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알라딘연재소설님의 "[신경숙 소설] 어디선가 끊임없이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 제114회"

야윌 대로 야위어 나무 펜대처럼 보이기도 했다. 작가님 글에서. 나무 펜대. 나무젓가락이 아니고요. 언젠가 대중목욕탕에서 본 노인분. 야윈 두 다리가 볼록한 배에 달랑거리는 것이 목젓가락 같았죠. 나무 펜대 테크닉으로 메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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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위 춤사위에 사다리를 부여잡고 발을 올려놓듯 노면보다 한 계단 높은 역세권 부츠가게에 들어섰다. 발목을 소가죽으로 감싸고 옆 라인에 지퍼를 질러서 편한 검정 앵클부츠에 발목이 빠졌다. 알토란처럼 흰 봉투를 꺼내고 가게 문을 빠져나왔다. 아래위 검정 옷차림 이십 대 남자점원이 남고 흰 장갑 삼십 대 젊은 여주인은 가게 안문으로 들어가고 검은 꼭뒤가 예뻐진 손님에 흰 형광등 불빛이 문 안에서 우리 모녀를 전송했다.  

 

_어깨까지 내려오던 검은 머리, 흰 셔츠 위에 입었던 검은 조끼, 눈처럼 희던 운동화. 작가님 글에서요. 흑, 백, 흑, 백. 리듬을 타요.   

_에밀리 브론테 소설에서는 어떻니? 

_이런 대목이 있어요. 

 

로비나 복도가 따로 없는 가족들의 거실을 이 고장에서 가리키는 '하우스'의 마루는 매끄럽고 흰 돌로 되어 있었다. 의자들은 등받이가 높고 고졸한 짜임새를 보여주고 녹색 페인트칠을 해놓았다. 실내가 눈에 익고 무게가 나갈 검은 의자 한두 개가 구석 그늘에 숨어 있었다.
(에밀리 브론테 소설 '폭풍의 언덕', 1장에서.)
 

The floor was of smooth, white stone; the chairs, high-backed, primitive structures, painted green: one or two heavy black ones lurking in the shade.  

 

 

_볕이 들어 꽃이 피는 데에 푸른 소가 누워 있고
  가지가 높아 솔이 우러러보이는 곳에 흰 두루미가 눈을 붙이고 있네.  

 

  花暖靑牛臥(화난청우와)
  松高白鶴眠(송고백학면)  

 

이백(李白)의 시구를 읊었어.
_푸른 소에 솔, 즉 푸른 솔을 생각해보면 흰 두루미에 꽃은 흰 꽃이 짝을 이루지 않을까 해요.

  볕이 들어 흰 꽃이 피는 데에 푸른 소가 누워 있고
  가지가 높아 푸른 솔이 우러러보이는 곳에 흰 두루미가 눈을 붙이고 있네.

 

새 사진 갖고 들러오던 남편이 흰 두루미에 차린 밥상에 숟갈 하나 올리듯 한마디 얹었다. 

_어린 두루미는 쇠똥이 안 벗겨진 아이처럼 다갈색이어서 어미 새와 구별이 돼.  

_학(鶴)이라고도 부르는 두루미의 라틴어 학명은 그루스 야포넨시스(Grus japonensis)이네요.  

_유럽에서 보통 학(common crane)이라고 하는 그루스 그루스(Grus grus)는 흰 두루미가 아니고 잿빛이야. 

_학의 라틴어가 그루스(grus)이네요. 

_린네가 1758년 종 이름을 처음에 그렇게 달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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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알라딘연재소설님의 "[신경숙 소설] 어디선가 끊임없이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 -제23회"

어깨까지 내려오던 검은 머리, 흰 셔츠 위에 입었던 검은 조끼, 눈처럼 희던 운동화 작가님 글에서. 흑, 백, 흑, 백. 변주가 재밌네요. 흑백 변주 테크닉으로 메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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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 내린 겨울비가 고이고 고이 지나가는 구름을 찍고 지우곤 하던 물웅덩이에 겨울이 시작하는 눈발이 날렸고 엊저녁부터는 살얼음이 살짝 얼었다. 코끝이 아릿해지는 아침을 맞아 백운대 인수봉 산봉우리가 백분 단장을 하고 친정 어머니 생신날 음력 스무날을 맞은 낮달이 살짝 건드리기만 해도 엷은 분 냄새가 날 듯했다. 딸이 외갓집 하늘에도 떠 있을 달을 생각했다.     

_외할머니께서도 호박 덩굴 올린 돌담 너머 일 세기 반 살아온 버드나무 위로 보실 달이이에요. 

_달이 고향과 여기를 이어주네.   

_여름이 끝나가는 하늘에 아이스크림 같은 흰 구름이 둥실둥실 떠다니는 게 보였다. 작가님 글에서 갖고 왔어요. 여름철 계절 음식에 아이스크림이 있죠. 여름이 끝나가면서 아이스크림 찾기도 끝나가네요. 지상의 아이스크림은 흰 구름으로 변신하여 하늘로 자리를 옮기네요.  
_흰빛 바다가 생각나는군. 흰빛 바다가 비유로 쓰인 예가 '테스'에 있고 '폭풍의 언덕'에도 있지.

 

어쩌다가 여름 안개가 더 퍼져나가서 목초지가 흰빛 바다로 놓이고 군데군데 자리잡은 나무는 위험한 바위처럼 솟아났다. 
(토마스 하디 소설 <테스>, 20장에서.)

Or perhaps the summer fog was more general, and the meadows lay like a white sea, out of which the scattered trees rose like dangerous rocks.

 

(폭설로) 온 산등성이가 파도 치는 흰빛 바다였다. 
(에밀리 브론테 소설 <폭풍의 언덕>, 3장(1부 3장)에서.)

[for] the whole hill-back was one billowy, white ocean;  

 

_'테스'는 여름 안개와 목초지에, '폭풍의 언덕'에서는 겨울 눈과 산등성이에 흰빛 바다를 빗대었네요.  

_백오십 년 수령 아름드리 버드나무에 달라붙은 쇠딱따구리가 엄마 품에 안긴 아기처럼 사진에 담긴 적이 있었지.   

남편이 처가를 찾았던 날 쇠딱따구리가 드러밍(drumming)을 했고 새 사진을 담았다. 

_쇠딱따구리는 라틴어 학명이 덴드로코포스 기즈키(Dendrocopos kizuki )이군요. 

_일본 규슈(Kyushu 九州) 벳푸(Beppu 別府) 온천이 부근에 있는 기즈키(杵築)에서 표본을 채집하고 종을 기록해서 학명에 kizuki가 붙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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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장 고수의 눈길  

반 고흐가 동생 테오 등에게 보낸 편지 912통 중에서 눈길을 끄는 편지의 대목이 있다. 
_1881년 9월 중순 반 고흐가 동생 테오에게 보낸 편지에 든 내용이지.
_작가님이 눈길을 보낸 대목이에요. 그리기의 기초인 소묘(데생)를 연구에 연습을 거듭하고 자연 앞에서 무력하지 않게 되었다고 해요.
_반 고흐 미술관에서 편지를 모두 정리하고 영역하고 이용을 공개한 사이트에서 관련 부분을 뽑아와볼게. http://vangoghletters.org/vg/letters/let172/letter.html   
_바르그(Bargue)가 그린 소묘를 공부하네요.
_피아니스트가 체르니(Czerny) 연습곡을 익히는 것과 같지.
_소묘 내용이 궁금하네요. 
_석판화가 샤를 바르그(Charles Bargue)가 그려낸 남성 누드모델 소묘 약 60점이야. 당시 파리 미술학교 교재 제3부에 실려 있었어. 현재 아마존(www.amazon.com) 등에서 제럴드 애커먼(Gerald Ackerman)이 바르그 소묘에 바르그 약전을 더한 책을 구할 수 있어.
_남성 누드모델 소묘가 멋지겠는데요. 
_바르그가 본격화가로 바뀌기 전에 석판화에서 소프트코어 포르노(soft-core porno) 주제를 다룬 적이 있었어. 
_소프트코어라고요? 실제의 성행위 장면을 그리지는 않았다는 이야기이군요.  
_피카소 미술관 이야기 때 일본 우키요에 판화에 하드코어(hard-core) 포르노 주제가 나왔었지.   
_톱 텐 경매낙찰가(Top ten prices at auction) 미술작품에 피카소나 고흐가 안 보이네요. 살 사람이 없는가 봐요?   
_팔 물건이 없는 것이겠지.   
_팔 물건이 나오려면...    
_3D라고들 하지. 사망(death), 부채(빚, debt), 이혼(divorce).
_눈길을 끈 편지 대목을 살펴봐요.

바르그의 남성 누드모델 소묘(데생)들을 꼼꼼히 연구하고 꾸준히 반복하여 그리니까 인물 소묘를 보는 안목이 높아졌어. 재는 법, 보는 법, 대체의 윤곽을 치는 법 등을 알았어. 내 깜냥에는 죽어도 할 수 없을  것처럼 생각되던 것이 이제는 시나브로 해볼 수 있게 되었어. 하느님 감사합니다. 삽을 가진 농부를 다섯 번은 더 그렸어. 땅을 파는 농부를 갖가지 포즈로 그린 것이야. 씨 뿌리는 사람을 두 번, 비질하는 소녀를 세 번 소묘했어. 하얀  모자를 쓰고 감자 껍질을 벗기는 여인과 지팡이에 기댄 양치기에 끝으로 머리를 손으로 감싸고 팔꿈치를 무릎에 괴고 난로 가까이 앉아 있는 늙고 병든 농부를 그렸어. 거기서 끝낸 것은 아니야. 두어 마리 양이 다리를 건너기 시작하면 나머지 양떼들이 따라와.  
땅을 파는 사람, 씨 뿌리는 사람, 밭을 가는 사람, 남자 여자 다 꾸준히 소묘해야 해. 농부의 생활을 이루는 것은 무엇이든 살펴보고 소묘해. 남들이 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럭하고 있는 것과 똑같아. 이제는 자연 앞에서 전처럼 무력하지는 않아.

The careful study, the constant and repeated drawing of Bargue’s Exercices au fusain has given me more insight into figure drawing. I’ve learned to measure and to see and to attempt the broad outlines &c. So that what used to seem to me to be desperately impossible is now gradually becoming possible, thank God. I’ve drawn a peasant with a spade no fewer than 5 times, ‘a digger’ in fact, in all kinds of poses,2 twice a sower,3 twice a girl with a broom.4 Also a woman with a white cap who’s peeling potatoes,5 and a shepherd leaning on his crook,6 and finally an old, sick peasant sitting on a chair by the fireplace with his head in his hands and his elbows on his knees.7 8
And it won’t stop there, of course, once a couple of sheep have crossed the bridge the whole flock follows.
Diggers, sowers, ploughers, men and women I must now draw constantly. Examine and draw everything that’s part of a peasant’s life. Just as many others have done and are doing. I’m no longer so powerless in the face of nature as I used to 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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