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내린 겨울비가 고이고 고이 지나가는 구름을 찍고 지우곤 하던 물웅덩이에 겨울이 시작하는 눈발이 날렸고 엊저녁부터는 살얼음이 살짝 얼었다. 코끝이 아릿해지는 아침을 맞아 백운대 인수봉 산봉우리가 백분 단장을 하고 친정 어머니 생신날 음력 스무날을 맞은 낮달이 살짝 건드리기만 해도 엷은 분 냄새가 날 듯했다. 딸이 외갓집 하늘에도 떠 있을 달을 생각했다.     

_외할머니께서도 호박 덩굴 올린 돌담 너머 일 세기 반 살아온 버드나무 위로 보실 달이이에요. 

_달이 고향과 여기를 이어주네.   

_여름이 끝나가는 하늘에 아이스크림 같은 흰 구름이 둥실둥실 떠다니는 게 보였다. 작가님 글에서 갖고 왔어요. 여름철 계절 음식에 아이스크림이 있죠. 여름이 끝나가면서 아이스크림 찾기도 끝나가네요. 지상의 아이스크림은 흰 구름으로 변신하여 하늘로 자리를 옮기네요.  
_흰빛 바다가 생각나는군. 흰빛 바다가 비유로 쓰인 예가 '테스'에 있고 '폭풍의 언덕'에도 있지.

 

어쩌다가 여름 안개가 더 퍼져나가서 목초지가 흰빛 바다로 놓이고 군데군데 자리잡은 나무는 위험한 바위처럼 솟아났다. 
(토마스 하디 소설 <테스>, 20장에서.)

Or perhaps the summer fog was more general, and the meadows lay like a white sea, out of which the scattered trees rose like dangerous rocks.

 

(폭설로) 온 산등성이가 파도 치는 흰빛 바다였다. 
(에밀리 브론테 소설 <폭풍의 언덕>, 3장(1부 3장)에서.)

[for] the whole hill-back was one billowy, white ocean;  

 

_'테스'는 여름 안개와 목초지에, '폭풍의 언덕'에서는 겨울 눈과 산등성이에 흰빛 바다를 빗대었네요.  

_백오십 년 수령 아름드리 버드나무에 달라붙은 쇠딱따구리가 엄마 품에 안긴 아기처럼 사진에 담긴 적이 있었지.   

남편이 처가를 찾았던 날 쇠딱따구리가 드러밍(drumming)을 했고 새 사진을 담았다. 

_쇠딱따구리는 라틴어 학명이 덴드로코포스 기즈키(Dendrocopos kizuki )이군요. 

_일본 규슈(Kyushu 九州) 벳푸(Beppu 別府) 온천이 부근에 있는 기즈키(杵築)에서 표본을 채집하고 종을 기록해서 학명에 kizuki가 붙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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