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위 춤사위에 사다리를 부여잡고 발을 올려놓듯 노면보다 한 계단 높은 역세권 부츠가게에 들어섰다. 발목을 소가죽으로 감싸고 옆 라인에 지퍼를 질러서 편한 검정 앵클부츠에 발목이 빠졌다. 알토란처럼 흰 봉투를 꺼내고 가게 문을 빠져나왔다. 아래위 검정 옷차림 이십 대 남자점원이 남고 흰 장갑 삼십 대 젊은 여주인은 가게 안문으로 들어가고 검은 꼭뒤가 예뻐진 손님에 흰 형광등 불빛이 문 안에서 우리 모녀를 전송했다.
_어깨까지 내려오던 검은 머리, 흰 셔츠 위에 입었던 검은 조끼, 눈처럼 희던 운동화. 작가님 글에서요. 흑, 백, 흑, 백. 리듬을 타요.
_에밀리 브론테 소설에서는 어떻니?
_이런 대목이 있어요.
로비나 복도가 따로 없는 가족들의 거실을 이 고장에서 가리키는 '하우스'의 마루는 매끄럽고 흰 돌로 되어 있었다. 의자들은 등받이가 높고 고졸한 짜임새를 보여주고 녹색 페인트칠을 해놓았다. 실내가 눈에 익고 무게가 나갈 검은 의자 한두 개가 구석 그늘에 숨어 있었다.
(에밀리 브론테 소설 '폭풍의 언덕', 1장에서.)
The floor was of smooth, white stone; the chairs, high-backed, primitive structures, painted green: one or two heavy black ones lurking in the shade.
_볕이 들어 꽃이 피는 데에 푸른 소가 누워 있고
가지가 높아 솔이 우러러보이는 곳에 흰 두루미가 눈을 붙이고 있네.
花暖靑牛臥(화난청우와)
松高白鶴眠(송고백학면)
이백(李白)의 시구를 읊었어.
_푸른 소에 솔, 즉 푸른 솔을 생각해보면 흰 두루미에 꽃은 흰 꽃이 짝을 이루지 않을까 해요.
볕이 들어 흰 꽃이 피는 데에 푸른 소가 누워 있고
가지가 높아 푸른 솔이 우러러보이는 곳에 흰 두루미가 눈을 붙이고 있네.
새 사진 갖고 들러오던 남편이 흰 두루미에 차린 밥상에 숟갈 하나 올리듯 한마디 얹었다.
_어린 두루미는 쇠똥이 안 벗겨진 아이처럼 다갈색이어서 어미 새와 구별이 돼.
_학(鶴)이라고도 부르는 두루미의 라틴어 학명은 그루스 야포넨시스(Grus japonensis)이네요.
_유럽에서 보통 학(common crane)이라고 하는 그루스 그루스(Grus grus)는 흰 두루미가 아니고 잿빛이야.
_학의 라틴어가 그루스(grus)이네요.
_린네가 1758년 종 이름을 처음에 그렇게 달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