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환야 1~2 - 전2권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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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장부터 재난, 아비규환 같은 것들 사이에서 이야기가 시작되고 있다. 벽돌 같은 걸로 삼촌(고모부인가?)을 내리찍어 죽여버린 남자, 마사야. 그리고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던 여자, 미후유. 그리고 그곳에서부터 시작된, 아니.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 모를 오래된 이야기가 진행되고 있었다. 이런 전쟁같은 상황은 얼마 전의 상황인가, 아니면 마치 지금이 아닌가 싶은 착각부터 든다.

한 장, 한 장, 책이 나아갈 수록 '미후유'라고 불리는 여자는 사람을 하나씩 잡아먹고 변이하는 에어리언처럼 진화한다. 정말로 그 어떤 표현보다도 이게 더 정확하지 않을까? 누군가의 피와 살을 양분삼아 새롭게 태어나는 여자, 그리고 그것을 그녀는 '터널'이라고 지칭한다. 흔히 말하는 빅픽쳐, 큰 그림을 그리며 그녀는 그녀의 삶 앞에 등장하는 유능한 조연들의 재능을 갉아서 흡수해버리고, 새로운 괴물로 다시 태어난다. 점점 엄청난 괴물로 성장하는 그녀의 가장 가까우면서도 가장 먼 곳에 있는 한 남자, 마사야.

사람들이 괜히 백야행 타령을 하는게 아니었다...! 진짜 매 장마다 쨘~ 하고 애잔한 느낌을 혼자 다 주는 완전 호구남...! 스토킹, 시제품 제작, 테러도구 제조, 심지어 살인까지... 그를 위한거라고 하는 그녀의 요청을 단 한 번도 거절한 적 없는 그는 심지어는 마음에도 없는 여자를 유혹하는 일까지 감행하는데... 어느 순간부터 뒤틀려버린, 인간성을 잃어버리고 있는 마사야와 마치 인생이 연기인 것 같은 그녀. 그리고 그 주변을 떠도는 가토 형사까지. 과연 이 연극은 어떻게 마지막을 맺을 것인가! (두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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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는 일은 좋지만 인간관계는 귀찮아
로미오 로드리게스 주니어 지음, 조동림 옮김 / MiraeBook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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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우리가 회사에서 맞이할 수 있는 모든 인간군상에 대처하는 방법에 대한 책이라고 볼 수 있겠다. 회사에서 맺는 인간관계의 대상인 상사, 동료, 후배가 각각 하나의 챕터로 크게 구성되어 있고, 각 챕터에서는 유형별 상사 또는 동료, 후배를 어떻게 대처할 지에 대한 팁을 구체적인 행동과 대사(!)로 제시하고 있다는 게 특징이라고 할 수 있을 듯.


예를 들자면, 성희롱을 일삼는 상사가 저녁을 같이 먹자고 집적거릴 때는 생각해본다고 말하고 한 발짝 물러난 다음, 사무실에 있는 사람들이 크게 들을 수 있을 정도로 '니가 집적거렸지만, 나는 사양할께!'하는 의사를 표시한다던가. 얄미운 동료에게는 쓸모없는 거래처를 마치 포텐셜 노다지인 마냥 포장해서 넘기며 다른 좋은 거래처를 맞교환한다던가... 하는 등의 미생같은 드라마에서 나왔을 법한 그런 상황을 그려준다.


작가님 이름을 보면 영미권의 자기계발서일거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런데 실제로 출간되어 나온 출판사도 일본쪽이고, 작가님도 일본에서 오래 활동하셔서 이 책은 일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부류의 자기계발서 느낌에 더 가깝다고나 할까. 그래서인지 책에서 펼쳐지는 상황이 왠지 미드보다는 일드의 상황에 적절해보이는 느낌이 든다.


어차피 회사생활을 하며 피할 수 없는 인간관계라면, 참고 견디는 것이 맞긴 하겠지만. 눈에 보이는 부당함을 오롯이 감당해야하는 것이 현실이긴 하겠지만. 과연 이렇게까지 인관관계에 있어서 소모적으로 일을 해야하나, 라는 생각이 든다면 한 번쯤은 고민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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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취향이 완벽하게 일치하는 일은 없겠지만 - 특별한 책 한 권을 고르는 일상의 기록
나란 지음 / 지콜론북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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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희민언니가 햇살이 예쁘게 들어오는 성북동의 한 북카페를 가보자고 URL을 하나 보내줬었다. 넓고 고급져 보이는 실내의 풍경에 '와, 언제 한 번 꼭 가봐요.'라고 했었는데, 도민인 우리에게 애매하게 멀리 떨어져 있어서 아직까지도 가보지 못한 곳 중의 하나인 그곳이 바로 부쿠였다. 한때 그 공간에서 사람들이 읽을 책을 고르고, 문화행사를 주도했던 북 큐레이커 나란 작가님의 책이 바로 《우리 취향이 완벽하게 일치하는 일은 없겠지만》였다.

이 책은 전반적으로 부쿠라는 독특한 컨셉의 서점을 만들기까지의 과정과 운영하면서의 에피소드가 절반 정도, 그리고 그 외에 개인적인 책에 대한 기억과 경험이 절반 정도 차지하는 것 같다. 때로는 심각한 코드로, 때로는 아주 신박한 코드를 섞어서 책이라는 매개와 책을 통해 만나게 된 여러 사람들과 추억을 이야기한다.

개인적으로 가장 웃겼던 부분은 (지하철에서 나를 빵 터지게 했던) 《그런 책은 없는데요…》를 패러디한 부분이었는데...

손님 『85년생…』 있나요?
나 『85년생』이요?
손님 네, 『85년생 김지영』이요.
나 아, 지영 씨 나이 더 먹었어요. 82년생이에요, 『82년생 김지영』.
손님 (친구에게 다가가) 야, 85년생 아니고 82년생이래!!
- p.76

가히 이 책에서 가장 재미있는 페이지 중 하나가 아닌가 싶다. 그 외에도 잘 오던 단골손님이 책을 추천했더니 그 후부터 얼굴을 비추지 않는다던가, 친구가 마음에 들어하던 책을 선물하는 훈훈한 이야기라던가... 개인적으로는 부쿠라는 공간을 완성해나가면서 작가님이 했던 고민이나 경험담이 재미있었는데, 뒤로 갈수록 조금은 개인적인 일상이을 책에 연결짓는 것 같아서 조금 지루한 감이 없잖아 있었다.

그런데 책의 가장 마지막 부분에는 '한 주에 한 문장, 문장 큐레이션 52선'이라는 부분을 너무나도 예쁘게. 까맣고 두꺼운 종이에 은색으로 텍스트를 프린트해서 고급진 잡지 느낌으로 넣어두었다. 색상의 대비가 선명한 표지도 좋았는데, 이런 식으로 책 디자인에 신경써주다니...! (왠지 감동!)

여튼, 작가님의 추천 문장도 책 내부에 에피소드들과 맞물리는 부분이 많은데, 작가님의 추천도서를 따라 읽으며 나만의 생각을 정리해보는 것도. 같은 문장에서 어떤 느낌을 받았는지 비교해보는 것도, 꽤 재미있는 경험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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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신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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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대형 서점에 가니 계산대 바로 옆에 이 레몬색 띠지를 두른 히가시노 게이고의 《분신》이 눈에 띄었다. 확실히 그냥 지나치기 어려운 강렬한 색상의 대조의 표지는 누가 봐도 '레몬'! 또 누가 봐도 마주 보는 '닮은 꼴'의 모습! 그리고 책을 펼치자마자 느껴지는 마리코의 장, 후타바의 장... 구성마저도 갓 성인이 된 두 명의 여성이 주인공으로 번갈아가며 이야기가 전개된다. 그렇다면 마리코와 후타바는 어떤 관계일까? 원래는 쌍둥이 자매였는데 후타바가 어렸을 때 병원에서 납치되어 키워진 건가? 아니면 비슷한 시기에 생겨난 배다른 형제?

그런 고민을 하는 가운데 등장하는 새로운 인물들과 그들이 무심한 듯 던지는 말 한마디는 이 두꺼운 책을 긴박하게 진행하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마치 모두가 치밀하게 짜인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하나의 큰 그림을 완성해나간다. 그리고 그 큰 그림을 완성했을 때 펼쳐지는 것은...! 소년탐정 김전일! 괴도 신사의 살인...!

개인적으로 다른 것들보다 재미있었던 것은 이 책의 등장인물들이 생각보다 인간적이라는 점이었달까. 자기애가 뛰어난 정치인이나, 자신과 똑같이 만들어진 아이를 보며 없애버리고 싶어 하는 여자나, 자식이기보다는 자신이 사랑했던 여자로 바라본 아버지, 그리고 그 누구보다도 사랑해주었던 어머니...

책을 읽으면서 느꼈던 강렬한 단어와 문장이,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사실은 의미 있는 트리거였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이 책을 설계한 작가의 위대함을 새삼스럽게 느끼게 된다. 소설의 두 주인공인 마리코와 후타바가 끊임없이 고민하는 모성이라는 존재에 대하여, 독자인 나 또한 물음을 던지고 정답을 찾아나가는 과정이 바로 이 책을 읽는 과정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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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특공대 1 - 뱀파이어의 첫사랑 상상 고래 7
차율이 지음, 양은봉 그림 / 고래가숨쉬는도서관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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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파이어의 여자친구는... 구미호? 사실 알고보면 표지의 부농부농한 아가씨는 구미호가 아니라 괴담폰으로 매구로 변신한 용감한 세리라는 어린이다. 그렇다면 음? 매구가 뭐지? 전설의 고향 이후로는 구미호로 많이 알려지긴 했지만, 천년묵은 여우가 바로 매구인데. 괴담특공대에서는 매구를 비롯해서 말동상, 찰리, 달팽인 등 초등학교에서 등장하는 한국형 괴담 속 괴물들이 등장한다.

그리고 우리의 주인공 휘는 바로 뱀파이어! 뱀파이어인 휘가 사담초등학교의 괴담에서 생겨나는 괴물들을 퇴치하는 과정에서 세리를 만나게 된다. 그리고 세리, 보임이, 테오와 같은 친구들을 만나며 괴담폰으로 변신한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 괴담을 물리치게 되는데... 하지만 휘는 친구들의 도움을 받을 수록, 친구들에 대한 걱정이 커진다. 조만간 휘에 대한 기억을 잃을 친구들 그리고 휘를 노리고 있는 리안이까지.

과연 휘는 이런 최악의 조건 속에서 동경하는 세리와의 관계를 이어갈 수 있을까? 휘의 출생의 비밀과 휘를 시시각각 괴롭혀오는 리안이와의 관계는 도대체 무엇일까? 자세한 내용은 《괴담특공대 1편 뱀파이어의 첫사랑》에서 만나보세요ㅋㅋㅋ

개인적으로는 유년시절을 지나온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을 법한 학교괴담을 이 책에서 여럿 만나볼 수 있다는 점이 굉장히 추억돋고 재미있었는데. 귀여운 일러스트와 함께 읽으면 왠지 어렸을 때로 돌아간 것 같고, 휘와 세리의 알콩달콩함에 어느순간 흐뭇해하는 나를 발견하기도 했다. (귀여운 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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