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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마음이 불행하다고 말했다
손미나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0년 9월
평점 :
고등학교 시절, 도전 골든벨 촬영을 했었어요. 그 때 아나운서가 바로 손미나 아나운서. 도전 골든벨에서 나눠 준 모자에 손미나 아나운서의 사인을 받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 후로, KBS 아나운서 사퇴를 하고 돌연 스페인으로 유학을 떠나고 ‘스페인, 너는 자유다’라는 책을 출간한 강연자로 다시 만나게 되었지요. 전 세계를 누비며 다양한 경험을 하는 모습이 어찌나 멋져보이던지요. 그녀가 운영한 팟캐스트도 재미있게 들으며 손미나씨의 삶을 응원하고 있었어요. 인생학교 교장 선생님으로, 손미나 앤 컴퍼니 대표로 쉼 없이 달려 온 그녀에게 번아웃이 찾아옵니다. 그래서 모든 것을 내려놓고 번아웃을 이겨내려고 노력하는 모습들이 신간 ‘어느 날, 마음이 불행하다고 말했다’에 나옵니다.
표지에는 ‘나는 그게 행복을 위한 노력인 줄 알았다. 내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도 모르면서’라는 글귀가 작게 적혀있습니다. 계획을 세우면 그것을 해내고, 성취감을 느끼는 일련의 과정들 속에서 많이 힘들었던 ‘마음’을 돌아보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마음은 많이 힘들고 지쳐있는데 자꾸 ‘해야만 하는 것들’로 매일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는 것이죠. 겉으로 볼 때 승승장구하는 그녀의 모습을 보면서 어디서 저렇게 파워풀한 에너지가 나올까? 신기하다는 새각도 들었거든요. 하지만, 마음은 이야기 합니다. ‘불행하다고’
불행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그녀는 공간의 변화를 통해서 마음의 소리를 듣게 됩니다. 그 과정에서 태국 코사무에서 만난 그루와의 대화를 통해 펑펑 울기도 하면서, 치유하는 과정들을 그려 냅니다. 그동안의 성취들을 말하면서 ‘잘했다고 자랑’하는 시간이 아니라 ‘고생하고 힘들었을 마음’을 보듬지 못해 미안하고 합니다. 진짜 내가 하고 싶은 건 무엇인지 고민 끝에 ‘살사’ 춤을 배우러 쿠바에 갑니다. 그곳에서도 자꾸 머리로 살사춤을 추는 모습이 나오는데요, 머리가 아니라 마음으로 추는 살사춤이 무엇인지 깨닫게 됩니다. 자유로운 쿠바에서 자꾸 스스로를 옭아매려는 것이 무엇이었는지.
두 번째로 ‘서핑’에 도전하는 그녀. 평소 해보고 싶었던 버킷리스트라고 해요. 거친 파도와 함께 해와 달에 의지해서 서핑보드를 타고 끝내 파도를 즐기는 모습에 박수를 보내게 되더라고요.
마지막으로 ‘이탈리아어’를 배우기 위해 이탈리아로 떠나는 여정이 나옵니다. 한 달 동안 이탈리아를 배우면서 언어에 대한 소중함, 만남에 대한 두려움을 벗어내는 것을 이야기 하네요. 특히, 마당발이라고 소문난 손미나씨가 인간관계에 대한 두려움을 솔직하게 고백하는 모습, 불행했던 마음을 다독이는 과정들을 그려냈다는 점이 신기했어요.
그동안 스스로를 괴롭히고 상춰줬다는 생각에 ‘미안하고 고마웠다’고 고백하는 그녀. 내면부모가 내면아이보다 강해서 자꾸 ‘해야만 하는 것’에 대한 강박이 더욱 강했다고 합니다. 태국 코사무이에서 만난 그루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손미나씨에게 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대한민국 워커홀릭들에게 하는 이야기로 들립니다. 이 책은 성취를 위해 무작정 달려오다가 어느 날, 갑자기 우울감이나 무력감이 찾아온 사람들을 위한 토닥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