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그랬듯이 또 차였다. 머리보다는 마음으로 느끼고 공유하는걸 좋아한다며 자신과 맞지 않을거라며 떠나간 그녀...독서를 먹는 것에 비유하며 난 이렇게 말했었다. ˝맛있는것도 좋지만 배부른 게 좋아요. 책도 그렇게 읽는 것 같아요. 읽는다는 것에 의미를 두고, 음미하기보단 뭔가 쌓임을 기뻐하죠˝그녀는 자신은 반대라고 말하며박완서를 좋아한댔다. 차이고 나서 난 박완서를 꺼내들었다. 그 때까지 내가 읽은 박완서는 에세이집 두권밖에는 없었다. 그녀를 이해할 수 없었다. 그녀가 왜 박완서를 좋아하는지...그녀에게 연락을 해서 물어보고 싶었다. 왜 박완서를 좋아하냐고...내가 보기에 이 소설집은 그녀가 아니라 내가 좋아해야 마땅한 소설집이었다. 정호승 시인이 노래했다. `나는 그늘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그늘이 있는 사람을 사랑하는 건 아니지만서도 그만큼 그늘이 짙은 작가가 또 있을까 싶기도 하다. 오빠를 잃고 그 오빠를 잃은 어머니와 함께 하다가자신도 그 어머니의 아픔을 물려받은...그리고 그녀는 그 아픔을 예술로 만들었다. 예술이 잔인하다는 것을 몸소 증명이나 하는 것처럼...그녀의 그늘은 처절하게 아름다웠다. 그리고 복효근 시인이 노래한 것처럼그녀의 상처에선 꽃향기가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