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의 클래식 - 음악을 아는 남자, 외롭지 않다
안우성 지음 / 몽스북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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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클래식에 대해 깊이 알고 싶어졌어요. 음악을 전공하지는 않았지만, 모차르트, 슈베르트, 베토벤, 바흐, 슈만의 음악을 들을 때마다 클래식에 대한 목마름이랄까, 클래식에 대해 누가 쉽게 이야기해주는 사람 없나 찾게 되더라구요. 그러던 중, 몽스북에서 출간된 '남자의 클래식'을 통해 그 목마름을 채울 수 있었어요. 남자의 클래식, 부제는 '음악을 아는 남자, 외롭게 않다'라고 표지에 적혀 있었어요. 남자와 클래식. 뭔가 드라마에서 보면 주인공이 일을 마치고 돌아와 일과를 정리하고, 밤늦게 클래식을 들으며 와인 한 잔하는 느낌이랄까요.

저자인 안우성씨는 독일과 영국에서 세계적 지휘자와 함께 솔리스트로 활동한 바리톤입니다. 책 곳곳에 교수님으로 등장하는 거장들을 만난 실제 이야기가 담겨 있어서 감탄을 금치 못했어요. 독일 프라이부르크 국립 음대를 나와서 오페라 등에 출연했어요. 지금은 클래식에 대한 글을 쓰며 대중과 소통하고 있고요.

슈만과 클라라의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는 읽으면 읽을 수록 삶과 음악이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걸 알려주네요. 슈만이 20세 때 11세의 클라라의 만나는 운명적인 이야기에서부터 클라라의 사랑이 가득 담긴 곡을 작곡하는 슈만. 그 음악이 아름다운 건 그러한 이유 때문이었어요.

첼로의 성자 파블로 카살스의 이야기도 배울 점이 정말 많았어요. 95세임에도 매일 여섯 시간 첼로를 연주하는 모습을 유지하는 카살스. 이미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첼리스트임에도 연습을 하는 건 이유가 있었습니다.

"난 아직 매일, 조금씩 실력이 좋아지는 것을 발견하기 때문입니다."라고 이야기하는 순간 '난 뭐지?'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카살스가 200년간 헌책방에서 잠자고 있던 바흐의 악보를 찾아 연습하고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을 연주하는 순간까지, 우연처럼 느껴지지만 크게 보면 세계 최고의 첼리스트가 될 준비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세계 최고는 그냥 말로만 세계 최고가 아니라는 점을 다시금 깨닫습니다.

책 곳곳에 대가들을 만난 이야기가 들어 있습니다. 마에스트로 정명훈을 만난 이야기도, 오보이스트 하인츠 홀리거를 만난 이야기도 너무나 신기해서 계속 들여다 보았습니다. 역시, 대가는 다르구나. 삶에서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생활하는 모습, 경비 아저씨와 커피를 나누며 이야기 하는 소탈한 홀리거의 모습들 속에서 배울 점을 발견합니다.

이 책의 장점은 클래식에 대한 설명과 함께 한 꼭지의 이야기가 끝나기 전 play list라고 해서 음악에 대한 이야기와 큐알 코드가 들어 있어서 바로 음악을 들을 수 있다는 것이예요. 옆에서 생생하게 연주하는 듯한 느낌.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나요. 클래식도 그런 것 같아요. 아는 만큼 느껴지는 강도가 다르다고 할까요. '남자의 클래식' 클래식을 아주 잘 아는 남자의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니 저 또한 뭔가 예술가가 된 듯한 느낌입니다. '음악은 소름이고 오글거림이다. 알고 보면 우리는 결국 소름 끼치고 오글거리는 순간을 만나기 위해 예술을 찾는다'라고 이야기하는 프롤로그가 클래식에 한 발 더 다가갈 수 있도록 만들어 줍니다. 혹시, 클래식에 대한 갈증이 있다면, 그 목마름을 해소하고 싶다면 이 책의 일독을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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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살고 싶은 집 북극곰 꿈나무 그림책 68
코알라 다방 지음 / 북극곰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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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내 방을 갖는게 소원이었어요.

내 방, 내 책상을 갖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행복한 상상을 했어요.

학교에서 돌아와 나만의 방에서 나 혼자 있는 상상.

내가 살고 싶은 집도 나만의 공간이 있는 그런 집이었어요.

아이들에게 '살고 싶은 집'을 물으면 어른들이 생각하는 집과는 사뭇 다르다는 것을 느껴요.

어른들은 역세권, 숲세권 하면서 집 주변의 상황을 먼저 고려하는 것 같아요.

그 다음으로 집이 얼마나 넓은 지, 좁은 지 평수를 고려하지요.

하지만, 아이들은 달라요.

살고 싶은 집의 크기, 상황 이런 것들이 아니라

그 공간에 누가 함께 하느냐가 중요하다고 해요.

북극곰에서 출간된 '내가 살고 싶은 집' 그림책은

제 5회 상상만발 책그림전 수상작이랍니다.

저자는 코알라 다방입니다. 이름이 너무나 귀엽네요.

저자의 닉네임 답게, 상상의 세계를 너무나도 잘 담아낸 것 같아요.

표지에는 귀여운 토끼, 쥐, 여우가 각각 살고 싶은 집을 찾는 중입니다.

어두운 밤이라서 상점의 불빛들이 환하게 켜져 있고요.

뭔가 포근하고 따뜻한 불빛처럼 보입니다.

한 장을 넘기면 어두운 곳에서 보이는 집의 풍경이 그려져 있어요.

주인공은 '꼬미'랍니다. 귀여운 인형이지요.

꼬미는 곰곰이를 만나서 '집을 소개해 주는 가게'에 가게 됩니다.

그곳에 가서 오래전 헤어진 이모를 만나게 됩니다.

이모를 따라서 전망이 좋은 집, 아파트, 머그 하우스, 옥상에 서재가 있는 집을 차례대로 구경합니다.

수영장이 있는 풀빌라를 보니 저 또한 마음이 동동 떠오르네요.

꼬미는 고민합니다. 어떤 집을 선택할지 말입니다.

하지만, 꼬미가 살고 싶은 집은 여기에 없습니다.

바로 '꼬마가 사는 집'이라고 대답합니다.

꼬마가 사는 집이라면 그 어떤 좋은 것도 다 포기 할 수 있다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지요.

꼬마 옆에서 새근새근 잠들어 있는 꼬미.

이토록 아름다운 장면이 어디 있을까요.

아까 이모가 소개해줬던 집들이 꼬마의 집 속에 숨어 있습니다.

숨은 그림 찾기 하듯이 하나씩 집을 찾아보는 것도 재미입니다.

코알라 다방 작가도 이 책에 들어 있으니 잘 찾아보세요!!

집은 언제나 포근하고 따뜻하다는 인상을 전해줍니다.

아이들이 그리는 살고 싶은 집도 그러하지요.

사랑하는 부모님이 계시는 집.

아무리 좋은 집이라도 사랑하는 사람들이 떠난다면 아무 소용이 없지요.

이 책을 읽으며 상상해 봅니다.

내가 살고 싶은 집은 어떤 집인지 말입니다.

아이들이 읽어도 많은 생각을 하게 해 주고

어른들이 읽어도 상상의 날개를 펼 수 있는 아주 좋은 그림책입니다.

창 밖으로 흘러나오는 잔잔하고, 은은한 불빛들을 보며 마음 한 구석이 따뜻해지는 그런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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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해파리입니다 철학하는 아이 17
베아트리스 퐁타넬 지음, 알렉상드라 위아르 그림, 김라헬 옮김, 이지유 해설 / 이마주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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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지친 마음을 달래고자 동해 바다에 갔습니다. 하늘도 푸르고 날이 너무나 좋은데 아무도 수영하는 사람이 없더군요. 이상하게 생각이 되서 근처를 둘러 보니 해안경찰이 바다에 수영하는 사람들에게 수영금지를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바다에 해파리가 발견되었으니 수영을 자제해 달라고 말입니다. 커다란 해파리를 건져 올리고 사람들은 해파리를 구경합니다. 바다에 들어가면 안되는구나. 하면서 말입니다.

바다의 마시멜로, 심해의 발레리나, 대양의 반딧불이

이 모든 수식어는 해파리를 뜻합니다.

언제부터인지 해파리는 무시무시한 존재가 되었습니다.

바다에서 절대 쏘여서는 안되는 존재, 해수면 가까이로 올라와 사람들에게 피해를 끼치는 존재로 말입니다.

해파리의 입장에서 본 바다는 어떠할까요?

이마주 출판사에서 출간된 '나는 해파리입니다' 그림책으로 통해 해파리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표지에는 담요를 두른 소녀가 바다에 발을 담근 채 서 있습니다.

그 옆에는 해파리가 다가오고 있군요.

하지만, 소녀의 표정은 무서운 것이 아니라 다정해보입니다.

과연 이 해파리와 소녀는 어떤 관계일까요.

해파리를 이토록 자세히 본 적이 없습니다.

그저 수족관에서 유연하게 헤엄치는 모습에 사진을 찍었을 뿐이지요.

그림책 속의 형형색색의 해파리를 보니 너무나 아름답습니다.

아름다운 바다의 마시멜로의 진가를 모르고 지나갈 뻔 했군요.

해파리가 사람들에게 건넨 인사가 사람들에게 엄청난 피해가 되어 돌아옵니다.

사람들은 해파리를 잡아 없애는 것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해파리를 뜨거운 햇볕 아래서 말라가고 있지요.

하지만, 표지에 있던 이 소녀가 해파리를 살려 줍니다.

다시 생명을 찾게 된 해파리는 소녀를 잊지 않습니다.

바다는 이미 쓰레기로 가득 차 있는 상태입니다.

해파리는 쓰레기를 먹이로 착각하고 말지요.

아, 이 부분이 마음이 너무 아프더라구요.

해파리 뿐 아니라 많은 바다 생물들이 쓰레기를 먹이로 착각해

생태계 파괴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고 해요. 바다 거북이도, 물고기도 숨이 막힙니다.

시간이 흘러 손목에 연분홍 팔찌 자국을 남겼던 소녀가 바다에 찾아옵니다.

해파리도 그 소녀를 알아봅니다. 소녀를 보고 춤을 추는 해파리의 모습이 아름답습니다.

바다에서 해파리와 소녀는 깊은 교감을 하는 듯 합니다.

해피엔딩이라 너무나 고맙습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계가 얼마나 파괴되고 망가지고 있는 지 너무나 안타깝습니다.

그저, 해파리의 출현을 뉴스거리로 삼고 바다에 들어가서는 안되는 상황이 된 것을 보면

해파리 입장에서는 얼마나 당황스러울까 싶습니다.

바닷물이 따뜻해지고 어쩔 수 없이 바닷가 근처로 오게 되어 사람들과 나눈 인사가

그리 되었으니 말입니다. 바다에서 해파리를 만나면 다음엔 꼭 인사를 건네야겠습니다.

소녀가 그렇게 따뜻하게 대해줬듯이, 나도 그렇게 인사 해 주고 싶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나는 해파리입니다'를 읽으며 이야기를 나눕니다.

우리가 해파리를 위해서 해야 할 일이 무엇일까?

바다를 다시 깨끗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해파리와 나, 어떻게 연결되어 있을까?

이런 저런 질문들 속에서 생각의 바다에 빠져봅니다. 아울러, 이 책을 읽고 나니 해파리가 더 이상 해변의 구경거리, 여름의 불청객, 바다의 쐐기풀이 아니라 그 자체로 아름답다는 사실을 기억해봅니다.

#나는해파리입니다 #이마주 #그림책 #베아트리스퐁타넬 #초등추천책 #바다 #생태계 #추천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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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정신과 의사 - 뇌부자들 김지용의 은밀하고 솔직한 진짜 정신과 이야기
김지용 지음 / 심심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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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 의사들의 일상은 어떤 모습일까요?

'어쩌다 정신과 의사'의 책표지에는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정신과 의사가 보입니다.

옆에는 마이크도 보이고, 농구공도 보이고, 게임기도 보입니다.

바쁘게 우왕좌왕하는 모습이 어설프기만 합니다.

정신과 의사하면 뭔가 전문적으로 공부만 할 것 같은 편견이 있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정신과에 대한 책도 그러하지요.

용어도 어려워서 읽기에 너무 부담스러울 때가 있어요.

정신과 의사들의 은밀하고 솔직한 진짜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팟캐스트 <뇌부자들>로 유명한 김지용 선생님의 책을 보니 너무나 인간적입니다.

정신과 의사가 되기까지의 과정도 어찌나 솔직하던지요.

어쩌다 수능을 잘 봐서 고고학자가 되려던 꿈을 접고 연세대 의대에 입학했다네요.

의대에 입학해서는 공부에 흥미를 잃고 두 번이나 낙제점을 받아 유급을 한 경험까지 나와 있습니다.

공부 대신에 농구와 게임에 몰두했다고 하니 책 표지에 있는 농구공과 게임기가 어떤 의미인지 알 것 같습니다.

그러다 뒤늦게 정신을 차려 공부를 해서 졸업을 하게 됩니다.

책 뒷표지에 나와 있는 '의대에 입학한 지 4년 만에 드디어 의사가 되기로 결심했다'는 것이지요.

뒤늦게 그 의미를 찾고, 정신과 의사가 되어 '결국 사람이 답이다'라는 해답을 찾습니다.

정신과 진료를 보면서 겪는 고충과 에피소드들이 이 책의 중반부를 차지합니다.

'우울한 이야기만 계속 듣는 것, 힘들지 않아요?'라는 부분에서 나오는

'좋은 직업을 택했다는 생각이 들 때가 못해먹겠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보다 잦다.'는 말이 기억납니다.

누군가의 괴로움이나 문제가 줄어들거나 없어지는 순간을 보면 뿌듯함이 찾아온다는 것입니다.

'70점짜리 나'에 대한 이야기도 공감이 많이 되었습니다.

아이들에게 '완벽한 부모'가 되기 위해서 내가 얼마나 부족한 지를 괴로워하는 것이 아니라

'충분히 좋은 부모'임을 잊지 않고 70점짜리 아빠도 괜찮다고 이야기 해 주는 것입니다.

책에 담긴 정신과 의사들의 고충과 일상적인 생활을 통해

그동안 정신과 의사들에 대해 가졌던 편견이 사라지더라구요.

사실 정신과 의사들이 다른 의사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편해보이는 느낌이 있었는데요

좋은 의사가 되기 위해서 노력하고 애쓰는 모습들, 열심히 상담한 내담자의 죽음을 보면서

'결국 사람이 답'이라는 결론을 내리게 됩니다.

사람들과의 관계로 인해 상처를 받았으면 피하려고 하지 말고 사람을 통해 치유하라는 이야기입니다.

열 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속담처럼

알 수 없는 마음을 만져주고 보듬는 일이야 말로 가장 보람된 일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김지용 선생님이 추천하는 마음 근육을 키우는 방법들을 실생활에 적용해 봐야겠습니다.

칭찬 일기, 감사 일기, 마음 챙김으로 현재의 행복에 집중하기.

이 세 가지 방법이면 삶의 의미를 깨닫는 데 충분할 것 같습니다. 우울이 찾아오려다가도 멀리 사라질테니까요.

요즘 정신과에 대한 편견이 줄어들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감기가 걸리면 병원을 찾듯이 마음에 감기가 걸리면 정신과에 가서 진료를 마음껏 볼 수 있는 그런 사회.

정신과 진료 기록이 그 사람의 앞날을 방해하는 것이 아니라 더 나은 미래를 위해 파란불이 켜질 수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요즘처럼 정신없는 시기에 '어쩌다 정신과 의사'를 통해 솔직한 이야기들을 마주해서 참 좋았습니다. 어쩌다 정신과 의사가 되었지만, 그 누구보다 열정적인 의사가 된 김지용 선생님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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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도 사랑도 일단 한잔 마시고 - 음주욕 먼슬리에세이 3
권용득 지음 / 드렁큰에디터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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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센스있는 신예출판사 드렁큰에디터. 먼슬리에세이 3번째 출간이다. 음주욕이라는 주제로 제목은 '일도 사랑도 일단 한잔 마시고'라는 책이 출간되었다. 표지도 산뜻함 그 자체! 동글동글 몽글몽글한 원들이 책 주변을 둘러쌓고 있다. 이미 물욕, 출세욕에서 검증을 받았던 책이라 음주욕에 관한 이야기도 믿고 읽을 수 있었다는.

일단, 핫한 작가인 이슬아 작가의 추천사로 묻어 가려는 권용득 작가의 모습이 너무나도 재미있었다. 이슬아 작가는 권작가를 용득씨라고 이야기하는데 이 책을 읽지 않으면 안될 것 같은 추천사였다.

음주욕에 관한 주제이지만, 이 책은 술, 사랑, 마누라에 대한 이야기로 이루어져있다. 작가 용득씨도 그렇게 이야기하고 있다. 마누라에 대한 이야기가 더 많이 나오는 것 같다고. 하지만, 음주욕에 기반한 술을 아우르는 이야기들 속에서 마누라에 대한 사랑이 담겨 있으면 그거야 말로 제대로 된 전달이 아닌가. 마누라와 술을 빼놓고 이야기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술을 좋아하는 부부. 연애부터 부부가 되어서 까지 술과 함께였다고 한다. 틈만나면 마시고 또 마시고, 그에 대한 에피소드들이 초반에 담겨 있다. 일반적으로 연애를 하면 영화도 보고, 놀이동산 데이트도 해야 하는 거 아닌가?

허나, 이 커플은 다르다. 술을 음료수, 커피 보다 자주 마신다. 그래서인지 부부가 되는 과정도 스피드할 수 밖에 없었던 것 같다. 초반부의 에세이는 부부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솔직하고 담백하게 그려냈다.

그러다 중후반부터 가면서 웃음보다는 감동이 더 진하게 밀려온다. 만화가로, 작가로 열심히 살아가는 용득씨의 이야기는 이처럼 유쾌하고, 눈물나고, 감동적이다. 곳곳에 마누라의 눈치를 보는 듯한 느낌과 아이에 대한 사랑과 가장으로서의 책임감이 느껴지는 에세이다. 이렇게 사람사는 이야기를 통해서 다른 사람의 삶도 나의 삶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하며 위안을 느낀다.

​삶이 뭐 다른 것이 있겠는가! 사람과 사랑, 술과 사랑, 사람과 술의 연결고리가 계속 되는 책이다. 양벌리에서 있었던 '남향'에 관한 이야기는 참았던 웃음보가 터졌다. 이사를 가기 위해 집을 계약하던 중 용득씨가 ‘남향’이라는 말만 믿고 덜컥 집을 구입했던 에피소드다. 다른 것은 안 보고 남향만 믿고 집을 사면 어찌되는지 책을 보면 알 수 있다. 마누라가 양벌리에서 운전을 하는 것도 유쾌한 에피소드였다.

개인적으로 음주를 하지 않고, 그러기에 음주욕도 없지만 용득씨의 삶을 통해 음주란 무엇인가를 생각해보게 되었다. 사람이 술을 마시고, 술이 사람을 마시고, 술이란 뭔가. 술이 없는 인생이란, 인생에서 술은 어떤 연결고리가 있는가 등등. 인생이 고달프고 애달프다는 것과 술을 연결시켜봤지만, 쓰디 쓴 것이 인생이라는 생각. 앞으로의 글쓰고 그림그리는 용득씨의 삶을 응원하고 싶다. 만화가인 마누라도 흥했으면 좋겠다. 비오는 날, 술술 읽히는 에세이. 비오는 날에는 ‘일도 사랑도 일단 한잔 마시고’를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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