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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딸로 태어나고 싶지는 않았지만 - 큰딸로 태어난 여자들의 성장과 치유의 심리학
리세터 스하위테마커르.비스 엔트호번 지음, 이상원 옮김 / 갈매나무 / 2018년 9월
평점 :
절판
“......첫째라 제 몫 다하느라 고생한다.”
나는 첫째 딸이다. 하지만 뭐 그렇게 ‘첫째’의 ‘제 몫’에 대해서는 생각해 본 적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어느 날 우연히 부모님이 하시는 말씀을 들었다. 그런가, 첫째라 제 몫 다하느라 고생이었나. 그런 것 같지는 않은데. 나 알게 모르게 첫째 딸 콤플렉스가 있었나? ‘첫째의 제 몫’은 도대체 뭔데?
그러던 차에
1. 나처럼 첫째 딸인 친구가 맏이의 어려움을 커밍아웃 했다.
2. 어느 예능 프로그램에서 자신의 첫째 딸을 보며 첫째 딸로 살았던 자신을 떠올리는 배우가 나왔다.
3. ‘첫째 딸로 태어나고 싶지는 않았지만’이라는 이 책이 나왔다.
책은 온통 첫째 딸 이야기다. 부모의 관심을 오롯이 받으며 태어나 모든 것이 처음인 부모에게 세상의 중심이었다가 동생이 생기면 그 지위를 순식간에 빼앗기게 된 첫째. 첫째니까 동생에게 잘 해야지 하는 책임감 속에서 자라면서 스스로를 누군가의 버팀목으로 키워 나간 첫째.
첫째 딸인 나를 돌아보기로 했다.
1) 처음에는 맏이가 될 줄 몰랐다.
2) 시간이 지나 동생이 생기면서 첫째 딸이 되었다.
3) 가족의 관심을 동생과 나누어 갖는 것에 대해 어떤 감정인지 사실 기억은 안 난다.
4) 하지만 늘 어린 동생을 내가 잘 보살펴야 한다고 생각했다.
5) 동생보다 많은 경험치가 있어서 이런저런 조언이나 잔소리도 한 것 같다.
6) 동생이 나쁜 길로 갈까 봐 노심초사 했었다.
7) 대학 갈 때쯤에는 첫째인 내가 길을 잘 뚫어 놓아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
8) 집안 경조사가 생기면 맏이인 내가 뭐라도 해야지 하는 생각이 든다.
9) 나이가 들수록 자꾸 가족에 대한 책임감이 커진다.
아, 이쯤 쓰고 있자니 첫째의 제 몫이라는 게 소소하지만 나에게도 있었다. 첫째 딸로 태어난 게 아니라 첫째 딸로 길러진 사회적 존재. 사람의 성격과 행동을 만들어가는 많은 요소가 있겠지만 가족 관계에서 ‘첫째 딸’이라는 것 역시 나를 키운 몇 할의 요소였다.
나를 키운 ‘첫째 딸’ 타이틀이 부담스럽지는 않다. 그래, 이 지긋지긋한 책임감! 이러면서도 사실 내심 맏이라 좋다. 그래서 이번 생애에 첫째 딸은 처음이라 뭣 모르고 자랐지만, 다시 태어난다면 그때도 역시 수고스럽겠지만 첫째 딸로 태어나고 싶다. 아무래도 둘째나 막내는, 아, 마음이 안 놓인다.
“아무래도 맏이가 더 낫겠어, 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