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의 일기장 - 백문백답으로 읽는 인간 다산과 천주교에 얽힌 속내
정민 지음 / 김영사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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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서평은 김영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조선 후기 실학자, 실학을 집대성한 다산 정약용에게 1975년 무슨 일이 있었을까?

20년 가까이 다산 정약용에 대해 연구를 해 온 한양대 국어국문학과 정민 교수는 <다산의 일기장>을 통해 최초 완역 상세 해설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다산 정약용의 이야기를 꺼낸다. 다산은 천주교를 제외하고 말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정민 교수는 말한다. 다산은 초기 천주교회 신부이자 주문모 신부를 탈출시킨 장본인, 교회 지도자 이존창을 검거한 당사자이기도 하다. <다산의 일기장>은 정민 교수가 다산의 금정일록, 죽란일기, 규영일기, 함주일록을 연구하면서 궁금한 질문들을 모아 백문백답으로 만들어 냈다.


<다산의 일기장>은 1975년, 다산이 33세일 때부터 35세 사이에 2년 동안 쓴 일기를 담고 있다. 충청도 금정으로 좌천이 되어 쓴 금정일록, 금정일록의 부록인 죽란일기, 규영일기, 함주 일록 이렇게 4개의 일기를 통해 다산이 처해있던 상황들을 유추해본다. 자신의 내밀한 술회나 심경고백이 담긴 일기장이 아니라 건조한 문체로 사실만 나열되어 있다는 점이 다산 일기장의 가장 큰 특징이다. 정치적 행위, 동선에 따른 정황, 만난 사람들과의 대화들, 인용한 글 등이 담겨 있다. 마치 암호와도 같아서 이승훈을 이형이라고 기술하고 이승훈이 머물렀던 예산 유배지를 감사(구덩이에 처박힌 듯 지내는 집)이라는 우회적 표현을 사용한다. 이러한 다산의 일기장에 담긴 암호들을 하나씩 풀어 헤친 정민 교수의 노고가 여기저기 눈에 보인다.


1795년 정조는 이가환, 이승훈, 정약용을 좌천 또는 유배시킨다. 유배의 목적은 입적소지로 자신이 천주교와 관련이 되지 않았음을 자취로 입증하고 뜻을 분명하게 밝히라는 것이었다. 다산이 주문모 신부를 구해준 사실이 탄로날까봐 전전긍긍하던 시점에서 금정으로 유배되었고 이에 정약용은 (알리바이를 만들기 위해) 교회 지도자 이존창을 검거하고 지역 천주교 조직을 무너뜨린다. 과연 다산의 속내는 무엇이었을까? <죽란일기>를 끝에 갑자기 1794년 강세정이 이가환에게 보낸 편지를 인용한 것도 분명한 의도가 있다. 처남 이승훈의 석방 소식 앞에 의도적으로 강세정의 비굴한 편지를 넣은 건 이들에 의한 비방이 실제로는 아무 효과가 없다는 것, 이들의 공격을 사전에 무력화시키겠다는 의지를 표현했다는 것이다. 이처럼 하나씩 의도를 파악하다보면 다산의 일기장이 결코 일기가 아님을 알 수 있다.


다산은 “나는 품성이 조급해서 궁리를 함에 있어 본래 오래 견딜 수가 없다. 혹 한 가지 일이나 이치에 대해 궁리하다가 때로 꽉 막혀서 통하지 않을 때는 문득 심사가 번다하고 다급해지고 정신이 거칠어져 미혹됨을 느껴서, 절반쯤 하다가 그만둠을 면치 못하였다. 독서에서 특히 이러한 병통이 있었다.”고 했다.

- <다산의 일기장>, 금정일록 p.286 -


다산의 조급하고, 견디지 못하는 인간적인 모습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 부분이다. 다산에게 쏟아지던 각종 비난에 대한 대응들을 전략적으로 일기에 배치하며 언행을 가볍게 해서 비방과 재앙을 자초했던 지난 날들을 반성한다. <다산의 일기장>을 통해서 서학이라는 거대한 체계와 대면한 다산과 18세기 조선을 입체적으로 조명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아직도 다산에 대한 연구는 갈 길이 멀지만 하나씩 체계를 이뤄나가는 모습들이 감격스럽다. 학자이자, 정치가, 신자이자 배교자였던 인간 다산의 모습을 생생하게 볼 수 있는 시간이다. 무려 690페이지의 두께만큼이나 켜켜히 쌓인 <다산의 일기장>을 통해 다산의 면밀한 세계 속으로 깊숙이 들어가보시기를 추천한다.


#다산의일기장 #정민 #김영사 #다산정약용 #정약용 #금정일록 #죽란일기 #규영일기 #함주일록 #천주교정약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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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쁨을 알아채는 힘
히스이 고타로 지음, 백운숙 옮김 / 삼호미디어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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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서평은 삼호미디어에서 책을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


럭키비키잖아. 

긍정의 아이콘 장원영식 사고가 신조어로 등극했다. 럭키비키의 유래는 이러하다. 장원영이 유명한 빵집에서 줄서서 빵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바로 앞 사람이 뱅 오 쇼콜라를 모두 다 사가버렸다. 오 마이 갓. 이 상황에서 당신은? 화가 나고 짜증이 날 수도 있다. 하지만, 장원영은 이런 상황에서 완전 럭키하게 새로 갓 나온 빵을 받게 되었다며 좋아한다. 이것이 바로 럭키(행운) + 비키(장원영의 영어식 이름)가 나오게 된 배경이다. 


럭키비키처럼 행복은 마음먹기에 달려있다. 그렇지만 그 마음먹기가 쉽지 않아서 좌절하고 또 좌절한다. 부정적인 생각이 사로잡히는 순간, 한없이 우울의 늪으로 빠지기 십상이다. 행복은 마음먹기에 달려 있는데 왜 이토록 힘든 것일까. <기쁨을 알아채는 힘> 표지에는 "맑은 날에는 잎사귀가, 비 오는 날엔 뿌리가 자란다"라는 글귀가 적혀 있다. 책의 부제는 누릴 수 있음에도 매 순간 놓쳐버리고 마는 사소하고도 귀한 행복에 관하여,이다. 기쁨과 행복을 알아채는 힘에 대해서 5장의 70가지 에피소드로 짧지만 유쾌하고, 일본 짧은 시(하이쿠)처럼 느껴지기도 하지만 그 의미는 깊고 풍부하다. 


아끼던 아이폰을 떨어뜨려 스크래치가 났다? 아이폰의 창시자 스티븐 잡스는 말한다. 

"스크래치 나는 게 싫어서 케이스를 씌우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런 상처야말로 온전히 내 것임을 말해주는 게 아닌가요? 상처야말로 그 무엇보다 아름다운 겁니다." 상처=추앙하는 위인이 나에게 보내는 응원,이라고 생각하자는 것이죠. 더 이상 아이폰의 스크래치에 가슴아파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그래, 모든 것은 마음 먹기에 달려 있다. 



"어떠한 사실이 직접적으로 

나 자신에게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 

사실은 해석을 거쳐서 

비로소 나에게 영향을 미칩니다." 

- 가토 다이조(사회학자) - 


기대하며 어렵게 찾아간 식당이 임시 휴업이라면? 이럴 때는 텅 빈 가게에서 식사를 하며 금전운이 좋아지기를 기다려 본다. 반드시 타야 했던 기차를 놓치고 말았다? 기차를 놓치면 일에는 늦을지 모르지만 그렇다고 인생을 놓치는 건 아니라는 점이다. 나 또한 최근에 기차표 예매를 잘못해서 허무하게 기차표를 날리고 말았다. 내가 왜 이랬지? 허무하기도 하고 내 자신에게 실망이 가득 차올랐다. 이미 날린 기차표는 돌아오지 않지만 이를 교훈 삼아 기차 탈 때 꼭 신중해지자! 라고 다짐했다. 


실망이 설렘으로, 짜증이 개운함으로, 마음속 응어리가 따스함으로, 위기를 기회로, 끙끙 앓을 바에는 새롭게 시작을! 목차만 봐도 우리가 기쁨을 알아채면 어떻게 변하는지 알 수 있다. 실망, 짜증, 마음속 응어리, 위기, 끙끙 앓는 마음으로 인해 마음이 힘들고 괴롭다면, 히스이 고타로가 제시하는 가장 간단한 방법들을 선택하면 된다. 앞서 기차표를 날린 나에게 이렇게 말해주면 된다. "나는 기차표를 날린 나를 바보같다고 생각한 나를 받아들이고, 인정하고, 용서하고, 사랑합니다" 기차표를 날린 나를 바보같다고 생각한 나라고 부르면서 응어리진 감정과 자신을 분리해서 객관화 하는 역할을 한다. 내 감정을 객관화해서 나 자신과 분리하고 그 다음에는 받아들이고, 인정하고, 용서하고, 사랑하면 된다. 더 이상 힘들어하지 말자. 사실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여러 가지 해석이 존재할 뿐이라는 니체의 말처럼 기쁨을 알아채도록 해석하자. 마음이 고통스럽고 힘든 당신에게 <기쁨을 알아채는 힘>의 일독을 권한다. 










#기쁨을알아채는힘

#히스이고타로

#삼호미디어

#긍정적사고 #원영적사고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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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인사
함정임 지음 / 열림원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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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서평은 열림원에서 책을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




잘 자요, 다정한 한 마디에 마음 한 구석이 따뜻해진다.

누군가에게 잠들기 전에 잘 자요, 라는 말을 듣는다는 건 차가운 마음조차 몽글몽글해진다. 표지에 바닷가에서 맨 발로 파도를 마주하는 여자의 뒷 모습이 어쩐지 쓸쓸해보이는 책 <밤 인사>를 만났다. 새벽의 감각을 잃어버린 사람에게 매혹적인 지도가 되어줄 것이라는 윤고은 소설가의 추천사가 눈에 들어온다. 새벽의 감각이라니, 몇 달전 발리의 일출을 보겠노라고 마주했던 시간들이 생각난다. 똑같은 해라고 하지만 발리에서의 일출은 어떨까, 이른 새벽에 운동화를 신고 바닷가로 나갔다. 아무도 없는 어두컴컴한 사누르 바다, 고요하고 또 고요한 바다. 서늘하기도 하고, 눈 앞에 캄캄한 어둠이 내려 앉아 있는 느낌적 느낌. 구름으로 인해 일출을 볼 수 없었지만 밝아오는 시간들이 서늘했던 시간들을 따뜻하게 만들어 줬다.



소설 <밤 인사>에서는 소설가로 활동 중인 미나가 이야기를 끌어나간다. 우연이 계속되어 운명처럼 마주한 시간들을 담담히 그려나간다. 2년 전, 프랑스 니스행 열차에서 만난 남자 장에게 미나는 한 가지 제안을 받게 된다. <어떤 여름>의 후속작을 써 보는 건 어떻겠냐고, 미나는 이를 받아들여 <어떤 겨울>을 써 보기 위해 다시 파리행 비행기를 탄다. 공항에는 장이 마중을 나왔다. 과연 그 둘은 어떤 사이일까? 궁금함이 이루말 할 수 없지만 처음하는 스킨십이라고는 공항에서 한 가벼운 포옹이 전부다. 장은 SNS로 2년 간의 미나의 일상을 다 알고 있다. 이대로, 영원히. 소개 문구까지 하나하나 기억하고 있는 장과 함께 프랑스 곳곳을 여행하기 시작하며 여행하는 소설이 시작된다.



밤 인사.

세상의 모든 밤을 향해,

잘 자요.

-51쪽-




파리, 부르고뉴, 세트, 페르피냥, 포르부. 장과 미나가 함께 여러 공간을 천천히 걸으며 발터 벤야민, 조아킴 롱생, 폴 발레리의 궤적을 좇는다. 발터 벤야민은 유대계 독일인으로 마르크스주의자이자 문학평론가, 철학자이다. 나무위키 검색에는 그가 잊혀져가는 과거를 재구성하고 그 과거에 어떤 희망이 있었는지를 탐구하며, 유럽의 미학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고 나와있다. 그러나 미나는 발터 벤야민이 책을 출간할 때마다 애인 도라에게 헌정한 것에 집중한다. 오갈 데 없는 전남편을 끝까지 저버리지 않은 도라, 이혼한 전처를 다시 찾는 벤야민의 심리와 행동은 무엇인가. 그렇게 벤야민이 이혼한 전 아내의 집에 머물렀던 것처럼 미나와 장도 그곳을 둘러본다. 장이라는 남자가 갖는 미나에 대한 감정은 SNS에서 엿보기에서 동경, 추앙까지 변모한다. 미나와 함께 장이 부산에 가고 싶다고 고백하며. 과연, 장은 부산에 갈 수 있었을까?


<밤 인사>가 미나와 장의 이야기로만 구성되어 있다면 사랑에 가 닿지 않은 우연한 만남의 연속이라고만 생각할 수 있다. 이에 작가는 윤중이라는 이름을 지닌 남자를 미나 곁으로 가져온다. 윤중은 파라-n 이라는 이름의 (소설) 묵독 모임에서 만나 아는 사이이다. 모임을 마치고 갑자기 미나를 차에 태우고 간절곶으로 향하는 윤중. 스마트폰을 버리고 열두 시간의 조약돌을 가지고 돌아오게 해 준다고 한다. 이 남자는 미나에게 어떤 존재인가? 미나가 프랑스에 가 있는 동안 카톡으로 윤중은 미나를 향해 짧은 안부와 뉴스 기사를 보낸다. 미나와 결이 맞는 느낌적 느낌. 척하면 척, 서로의 끌림이 시작되는 순간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둘의 재회는 어긋나게 만들어버리는 작가의 얄궂음이 아쉬워지는 순간이다. 윤중, 미나, 장이 한 공간에 있었으면 이야기는 또 어떻게 흘러갔을까.


빛바랜 추억들처럼 스쳐지나가는 순간들이 오래 오래 기억될 때가 있다. 미나에게 윤중도 장도 그러하다. 미나 입장에서, 장의 입장에서, 윤중과의 엇갈림이 계속되며 이야기는 밤 인사를 조용히 전한다. 자니? 가 아니라 잘 자요. 세상 다정한 밤 인사는 우리에게 너는 그 때 우연한 추억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냐고 묻는다. 잘 자요. 누군가에게 했던 다정한 밤 인사가 생각나는 소설이다.


#밤인사 #함정임 #열림원 #소설

사랑은 잃어버린 것과 연관된다.

끝날 것 같지 않는 통로를 빠져나오면서 꿈에서 깼다. 뒤돌아보기 두려운 칠흑 같은 어둠이었다.

꿈에 그를 본 것 같았다.

그라는 느낌일 뿐

그가 누구인지 알 수 없었다.

모든 상실은 사랑을 입증한다. - P1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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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랜드 엘레지
아야드 악타르 지음, 민승남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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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서평은 열린책들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홈랜드 엘레지. 엘레지란, 죽은 자를 위한 노래나 시를 의미한다. 고향 파키스탄을 그리워하며 죽은 부모님을 위한 글이었을까. 퓰리처상을 수상한 2세대 이슬람계 이민자 극작가 아야드 악타르는 <홈랜드 엘레지>를 통해 미국의 진짜 삶을 파헤친다. 소설가의 인생과 소설 속 주인공의 인생이 하나로 보이는 건 자전적 소설의 모습을 보이고 있어서이다. 마치 하나의 오페라를 보듯 악타르를 중심으로 한 부모, 지인, 친구, 애인에 대한 이야기가 서곡으로 시작해서 코다로 마무리 되고 있다. 퓰리처상을 수상한 극작가답게 대서사시를 열고 닫음에 있어 영리함이 돋보인다.

악타르가 대학을 다닐 때 만난 메리 모로니 교수의 이야기로 <홈랜드 엘레지>는 시작된다. 그녀의 입에서 미국은 식민지로 시작했고 식민지로 남아 있다. 즉, 여전히 약탈이라는 단어로 정의되며, 부가 우선이고 시민의 질서는 뒷전인 곳이라는 표현이 나온다. 소설을 닫는 부분에서도 메리 교수와의 이야기로 마무리되며 악타르의 마지막 말, 미국은 내 고향입니다, 라는 말로 소설은 마무리 된다. 파키스탄 어머니, 아버지, 무슬림으로 미국에서 살면서 겪는 차별과 무시, 그럼에도 다른 곳으로 가지 않고 미국에서 살 수 밖에 없는 아이러니함을 그린다.

악타르의 아버지는 파키스탄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미국이 개발 도상국 의사를 파격조건으로 영입하는 시기에 미국으로 이민왔다. 어머니도 같은 파키스탄 의과대학 출신이다. 아버지는 브루가다 증후군 권위자로 미국에서 성공하며 트럼프의 주치의로 트럼프와의 친분이 있는 사람이기도 하다. 트럼프를 지지하며, 트럼프에게 표를 던져준 이가 바로 악타르의 아버지이다. 미국에 대한 근본적 낙관주의를 갖고 있는 아버지와는 달리 악타르의 어머니는 파키스탄 의과대학 시절 라티프라는 남자를 잊지 못하고 미국의 삶보다는 고향 파키스탄을 그리워한다. 라티프는 미국에서 살면 살수록 난, 내가 어떤 사람이 되어가는지 모르겠어(78쪽), 라며 다시 파키스탄으로 돌아가고 죽음을 맞이한다. 어머니 또한 고향을 찾아 간다.

악타르는 가난에서 허덕이다 헤지펀드에서 일하는 파키스탄 출신의 리아즈라는 거물을 만나 인생이 달라진다. 원하는게 있으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가져라(201쪽),라고 말하는 리아즈. 리아즈와 함께 어울리며 악타르는 자본과 결합한 또다른 미국을 만난다. 돈이 최고의 가치이자 숭배의 대상이 된 배금주의가 만연한 곳이 바로 미국이다. 돈이 없으면 죄가 되고 돈이 있어야 사람 대접해주는 모습들이 악타르의 소설 속 세계에 그려진다. <위대한 개츠비>가 저택에서 매일 파티를 열어 사랑하는 이를 찾았던 것처럼 리아즈와 악타르도 비싼 차, 비싼 술, 비싼 호텔에서 머물며 자신의 인생과 몸을 돈과 함께 굴린다. 말 그대로 절차는 무시되고 뇌물이 오가고 특권을 돈으로 사는 이 모든 것이 일상인 삶이 되고 만다.

이민자의 삶과 정체성은 911테러를 기점으로 또 한 번 달라진다. 2021년 9월 11일. 당신은 무엇을 하고 있었나. 아야드 악타르는 우리에게 묻는다. 911테러 이후로 무슬림을 향한 경멸이 더욱더 심해졌고 악타르 또한 그러한 시선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는 것을. 같은 파키스탄 출신 아샤를 만나며 진정한 사랑을 찾지만 매독에 걸리며 악타르는 신체적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어한다. 악타르의 아버지가 의료사고로 법정 싸움에 휘말리게 되는 것을 도우며 (아버지가 쓰지 말라고 했던) 아버지와의 이야기를 소설에서 써 내고 있다.

진짜 원했던 것은 아버지와 어머니의 사랑이었고, 그것이 충분하지 못했지만 파키스탄이 아니라 미국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살면서 무엇으로 자신의 빈 공간을 채워야하는지에 대해 악타르는 고민한다. 미국에서 무슬림계 이민자로서 극작가의 삶이 성공한 것일까, 끊임없이 자신의 정체성이 무엇인지를 찾아 나선다. <홈랜드 엘레지>는 미국에서 정처없이 떠도는 이민자들에 대한 속마음을 여실히 펼쳐내고 있다. 트럼프가 2025년 미국 대통령이 된 지금, 이 책이 유의미한 이유는 무엇일지 생각해보는 시간이 된다. 다시금 전세계를 향해 높은 벽을 치고 있는 트럼프, 관세 전쟁을 선포하며 세계 경제를 들었다놨다 하고 있다. 트럼프가 선장이 된 미국은 어디로 가고 있는가.

#홈랜드엘레지 #아야드악타르 #열린책들 #장편소설

나의 비판은 공격으로 받아들여졌고, 나는 그 이유를 알았다.

우리 무슬림은 우리를 이해하지도 못하고 원하지도 않는 문화에 포위되어 있었다.

그래서 나는 예술이라고 불리는 얼버무림을 통해 내 생각을 간접적으로 표현했다.

<그들의> 재난과 맹점이 훨씬 더 시급한 문제임이 분명한 때에 <우리의> 문제를 공개적으로 한탄하는 건 부질없는 짓 같았다. 우리 인류의 실존적 위협은 우리에게서가 아니라 그들의 계몽된 삶 양식이 지구 곳곳에 확산된데서 오고 있었다. 지금 필요한 건 그것에 대한 비판이 아닐까.

<홈랜드 엘레지> 222쪽 중에서 - P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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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답고 위태로운 천년의 거인들 - 개발과 손익에 갇힌 아름드리나무 이야기
김양진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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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를 보면 인생이 보인다. 비바람을 이겨내고 묵묵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거대한 나무. 마치 세월은 이런거야 하고 조용히 말을 걸어주는 듯 하다. 인간의 욕심은 커져서 오랜 시간을 버텨온 나무를 베어내고 그 자리에 도로를 만들고 골프장을 만든다. 나무 입장에서는 얼마나 괴롭고 힘들까. 강원도에서 나고자란 국내 나무 전문 1호 기자, 김양진 기자는 한겨례신문사에서 일하며 아프지만 사랑받는 나무와 숲을 만난다. 그리하여 출간된 책 <아름답고 위태로운 천년의 거인들>이 바로 그것이다. 다른 제목으로는 사람을 구한 나무, 사람이 구한 나무였다고 한다.


개발과 손익에 갇힌 아름드리나무 이야기라고 적혀 있는 책표지에는 천년을 이어온 나무 한 그루가 보인다. 겹겹이 쌓인 나무 껍질과 한없이 위로 뻗어올린 줄기, 그리고 잎들이 무성한 나무가 어쩐지 슬퍼보이기만 한다. 이 나무도 곧 죽을 위기에 처해 있는 걸까. 개발과 손익이라는 이유로 토목공사, 도로공사, 개발이라는 이름 뒤로 사라져야 하는 나무들의 이야기이다. 전국 각지에 있는 나무들을 찾아 직접 사진을 찍고 취재했다. 이른바 발로 뛴 흔적들인 것이다.


경북 안동에 있는 은행나무에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700년을 넘게 살아온 노거수(나이가 많고 큰 나무)의 존재감이 남다르다.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크고 오래된 은행나무로 1966년 천연기념물이다. 이 나무가 700년을 살 수 있었던 것은 댐건설로 수몰될 위기에 처했다가 주민들이 살려낸 이력이 있다. 초대형 수목 이식은 처음 있었던 일이라 예산도 많이 든다며 반대하는 사람들도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26억 9723만 원의 막대한 금액이 들었지만 지금 생각하면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다. 나무 할머니로 안동을 지켜왔고 앞으로도 쭉 안동을 지켜줄 것이기 때문이다. 나무 이식에 대한 사례를 처음 알게 된 것이어서 감동적이고 뭉클하기까지 했다. 이 땅에서 오래오래 살아달라고 기도하게 된다.


전남 영암군에 있는 벼락 맞은 이팝나무 사연으로 이어간다. 1930년 전남 영암군 이팝나무에 벼락이 내렸다. 벼락맞은 직후 껍질만 남다시피했으나 이내 이팝나무의 꽃을 웅장하게 피워냈다. 이것이 바로 나무의 생명력이 아닐까 싶다. 가지가 벼락에 사라졌음에도 다시 나무의 모양새를 맞춰 자란다. 이팝이 배부른 이밥(입쌀밥)을 닮았다고 해서 이팝나무라고 부르는데 마치 흰 꽃송이를 보고 있으면 수북하게 담긴 밥이 생각나기도 한다.



충북 청주의 플라타너스 가로수 길은 청주의 랜드마크이다. 영화 <만추>, 드라마 <모래시계>도 이 곳에서 촬영될 정도로 멋진 곳이다. 하지만 열악한 생육 환경으로 특유의 터널형 가로수 길이 크게 훼손되고 말았다. 1970년대 초 청주 진입도로를 2차로에서 4차로로 확장하며서 가로수들이 모두 잘려나갈 위기에 처했고 주민들의 타원으로 인해 옮겨 심기가 진행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생육 불량으로 고사하는 나무들이 많아졌고 청주시청이 중앙 숲길 조성 계획을 백지화 하면서 가로수들을 생명력을 잃어가기 시작한다. 만약 청주시청이 중앙 숲길 조성을 시행했더라면 지금쯤 플라타너스길은 어떻게 탈바꿈했을까, 상상을 해 본다. 도로가 아무리 중요하다 할지라도 숲과 나무를 파괴하면서까지 개발한다면 그것은 누구를 위한 일일까 되묻고 싶다.



같은 공간을 도로로 만들 것인가, 숲길로 조성할 것인가. 우리나라는 면적이 좁기에 틈만 있으면 아파트를 세우기에 급급하다. 하지만 숲이 사라지고, 나무가 사라지면 결국 인간들은 망가지고 만다. 서울 은평구청은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30살 이상 아까시 나무를 제거하고 미세먼지 저감 능력이 뛰어난 편백을 심었다. 하지만 편백림 조성 사업이 오히려 숲 파괴이자 탄소 배출을 위한 사업이었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생태계 균형이 깨진 곳에서 되레 숲 파괴를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전국 곳곳에 가슴 아픈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시점에서 나무와 숲에 대한 관심을 더욱더 기울여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 이름 모를 수많은 나무에게 미안함을 전한다.


*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

#아름답고위태로운천년의거인들

#김양진 #한겨례출판 #하니포터 #하니포터10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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