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적 캐릭터 심리 사전 - 창작자를 위한 캐릭터 설정 가이드 문제적 심리 사전
한민.박성미.유지현 지음 / 시크릿하우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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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적 캐릭터 심리 사전>을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든 것은

소설을 쓸 때

등장시킬 인물의 성격이

문제적일 때 더 매력적이라는 것을 느껴서,

뭔가 어딘가가 불온전한 캐릭터를 상상하며

재미있게 읽을 수만 있을 것 같아서였다.

직접 읽어본 <문제적 캐릭터 심리 사전>은

내가 생각했던 것처럼

창작자를 위한 캐릭터 설정 가이드의 모습을 하고 있기도 했지만,

내가 첫 번째로 느낀 쪽은

불온전한 사람들을 향한 위로, 였다.

스스로가 어딘가 문제적인 인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이 책은 그것이 문제라고 말하기 보다는,

담백하게 이러한 성향의 사람이라는 것을

함께 이야기하는 느낌이었다.

두 번째로 느낀 쪽은

다양한 인간 군상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관찰자로서의 재미였다.

사람들마다 다양하게 부족하거나,

틀어진 부분들이 있어서

그런 캐릭터들을 상상하며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문제적 캐릭터 심리 사전>은

의외로 공감도 가는 담백한 위로가 담겨 있었고,

글쓰기를 위한 것 + 세상을 사는 것 둘 다에 적용될 수도 있는 다양한 캐릭터들을 만나보는 재미도 있었다.



문제적 인간들은 단순히 문제가 있다, 라는 느낌이 아니라

각각의 스펙트럼이 있다는 것이 이 책의 포인트였다.

편집성 성격, 조현성 성격, 조현형 성격을 다루고,

반사회성 성격, 히스테리성 성격, 자기애성 성격, 경계선 성격도 얘기했다.

강박성 성격, 회피성 성격, 의존성 성격의 스펙트럼과

인간의 방어기제 내용도 꺼냈다.

그 외에 창작 가이드가 될 수 있는 내용들을 풀어놓았다.

그래서

아, 인간의 문제점은 다양하고

또 다양한 점에서 재미가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창작자라면 어떠한 문제적 캐릭터로 만들지 상상할 수 있는 지점이었고,

자신의 문제가 어떠한 점인지 고민하는 사람에게는 효과적으로 읽힐 수 있는 정보를 가져다주었다.


그중에 나는 평소에 내가 '회피형 애착유형'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해왔기에,

이 책에서 말하는 '회피성 성격'에 대한 페이지를 꽤나 유심히 읽었다.

이 책은 어떠한 문제가 될 수 있는 지점에 대해서

공격하거나, 지적하지 않고

이러한 성향이 있고, 이러한 특징이 있다 를 담백하게 풀어놓은 것이

상당히 좋게 다가왔다.

회피형 애착유형에 대해서 사람들이 공격하는 바는,

그냥 지 맘에 안 들면 그 자리를 떠버리는 이기적인 사람이라고 하거나,

회피형은 지랑 똑같은 회피형이나 만나라는 등의 말이 있었는데

이 책의 뉘앙스는 그와는 달라서 좋았다.

회피성 성격의 불안정하거나 좋지 않은 모습을 비춰주기 보다는,

눈에 띄지 않는 섬세한 부분들을 꺼내주는 그런 느낌이라서 좋게 읽혔다.

전체적으로 책에서 말하는 문제적 캐릭터의 특징들이

공격적이 아니라, 차분히 설명해 주는 스타일이라서

책이 부드럽게 읽히고

의외로 위로와 공감이 되는 것 같아서

참 좋았던 것 같다.


글쓰기를 위한 캐릭터 설정 가이드 책이 될 수 있는 만큼,

창작에 도움이 되는 내용들도 있었는데

그중에 재미있게 읽힌 부분은 MBTI와 문제적 성격이 조합된 페이지였다.

E S T J, I N F P로 자신의 특징을 찾아가는 것 같기도 해서 재밌었다.


-

또 좋았던 문장들,

자신만의 정의를 주장하며 매사에 남을 이기려고 한다.

54

공감 능력의 결여는 반사회성 성격장애의 중요한 특징이다.

공감이란 '타인의 감정과 고통을 함께 하는 것'으로, 이들은 다른 사람의 마음에 도통 관심이 없다.

55

그의 살인은 자신만의 법칙을 따르지 않은 피해자에게 멋대로 죽음이라는 단죄를 내린 것이다.

63

자해를 하는 사람들은 고통을 느끼기 위해 그러는 것이 아니라, 그 후에 느끼는 묘한 안정감과 실재감 때문에 자해한다고 말한다.

99

장르물에서 회피성 성격은 종족적 특성이나 사건의 비극성, 캐릭터의 고독을 강조하는 장치로 쓸 수 있다. 서브컬처 장르로는 '수명물'이라고 부른다. 짧은 수명을 가진 존재와 영원을 살아가는 존재가 얽혔을 때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비극, 수명이 짧은 쪽이 먼저 죽어 떠나고 영생을 사는 존재가 외롭게 남겨지는 것을 그리는 것이다. 오히려 회피적 삶을 살아온 장수 종족이 자신보다 단명하는 존재와 짧지만 격렬하고 아름다운 관계를 맺고, 그와의 이별 후 조용히 추억하며 남은 생을 이어가는 모습을 그릴 수도 있다.

126-127

자신이 상처를 잘 받기 때문에 남들이 어떻게 상처받는지도 잘 안다.

127

다중인격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무의식적 동기의 발현이다.

190

누구나 자신의 주변에 '나를 미치게 만든 사람들'과 부딪힌 경험이 있으며, 이들은 상식선 상에서 '퇴치'되지 않는다.

245

신병으로 상징되는 해리된 정신은 내림굿을 통해 통합된다. 물론 다시 합쳐진다는 의미의 통합이 아니라, 정신의 해리된 부분을 내 것으로 인정하고 그 존재와 함께 할 것을 받아들인다는 뜻에서의 통합이다. ...

아직 과학적으로 규명되지 못했지만, 무당들의 신비한 능력은 분열된 자아를 통합하는 과정에서 발견된 인간 정신의 영역이 아닐까. 처절한 무당들의 기도는(물론 제대로 된 무당들에 한해서) 인간의 정신을 고도로 집중시키고, 미처 발견하지 못한 뇌의 어떤 부분을 활성화시키는 수단일지도 모른다.

257-258


-

책 <문제적 캐릭터 심리 사전>은

나의 세계와 바깥의 세계가 부딪치면서

생겨나는 마음과 정신의 혼란으로

문제적 인물이 된 사람들을 위한

위로와 공감의 책으로도 다가온다는 점이 좋았고,

소설 창작이나 글쓰기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캐릭터 설정에 대해서 포인트 잡기나 심리학 특성에 대해서도

쓸모 있는 정보가 담긴 책으로 다가온다는 점도 좋았다.

재밌고, 흥미롭게 읽은 책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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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런의 공식 - 욕하면서 끌리는 마성의 악당 만들기 어차피 작품은 캐릭터다 1
사샤 블랙 지음, 정지현 옮김 / 윌북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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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관련 책들을 많이 냈던 윌북에서

재미난 책을 또 한 권 냈다.

'어차피 작품은 캐릭터다' 시리즈 중 1권으로 나온

<빌런의 공식>.

2권인 <히어로의 공식>, 3권 <사이드 캐릭터의 공식>도 있다고 하는데,

모두가 가장 끌리는 내용의 책은 <빌런의 공식>일 것이었다.

나도 자연스럽게 끌려서, 저 책은 무조건 재밌겠다 싶어서 고른 책이

<빌런의 공식>이었다.

기존에 소설 쓰기를 취미로 말하고 다녔을 만큼,

글쓰는 것에 흥미가 있어서

다양한 작법서를 읽어왔는데,

로맨스나 판타지 작법서는 매번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있었고,

<빌런의 공식> 또한 같은 결에서 무조건 재밌을 것 같다는 기대감이 있었다.

내 기대감은 옳았고,

재밌던 책이었다.

요새는 확실히 사이다가 필수고,

매력적인 빌런이 대세인 것 같다.

트렌드에 맞는 재밌는 책이었다.



먼저,

차례를 이야기해보자면

<빌런의 공식>은

소설 작법서로서 빌런의 캐릭터 메이킹에 관한 책답게

Step by Step 으로 이야기를 이어나가고 있었고,

부록에는 소설과 영화 속에 나오는 빌런 캐릭터의 목록과 반영웅 목록,

그리고 소설 설정 짜는데 도움이 될 것 같은 캐릭터 성격, 특징 목록,

가치 목록과 영혼의 상처 목록까지 있어서

디테일까지 챙기면서 꽤나 자세하게 펼쳐져 있었다.

특히,

반영웅을 다룬 페이지들과

빌런의 정신 질환 챕터는

이런 부분까지 챙겼구나 싶은 디테일이어서

흥미롭게 읽은 부분이었다.

어디선가 쉽게 볼 수 있는 내용이 아닌 것 같아서

신선하고 새롭게 다가왔다.



히어로와 빌런은 극과 극 보다는,

똑같지만 다르게, 라는 느낌.

상황이 주어졌을 때,

어떠한 행동과 반응을 보일 것이고,

어떠한 선택을 할 것인가.

그 점에서 히어로와 빌런의 차이점이 생긴다는

그 지점이 좋았다.


빌런에게 '그냥'은 없다는 거.


소설의 설정을 만든다는 것은

이런 질문들로부터 시작하는데,

하나의 세계를 창조해나가는 이 과정이

제일 재밌는 것 같다.

빌런과 히어로의 사이에서

히어로가 쉽게 이기는 것이 아니라,

빌런은 이기기 어려워야 한다는 것.

히어로를 더 괴롭히라는 그런 내용들이 꽤나 재미있고 그럴듯하게 읽혔다.

-

또 좋았던 문장들,

'왜'는 빌런의 비뚤어진 마음을 움직이는 동기로 작용하므로 중요하다. ... 목표는 빌런의 계획에서 '무엇을'에 해당한다.

58

빌런은 주인공의 가장 소중한 것을 건드려야 한다. 그래야 주인공도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쳐 빌런과 맞설 것이다.

208

주인공이 빌런을 물리치고 승리하려면 무언가를 잃거나, 포기하거나, 희생하며 고통을 겪어야만 한다.

212

당신의 독자가 청소년이든 성인이든 확실한 것이 한 가지 있다. 세상이 계속 변하리라는 것이다. 우리는 미디어의 동물이다. 우리의 뇌는 마약중독과도 같은 속도로 새로운 영상과 점점 늘어나는 특수 효과를 소비하고 있다. 갈수록 더 크고 더 대단하고 더 똑똑한 결말을 원한다. 미디어를 많이 소비하는 오늘날의 참을성 없는 독자들에게 믿을 만하고 만족스러운 결말을 선사하려면 현실적인 결말이 필수적이다.

229

독자는 한 번만 정보를 흘려도 알아차린다. 최대한 미묘하게 힌트를 주고 단어를 신중하게 선택하라.

249

-

사샤 블랙의 <빌런의 공식>

잘 만들어진 캐릭터가 있을 수록

작품은 빛이 난다.

소설 속 빌런 캐릭터를 어떻게 하면

잘 설정할 수 있을지

고민을 대신 해주고, 해결까지 해주는 책으로 읽혔고,

읽는 재미도 가득해서 좋았다.

전체적으로 재미나게 읽었던 책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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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 쉽게 풀어쓴 현대어판 : 템페스트 미래와사람 시카고플랜 시리즈 3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신예용 옮김 / 미래와사람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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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 셰익스피어 - <읽기 쉽게 풀어쓴 현대어판 템페스트>

요새 대항해시대 오리진이라는 게임을 재밌게 하고 있다.

항해 중에 때로 재해를 만나 곤란을 겪기도 하는데,

그 재해 중의 하나가 '폭풍'이다.

게임 속에서는 '성스러운 향유'를 뿌려 폭풍우를 잠재우곤 한다.

마치 대항해시대 같은 느낌으로

셰익스피어의 템페스트는

이름 그대로 폭풍으로부터 시작이 된다.

그들에게는 게임처럼 간단한 해결 도구 없이

왕도 신경 쓰지 않는 성난 파도를 만나게 되고,

닥칠 재앙을 기다리며 마음의 준비나 하게 된다.

더 이상은 못 버티겠다며 사람들은 기도하며 작별 인사를 준비한다.

그런데

놀랍게도 아무도 다치지 않는다.

템페스트는 그렇게 시작이 된다.




<폭풍우(Tempest)>

템페스트는 하나의 복수극.

아무도 다치지 않는 폭풍우는 우연의 재난이 아니라

사실 마법으로 인한 것이었고,

그 계획에는 이유가 있었다.

그 복수의 계획은

처절한 피의 복수가 아니라

용서의 의미가 담긴 복수였다.



잃어버린 것을 되찾기 위한 그 복수는

오히려 로맨스를 만나며

빛을 내는 느낌이었다.

간단한 복수극으로 읽기에는

선과 악이 여러모로 얽힌 느낌의

현실적인 이야기였다.


-

오히려 용서를 하는 그런 복수를 나도 할 수 있을까?

복수를 한다면

사이다처럼 시원시원하게

그리고 처절하게 피의 복수를 하는 것이

요새 미디어계에서의 유행이고,

요새 사람들의 마음가짐인 것 같다.

나 또한 싸움을 한다면

누군가를 죽일 마음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편이라

작품 속 주인공 프로스페로의 선택이

곧바로 이해되지는 않았다.

스스로가 마법에 빠져있었다는 것을

프로스페로도 알았는지

깨끗한 복수가 아니라

여러 생각이 얽힌 복수를 하게 된 것이 아닐까.

이러한 생각할 지점을 주는 작품이라

그 의미가 있는 것 같다.

-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읽어보고 싶었고,

너무 깊은 의미의 것보다는

가볍게 다가오는 작품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 때쯤,

미래와사람이 펴낸

<읽기 쉽게 풀어쓴 현대어판 템페스트>를 만나게 되었다.

옛 판보다 단어나 문장이 읽기 쉽게 풀어써진 느낌이 확실히 들었다.

번역된 글을 읽을 때에는 얼마나 유려하게 번역했느냐가

독자의 접근성을 크게 좌우하는데,

이번에 읽게 된 템페스트는 아주 부드럽게 읽혔다.

<템페스트>는

가볍게 셰익스피어를 읽고 싶을 때

접하면 좋은 셰익스피어 작품이었다.

한 줄로 정리하자면,

'부드럽게 읽히는 용서의 복수극'이 될 것 같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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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2 - 제 꿈 꾸세요
김멜라 외 지음 / 생각정거장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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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석 문학상 수상작품집 2022>.

<이효석 문학상 수상작품집 2020>을 읽은 적이 있었다.

밀도 높은 이야기의 탁월한 힘을 보여주는 소설들을 수상작으로 꼽은 책이었고,

지금 여기의 삶을 되돌아보게 만드는 지점이 있던 책이었다.

이번에 시간이 흘러

2022년의 이효석 문학상 수상작품집을 만나게 되었다.

더 짙어진 코로나의 분위기에서,

슬슬 빠져나오고 있는 시점에서의 수상작품집은

어두컴컴한 세계에서 벗어나며

꿈 같은 풍경을 조금 더 보여주려고 하는 느낌이었다.

대상 수상작 <제 꿈 꾸세요>의

김멜라는 수상소감 중 '떠난 이가 남은 이를 걱정하는 마음, 꿈에서라도 다시 보고 싶은 그리움, 그 두 마음이 만나 좋은 꿈을 만들었으면 좋겠다'라고 밝혔는데,

수상작품집 전체가 그런 느낌으로 다가왔다.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2>

대상 수상작

김멜라 <제 꿈 꾸세요>

자선작

김멜라 <메께라 께라>

김지연 <포기>

백수린 <아주 환한 날들>

위수정 <아무도>

이주혜 <우리가 파주에 가면 꼭 날이 흐리지>

정한아 <지난밤 내 꿈에>

기수상작가 자선작

이서수 <연희동의 밤>

현대문학을 엄청 자주 읽는 타입은 아니다보니,

내게는 낯선 작가들이 많았고,

백수린 작품은 언제 한 번 꼭 읽어보고 싶었는데,

여기서 만나서 좋았다.




대상

김멜라 <제 꿈 꾸세요>는

다정한 인사, 라는 작가의 말처럼

그저 착한 느낌의 따뜻한 소설로 다가왔다.

이효석문학상은 메밀꽃이 소박하게 내려앉은 풍경 같은 느낌이라고 생각하는데,

그에 어울리는 작품이었다.

<메께라 께라>는

어린이 판타지 같은 느낌의 작품이었고,

제주말이 나오는 게 특이점이었다.

작품론이나 수상소감도 흥미롭게 읽을 수 있어 좋았다.

특히 인터뷰가 잘 된 것 같아서,

곱씹으면서 읽을 수 있어 좋았다.


김지연 <포기>는

일상적인 젊은이들의 이야기, 같은 느낌이었고

대화로 이어지는 소설의 흐름을 따라가며

우정인지 뭔지 같은 것을 생각해보게 되었다.


백수린 <아주 환한 날들>

제일 소설 같은 소설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 생각을 나만 한 것은 아닌지,

심사평에도 같은 이야기가 나와있었다.

백수린의 <아주 환한 날들>은 소설의 정석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수만 년 후에 누군가가 타임머신을 타고 와서 현대소설의 샘플을 보여 달라고 할 때, 자신 있게 보여줄 수 있을 만큼 소설로서 갖춰야 할 모든 장점을 갖춘 작품이었다.

292

나쁨 없는 착한 결말까지. 이효석문학상에 어울리는 작품이라고 생각했다.

개인적으로 백수린의 이름이 소설 독자들의 입에서 자주 오르는 것 같아, 궁금했던 작가였다.

작품을 읽으면서 충분히 만족했고,

깔끔함도 좋았다.

입시 소설 같은 것의 예시로 많이 쓰일 것만 같은 느낌의 완성된 작품이었다.

-

위수정 <아무도>

나는 안부를 썼다가 지웠다. 연락하지 않기로 했지만, 이라고 썼다가 또 지웠다.

176

시간이 흐르면서 나는 엄마, 아빠라는 말 대신 어머니, 아버지라는 호칭을 쓰기 시작했다. 그렇게 부르는 것이 편한 나이가 되었다.

178-179

드라이아이스, 가 강렬한 특이점이었다.

일상적인 문장들로 만들어가는 이야기는 부드러웠다.


이주혜 <우리가 파주에 가면 꼭 날이 흐리지>

직접적으로 코로나를 언급하는 소설이었다.

지금 여기의 우리를 가리키는 소설은 그 의미가 중요한 법이었고,

의미를 생각하며 읽어나갔다.

이야기가 많고 길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의미있는 이야기를 밀도 있게 써내고 싶어하는 작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한아 <지난밤 내 꿈에>

"악착스럽기는. 자기는 이미 부자면서. 대체 무슨 욕심이 그렇게 목 끝까지 찼다니."

"그러니까 부자지. 욕심 없이 어떻게 부자가 돼."

229

문장이 차분하고 읽기 좋은 소설이었다.

여성의 이야기를 평이하게 다뤄낸 느낌이었다.




이서수 <연희동의 밤>

이 소설도 좋았다.

소설의 맛을 잘 살린 느낌의 작품이었다.


<이효석 문학상 수상작품집 2022>에서

가장 좋았던 작품은

백수린 <아주 환한 날들>이 될 것이었다.

심사평을 보면 알 수 있듯이,

김멜라의 작품과 백수린의 작품이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심사대에 오른 것만 같다.

나라면 백수린의 작품을 꼽았겠지만,

대상은 김멜라였다.

이효석문학상은

삶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고,

밀도 높은 이야기를 선보이고,

탁월한 이야기의 힘을 보여주는 작품에 어울리는 상인데

김멜라가 보여주는 새로운 상상력과 탄탄한 이야기가

심사위원의 눈길을 끌어

대상으로 뽑힌 것이라고 생각한다.

세상은 좀 더 밝아지고 있다.

그러한 세상을 위해

김멜라의 소설처럼

다들 좋은 마음과 좋은 마음으로 만나,

좋은 꿈을 꾸는 사람들이었으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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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아름다운 기억을 너에게 보낼게 - 생의 마지막 순간, 영혼에 새겨진 가장 찬란한 사랑 이야기 서사원 일본 소설 1
하세가와 카오리 지음, 김진환 옮김 / 서사원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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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세가와 카오리 <가장 아름다운 기억을 너에게 보낼게>

일본 소설이고,

사신과 영혼에 대한 판타지를 담은 소설이었다.

항상 이런 내용의 소설을 만날 때면

죽음이 검은색의 이미지로 다가온다기보다는,

죽음 앞의 순간이 형형색색 다채로운 빛깔로 다가오는 느낌.

<가장 아름다운 기억을 너에게 보낼게>는

내 생각보다 더

그 색채를 빛내며

아름다운 그림으로 다가오기도 하고,

멋진 불꽃놀이로 다가오기도 했다.

그래서 기분 좋은 책 읽기가 되었다.

:)

이 책에서 특이한 점은,

사신이 인간의 혼의 조각으로 그림을 그린다는 것.

그 자체로도 멋진데,

그 그림에 대한 묘사가

참 예쁘게 잘 된 것 같아서

읽는 재미가 있었다.

그림을 그리는 장면과도 같이

이 소설은 전체적으로 예쁜 장면을 그려내는 데 일가견이 있었다.

이야기 자체가 가진 힘이 엄청나다고는 할 수 없지만,

같은 이야기라도 예쁘게 그려낼 줄 아는 소설이라고 할 수 있었다.

이 책을 읽고 가장 인상 깊은 색채는 아무래도 붉은 색일 것이었다.

당홍색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고.

피의 색과도 붉은 빛이 잔상으로 남는 소설이었다.

그리고 과거와 현재가 이어지는 이야기도 재미있었다.

사신은 그냥 사신이 되는 것이 아니라,

뒷이야기를 지니는 것이 당연한 설정인데,

영국의 어떠한 것을 채택하면서 소설을 재밌게 만드는 점이 흥미로웠다.

붉은색과도 아주 잘 어울렸다.

-

또 좋았던 문장들,

정말이지, 나이를 먹을수록 성격이 괴팍해지는 건 고양이도 사람과 똑같은 것 같다.

151

"... 성공하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고, 음악 같은 건

아무도 듣고 싶어 하지 않는 소리를 열심히 띵가띵가 울려대봤다, 그건 비참하고 한심할 뿐이야."

236

이 책은 학생도 그렇고,

어린 사람들을 잘 등장시키는데

오히려 내가 인상깊게 읽은 부분들은

어른이 등장하는 부분이었다.

삶을 살 만큼 산 듯한 그런 느낌을 주는 문장들이

가깝게 다가왔다.

-

하세가와 카오리의 <가장 아름당누 기억을 너에게 보낼게>는

예쁜 소설책 한 권이었다.

사신이라는 매력적인 캐릭터도 그렇고,

슬픔과 애틋함을 오가는 이야기,

색채와 불꽃놀이로 보여주는 아름다움까지.

예쁘게, 기분 좋게 책을 읽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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