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에 바이러스가 들어왔다는 경고가 모니터에 떴다. 트로이 목마 이름을 딴 것이었고 치료를 했고 다시 켤 것을 지시 받았다. 재부팅에서 컴퓨터가 수술 뒤 시체로 변한 인체 같았다. 시스템 복원 시디(CD)를 끼우고 랜(LAN) 드라이버를 돌렸고 시간 남짓 걸렸다. 냉동인간에 혈색이 살아나고 눈을 껌벅이게 되듯 컴퓨터에 인터넷이 살아나고 마우스가 클릭이 되었다.
_해가 지고 있어 잔양이 눈을 찔러대기도 했다. 작가님 글에서요. 햇빛은 지고 있어도 햇빛이라서 눈을 찔러대네요.
_석양이 눈을 찔러대기도 했다는 그렇군요. 잔양 v 석양.
_그가 땅을 밟았을 때, 아직도 서천에 걸려 있던 여름날 하오의 잔양 한 점이 그의 눈을 찔러 왔던 것이다.
_김성동 소설 '풍적'(1983)에 나오지.
_표준국어대사전에서 '잔양' 예문으로 뽑아놓았어요.
_에밀리 브론테의 햇빛을 볼까.
_열두 연으로 이루어진 시 '별밤' 끝 연에서요.
살기 돋친 햇빛은 앓고 있는 사람들의 피를 말린다.
살기 돋친 햇빛은 앓고 있는 사람들의 눈물을 마신다, 이슬 대신에.
해가 눈멀게 하고 힘을 휘두르는 동안은 내내 나를 잠들게 하라.
별님들 깨어날 때만 함께 깨어나게 하라.
That drains the blood of suffering men;
Drinks tears, instead of dew:
Let me sleep through his blinding reign,
And only wake with you!
번역 대본은 Penguin Classics의 '에밀리 브론테 시 전집'(Janet Gezari 교수 편, 1992)이고 나가오카 히로시 교수 번역 '에밀리 브론테 全 시집'(1991) 참고했어요. 에밀리 브론테(1818~1848), 언니 샬럿, 동생 앤, 세 자매의 합동시집(1846년)에 실린 시이죠. 휘문출판사(1980) 강봉식 역 '폭풍의 언덕/시'도 참고가 되었어요.
지붕에 눈이 쌓여 눈밭이 되었고 참새 떼가 용마루 끝에 몰려 있는 새 사진을 남편이 담아왔다. 한 마리가 뒤늦게 무리에 합류하는 과정이 변화를 주었다.
_덕수궁(德壽宮) 박물관에 청자 연적이 하나 있었다. 내가 본 그 연적(硯滴)은 연꽃 모양으로 된 것으로, 똑같이 생긴 꽃잎들이 정연(整然)히 달려 있었는데, 다만 그 중에 꽃잎 하나만이 약간 옆으로 꼬부라졌었다.
_이 균형(均衡) 속에 있는, 눈에 거슬리지 않는 파격(破格).
_금아 선생 수필 '수필'에 나오는 글이네요.
_한 조각 연꽃 잎을 옆으로 꼬부라지게 하기에는 마음의 여유(餘裕)를 필요로 한다.
_피천득 님의 명문이었어요.
_수필은 새로 치자면 학이라고 했어.
_백학에 단정학이라서 멋이 일품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