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코 샤넬 - 코코 샤넬 전기의 결정판
앙리 지델 지음, 이원희 옮김 / 작가정신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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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일을 다시 시작하느냐고요? 쉬는 게 지겹다는 것을 깨닫는 데 15년이 걸린 거죠. 이제는 허무에 빠져 있기보다는 차라리 실패하는 편이 더 낫거든요.” _447

 

 

 

15년 만에 화려하게 복귀한 71세의 가브리엘 샤넬이 했던 말이다. 힘든 어린 시절을 극복하고 패션 디자이너로서의 성공을 거둔 것도 대단하지만, 일흔하나의 나이에 쟁쟁한 디자이너들 앞에서 주눅 들지 않고 자신의 패션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내세우며 재기에 도전하는 나이 든 샤넬의 모습은 존경스럽기까지 하다.

 

 

 

책의 앞부분에서 행상 일을 하며 19명이나 되는 자식을 둔 조부의 이야기에 이어 수완 좋은 장사꾼으로서의 소질을 타고나 능란한 말솜씨로 손님들의 얼을 빼놓곤 했다는 아버지 알베르와 어머니 잔의 사연이 꽤 많은 분량을 차지한다. 다른 마을 처녀를 현란한 말솜씨로 꼬드겨 임신을 시켜놓고 내빼는 불한당 같은 알베르는 결국 붙잡혀 본의 아니게 책임을 지게된다. 자유로운 영혼이었던 알베르는 자기 때문에 고생하다 천식과 합병증으로 아내가 죽자 두 딸과 두 아들을 모두 버린다.

 

 

 

가브리엘은 왜 코코로 불렸을까?

한때 카페에서 가수로 인기를 끌었던 가브리엘이 가장 히트한 노래는 <코코리코>였고 깡마른 몸매에 당시 선호하는 외모는 아니었지만 묘한 매력으로 성공을 거듭했다. 팬들이 앙코르를 요청할 때 그녀가 노래를 다시 부를 때까지 발음이 같은 KokoCoco의 두 음절을 요란하게 외치는 바람에 그녀는 평생 코코라는 별명을 갖게 됐다.

 

 

 

경마에 푹 빠져있던 에티엔 발장 장교, 가브리엘의 두 번째 남자이자 평생의 진정한 사랑이라고 할 수 있을 아서 카펠, 러시아의 드미트리 대공, 영국의 웨스트민스턴 공작, 시인 르베르디, 광고 디자이너 폴 이리브, 독일 외교관 한스까지 가브리엘의 인생에 남자는 끊이지 않는다.

 

 

그녀는 자기의 매력과 능력을 적절하게 사용할 줄 알았다. 남에게 의존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카펠의 도움이 없었다면(훗날 빚을 모두 갚았지만) ‘샤넬이라는 이름은 지금은 브랜드로서 샤넬이 아니라 그저 코코샤넬로 남았을 확률이 높지 않았을까? 특히 웨스트민스터 공작에게 맞춰주기 위해 따분한 연어 낚시를 하기 위해 인내심을 발휘하고 사냥을 좋아하지 않으면서 사냥감을 향해 총을 겨누는 척하는 등의 행동은 평소 그녀가 말하는 독립적인 여성? 의 모습과는 다소 모순된다는 생각도 들었다. 비록 가식적인 마음으로 동참했을지라도 그런 경험이 결국 그녀의 일에는 도움이 됐다. 승마, 사냥, 낚시 등 스포츠의 활동적인 생활에 필요한 의상을 구상하게 했으니 말이다.

 

 

 

 

가브리엘은 당시 유행하는 모자와 달리 단순하면서도 독특한 디자인의 모자를 만들어 인기를 얻었다. 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고 유일하게 상점 문을 열어두었던 가브리엘은 크게 성장할 수 있었다. 가브리엘의 모자는 상황이 요구하는 단순하고 편리한 전시의 패션에 제격이었다. 고급 의상점에 어울리지 않는 편물을 사용하고, 여성 옷감으로 전혀 어울리지 않는 저지소재를 과감하게 선택했을 뿐 아니라 치맛단의 길이를 대폭 줄이고 여성복의 장식적인 면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고 실루엣을 라인을 강조한 디자인으로 혁신이 무엇인지 보여주었다. 이런 혁신은 1914년부터 여성 고객들이 시작한 새로운 유형의 생활과 일치했다. 이렇게 가브리엘은 전시 상황을 잘 이용해서 사업을 더 번창시킬 수 있었다.

 

 

 

 

가브리엘은 많은 예술가와 어려운 사람들을 후원하는 관용을 베풀기도 했지만, 독선적이고 까칠한 사람이기도 했다. 친한 친구이자 극작가인 장 콕토는 그녀를 이렇게 설명했다.

 

 

 

······매력적이면서 호감을 주고 인간적인가 하면 혐오감을 주기도 하며 때론 너무 지나쳐 보이기도 하는 여성. 분노, 짓궂은 말, 창작력, 변덕스러움, 극단적 성격, 친절함, 유머, 관대함 등이 샤넬이라는 독특한 인물의 바탕을 이루고 있다._260

 

 

코코샤넬, 인간적으로 나는 그녀가 좋아지지 않았다. 아무리 좋은 일을 할지라도 악의적으로 타인에게 상처를 주는 사람을 선호하지 않아서인 듯. 하지만 누구도 가지 않은 길을 찾고 기회가 왔을 때 놓치지 않으며 새로운 것에 대범하게 도전하고 열정적으로 일하는, 그리고 성취해내는 훌륭한 디자이너로서 존경받아 마땅해 보인다.

 

황금 시대의 지나친 장식도 사라졌는데 그녀는 뉴 룩패션에 익숙해지지 않았다. 그리고 디오르가 여전히 허리를 지나치게 조이고, 코르셋을 채우고, 고래뼈 받침살대로 여성의 몸을 괴롭히고 있음을 확인했을 대, 그녀는 더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그 가련한 여자들이 옷을 찢지 않고 어떻게 몸을 굽히거나 자동차에 탈 수 있단 말인가? 얼마나 기괴한 현상인가! 그녀는 의상 디자이너들은 그 옷 속에 여자들이 있는 것을 잊고 있다고 외쳤다._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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