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알라딘연재소설님의 "[신경숙 소설] 어디선가 끊임없이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 제104회"

미루가 쓴 문장들이 회오리바람을 타고 있는 것처럼 눈앞에서 쓸려다녔다. 작가님 글에서. 문장들이 낙엽이라도 된 것 같네요. 회오리바람 테크닉으로 메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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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알라딘연재소설님의 "[신경숙 연재] 어디선가 끊임없이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 - 제9회 "

비타민 C가 많아 건강을 챙겨줄 감, 가뭄 걱정을 덜어주고 풍년을 기약해줄 폭설, 조상의 생활 지혜가 압축되어 있다고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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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탁에서 밥반찬 그릇이 뚜껑을 동행하고 냉장고에 내 자리 하듯 들어가 앉는다. XY 좌표 값을 정해놓은 것과 다름없는 반찬들이었다. 같은 색을 띠는 감과 귤은 Z축 아래쪽 좌표를 함께하고 바구니가 보금자리였다. 보금자리가 비고 비타민 C가 보약처럼 보충되었다. 감은 장의 마지막 직장 끝 괄약근과 힘겨루기를 하는 약 같아서 한꺼번에 다량은 안 먹고 알약을 먹을 때는 안 먹었다. 삶의 끝에는 사람이고 짐승이고 직장 끝 괄약근이 풀려 삶과 죽음의 판별식으로 쓰이곤 했다. 

 

_어느 날 낮에 집 나온 고양이가 무단횡단을 하다가 달리는 차에 튕겨 도로 가에 내팽개쳐져 있었어요. 근처의 정보도서관을 찾아온 여학생들이 쓰러진 고양이를 가엽게 여기고 동물병원에 데려다주자는 의견이 나왔어요. 길 가던 어떤 아저씨가 보더니 고양이는 죽었다고 가볍게 말했어요. 

_그 아저씨는 고양이의 직장 끝 괄약근이 풀린 것을 보고 고양이가 삶을 마감했다고 판정했을 거야.    


_계절은 새순이 오르고 태풍이 지나가고 감이 열렸으며 폭설이 내렸다.  

기승전결의 네 구로 압축되듯이 작가님의 표현이 간결해요. (가녀릴) 새순 v (세상을 흔들어놓을) 태풍. (연시로 익을) 감 v (세상을 하얗게 바꾸어 놓을) 폭설. 새순이 오르고 (중략) 폭설이 내렸다.  

_비타민 C가 많아 건강을 챙겨줄 감, 가뭄 걱정을 덜어주고 풍년을 기약해줄 폭설, 조상의 생활 지혜가 압축되어 있어.
_감의 한 해를 적어볼게요. 감나무에 새순이 올라오고 감꽃 봉오리가 벙글고 감또개 목걸이를 하고 태풍이 비껴가고 감이 열렸으며 우듬지에 까치밥을 달아놓고 폭설에 달아오르듯 빨개졌다.  

 

마을이 오래되고 집집마다 감나무가 있었다.
_일본의 바쇼(Basho 芭蕉)가 쓴 짧은 시 하이쿠(haiku)를 읊어보고 옮겨볼게. 

 

사토후리테(SATO FURITE)
가키노키모타누(KAKI NO KI MOTANU)
이에모나시(IE MO NASHI)

 

마을 오래되어
감나무 가지지 않는
집도 없다. 

1694년 가을, 바쇼(1644년생) 쉰하나 때였어. 시에 살을 붙이고 힘줄을 풀어볼게.
마을이 생긴 지 오래되어
감나무가 없는
집도 없다 

 

감나무가 있는 집은 감을 먹을 기회가 많고 혈관이 튼튼해져서 고혈압, 뇌졸중에 효능이 있는 감은 건강을 지켜주고 삶의 질을 높여주지 않겠어? 집집마다 감나무가 있으니 오래된 온 마을이 삶의 질을 높이고 살아왔겠다는 생각이 들어. 이런 면이 상승효과를 일으켜 요리 관련 일을 해본 적이 있는 바쇼의 하이쿠에서 감칠 맛을 느끼는 것 같아.          

 

남편이 감나무에 먼저 익은 홍시를 직박구리가 파먹는 새 사진을 담고 들어와서 보여줬다.  

_까치밥을 쪼아대는 새 사진에 출연하는 새에 까치 말고 직박구리도 잘 찍혀.  

_숲 속의 수다쟁이 별명이 어울리더군요. 가락의 멋은 모르고 악다구니 쓰는 힘만 내어 창 밖이 떠들썩하다면 이 새였어요. 흐느끼지 않고 통곡을 하는 영결식을 할 새를 뽑는 우화를 쓴다면 이 새를 추천하겠어요.  

_듣기가 드물기는 하지만 아리아를 안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밝혀놓아야 하겠네.  

1990년에 바뀐 익소스 아마우로티스(Ixos amaurotis)나 2002년에 고친 미크로스켈리스 아마우로티스(Microscelis amaurotis)가 국제적인 분류나 보전 사이트에서 쓰는 라틴어 학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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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알라딘연재소설님의 "[신경숙 소설] 어디선가 끊임없이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제103회"

처음 만났는데 다시는 만나지 말자, 라고 말할 수밖에 없는 사이가 미루 어머니와 나의 관계였다. 우리는 헤어지지 못하고 그렇게 자동차 안에 오래 앉아 있었다. 기사가 차에서 내려 바닥에 놓여 있는 상자를 차 안으로 들여놓았다. 자동차 때문에 보행이 불편해진 사람들의 얼굴에 퍼지는 불만을 응시하며 우리는 오래 그러고 있었다. 침묵을 깨고 미루 어머니가 에밀리를 데려가겠냐? 라고 물었을 때까지. 작가님 글에서. 자동차 안에 오래 앉아 있었다. [중략] 자동차 때문에 보행이 불편해진 사람들의 얼굴에 퍼지는 불만을 응시하며 우리는 오래 그러고 있었다. '앉아'가 '그러고'로 바뀌었네요. 오래 앉아, 오래 그러고 테크닉으로 메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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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지어 허리를 굽히고 구십 도 각도로 절하는 가로등이 밤길을 안내하며 우리 모녀의 발걸음을 환하게 환대하였다. 미국 44대 대통령 버락 오바마가 한 세대 위 70대 중반 일왕 아키히토(Akihito 明仁)에게 직각 인사를 하고, 반세기 전 1959년 드와이트 데이비드 아이젠하워(Dwight David Eisenhower) 미국 대통령이 뻣뻣하게 선 프랑스 총리 샤를 드골(Charles de Gaulle) 앞에서 고개를 숙이고 인사한 일이 화제가 되는 시절이었다. 아이젠하워는 미국 웨스트포인트(West Point) 육사를, 드골은 프랑스 생시르(Saint-Cyr) 육사를 나와서 두 나라 국민의 심기는 놔두고라도 양국 육사졸업생들의 기분은 어땠을지 모르겠다.    

 

진눈깨비가 제 눈에 비가 섞인 것과 가로등에서 내어주는 불빛과 차도와 보도를 아우르는 가로를 가로지르는 밤바람을 이용하여 유성우 쇼를 연출해내고 있었다. 마술사 진눈깨비는 제 분신을 목도리와 어깨 어름에 내려앉히고 이솝우화의 모기처럼 말을 걸어왔다. 오래 앉아 있다 싶었던 모양이었다.
_이제 내가 떠나가기를 바라느냐?
_내려앉을 때도 눈치 채지 못했고 날아가도 알아차리지 못할 것이다.    
눈 오면 날씨가 푹해진다고 했다. 진눈깨비도 눈인지 밤바람이 부드러워졌다.   

 

_들판에서 밤바람이 불어와 우리의 희망을 데리고 먼 시간 속으로 먼저 출발하는 듯했다.
_작가님 표 표현이네.
_희망의 출발이 밤바람과 출발 춤사위 좋고 ‘먼 시간으로 먼저’ 가락 좋아요. 작가님 가락을 좋아해요.
_아이크(Ike) 애칭을 가졌던 아이젠하워의 미국 34대 대통령 당선에 힘을 실어준 선거구호가 생각나네. I like Ike. 가락 한번 좋지.
_에밀리 브론테가 스무 살 무렵 연월을 적은 시편이 있어요.

한 사람 놔두고는 아무도 그가 삶을 떠나는 것을 보지 못했다.   

 

고별의 날을 접고
저녁 바람결은 슬피 한숨지으며
그의 넋을 지상에서 멀리 싣고 갔다.   
 

None but one beheld his dying

Parting with the parting day
Winds of the evening sadly sighing
Bore his soul from earth away   

 

_어둡고 쓸쓸한 저녁만이 지켜 본 어느 삶의 끝이에요. 넋의 장송에는 고별식(영결식)도 빠져 있어요.
_어둡고 쓸쓸한 저녁만이 지켜 본 어느 삶의 끝... 쓸쓸하네.
_그가 삶을 떠나는 것을 본 사람이 어둡고 쓸쓸한 저녁이었다는 것이지요. 에밀리 디킨슨(Emily Dickinson) 시 #712에서는 죽음(사신)이 친절하고 같이 영구용 마차를 타고 가고 그러더군요.

 

내가 죽음(사신) 쪽으로 잠깐 들를 수 없어
내 쪽으로 그가 친절히 잠깐 들러주었다.
영구용 마차에 우리들만 타고 있었다.
영원불멸도 함께.    

 

Because I could not stop for Death—
He kindly stopped for me—
The Carriage held but just Ourselves—
And Immortality. 
 

_에밀리 브론테가 한 세대를 살고 1848년에 세상을 떠났고, 에밀리 디킨슨이 두 세대 조금 덜 살고 1886년에 마차를 타고 갔지. 

남편이 통일로와 나란히 달리는 공릉천으로 흘러드는 고골입구 실개울을 따라난 농로를 지름길로 잡아 밥집으로 가는 밤길을 걷다가 만난 새 이야기를 했다.
_밤이라서 오가는 사람이 없다가 지나가는 발소리에 말소리까지 곁들여 들려 자다가 놀랐는지 실개울에서 푸드득 날아올랐어. 놀란 건 우리 일행이었어. 흰뺨검둥오리 세 마리였어. 낮에 실개울 가 갈대 사이로 더러 봐. 
흰뺨검둥오리는 비둘기 두 배쯤 크고 라틴어 학명이 아나스 포에킬로륀카(Anas poecilorhyncha)다. 제임스 쿡(James Cook) 선장의 태평양 항해에 동행하여 이름이 잘 알려진 요한 라인홀트 포르스터(Johann Reinhold Forster)가 1781년 이 학명을 붙여주었다.  아나스 속에는 청둥오리, 쇠오리, 고방오리 들이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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