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그랬듯이 또 차였다. 머리보다는 마음으로 느끼고 공유하는걸 좋아한다며 자신과 맞지 않을거라며 떠나간 그녀...독서를 먹는 것에 비유하며 난 이렇게 말했었다. ˝맛있는것도 좋지만 배부른 게 좋아요. 책도 그렇게 읽는 것 같아요. 읽는다는 것에 의미를 두고, 음미하기보단 뭔가 쌓임을 기뻐하죠˝그녀는 자신은 반대라고 말하며박완서를 좋아한댔다. 차이고 나서 난 박완서를 꺼내들었다. 그 때까지 내가 읽은 박완서는 에세이집 두권밖에는 없었다. 그녀를 이해할 수 없었다. 그녀가 왜 박완서를 좋아하는지...그녀에게 연락을 해서 물어보고 싶었다. 왜 박완서를 좋아하냐고...내가 보기에 이 소설집은 그녀가 아니라 내가 좋아해야 마땅한 소설집이었다. 정호승 시인이 노래했다. `나는 그늘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그늘이 있는 사람을 사랑하는 건 아니지만서도 그만큼 그늘이 짙은 작가가 또 있을까 싶기도 하다. 오빠를 잃고 그 오빠를 잃은 어머니와 함께 하다가자신도 그 어머니의 아픔을 물려받은...그리고 그녀는 그 아픔을 예술로 만들었다. 예술이 잔인하다는 것을 몸소 증명이나 하는 것처럼...그녀의 그늘은 처절하게 아름다웠다. 그리고 복효근 시인이 노래한 것처럼그녀의 상처에선 꽃향기가 난다.
하릴없이 tv 리모콘을 만지작거리다 손이 멈춘 프로는 비밀독서단이었다. 마침 읽었음을 자랑스러워했던`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 대해이동진 평론가가 열심히 설명을 하고 있었다. 그의 설명을 들으며 느낀 점 하나...내가 헛 읽었구나어디가서 읽었다고 말하기 부끄러운데...ㅠㅜ사실 그렇다. 뜻도 모르면서 읽는 책이 꽤나 여러권이다. 책장에 꽂힌 책을 보며 뿌듯해하다가도문득 나의 독서 수준의 미천함을 깨닫기도 한다. 그렇지만 이해를 못한다고 남는게 없는건 아니다. 특히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같은 소설은 더욱 그런 듯 하다. 사람은 철학으로 사는게 아니라 내러티브로 살아가니까...독서는 쌓아가는거라고 자주 생각한다. 내러티브가 쌓이면 그리고 그 내러티브에 대한 통찰이 쌓이면 그 철학도 언젠간 보이겠지...그래서 좋은 책은 읽을 때마다 새로워지는거지라고 오늘도 스스로를 위로한다.
음악에 뭔가가 더 덧입혀졌을 때음악은 더욱 특별해진다. `꽃의 왈츠`이 음악이 내게 있어 그렇다. 내가 이 멜로디를 접하게 된건오케스트라도 아니었고, 발레에서는 더더욱 아니었다.조그마하게 음악이 흘러나오는 오르골...그 작은 오르골 상자를 끊임없이 돌려가며곡의 이름도 모른 채 멜로디를 들었었다. 생각해보면 그 오르골을 돌리던 시기가내 인생에서 가장 순수하고 즐겁던 시기가 아니었을까싶다. 오르골을 잃어버리고 한참이 지나서야음악을 찾게 되었다. 그 음악의 제목이 꽃의 왈츠임을 알고 나서도한참이 지난 후에야 음반을 구입하게 되었다. 오케스트라가 겨우 오르골을 추억하게 한다면게르기예프 입장에서는 서운할지도 모르겠다만어쩌랴 음악이 원래 그런것임을....
나왔구나...읽고 싶었지만 번역이 안되어미국여행서 원서로 사온 책...한국서 설마 이 책이 번역되어 나올 줄은 몰랐다. (특히나 한국사회서) 논란은 피할 수 없을 것 같다. 그러나 타종교를 포용하려는 저자의 노력만큼은 누군가에게(될 수 있으면 많은이에게) 전달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ㅎㅎ 내가 읽은 책 중에 가장 시니컬한 책이다. 이렇게 차갑고 날카롭게 글을 쓰다니,그는 따뜻하고 인간적인 사람임에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