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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외과 전문의 파킨슨병 실제 투병기 - 환자가 된 척추명의가 환자·가족·의료진에게 제안하는 실천 가이드
박춘근 지음 / 바이북스 / 2024년 7월
평점 :
여러분은 여러분의 정체성을 어떻게 정의하고 계십니까? 직업으로, 가족구성원으로, 나이로 자신의 위치와 역할을 잡고 계실 겁니다. 그런데 그 위치가 뒤바뀌는 경험을 하게 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나이가 많은 사람이 나이가 어린 사람에게 배워야 하는 상황에 처하기도 하고, 늙은 부모가 자녀에게 양육과 케어를 받게 되기도 합니다.
여기 평생을 의사로 살았던 전문의가 있습니다. EBS 프로그램 명의에도 소개될 정도로 인정받던 의사가 어느날 파킨슨병에 걸렸습니다. 그렇게 의사가 환자가 되었습니다. 쉽게 받아들일 수 없는 기막힌 상황에서 명의는 어떤 생각을 하게 되었을까요?
만선 박춘근 선생님께서 이번에 신간, 신경외과 전문의 파킨슨병 실제 투병기 라는 책을 출간하시며 그동안 본인이 겪은 인생사를 한 권의 책으로 묶어 내셨습니다. 시중엔 의사가 쓴 의학 전문서적도 많고, 환자들이 쓴 수기도 많습니다. 그런데 의사이면서 환자가 쓴 책은 참 특별합니다. 책을 읽으며 이 책은 여타 책과는 결이 다름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명의는 병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입니다. 하지만 환자의 마음에 대해선 얼마나 알고 있을까요?
성경 속 예수님이 누구보다 우리 죄에 대해 잘 알고 계시고 그것을 고치기 위해 오신 것은 맞지만 시종일관 죄 이야기만 하고 우리를 다그쳤다면 우리는 필연적으로 상처를 받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예수님은 전혀 다른 길을 택하십니다. 직접 인간의 몸을 입고 우리와 함께 사신 겁니다. 우리의 죄를 고치고 거듭나게 하는 것이 목적이었지만 예수님은 성육신 하시어 우리와 함께 먹고 자며 자신의 일을 하셨습니다. 왜 그런 불필요한 일을 하셨던 걸까요?
이 책을 읽으며 예수님을 따라 사는 크리스천의 삶이 어떤 것인지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상처입은 치유자 라는 사명이 어떤 것인지 되돌아 보는 시간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 책은 의사로서 병에 대해 상세한 설명과 주의사항을 전달해 줍니다. 증상은 어떠한지, 치료법엔 무엇이 있는지 등 파킨슨 병을 상세히 쪼개어 각각의 단계에 대해 디테일한 설명을 전해 줍니다. 그런데 동시에 환자로서 자신의 재활일지 또한 전해 줍니다. 구름 위에 앉아 이건 이렇고, 저건 저렇다고 말해주는 것이 아니라, 실제 그 삶을 살아내며 자신이 느끼고 경험한 것을 진솔하게 전해 줍니다.
아무리 듣기 좋은 얘기를 해도 저 사람이 강 건너에 앉아 구경하듯 이야기한다면 위로와 조언의 말에도 상처를 받게 됩니다. 그런데 이 책에서 전해주는 저자의 전문적인 조언은 모두 남에게 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자신의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더 큰 울림이 있고, 듣는 이의 마음을 열게 만듭니다.
제가 의사도 아닌데 이 책을 통해 배울 점이 뭐가 있을까요? 일반인이며 비의료인이고 크리스천인 제가 이 책을 통해 배운 것은 좋은 것을 전할 때도 나의 이야기로 전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상대방에게 해주는 이야기도 그 사람을 가르치려 하는 것이 아니라, 내 문제로 만들고 녹여내어 전해주어야 합니다. 삶으로 살아낸 메시지는 사람의 닫힌 마음 문을 엽니다. 그래서 예수님이 성육신 하시고 우리와 함께 생활하셨는지 모르겠습니다.
파킨슨병으로 고통받고 계신 분들, 파킨슨병 환자를 케어해야 하는 분들, 그리고 모든 크리스천들이 이 책, 신경외과 전문의 파킨슨병 실제 투병기를 꼭 읽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병에 대한 실제적인 가이드 뿐 아니라, 삶과 신앙을 대하는 자세에 대해서도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는 책입니다.
이 책이 환자와 아픈 이들의 마음을 이해하는 중요한 안내자가 되어주길 기대합니다. 더불어 저자를 비롯한 모든 환자들이 건강을 회복하고 활기찬 내일을 맞이하게 되시길 기도합니다.
본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