 방식을 파악하라.

 

 

솔직히 저자가 말하는 사례들에 나오는 엣지를 가진 사람들은 하나같이 당당하고 똑똑하다는 공통점이 있다. 결론적으로 노력해서 어느 정도의 능력은 갖추어야 엣지를 가질 전제조건이 성립되는 것이다.

 

 

원칙 9> ‘자기답게 행동하라는 말에는 당신이 빛날 수 있는 모든 버전으로 사람들의 인식을 이끈다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

 

실제로 눈부신 성공을 거둔 사람들은 자신의 성격이나 능력이 유연하게 변하며, 상황에 따라 자신을 다르게 나타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자아를 고정적이라고 여기게 되면 장점이 될만한 다양한 기회와 시기를 놓칠 수 있기 때문에 궁극적으로 본인에게 유익하지 못하다. 상황에 따라 성격이 달라지는 것에 관심을 소홀히 하면 눈앞에 보이는 것만을 바탕으로 엣지를 발견하려고 하여 자기계발 범위를 제한하게 될 수 있다._214

 

 

자기답게 살겠다는 추상적인 생각의 반복은 도움이 되지 않으며, 외부의 소리를 무시하고 명상과 마음챙김을 하는 것도 완벽한 해결책은 아니라고 말한다. 저자는 타인의 인식을 받아들이면서도 그 관점에 휘둘리지 않도록 자기 자신에 대한 권한을 강화하는 것을 강조한다.

 

 

 

책은 자기답게 행동하기 위한 방법도 담고 있다. 본인을 타인이 아닌 자기 자신과 비교하기, 삶의 리듬을 발견하기(반복되는 상황이나 성공 혹은 장애물의 유사점 찾기), 발견한 그 패턴대로만 따라가는 것은 피하고 다양한 방향성을 찾기!

 

 

자기의식은 모든 각도에서 다르게 반짝이는 다이아몬드와 같다. 다이아몬드에는 많은 면이 있어서 빛이 다양한 각도에서 굴절된다. 때로는 빛이 많은 면에서 동시에 구절되기도 하는데 그때 다이아몬드는 눈부시게 빛난다. 엣지를 기르는 일은 자신이 가진 여러 단면들을 인식하고 그것이 어떻게 하면 빛날지를 고민하는 것과 같다.233

 

 

 

 

원칙 10> 다른 사람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잘 알아야 한다. 그래야 당신을 적절하게 인식하도록 사람들의 사고를 바꿀 수 있다.

 

 

엄마 몸매다!”를 외친 타이겐! 너무 멋지다.

 

 

 

 

 

 

원칙 11> 주변 상황을 파악하고, 당신 내면에 있는 모습을 바탕으로 사람들을 이끌어라.

 

누구에게나 특별한 면이 있다고 하는데 어쩌면 너무 겸손한 우리는 그걸 기어코 부정하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분명 나에게도 빛나는 면이 존재함을 인정하고 파헤쳐 보는 노력이 필요할 때다.

 

 

 

 

 

 

원칙 12> 당신이 어디에 있었는지가 아니라 어이로 갈 것인지가 중요하다. 사람들이 당신의 궤도를 이해할 수 있도록 안내하라.

 

 

다른 사람들과 별다를 게 없는(오히려 더 불리한) 조건에서 자신이 걸어온 길을 설명하고 포지셔닝함으로써 사람들이 생각을 바꿔놓은 베아트리스 사례는 고무적이다.

 

 

자신의 궤도를 연대순으로 기록해보면 당신이 누구인지 설득력 있게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된다. 동시에 상대방은 당신의 궤도를 이해하고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옭고 그른 궤도는 없고, 머릿속에 아무 궤도도 없다면 다른 사람이 나를 판단하여 임의로 그리 궤도가 주어질 것이라고 한다. 타인의 편향과 지배를 받고 싶지 않다면, 다른 사람이 당신의 서사를 쓰도록 수동적으로 내버려 두지 말고 나만의 서사를 쓰라고 한다.

 

 

무얼, 어떻게 할지만 고민해도 늘 제자리걸음만 했던 이유가 어쩌면 지나온 나의 궤도를 그려보지 않았기 때문일 거란 생각이 든다. 내 지나온 궤도를 알아야 또 새로운 방향을 찾을 수 있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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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거미 질 때 샌디에이고에서 로스앤젤레스로 운전하며 소형 디지털 녹음기에 구술한, 막연히 LA/운전 시들이라고 생각하는 작품들의 모음 - 정지돈 첫 번째 연작소설집
정지돈 지음 / 작가정신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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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거미질때샌디에이고에서로스앤젤레스로운전하며소형디지털녹음기에구술한막연히LA/운전시들이라고생각하는작품들의모음

#정지돈

#작가정신

 

 

 

이 책을 처음 받았을 때제목이 뭔지 한참 찾았다이 길고도 이해하기 어려운 문장이 제목이라고의심이 들어 출판사에서 보내준 글을 읽고서야 인정했다난해한 제목만큼이나 글도 쉽지 않다정한아 시산문집 #왼손의투쟁 을 접했을 때와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하지만 어렵게 읽던 책에서 드물게 맛볼 수 있는 알아차림의 묘미는 책 좀 읽어본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내게 정지돈 연작 소설집을 읽는 시간은 그 맛 포인트를 찾아가는 과정이었다.

 

 

 

이 책을 네 편의 모빌리티 픽션에세이 그리고 대화가 담겨있습니다이라고 소개했는데 왜 픽션이 붙은 건지 의아했다엠과 엔씨수지와 수지 커플은 실존 인물이고(맞죠?) 화자 는 분명 작가 본인 같으며 파리와 런던에서 겪은 에피소드들은 분명 실화 같단 말이지...

 

 

또 하나 짚고 넘어갈 건 모빌리티인데단순히 A에서 B로 가는 위치적 이동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이 개념에 대해 이해하기 위해 안은별?정지돈 대화’ 부분을 정독했지만완전히 이해하긴 어려웠다이론적으로 사람물건정보의 수많은 이동의 결과라 할 수 있는 사회 현상과 문제들그리고 그 순환들을 하나의 패러다임으로 보는 것을 모빌리티라고 한다.

 

 

 

글 속에 인물 와 의 이동 중에는 어떤 종류든 이야기가 탄생한다그리고 둘의 대화 속에 등장하는 실존했던 예술가들이나 책 속 인물들의 모빌리티 속에서 일들이 일어나고 어떤 관계로 이어지고 서로 인생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보내주신 네 편의 작품을 읽고이것들이 복수의 시간대와 장소들사건들사람들기억들기록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것들과 그렇게 남지는 않았지만 상상하거나 추측할 수 있는 것들이 서로 연결되는 방식에 대한 묘사라고 느꼈습니다그리고 이렇게 소설들이 제게 보여주는 것이 서로 관계 맺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이 책의 주인공(?)을 모빌리티라는 키워드로 나타낼 수 있다고 생각하고요.」 _안은별

 

 

 

<땅거미 질 때...>

 

친구 엠과 파리에서 지내는 동안 나눈 대화나 생각들이 주를 이룬다네이버 카페에 올라온 [<국외자들>과 <몽상가들>을 오마주하는 동시에 기록을 경신하고 싶다는 취지로 루브르에서 함께 달리기할 사람을 모집하는 글]을 회상하며 이런 말을 한다.

 

 

 

루브르 달리기에서 주목할 만한 점은 아녜스 바르다가 달리지 않는다는 점이다남성 예술가들고다르베르톨루치가 달리길로 기록을 겨룰 때 아녜스 바르다는 기계 장치의 힘을 빌려 유유히 공간을 거닌다바르다와 도나 해러웨이가 겹쳐지는 지점이 바로 여기라고 엠이 말했다달리기는 지배자의 도구반면 기계 장치는 해방의 도구고로 자동차는 타자기가 여성 해방에서 수행한 것과 동일한 역할을 수행한다!」 _26~27

 

 

이런 대화는 잭 런던의 불 지피기로 이어지고 작품 속 주인공이 알래스카를 걷다가 얼어 죽었다는 사실은 멈추지 않고 이동하는 것의 공포에 대한 소설 루디와 움직임이 멈춘 사람의 혼돈에 대한 희곡 일종의 알래스카의 어찌보면 같은 소재에서 나온 상반된 주제에 닿는다그리고

 

 

이동이라는 테마는 무한해······.」 _27

 

라는 결론에 이른다아녜스 바르다가 여성의 위치에서 페미니즘적인 고찰과 비판을 주제로 하는 영화와 다큐멘터리를 제작했던 감독이란 사실을 알고도나 해러웨이가 오리엔탈리즘과 남성중심주의 그리고 인간중심주의까지 과학이 감춰왔던 배제와 차별의 메커니즘을 밝힌 페미니즘 과학 연구자임을 안다면 이 대화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물론 나도 몰랐다*버야 고마워!) 의외의 소득도 있었다. #죽음의책 에 수록된 단편 중 강렬하게 기억에 남아있는 이야기 불 지피기에 대한 의문이 풀린 것이다. ‘목적 지향적이고 직선적인 인간을 비판하지만소설의 형식은 목적 지향적이고 직선적이라는형식과 내용의 충돌은 부자가 되고 싶은 공산주의자’ 잭 런던 자신의 모순이기도 하다는 것!

 

 

무장 강도 건으로 경찰에게 쫓기고 있는 레이와 함께 갓 태어난 레이첼을 안고 멕시코로 넘어간 비트닉 계열의 시인 보니 브렘저’, 그녀는 레이에 의해 거리로 떠밀려 매춘으로 가족을 부양한다레이가 감옥에 들어가자 딸은 입양 보내 버리고 매춘을 계속한다그 기간 중에 레이에게 써 보낸 편지의 모음이 책으로 나왔고 2007년 재출간 되면서 작은 화제가 되었다고 한다엠은 그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한다저자는 영웅으로 올려치기에는 문제가 많았고 피해자라고 하기에는 지나치게 주체적이었다고 평한다나는 감히 어리석고 무책임한 사람이라고 말하고 싶어진다그래도 제롬과의 인터뷰에서 남긴 이 말은 멋지다고 인정한다.

 

 

나는 어떤 말의 편이 아니고 나는 어떤 의미의 편도 아니고 나는 그저 존재의 편일 뿐이다.」 _37

 

 

 

***지금은 영웅이 행동할 시간이다

 

 

엠이 페테 드 뤼마니테라는 축제에서 만난 엔씨의 사연은 짠한 슬픔을 자아낸다부디 그가 그 번역으로 인정받는 번역가가 되어 카타콤에서 벗어나고 한국에 돌아올 타이밍을 다시 잡을 수 있기를!

 

 

 

..들뢰즈가 말한 좌파의 조건이 떠올랐다. “좌파라는 것은” “멀리 내다보는 것이다그에게 좌파는 거리의 문제였고 지정학적 인간이었다멀리 있는 사람멀리 있는 사건을 자신의 일처럼 생각하는 것반면 우파는 자신의 앞마당만 생각하는 사람이다그런 의미에서 한국인은 좌우 모두 보수주의다」 _100

 

 

현 정부나 여당은 카르페디엠을 아주 성실히 수행하고 있지 않나 싶다내일 어떤 욕을 먹더라도 지금 순간을 즐기겠다는 듯산불로 난리가 나도 골프를 치고지난 약속도 어기며 4.3 추모식은 빼먹고 자신을 우쭈쭈 달래줄 서문시장이나 찾는 걸 보면 말이다그냥 이 말이 하고 싶었다.

 

 

 

<내부순환편에 실린 호준과의 에피소드나 윌리엄 버로스라는 작가의 이야기도 매우 인상적이었다약쟁이 버로스가 윌리엠 텔 게임에서 실수로 아내의 이마에 총알을 박아 버린 후자신의 작품 퀴어』 서문에 내가 작가가 된 것은 전적으로 조앤의 죽음 덕분이라는 소름 끼치는 결론에 이르지 않을 수 없다’, ‘나의 여정을 적어서 내보이는 것 말고 달리 아무 선택도 할 수 없었다,’고 썼는데 어떤 전기 작가는 그에게 공감하고 릴라 지넬레는 명백한 가정폭력이자 살인이며평론가비트닉문학사가들이 살인의 2차 가해자이자 동조자라고 비난했다릴라 만세!

 

 

 

 

불우한 환경에서 매월 우편배달부가 가져다주는 위어드 테일스를 기다리는 기쁨이 유일했던 소년 발로우와 그의 유일한 친구(상상 속 친구러브크래프트의 소설에서 가져온 이름러브크래프트와 편지를 통한 소통적잖이 충격적인 만남(발로우 열여섯 살 말라깽이러브크래프트 마흔셋)은 운명이었다라고도결국은 비극으로 가는 과정이었다라고도 할 수 있지 않을까?

 

모빌리티라는 개념은 낯설었지만작품 속에서 다룬 문학 작품들과 에피소드들은 충분히 흥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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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소설 속에 도롱뇽이 없다면 - 살아 움직이는 캐릭터 만들기
이디스 워튼 지음, 최현지 옮김, 하성란 추천 / 엑스북스(xbooks)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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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대의 ‘여성 작가’가 소설이라는 장르 자체를 탐구하고 논의하였다는 점에서 현대문학사의 귀중한 가치를 지닌]다는 이 책은 이디스 워튼이 『순수의 시대』(1920)로 여성 최초 퓰리처상을 수상한 이후 쓰였다고 한다. 책 속에서 이디스 워튼은 발자크와 스탕달, 도스토옙스키, 톨스토이, 새커리, 조지 엘리엇, 플로베르, 스티븐슨, 조지 메러디스, 제인 오스틴 등 자신이 훌륭하다 생각하는 작가들의 작품을 언급하면서 좋은 소설이 가지는 특징들을 설명한다. 나같이 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들에게는 좋은 작품을 고를 수 있는 안목을 기르는데 도움이 될 수 있겠고, 작가의 길을 걷고자 하는 이들에게 소설 쓰기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요소들을 짚어주는 가이드가 될 수 있으리라!

나의 인생책 대부분이 소설일 정도로 나는 소설을 좋아한다. 무릎을 탁치게 만드는 짜임새 있는 스토리의 소설도 좋고, 사회적 문제를 다루어 시사하는 바가 있는 소설도 좋다. 생각지 못한 반전이 있는 소설도 좋고, 풍자와 해학으로 웃음을 자아내는 소설도 좋다. 하지만 무엇보다 내가 소설 속 인물에게 빠져들었을 때 비로소 그 소설은 내게 인생책이 되었던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이디스 워튼과 난 좀 통하는 건가?

「성공적인 이야기와 성공적인 소설사이의 묘한 구별은 즉시 드러난다. 감히 말하자면 (예술에 있어 성취를 가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생존이기에) 소설을 가늠하는 잣대는 사람들이 살아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얼마나 유익하든 상관없이 어떠한 주제도 그 자체로는 소설에 생동감을 주지 않는다. 그렇게 할 수 있는 건 오직 소설 속 인물들뿐이다.」 _56

단편소설의 경우는 예외로 오직 상황의 극적인 표현 덕에 생동감을 얻을 수 있다고 한다. 소설의 경우 주된 관심사가 ‘인물’인 반면 단편소설의 경우는 그 관심사가 ‘상황’이고 형식과 표현에 거의 전적으로 의존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내가 단편소설을 선호하지 않았던 이유도 밝혀진 셈이다. 단편소설은 인물보다는 사건의 생생한 인상, 이야기의 폭발적인 힘에 더 중심을 두기 때문에 캐릭터에 몰입할 시간적 여유가 없었을지도 모른다. 정말 인상 깊었던 니콜라이 고골의 단편 『코』, 『외투』 등을 반추해보니 느닷없이 코가 없어졌다던가, 큰맘 먹고 장만한 새 외투를 잃게 되는 아카키 아카키예비치의 짠내 나는 사연들이 매우 극적이었기에 순식간에 몰입할 수 있었지만 그 인물에 대한 매력이 나를 이끌고 간 것은 아니었던 것 같다.

사실 이 책을 선택한 이유는 제목 때문이기도 했다. ‘소설 속에 도롱뇽’은 도대체 무엇을 의미할까? 찐빵에 앙꼬같이 소설에서 절대적 필수 요소를 말하는 것인가 조심스레 추측해보기도 했다. 책의 1/3 지점에서 난 드디어 도롱뇽을 발견하고 신이났다.

「이는 또 다른 요점으로 이어진다. 보여 줄 도롱뇽이 없다면, 독자의 귀를 막아 봤자 소용없다는 것이다. 당신이 지핀 작은 불꽃의 중심부가 살아 움직이지 않는다면, 그래서 다른 무언가를 움직이지 않는다면, 소리를 지르거나 흔들더라도 독자의 기억 속에 일화를 각인시킬 방법은 없다. 이야기를 말할 가치가 있는 것으로 만드는, 근본적인 의미를 상징하는 존재가 바로 도롱뇽이다.」 _61

독자의 기억 속에 각인시킬 ‘무언가’가 왜 ‘도롱뇽’인지 궁금할 것이다. 벤베누토 첼리니가 난롯가에 앉아 있다가 아버지와 동시에 불 속에서 도롱뇽을 보는 이례적인 경험을 했는데 아버지가 곧장 아들의 귀를 감쌌고 그로써 그는 자신이 본 것을 결코 잊지않게 되었다고 한다. 이 일화는 ‘도입부가 생생하고 효과적이라면 독자의 관심을 즉시 끌어올 수 있다’는 일종의 격언이 된 것이다. 이 도롱뇽은 이야기에 영혼을 불어넣는 존재다.

문장의 호흡은 긴데 단어들은 어렵고 예시는 대부분 읽어보지 않은 고전이 차지하고 있어 비록 내게 쉽지 않은 책이었지만 많은 부분 저자의 의견에 공감할 수 있었고 소설가들이 겪는 혹독한 창작의 과정에 대해 가늠해볼 수 있어 좋았다. 소설을 좀더 깊이 있게 이해하며 읽고 싶은 분들과 소설을 쓰는 분들은 꼭 읽어보시길 추천한다.

「쌓아 올린 모든 돌에 고유한 무게와 힘이 있고, 가장 높은 탑을 세우기 위해 그 비율을 고려해 기초를 놓으면서 서서히 세워지는 기념비가 바로 소설이다.」 _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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