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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취향이 완벽하게 일치하는 일은 없겠지만 - 특별한 책 한 권을 고르는 일상의 기록
나란 지음 / 지콜론북 / 2019년 12월
평점 :
언젠가 희민언니가 햇살이 예쁘게 들어오는 성북동의 한 북카페를 가보자고 URL을 하나 보내줬었다. 넓고 고급져 보이는 실내의 풍경에 '와, 언제 한 번 꼭 가봐요.'라고 했었는데, 도민인 우리에게 애매하게 멀리 떨어져 있어서 아직까지도 가보지 못한 곳 중의 하나인 그곳이 바로 부쿠였다. 한때 그 공간에서 사람들이 읽을 책을 고르고, 문화행사를 주도했던 북 큐레이커 나란 작가님의 책이 바로 《우리 취향이 완벽하게 일치하는 일은 없겠지만》였다.
이 책은 전반적으로 부쿠라는 독특한 컨셉의 서점을 만들기까지의 과정과 운영하면서의 에피소드가 절반 정도, 그리고 그 외에 개인적인 책에 대한 기억과 경험이 절반 정도 차지하는 것 같다. 때로는 심각한 코드로, 때로는 아주 신박한 코드를 섞어서 책이라는 매개와 책을 통해 만나게 된 여러 사람들과 추억을 이야기한다.
개인적으로 가장 웃겼던 부분은 (지하철에서 나를 빵 터지게 했던) 《그런 책은 없는데요…》를 패러디한 부분이었는데...
손님 『85년생…』 있나요?
나 『85년생』이요?
손님 네, 『85년생 김지영』이요.
나 아, 지영 씨 나이 더 먹었어요. 82년생이에요, 『82년생 김지영』.
손님 (친구에게 다가가) 야, 85년생 아니고 82년생이래!!
- p.76
가히 이 책에서 가장 재미있는 페이지 중 하나가 아닌가 싶다. 그 외에도 잘 오던 단골손님이 책을 추천했더니 그 후부터 얼굴을 비추지 않는다던가, 친구가 마음에 들어하던 책을 선물하는 훈훈한 이야기라던가... 개인적으로는 부쿠라는 공간을 완성해나가면서 작가님이 했던 고민이나 경험담이 재미있었는데, 뒤로 갈수록 조금은 개인적인 일상이을 책에 연결짓는 것 같아서 조금 지루한 감이 없잖아 있었다.
그런데 책의 가장 마지막 부분에는 '한 주에 한 문장, 문장 큐레이션 52선'이라는 부분을 너무나도 예쁘게. 까맣고 두꺼운 종이에 은색으로 텍스트를 프린트해서 고급진 잡지 느낌으로 넣어두었다. 색상의 대비가 선명한 표지도 좋았는데, 이런 식으로 책 디자인에 신경써주다니...! (왠지 감동!)
여튼, 작가님의 추천 문장도 책 내부에 에피소드들과 맞물리는 부분이 많은데, 작가님의 추천도서를 따라 읽으며 나만의 생각을 정리해보는 것도. 같은 문장에서 어떤 느낌을 받았는지 비교해보는 것도, 꽤 재미있는 경험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