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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림만 하던 옆집 언니는 어떻게 작가가 되었을까?
정경숙 지음 / 바이북스 / 2021년 1월
평점 :
제목이 끌리는 책이 있지요. 이 책이 그랬습니다. [살림만 하던 옆집 언니는 어떻게 작가가 되었을까?] 제목에서부터 느낌이 딱 옵니다. 재능도 부족하고, 나이도 많은 옆집 언니의 생생 체험기를 만날 수 있는 책입니다. 배송되서 받자마자 그 자리에서 다 읽은 책이라고 할 수 있어요.
작가가 된 옆집 언니는 21년차 가정주부입니다. 뭔가 푸근함이 느껴지더라고요. 동네 산책하다가 많이 봤을 것 같은 친근함이랄까요. 책 처음에 등장하는 글 중에서 결혼 후 아이를 잃는 유산의 경험은 더 없이 슬프게 느껴지네요. 그러다 선물처럼 찾아 온 두 아이를 키우고 부동산 큰 손을 꿈꾸게 됩니다. 공인중개사에 합격해서 사무실을 차려서 일을 하지만 일하며 독서하고 글을 쓰는 일이 더 좋아서 2년만에 그만두게 되었다는 이야기. 새로운 일에 도전하고 그만두는 것도 뭔가 화끈합니다.
작가가 되기로 마음을 먹고 남편에게 글쓰기 수업료 500만원을 받게 됩니다. 4년간 천 권의 독서, 하루 10페이지 글쓰기를 매일 하면서 그것이 삶의 루틴이 되었다고 말합니다. 특히, 자기계발서를 열심히 읽었다가 그것이 자신에게 독이 되어 돌아왔다는 구절은 정말 와 닿는 부분입니다. 저도 한 때 자기계발서만 읽었던 시절이 있었거든요. 새벽에 일어나 글을 쓰고 꿈을 향한 루틴을 만들어보라는 조언들이 참 많이 나옵니다. 하지만, 그것이 자신에게 맞는 옷이 아니라는 것을 수많은 경험을 통해 깨닫게 되지요.
21년차 주부의 경력, 남들처럼 화려한 경험도 없고, 특별함보다는 평범함이, 그리고 여러가지 다양한 경험을 통해서 작가라는 글쓰기 힘을 기르지 않았을까 생각해봅니다. 일상 속 글쓰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지만 그 속에서 꿈을 꾸고 재능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주부로서의 삶만이 아니라 [작가]의 삶을 누구나 꿈꾸게 되는데, 이 책은 그 꿈을 실현된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두 아이도 사춘기를 겪지 않고 안아주고 뽀뽀하며 배웅하고, 엄마가 작가가 되는 것을 응원하고, 글을 써 보라는 남편의 권유가 없었다면 그녀가 작가가 될 수 있었을까요? 가족들의 사랑과 지지 덕분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시간이 없다고, 자신이 없다고, 할 수 없다고.. 포기했던 일들이 얼마나 많은가요. 이 책을 읽다보니 제 자신이 먼저 한계를 정하고 '어, 이건 안되겠어! 포기할래.'하면서 그만두었던 일들이 떠올랐습니다. 남의 이목 때문이 아니라 진짜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사는 것이 중요한데 말입니다.
<남편의 돈은 내 인생의 마중물>편을 특별히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글쓰기 비용 500만원을 달라고 하는 과정에서 있었던 남편과의 에피소드입니다. 책 한 권을 쓴다고 인생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그러한 경험이 인생의 마중물이 된다는 교훈을 얻었다는 것입니다. 쉽지 않은 결정이지만 수업료를 통해서 더욱 더 열심히 글을 쓰게 되었겠지요. 책이 출간된 지금은 그 누구보다 응원을 하고 있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옆집 언니의 소소한 이야기를 통해 작가가 되고 싶은 제 마음에도 불쏘시개가 되었습니다. 글쓰기 비용 500만원부터 마련해야 될까요? 그게 힘들다면, 지금부터라도 10페이지씩 매일 글쓰기를 해봐야겠습니다. 생생 체험기를 통해서 많은 자극을 받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저 또한 그녀의 글쓰기를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